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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정복자-133화 (133/185)

<-- 133 회: 5권 - 우발 -->

성진은 가벼운 마음으로 보법을 밟아가며 엔도 츠요시의 눈  앞에 들이닥쳤다.

그런 성진이 질풍 같은 속도로 자신에게 쏘아져 들어오자 엔도 츠요시는 비수를 든 한쪽 손에 미묘한 감각을 일깨웠다.

마침내 성진과 엔도 츠요시가 서로의 사정권에 진입한 순간이었다.

엔도 츠요시의 맹하디 맹한 눈빛 속에서 안광이 폭발했다. 그와 동시에 온 몸의 기도가 맹렬히 들끓으면서 비수를 들고 있던 엔도 츠요시의 한쪽 손이 섬전같이 쏘아졌다.

그 비수를 눈앞에서 직접 상대해야 하는 성진은 갑자기 폭발하는 상대방의 기도와 함께 총알처럼 쏘아져 들어오는 비수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큽!’

별안간 사방의 시야가 멈추더니 자신에게 찔러 들어오는 비수도 눈앞에서 정지했다.

-마스터. 비상 상황을 인식, 사용자 보호 조칙에 따라 저의 권한으로 인지 가속을 작동시켰습니다.

성진이 의식하며 인지 가속을 가동시키기 전에 인공지능 팔찌가 반사적으로 인지 가속을 작동시킨 것이다.

인공지능 팔찌의 말에 성진은 자신이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정말로 죽거나 크게 다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만 인공지능 팔찌가 강제로 인지 가속을 작동시킨다.

그 의미는 지금 자신 앞에서 휘둘러지고 있는 저 칼이 총탄보다도 더 위협적이라는 뜻이었다.

‘맙소사. 오늘 정말 여러 번 놀라는군.’

성진은 눈앞의 남자에게 접근전으로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인지 가속이 아니라면 도저히 극복조차 못한 채 죽었을 것이다.

순수하게 접근전으로 자신을 패배시키고 인지 가속이 강제로 작동되게 만들 정도의 실력을 지닌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할 것이라고는 오만하게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성진이었다.

자신을 과대평가한 오만의 대가였는지, 혹은 하늘의 경고인지 오늘 드디어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난 셈이었다.

-마스터. 최대 한도의 안전 확보를 위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출력을 허락하시겠습니까?

‘좋아. 출력해봐.’

즉시 인공지능 팔찌의 정밀한 계산으로 성진이 비수를 최대한 피하고 눈앞의 상대에게 효과적인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방안이 시뮬레이팅 결과를 통해 출력되어 성진의 눈앞에 펼쳐지자 성진은 다소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칼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는군.’

급소를 향해 찔러드는 칼을 팔로 여러 번 막아내고 나서야 성진의 발경으로 적을 무력화시키는 방안이었다. 물론 나노 로봇으로 금방 수복할 수 있도록 주요 근육과 신경은 철저하게 보호하는 방안이었지만 성진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성진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최대, 최후의 절기나 다름없는 인지가속을 사용함에도 칼을 완전히 피하지 못한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저 자의 신체 반응이 그 정도로 빠른가?’

-현재 갑작스런 적의 신체 이상반응으로 보통 인체의 최대 민첩성을 5배 이상 초과한 상태입니다.

‘이상 반응이라고?’

-그렇습니다. 마스터. 마스터께서 태합유문의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끌어내시는 인체의 기 에너지와 유사한 반응의 에너지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 에너지와 유사하다면 내가 느끼지 못 할 이유가 없을 텐데. 혹시 내가 느끼지 못하는 방향으로 특화된 건가?’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 파장의 방향성이 전혀 달라서 마스터께서는 느끼지 못하실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공지능 팔찌의 말이라면 눈 앞의 적은 성진은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기를 운용한다는 얘기였다.

‘독특한 비기가 있는 것인가?’

성진은 여건만 허락된다면 그 비기를 직접 터득하고 싶었다. 성진이 보유한 태합유문의 기술과는 전혀 다른 특징으로, 폭발적으로 속도를 증가시키는 등의 특징을 가진 비기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충분히 교전을 거듭하면서 성진이 익힐 수 있다. 인공지능 팔찌의 압도적인 스캔 능력으로 기의 진행 방향을 완전히 익히면 된다.

허나 분명 탐나는 비기지만 지금은 습득할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아쉽지만 성진은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데리고 탈출해야 한다.

‘신속하게 정리를…….’

바로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면서 인지 가속의 속도를 둔화시킬 것을 명령했다.

-인지 가속 둔화. 사전의 전투 시뮬레이팅 결과를 실시간으로 육체에 반응 전이하겠습니다.

인공지능 팔찌가 시뮬레이팅한 전투 방법을 성진의 육체에 타이밍에 맞춰 반응을 전이하는 인공지능 팔찌의 기능이었다.

곧 주변 사물의 시간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성진은 적이 휘두르는 비수를 한쪽 팔로 막아내면서 발경을 준비했다.

