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회: 4권 - 001. 신기술 -->
에너지 문제는 모든 인류, 국가의 관심사다.
문명과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서 드는 막대한 에너지.
매년 발생하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느라 애를 쓰는 한국 정부를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소는 양날의 칼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막대한 전력을 창출해내는 보배임과 동시에 갑작스런 사고의 위험과 사후 폐기물 처리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안겨준다.
결국 가장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문제는 바로 방사능이다.
“방사능제거기술을 도입한다면 지금 수요가 있을까?”
확인 결과 현재 방사능오염 지역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태입니다.
인공지능 팔찌는 세계 곳곳의 방사능오염 문제 현황을 보여줬다.
심지어는 방사능오염 문제와는 별 관련 없을 줄 알았던 미국조차도, 헨포드라는 지역에서 방사능으로 인한 주민 피해를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흐음…….”
세계 곳곳의 방사능오염 문제 현황을 살펴본 성진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역시 방사능 문제로 인해 골치를 앓는 지역이나 국가가 꽤 있었구나.”
그렇습니다, 마스터. 특히 최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역대 최고의 방사능 사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갖가지 이상 돌연변이 동식물들이 일본 전 지역에 걸쳐서 발견,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래? 그 정도라면 정말 심각한 상태일 텐데.”
성진은 일본 방사능 문제로 추정되는 여러 사례나 징후를 살펴보면서 생각보다 문제가 더 중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가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이라면, 만약을 대비해서라도 하루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좋아. 그러면 그 방사능제거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알려줘.”
방사능은 물질의 급격한 붕괴로 인해 발생하는 파장입니다. 때문에 이 물질 붕괴를 유도하는 방사능 물질, 방사성 핵종의 상태를 강제로 안정화시키는 에너지 파장을 발사합니다.
“에너지 파장이라고?”
그렇습니다, 마스터. 해당 에너지 파장은 출력에 따라 공기층은 물론, 토양 지층에 대한 정화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 에너지 파장을 뿌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렇습니다, 마스터.
“흐음. 그렇다면 그 에너지 파장을 만드는 비용이 걱정인데…….”
해당 에너지 파장을 발생시키는 데 있어서, 현재 인류의 전력 기술로도 충분한 양을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인공지능 팔찌는 방사능 제거 파장을 만드는 비용도 저렴한 편임을 강조했다.
성진은 앞으로 이 방사능제거기술을 가지고 얻어낼 수 있는 성과가 벌써 눈앞에 잡히는 듯 느껴졌다.
“후우. 좋아. 그러면 이거 진짜 초대박인데.”
가슴 한구석이 떨려온다.
이제껏 인공지능 팔찌를 통해서 막대한 지식을 얻고 새로운 꿈도 키웠다.
하지만 방사능제거기술은 이제껏 얻어온 것들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수준의 기회였다.
아니 오히려, 인공지능 팔찌 덕분에 지식과 통찰력을 얻어왔기에 더욱더 그 의미를 간파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해당 기술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예산이나 설비 등을 좀 더 조사해줘.”
알겠습니다, 마스터.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됩니다.
간단한 일은 아닌지, 인공지능 팔찌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지금 당장은 상관없어. 천천히 진행해.”
어차피 지금 당장 방사능 기술을 통한 사업에 집착할 마음은 없다.
현재 하는 일만으로도 성진은 꽤 바쁘게 지내는 편이었다.
더욱이 최근의 일을 겪으면서 성진은 세상사가 간단하게 굴러가는 것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내가 이런 엄청난 기술을 내놓으면 괜히 엉뚱한 말썽이 생길 수도 있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 해도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거기에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일은 간단한 게 아니다.
성진의 신기술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좀 더 철저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진행이 되는 대로 보고해줘.”
알겠습니다, 마스터.
인공지능 팔찌에게 지시 사항을 일러둔 성진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로운 목표가 생긴 밤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일찍 회사로 출근한성진은 들뜬 마음으로 차를 몰았다.
차를 몰고 정문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푸른색 경비복을 입은 정문 경비원이 얼른 고개를 숙였다.
“나오셨습니까! 사장님.”
“예.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닙니다. 고생스러운 건 전혀 없습니다.”
성진의 말을 받는 40대 경비원은 밝은 기색이었다.
성진은 경비원을 채용하면서도 면접을 모두 직접 봤다.
개중 젊은 지원자도 많았고, 좀 더 나은 조건의 지원자도 넘쳐났지만 성진은 의외로 중년층의 경비원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했다.
그들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간절함이 보였기 때문이다.
‘부양할 가족들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사람을 믿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일일이 인공지능 팔찌의 나노 로봇을 심어서 감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는 나노 로봇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었다.
‘책임질 가족이 있다면 그래도 낫겠지.’
성진은 그래서 그중 가장 절박한 심리가 느껴지는 사람들을 선택했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사념이 느껴진 사람들이 우선 대상이었다.
“계속 수고해주세요.”
“예, 사장님.”
다시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경비원을 뒤로하고 성진은 천천히 주차장 쪽으로 차를 몰았다.
차에서 내린 성진이 슬쩍 정문을 돌아보니 경비원들은 묵묵히 근무에 매진하는 중이었지만 표정에 어두운 기색은 없었다.
성진이 다른 여타 경비직 자리보다 좀 더 많은 월급을 지불하는데다가, 근무 여건에 있어서도 너무 힘들지 않게끔 여러 명이 잦은 교대근무를 하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어느 부서, 어느 직원들이든 최대한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 성진의 생각이었다.
“뭐, 그렇다고 마냥 충성하지는 않겠지만.”
개중 근무 태도가 지나치게 불성실한 일부 사원을 감시해서 언제든지 인사정리를 할 생각도 있었다.
성진은 내가 잘해주는 만큼 남도 잘해주길 무조건적으로 바라는 순진한 사람이 아니다.
어차피 인간은 이기적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다만 그 호의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더욱 많으리라 믿었다.
‘본분을 다하는 사람들은 가려내야지.’
자신의 조직관리 원칙을 정리하면서 성진은 회사 현관으로 향했다.
성진을 알아본 직원들이 너도나도 고개를 숙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사장님.”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성진은 바로 사장실로 들어갔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더라?”
오전 9시 정기 간부회의가 있습니다. 이후 오후 1시에 투자 요청자들과의 단체 미팅이 잡혀 있습니다.
인공지능 팔찌는 성진의 요청에 따라 즉시 하루 일과 시간을 줄줄이 읊었다.
“음. 그래 알았어. 그러고 보니 이제 곧 회의 시간이네.”
그렇습니다, 마스터.
“좋아. 간부들한테 회의소집 메시지 보내줘.”
예. 알겠습니다, 마스터.
사실상 자잘한 업무 등은 모두 인공지능 팔찌가 처리해주는 터였다.
때문에 성진은 비서를 따로 고용하지 않고도 원활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좋아. 회의실로 가볼까.”
성진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 * *
“이번 분기 수익은 매우 순조롭습니다. 수익 달성 목표가 훨씬 빨리…….”
직원들의 브리핑이 이루어지는 동안 성진은 적절히 제스처를 취하면서 의사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