<-- 137 회: 6권 - 속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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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구를 빠져나온 성진은 곧 위성을 통해 찾아낸 도쿄 외곽의 허름한 창고 앞에 차를 세웠다.
그 곳까지 가는 와중에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성진이 가져온 여벌의 변장용품으로 위장했다.
대충 볼과 코에 특수한 분장용품을 덧붙이고 안경을 벗자 이전의 인상은 많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그 정도면 당분간 눈에 띄거나 하는 식으로 걸릴 거 같지는 않군요 장관님.”
“이제 계획은 뭐요? 날 계속 붙잡아둘 참이요?”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성진이 못 미덥다는 티를 노골적으로 내면서 성진에게 은근히 신경질을 냈다.
하지만 성진은 그런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의 심정을 이해했다.
‘불안하기는 할테지.’
외국인에 사업가인 자신이다.
이윤을 추구하며 접근한 게 역력한데다 자신을 암살을 시도당한 충격도 아직 클 것이다. 아직 성진을 완전히 못 믿는다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성진은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안심시켜야 할 필요를 느꼈다.
“장관님. 제가 장관님을 보호하고 있는 게 많이 불안하실 거라는 거 압니다.”
성진의 말에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바로 반응했다.
“솔직히 그렇습니다.”
“압니다. 그러니까 마츠시마 장관님. 제가 한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딱 일주일만 저한테 시간을 주십시오.”
“일주일이라구요?”
장관의 눈초리가 성진을 똑바로 쳐다봤다.
“예. 일주일 안에 장관님의 안전은 물론 장관님을 노리는 세력이 어떤 자들인지 밝혀내고 최대한 그들을 제어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겠습니다.”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의 얼굴 표정에 못 미더운 눈치가 더해졌다.
“이보시오 한 성진 회장. 당신이 아까 전 놀라운 무술 실력을 보여준 건 압니다. 하지만 당신은 고작 외국인 사업가에 불과합니다. 무슨 수단으로 나한테 그런 터무니없는 약속을 하려는 겁니까.”
성진의 장담은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에게는 방금 한 말처럼 지극히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대단한 권력가도 아닌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젊은 사업가, 그것도 외국인이다.
아까 전 얼핏 봤던 성진은 놀라운 실력으로 총 든 사람들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타개하겠다고 호언장담할만한 실력이 있을 거라 여겨지지는 않았다.
‘아직은 완전히 믿을 수도, 그렇다고 거부할 수도 없으니..’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에게 있어서 목숨이 직접 위협당하는 이런 상황에 당장 의지할 만한 사람은 성진 한 사람 뿐인 상황은 혼란의 극치였다.
게다가 자신이 성진에게서 보호를 받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인 성진을 완전히 신뢰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어쩌면 아주 사악한 속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성진은 그런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보면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후우. 역시 목숨을 구해줘도 신뢰를 얻기는 힘든 것인가?’
물론 사람 성향은 제각각이니 목숨을 지켜준다고 해서 무조건 성진 자신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더욱이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무거운 책임을 가진 정부기관의 최고 책임자이니 더욱 그럴 수 있다는 걸 성진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이 계속 성진을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금까지 노력해 온 성진에게 있어서 억울한 일이고 용납하기 힘든 일이다.
성진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에게 말했다.
“장관님.”
그런 성진의 기색이 한층 더 무거워진 것을 느낀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긴장으로 흠칫 몸을 떨었다.
“뭐, 뭐요.”
그런 와중에 성진이 혹시라도 마음이 변해 자신에게 위해를 끼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는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이었다.
인공지능 팔찌가 즉시 그러한 심리 상태를 포착했다.
- 대사 스캔 결과 극도의 긴장 상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심장 박동 및 혈류량이 급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 동공 팽창 확인
성진은 속으로 저절로 실소가 지어졌다.
“저에게 신뢰를 주시기 힘들다는 걸 잘 압니다.”
“그, 그런 게 사실.. 뭐 딱히 그런 건 아니고..”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 본인도 성진의 부하인 형석에게 목숨을 구함 받은 게 사실인지라 대놓고 말하기는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어 말 끝을 흐렸다.
“장관님께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장관님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싶어서 제 정체를 솔직히 밝힌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보셨지만 저는 장관님을 지켜드리기 위해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성진이 아까 전 맞닥뜨린 위기 상황이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는 것은 문외한이자 반쯤 방관한 상태였던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문제였다.
“크흠. 아, 알고 있소.”
