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103화 (103/185)
  • <-- 103 회: 4권 - 013. 폭풍 전야 & 014. 어둠의 손길 -->

    “법률적으로 아주 깨끗하더군요. 본적지, 주소 내력 등 완전히 잘 잡혀 있는 신분이던데. 그 정도로 완벽한 신분일 줄은 몰랐습니다.”

    김형석은 성진에게 완전히 고마운 투로 얘기했다.

    그 모습을 본 성진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려서 반말 대신 존댓말로 얘기했다.

    사실 자신보다 연장자인 김형석이 존대를 하는데 자신만 하대하기가 살짝 불편했기 때문이다.

    “고맙게 여기고 열심히 일해요, 김형석 씨. 그러면 됩니다.”

    김형석은 그런 성진을 바라보며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음? 뭐죠.”

    “저기…… 보스께서는 정체가 뭡니까.”

    “정체요?”

    성진은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정체가 궁금해서 그렇게 망설이며 물었단 말인가.

    “내 정체가 왜 궁금한 겁니까.”

    “궁금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저한테 그럴 듯한 신분을 주신 건 그렇다 쳐도 제가 보스나 보스의 지인을 절대 공격할 수 없게 만든 금제는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특수한 장비를 삽입하셨다고 한 거 같긴 한데 말이죠.”

    그 순간 성진은 싸늘하게 말했다.

    문득 김형석이 자신에게 가해진 금제가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금제가 기분 나쁩니까?”

    “아. 아닙니다.”

    김형석은 손을 저었다.

    “제 사정이 있으니 보스께서 최소한의 안심을 위해 그리 조치하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김형석 씨는 현명한 거 같아서 좋습니다.”

    성진은 싸늘하게 대꾸하는 것을 그만두고 표정을 풀었다.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제 정체가 궁금하다는 거군요. 번듯하고 완벽한 신분까지 제공할 수 있는 점까지도요?”

    “예. 죄송하지만 정말 궁금한 건 사실입니다, 보스.”

    김형석은 내친 김에 의문점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사실 자신에게 보여준 성진의 능력은 충분히 경이적이었다.

    거기에 최근에 방사능제거기술을 발표하고 나니 성진에게는 분명 뭔가 특별한 비밀이 감춰져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성진은 그런 김형석의 마음을 이해했다.

    자신 같아도 궁금해할 법했다.

    허나 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김형석 씨가 내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고는 아직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 예.”

    김형석은 바로 표정을 굳히고 물러섰다.

    성진의 마음이 자신의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굳이 따져서 얻어낼 이유는 없었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자신은 어디까지나 성진의 자비심에 의존하는 처지였다.

    ‘내 비밀은 무덤까지 나만 가지고 간다.’

    성진은 남들 앞에서 인공지능 팔찌의 존재를 누설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자신 외에 누군가가 안다면 그만큼 비밀이 퍼질 확률이 높아지는 법이다.

    남을 믿는다는 것은 그가 실수를 안 할 것이라고 믿는 게 아니라, 그가 실수를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거라고 성진은 생각했다.

    그리고 이 경우, 성진은 인공지능 팔찌의 비밀이 누설되었을 경우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내 비밀이 퍼지면 내 목숨을 노릴 사람들이 많겠지.’

    단순히 개인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성진의 인공지능 팔찌를 탐내고도 남는다.

    정보기기와 과학기구가 발달한 현재 성진이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는가.

    그만큼의 권력을 확보한 상태도 아니다.

    그렇기에 김형석에게 단호하게 말한 성진이었지만 거기서 끝내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달래줄 필요가 있겠지.’

    앞으로 두고 부릴 사람에게 선을 그어서야 원활히 일이 되겠는가.

    성진이 마음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일을 원만히 처리하려면 기본적인 유대감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성진은 표정을 풀고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그 외에 부분에 대해서는 괜찮습니다. 나한테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김형석도 성진의 달래려는 의도를 깨닫고 표정을 풀었다.

