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130화 (13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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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자대면

    성진은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무사히 구출했다는 김형석의 전화 보고를 받고 즉시 변장한 채로 호텔을 나섰다.

    비록 호텔에서는 무사히 따돌렸지만, 혹시 모를 주변의 미행이나 감시가 있는지 인공지능 팔찌가 면밀히 추적하며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물론 그 역시 어떤 징후도 포착할 수 없었다.

    “김형석 씨. 지금 어디죠?”

    - 나카노구의 여관입니다. 아직 도쿄를 빠져나가는 건 위험할 거 같아서요.

    “잘했습니다. 내가 가서 직접 장관님을 뵙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정확한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 예.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지고 성진은 김형식이 보낸 주소를 향해 직접 이동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혹시 흔적이 남을 우려 때문에 성진은 근처를 지나가는 모터사이클 소유자에게 즉석에서 거액 현금을 안겨주고 모터사이클을 넘겨받았다.

    곧 모터사이클이 울려대는 굉음이 성진을 태우고 나카노를 향해 질주했다.

    *   *   *

    허름한 여관방이었지만 일본인들 특유의 청결주의 탓인지 혹은 이 여관의 특징인지 비교적 깨끗하고 쾌적한 맛이 있어서 김형석은 안도했다.

    “죄송합니다, 장관님. 이런 곳에 모실 수밖에 없는 사정 양해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호텔은 CCTV에 화면이 뜰 테니 위험하다는 거겠죠?”

    “예. 죄송합니다.”

    “으흠. 아니에요. 그 정도는 당연히 이해합니다.”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김형석을 아직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그가 자신을 지키는 이유도, 목적도 정체도 전혀 알지 못했으므로 당연한 노릇이었다.

    “난 이제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아졌어요. 그들이 왜 날 죽이려는 건지, 그리고 정말 궁금한 건 김형석 씨는 어떻게 내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걸 알게 된 겁니까.”

    “그건…….”

    김형석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뭐라 말하려 했지만 충분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제길. 뭐라 대답한담.’

    김형석은 그저 성진이 시키는 대로 따라 들어갔을 뿐. 장관이 어떻게 그때 위기에 처했는지 김형석은 당연히 모른다.

    성진의 지시대로 움직였을 뿐인 자신이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의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해 줄 수는 없는 처지였다.

    “그게…….”

    일단 무작정 말문을 연 김형석의 말은 곧 잘렸다.

    “제가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문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김형석은 자리에서 서둘러 일어났다.

    “회장님?”

    여닫이 방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성진의 모습이 드러났다. 비록 분장의 흔적이 약간 남아 있었지만 앳된 청년의 모습을 한 성진의 모습에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의 눈은 다시 한 번 이채를 띄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새로운 방사능 제거기술을 개발한 네오 테크비전의 CEO 한성진이라고 합니다.”

    “한성진? 아니 그럼 당신이…….”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이 정말 네오 테크비전의 회장 한성진 씨요?”

    “그렇습니다. 장관님께서도 TV나 신문에서 제 얼굴을 보신 적이 있지 않으신지요?”

    “글쎄……. 미안하지만 난 보도자료를 잘 보지 않아서…….”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성진을 바라봤다.

    “뭐 괜찮습니다. 제가 이제부터 하나하나 믿도록 해드릴 테니까요.”

    성진은 득의만면한 얼굴로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바라봤다.

    허나 여전히 의심의 눈으로 성진을 바라보는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해명을 요구했다.

    “그래요? 그렇다면 내가 살해당할 위기에 빠진 걸 대체 어떻게 알게 됐는지부터 설명해주시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어야 할 거요.”

    “그 부분이라면 먼저 이걸 보여드려야겠군요.”

    성진은 가방에서 휴대용 오디오플레이어를 꺼내 들었다.

    “이건 왜?”

    그리고 그 직후 성진이 휴대용 오디오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누르자 놀라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환경성…… 장관을…… 죽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후지야마 자네의 용기 있는…… 결단을…….

    -……하지만…… 무슨……수로…….

    -……마츠시마 장관은…… 메밀…… 알레르기가 있지…….

    -그럼…… 날짜는…….

    성진은 거기까지 흘러나오자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최근에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님을 노리는 특정한 몇몇 인물들의 소행을 감시해왔습니다.”

    실은 일본 정계의 주요 인물들의 휴대폰을, 심지어는 도청방지폰까지 샅샅이 도청해 온 성진이었다. 그 중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의 암살 공모가 잡히자 성진의 촉각이 발동한 것이었다.

    ‘만약 전화 통화를 하지 않고 직접 말했다면 알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그들이 전화로 말한 사실 자체가 성진이나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에게나 천운인 셈이었다.

    “허어…….”

    그러나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 본인은 자신을 조직적으로 살해하려 한 정황이 존재한다는 걸 직접 확인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도대체 왜 나를 죽이려 한 거지? 아니 대체 왜…….”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으로서는 어처구니없고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내가 방사능 제거 기술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으로 찬성해서인가? 겨우 그 정도 일 때문에?”

    일본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방사능 제거 기술 도입을 적극 주장한 것이 암살 시도를 부르다니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성진은 그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건네려다가 도리어 성진을 노려본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으로부터 재차 질문을 당했다.

    “그런데 당신은 대체 왜 내 주변을 조사한 겁니까? 직접 도청까지 해가면서.”

    당황한 와중에도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은 냉정하게 상황을 통찰했다.

    이 와중에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성진이 도청까지 했다는 사실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거야 제가…….”

    성진이 대답하려는 찰나였다.

    인공지능 팔찌가 갑자기 경고음을 뿌렸다.

    -마스터. 마츠시마 장관의 신변에서 특정한 파장의 전기 신호가 잡힙니다.

    ‘뭐?’

    -죄송합니다. 마스터. 워낙 희미하고 특이한 형태의 파장이라 신속한 분석을 못 했습니다.

    -해당 파장은 추적을 위한 위치 발신 신호로 해석됩니다. 마스터! 지금 당장 제거를…….

    인공지능 팔찌의 경고와 동시에 여관 방문 너머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츠시마 다카시 장관님 거기 계십니까? 저는 총리대신께서 보내신 엔도 츠요시라고 합니다.”

     14. 우발

    바깥에서 별안간 인기척이 나타났다. 게다가 인공지능 팔찌가 그들의 목소리를 즉석에서 분석한 결과 긴장과 적대감이 나타났다.

    ‘적인가?’

    -상당히 높은 확률로 긴장과 적대적인 의사가 표출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인기척을 낸 이들의 호흡과 맥박, 각종 신체 작용을 감지한 인공지능 팔찌는 바깥에서 나타난 이들이 적이 될 것이라 확신하는 듯했다.

    성진은 잠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인공지능 팔찌에게 명령했다.

    ‘인지 가속을 가동시켜.’

    -알겠습니다. 마스터.

    곧바로 성진의 눈앞에 펼쳐진 사방의 시공이 정지하고 성진의 두뇌 속 뉴런 신호만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가속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닥치게 될 부작용과 고통을 감안하면 이 상황에서 무작정 멈추고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잠깐 동안 상황을 정리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먼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발신기라고?’

    성진은 지금까지 인공지능 팔찌의 기계적인 성능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정확성을 확신해왔다.

    때문에 이렇게 체내에 발신기가 담겨져 있는 상황을 인공지능 팔찌가 눈치 채지 못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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