상황을 따지고 보면 은혜를 베푼 사람을 멋대로 의심하고 있는 꼴이니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민망함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맹세하는데 절대로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님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성진의 단호한 음색이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의 마음 속에 자극이 되어 다가갔다.
은연 중 발휘된 성진의 육체 강화 능력 중 하나인 심상 전달 능력이 목소리로 조금이나마 발현된 것이다.
성진 본인은 아직 본격적으로 능력을 계발하기 전인지라 구체적으로 깨닫지 못했지만 진심을 다해 말하는 성진의 음색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런 성진의 말을 들은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조, 좋소. 그렇다면 한가지만 솔직하게 말해주시오.”
“뭘 말입니까?”
“한 성진 회장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 나는 기대가 큽니다. 아니 나 뿐만 아니라 지금 방사능으로 고통받거나 고통받을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 모두가 큰 기대를 품고 있을 것입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한성진 회장의 방사능 제거 기술을 도입하는 대가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불안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성진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도대체 자신이 기술을 판매하는 대가로 뭘 치루게 될 지 불안하다는 말인가?
비록 최근에 타격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세계 제일의 경제 대국이라고 자랑하던 일본이 성진의 기술을 구입하는 대금이 부담스럽기라도 하단 말인가?
“부담이라니요? 어떤 부담을 말씀이십니까?”
어리둥절해 하는 성진을 보면서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이 말을 이었다.
“우익 쪽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한 회장의 방사능 제거 기술을 도입하는 대가로 한국과의 무역이나 기타 여러 가지 거래 면에서 굉장히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강제 계약을 장기간 하게 될 거라고 말입니다.”
“예에?”
성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헛소문이 퍼진 거지?’
성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정색했다.
“터무니없는 말씀입니다. 장관님.”
단호하게 부정하는 성진의 표정에서 황당함을 읽은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어처구니없어하는 성진을 보면서 반문했다.
“터무니없는 말이라니.. 그렇다면 그런 일은 없다는 말이오?”
“물론입니다. 우리가 방사능 제거 기술을 바탕으로 일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방사능 제거 기술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불쾌함을 담은 성진의 말에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다시 한번 얼굴을 붉혔다.
“그렇다면 모두 사실 무근이라는 소리요?”
“당연합니다. 애시당초에 방사능 제거 기술은 방사능 오염에 시달리고 피해를 입는 인류를 돕기 위해 개발한 기술입니다. 부당한 요구 따위를 해서 말도 안 되는 부당이익을 취득하려고 개발한 기술이 아니다 이 말입니다.”
성진의 음성에는 계속해서 진심이 서려 있었다. 말 몇마디만으로 무조건적으로 믿음을 품는 것은 아니지만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성진의 말에서 어느 정도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성난 성진의 음성에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쁜 소문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 되기에 물어본 것입니다. 너무 불쾌해하지는 마십시오. 한 성진 회장.”
그런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보면서 성진이 마저 말을 이었다.
“왜 저에 대해 그런 나쁜 소문이 퍼졌는지 짐작이 가십니까?”
“글세... 솔직히 잘 모르겠소.”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 또한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모르실 만 합니다. 어처구니없는 억측이니까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헛소리가 아닙니까. 그런 부당하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면 저의 방사능 제거 기술은 세계인으로부터 지탄을 받기 마련입니다. 그리 되면 원활한 기술 수출을 기대할 수 없지요.”
“흐음. 확실히 맞는 말입니다.”
일리가 있는 성진의 말에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데도 저에게 터무니없는 모함을 하고 억지를 쓰는 사람들이라면 기필코 그런 억지를 써서라도 방사능 제거 기술 도입을 막고 싶은 이유가 있겠지요.”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말에서 뭔가를 느낀 듯 질문을 던졌다.
“혹시 짐작이 가는 게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성진은 당당하게 말을 이었다.
“그건 바로 제가 방사능 제거 기술 도입과 관련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확실히 주장하려 하기 때문일 겁니다.”
“독도? 독도... 라면... 다케시마 말이오?”
“다케시마가 아니라 독도입니다. 뭐라 부르든 일본의 마음이겠지만 독도에 대해 일본은 어떤 권리도 없다는 점을 확실히 매듭 짓기 위해 왔습니다.”
“다케시마라니.. 갑자기 왜 그런...”
어리둥절해 하는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이었다.
“다케시마라면 지금도 한국이 점령하고 있지 않소?”
그런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보면서 성진은 피식 웃었다
“점령이 아니라 엄연한 자국 영토를 지키기 위해 경찰들이 가 있는 겁니다.”
“뭐 그런 한국 정부의 입장은 내가 알 바가 아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