    아직은 서로 간을 보고 서로를 재는 사이였지만, 성진은 김형석을 인간적으로 끌어들일 자신이 있었다.

    애당초 자신이 다루지 못할 거라 판단이 드는 인간이었다면 성진은 아예 김형석과 다시 얽히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처리했으리라.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내 목표는 아주 큽니다. 내 일을 도와서 좋은 성과를 얻는다면 김형석 씨도 크게 보답을 받을 겁니다. 내가 약속하죠.”

    “알겠습니다.”

    김형석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성진에게 힘으로 굴복할 때 마음속에 앙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성진의 능력과 자신에게 베풀어준 은혜는 분명하다.

    “참. 가족들 일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정치범이라면 감시가 아주 엄중할 텐데요.”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을 김형석의 가족 얘기를 꺼내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래도 그쪽 수용소 간부들이 뇌물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돈만 있으면 남이든 북이든 다 되는 세상입니다. 하핫.”

    능청스레 웃는 김형석의 표정에는 감출 수 없는 슬픔이 서려 있었다.

    10억이나 되는 돈을 한꺼번에 준 성진이 없었더라면 그는 지금도 악착같이 돈을 찾아 다녔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성진은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이 있었다.

    “그런데 남쪽에 내려와서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고 한 건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그 말을 들은 김형석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어린 시절 이후로는 살인기계가 되기 위해 교육받았습니다. 그런 저를 조국이 하루아침에 버렸으니 저도 조국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 나라에서 시킨 것처럼 살인을 하는 기계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성진은 납득했다.

    그리고 동시에 안심했다.

    성진은 김형석의 재주가 마음에 들었지만 그렇다고 사람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도살자를 거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 마음. 꼭 지키세요. 나는 사람 목숨을 물건처럼 생각하는 자와는 일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김형석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방금 자신은 성진의 시험을 통과한 것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보스. 명심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성진은 김형석과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주로 무술에 대한 얘기였는데 성진이 표학선 관장에게 배운 무예 동작들은 기본적인 선도무예 속에 현대 격투 기술을 종합해 개량한 면이 컸다.

    한마디로 과학적으로 정제된 격투 스포츠인 셈이었다.

    그러나 김형석의 기술은 말 그대로 살인기였다.

    짧고, 교묘한 동작으로 격투 상식을 허물어뜨리고 예상치 못한 자세에서 작은 동작으로 치명적인 일격을 날리는 살인 기술에 특화되어 있었다.

    성진은 김형석과의 대련과 간단한 설명을 통해서 그런 특징들을 자신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흠. 이게 군대에서 가르치는 살상 기술인가.’

    확실히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은 다른 여타의 격투 기술과는 달랐다.

    신체단련보다는 사람의 약점을 공략하고 목숨을 끊어내는 데 목적을 둔 악랄함이 돋보였다.

    ‘하지만 알아두면 쓸모가 있겠지.’

    성진 자신이 그런 기술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 간단히 알아둘 필요는 있을 듯싶었다.

    그렇게 김형석과 대화를 끝낸 성진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전화기가 거세게 울려댔다.

    “여보세요?”

    “회장님.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요즘 네오 테크비전의 실질적인 업무를 도맡느라 정신이 없을 박윤호 상무였다.

    잔뜩 상기된 그의 목소리에 성진은 좋은 일이겠거니 짐작하며 물었다.

    “기쁜 소식이요?”

    “예. 방금 유엔에서 저희 회사에 기술 확인을 제안했습니다.”

    “예?”

    생각하지도 못한 말에 성진은 깜짝 놀랐다.

    “아니. 유엔이라구요? 국제연합을 말하는 겁니까?”

    “예.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저희 방사능제거기술의 실제 성능을 확인하러 과학자들을 파견하고 싶답니다.”

    “하!”

    성진은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분명 엄청난 이득이 될 일이었다.