“크압!”

차분히 반격을 준비하는 성진 앞에서 엔도 츠요시는 절반의 이성이 지배하는 상황이면서도 반쯤 넋이 나간 상태에서 마치 광전사처럼 비수를 휘둘러 댔다.

그에 맞춰서 사전에 인공지능 팔찌가 시뮬레이팅한 결과에 따라 성진의 육체에 반응 신호가 전이되었다.

성진은 편하게 인공지능 팔찌가 보내는 신호대로 몸을 움직이면서 발경을 때려 넣을 타이밍을 잡았다.

‘한방이다!’

태합 유문의 파괴적인 기공 절학이 담긴 발경이 엔도 츠요시의 빈 가슴을 노렸다.

“합!”

가슴팍을 직격으로 적중당한 엔도 츠요시는 발경의 막대한 파괴력을 온 몸으로 감당해야 했다. 물론 성진은 목숨을 뺐지 않도록 세심하게 상태를 봐가면서 파괴력을 조절했지만 기본적으로 전투력을 빼앗기 위해 사용한 만큼 엔도 츠요시의 육신 곳곳이 발경의 기공 폭발에 휘말려 큰 상해를 입어야 했다.

“크아악!”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지는 엔도 츠요시가 쓰러짐과 동시에 인공지능 팔찌가 경고음을 울렸다.

-마스터! 3시 방향에 총구 조준하는 자가 있습니다.

성진이 돌아본 순간 이제 막 총을 성진에게 조준한 자가 눈에 보였다.

총구의 방향을 확인한 이상 성진은 가볍게 경공술로 날아오는 총탄을 피했다.

바로 원거리에서 엔도 츠요시를 원호하기로 했던 쿠라타 슈헤이였다.

한창 뒤섞여 난투를 벌일 때는 엔도 츠요시가 다칠까봐 손을 쓰지 못했지만 당하는 모양새가 되자 급하게 권총을 사격한 것이다.

정예 요원답게 완벽한 사격 솜씨였지만 상대는 성진인지라 도리어 성진이 바닥에서 집어 쏴버린 권총탄에 쿠라타 슈헤이는 어깨를 당해 나뒹굴었다.

“크으윽!”

신음을 지르며 나뒹구는 쿠라타 슈헤이를 보면서 뒤에서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데리고 내려오던 김형석은 감탄사를 흘렸다.

“맙소사. 회장님……. 이 정도로 강하실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여관 건물 안에 이리저리 쓰러진 적들 사이에서 홀로 고고하게 서 있는 성진을 보고 김형석은 기가 막혔다.

총탄을 피하는 모습은 차라리 충격이 덜했다. 하지만 방금 자신조차 목숨을 잃었을 수밖에 없는 섬전같은 비수를 완벽하게 방어하고 도리어 한방에 무력화시키는 모습에서 성진의 지독한 강함을 봤다.

‘애시당초 내가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상대였어.’

김형석은 성진의 실력을 내심 자신에 비해 조금 더 나은 수준이라 여겼지만 철저한 착각이었다.

성진은 신이나 악마가 찾아오지 않는 이상 목숨을 위협할 수 없는 존재라고 여겨졌다.

“쓸데없는 소리는 됐습니다. 김형석 씨는 어서 탈출이나 하도록 하세요. 나는 빨리 장관님을 모시고 이 자리를 벗어나겠습니다.”

“예.”

김형석은 적이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 이 근처를 빠져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회장님.”

가볍게 목례하고 신속하게 건물을 빠져나가는 김형석을 보면서 성진은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돌아보며 물었다.

“장관님. 가시겠습니까?”

“으음. 부탁하지요.”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성진의 압도적인 강함을 보면서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아직 자신에 대한 의도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성진을 보면서 자신의 목숨을 유일하게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서글프기도 했다.

그러나 성진이 방금 보여준 압도적인 강함은 장관 자신의 목숨을 지켜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성진은 장관을 자신의 등에 업히도록 한 뒤 빠르게 건물을 벗어나 도보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 근처 동네를 한참 벗어난 뒤에 자동차를 구해 추적을 따돌릴 생각이었다.

*   *   *

성진 일행이 사라지고 몇십 분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일본 경찰은 난장판이 된 상황과 총기를 든 채로 나뒹굴어져 있는 남자들을 보면서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말단 순사에 불과한 경찰관들은 갑자기 한적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일에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쿠르르르륵 거리는 지축을 울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뿌연 먼지와 함께 포대를 높이 올린 거대한 차량이 눈앞에 보였다.

경찰관들은 순간 그게 탱크인가 싶었지만, 곧 그게 자위대의 행사장에서 보였던 바퀴가 달린 장갑차라는 걸 깨달았다.

‘자위대가 출동하다니?’

급하게 상부에 보고를 넣으면서 경찰관은 허둥댔다. 말단 순경인 그들로서는 자위대까지 움직이는 이 상황의 급박한 이면을 전혀 알 수 없었다. 

<6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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