    유엔의 국제 원자력 기구에서 성진의 기술을 확인한다면, 당장 유엔의 보증을 받는 더욱 확실한 기술로 거듭나는 셈이었다.

    “좋습니다. 바로 수락하시고 필요한 협조를 진행하세요.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예. 그러면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고생하세요 박 전무님. 지금 가서 보죠.”

    “예. 회장님.”

    전화를 끊은 성진은 급하게 차에 올라탔다.

    “회사로 가자.”

    알겠습니다, 마스터.

    바로 차를 출발시킨 인공지능 팔찌는 네오 테크비전 사로 차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014. 어둠의 손길

    부랴부랴 회사로 돌아온 성진은 즉시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

    즉시 성진의 집무실로 모인 간부들은 그 사이에 부지런하게 정리한 자료들로 즉시 브리핑을 시작했다.

    “유엔의 원자력감시기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설립한 기구입니다. 때문에 그동안 원자력의 최대 부작용인 방사능에 대해서도 우려해온 기구인데 이번 우리 회사의 방사능 제거 기계인 ‘안티 라디오’의 성능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윤호 전무의 설명에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견은 확실한 겁니까?”

    “예. 그쪽에서 우리만 동의한다면 즉시 과학자들을 파견해서 직접 측정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양해각서도 팩스로 보내왔습니다. 다만 과학자들이 기간 내에 투숙할 장소나 체류 비용도 우리 쪽에서 부담하는 걸 바라더군요.”

    “흠. 좋습니다.”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학자들의 체류 비용쯤은 얻게 될 이익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바로 진행해요. 원활하게 협조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세요. 아! 그리고 홍보실은 언론에도 보도 자료를 흘리시구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 외 여러 부서에 지시를 내린 성진은 손뼉을 부딪치면서 업무를 재촉했다.

    “자, 해산. 바쁘게 움직입시다.”

    * * *

    고요함이 사방을 채운 깊은 밤.

    거대한 한옥집 앞으로 차량 한 대가 조용히 굴러 들어왔다.

    그 차량은 국내에 소유자가 몇 안 된다는 최고급 리무진 세단이었다.

    방탄은 물론 최고급 내부 마감재로 어우러진 해외 유명 차량 메이커의 최신 리무진 세단의 문이 열리고 바쁘게 내린 젊은 남자가 뒤쪽 문을 열었다.

    그제야 그 안에서 진짜 주인이 몸을 일으켰다.

    “들어가지.”

    “예. 회장님.”

    그는 바로 하재혁.

    대한민국에서 누구라도 최고의 대기업임을 부인하지 않는 강후그룹의 오너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을 이끄는 그가 수행원들만을 대동한 채 대문으로 다가가자, 문을 지키던 남자들이 꾸벅 인사하고 공손히 몸을 숙였다.

    겉은 나무로 만든 듯한 고전적인 모양새였지만, 전자식인지 버튼을 누른 것만으로도 양 가장자리로 끌려 들어갔다.

    그 문 너머에는 아기자기한 돌과 나무들로 꾸며진 정원이 놓여 있었다.

    정원 손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일본풍으로 꾸며졌음을 누구나 알리라.

    “여긴 언제 와도 아늑하구만.”

    하재혁이 감탄하는데 젊은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 나와 종종걸음을 치며 다가왔다.

    고운 얼굴에 연한 화장을 칠한 그녀는 젊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중년의 농염한 매력도 동시에 풍기는 여인이었다.

    묘한 목소리와 몸짓을 흘린 그녀는 하재혁을 보며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어르신께서는 안채에서 기다리십니다.”

    “음. 그래.”

    하재혁은 그런 여인의 기모노 속에 감춰진 봉긋한 젖가슴을 슬쩍 훑어보고 입맛을 다셨다.

    상류계급의 지배자들만이 존재를 아는 최고급 요정.

    그리고 이 요정의 현역 마담인 그녀도 온몸으로 오싹한 색기를 흘리는 최고급의 여자였다.

    때문에 하재혁도 그녀를 보면 마음이 동하는 게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능구렁이를 상대해야 하니 오늘은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하재혁은 속으로 쓴웃음을 짓고 안채로 들어섰다.

    곧 여자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서자 하재혁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저 왔습니다, 어르신. 그간 격조했습니다.”

    하재혁이 강후그룹의 오너가 된 이후로 그가 사석에서 존대하는 인간은 대통령과 그에 준하는 고위 인사뿐이다.

    눈앞의 노인은 어떤 공직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하재혁에게 존대를 받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허허. 어서 오시게. 바쁜 사람 불러내서 미안하게 됐소.”

    노인은 껄껄 웃으면서 반공대를 했다.

    하재혁은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목구멍에 침이 차올랐다.

    그는 어둠속에서 대한민국의 정계를 움직이는 늙은 괴물이었다.

    저 표리부동한 얼굴에 속았다가는 대한민국 최고의 힘을 자신하는 자신의 가업도 절단 나는 수가 있음을 잘 알았다.

    “미안이라니요. 제가 찾아뵈었어야 되는데. 어쨌든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요. 이거 이렇게 모인 것도 참 반가운 일이지만, 서로 바쁘니까 본론으로 갑시다.”

    노인은 단 한 장의 사진을 하재혁에게 건넸다.

    그 사진 속의 인물은 젊은 남자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이건…….”

    “그래요. 요즘 하 회장 골머리를 앓게 하는 한성진이라는 젊은 친구지.”

    “골머리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그냥 조금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입니다만…….”

    하재혁은 손사래를 치며 태연한 체 했지만 실상 성진에게 접근할 수단을 찾느라 애쓰는 것이 사실이었다.

    최근에 유엔에서 네오 테크비전 사에 접촉했다는 소식까지 포착되었다.

    성진이 가진 네오 테크비전 사와 방사능제거기술의 몸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는데 성진을 압박할 만한 수단이 별로 없어보였다.

    그로서는 눈앞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날아다니는데 손쓰지 못하고 구경만 하는 기분이었다.

    “하 회장. 내가 이 친구하고 사실 각별한 인연이 있소.”

    “인연이요?”

    “그렇소. 박천중이라고 아시나?”

    “아…… 플루토 투자그룹의 창업주였죠.”

    얼마 전에 복지재단을 만든다고 재계를 은퇴해버린 사람이었다.

    주변에서는 괴짜 취급을 받으며 훌훌 떠나버린 사람이었는데, 생각해보니 그의 뒤를 이어받은 자가 바로 한성진이었다.

    “아! 혹시 이 한성진이라는 친구와 인연이 있으시다는 게…….”

    “그렇소.”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 박천중이한테 한방 먹은 적이 있어. 쪽팔려서 어디 소문은 안 냈는데 말이야…… 그거 잘 생각해 보니, 이 친구가 한 짓 같단 말이지?”

    노인은 사진 속의 성진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기면서 말했다.

    “어떻소? 생각 있소?”

    대답 대신 하재혁은 노인을 보며 표정을 읽으려 애썼지만 아무것도 건질 수가 없었다.

    살벌한 재계에서 여러 인간을 상대한 그지만 수십 년을 자신의 힘만으로 버틴 늙은 괴물을 상대하는 건 무리임을 깨달았다.

    “…… 알겠습니다. 뭐 제가 손해 볼 일은 없겠지요.”

    하재혁은 노인을 빤히 바라보면서 씹어 뱉듯 말했다.

    그로서는 노인을 이용해서 성진을 압박하면 그만이다.

    ‘기술만 빼먹고 나면 그만이니까.’

    그런 하재혁을 바라보는 노인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쩐지 노인의 입가에 담긴 주름과 얽혀서 잔혹하고 교활해 보이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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