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76화 (76/185)

<-- 76 회: 3권 - 재회 -->

벤처 투자사라고 해서 벤처 회사들에게 무조건 친절한 것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건전한 벤처 사업가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세상에는 그만큼의 사기꾼들도 득실거린다.

사업 아이템을 가져와 투자를 요청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성진은 한탄을 했다.

“또 사기꾼인가?”

대뜸 튀어나온 말에 한창 설명에 열을 올리던 상대방은 돌연 정색했다.

“무슨 소리요? 사기꾼이라니.”

“아하. 지금도 찔리면서 뭘 그러시나?

성진이 사기꾼으로 판정한 상대는 제 자리에서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아니 사기꾼이라니! 내가 어딜 봐서 사기꾼이야! 돈 없으면 사기꾼이냐? 이거이거, 인격 모욕이야 인격 모욕.”

“아휴. 그래. 인격 모욕이고 뭐고 콩밥이나 드세요.”

성진은 눈앞에서 날뛰는 상대방의 어깨를 단숨에 짚었다.

“크앗!”

“엄살은. 힘만 뺀 거니까 잠깐 얌전히 있어.”

축 늘어져서 자리에 다시 도로 앉힌 상대를 보고 성진은 한숨을 흘렸다.

- 경악, 흥분 등의 복잡한 감정 상태가 보입니다.

- 혈류량과 맥박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팔찌의 대사 스캔과 감정 분석이 실시간으로 보고됐다.

성진은 사념 해석을 통해서 녀석이 사기꾼임을 이미 알아차린 상태였다.

“운이 없구만. 하필이면 나한테 사기를 치려고 들고.”

성진은 휴대폰을 들었다.

“거기 경찰서죠? 예. 여기 현행 사기범이 있어서요. 아마 조회해보시면 전과도 꽤…….”

거기까지 들은 상대방은 소리를 꽥 질렀다.

“으악! 안 돼! 한번만 봐줘.”

“예. 빨리 와주십시오. 플루토 자산운용 사무실입니다. 예.”

신고를 마친 성진은 잠시 후 경찰이 데리고 나가는 사기꾼을 보면서 혀를 찼다.

“야, 이 자식들아! 내가 이 회사가 망할 때까지 저주할 거다! 이 빌어먹을 회사!”

그 모습을 보면서 다른 직원들 모두 어처구니가 없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회사가 망하려면 한참은 이르지.”

성진은 피식 비웃었다.

투자회사는 투자처가 중요하다.

채권, 광물, 철강, 농산품 등.

돈만 있다면 세상에 투자할 곳은 기업 말고도 많다.

세상의 고급 정보들을 손아귀에 쥔 것이나 다름없는 성진은 이미 엄청난 고수익이 예측되는 사업에 굉장한 자금들을 투자했다.

그 자금들은 모두 회사 공금으로 처리되었지만 성진 개인의 재산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어린 사장이 있는 곳이니 따로 투자하는 사람도 없고 말이야.”

성진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지 투자금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이는 투자 회사로서는 치명적인 문제다.

하지만 성진은 전혀 부담이 없었다.

오히려 편했다.

어차피 회사 간판은 성진의 재산을 합법적이고 자연스럽게 불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흐음. 기업 투자 조건을 완화하니까 사기꾼들만 들끓는군요.”

성진의 말에 옆에 있던 박윤호가 애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사장님. 저런 사기꾼들 때문에 오히려 정상적인 벤처 사업가들이 투자를 받기 어려운 측면이 크죠.”

“문제입니다. 창업이 원활하게 지원되어야 나라 경제에도 좋을 텐데.”

전진수도 말을 보탰다.

두 사람 모두 아직 조직규모가 작은 플루토 자산운용사의 몇 안 되는 간부이사들이었다.

실상 자산 운용사로서의 각각의 업무들은 다른 간부들과 직원들이 맡아서 처리하고 있었지만 성진이 반드시 직접 하는 것이 바로 이 기업투자자들을 면담하는 일이었다.

특히 아이디어를 들고 색다른 창업을 시도하겠다고 나서는 인물들은 거진 상당수가 사기꾼이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저 치들이 사기꾼이라는 걸 한 눈에 파악하십니까?”

성진이 그간 현장에서 단박에 파악해 낸 사기꾼들만 벌써 여러 명이었다.

“하핫. 나름대로 비결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사기꾼들이 계속 잡혀 나갔으니 우리 회사에는 무서워서 얼씬도 못하겠군요. 소문이 다 퍼졌겠습니다.”

“예.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참, 지난번에 투자금을 전달한 제조업체에서는 실적이 나왔나요?”

“예. 공장 인수했고, 벌써 미주지역에 약 오백만 달러 규모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답니다.”

“벌써요?”

“예. 아이디어가 워낙 훌륭한 업체였으니까요. 틈새 시장을 공략한 점이 주효했던 거 같습니다.”

“음. 알겠습니다.”

보고를 받은 성진은 다시 간부들을 돌려보냈다.

그동안 성진이 발굴한 기업체 중에서는 진짜배기들도 있었다.

사업체와 경영자의 마인드, 그리고 능력.

과거 실적과 앞으로의 비전 등 성진은 모두 한 눈에 파악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성진이 전달하는 투자금은 파격적인 수준이라 그들 모두는 불황임에도 모두 공격적인 경영에 매달렸다.

광물과 농산물 같은 자연 자원에 투자하는 금액은 대가는 크지만 정작 수익으로 돌아오는 기간은 길다.

반면 직접 투자한 기업들은 벌써 만만치 않은 수익금으로 성진에게 보답했다.

“후훗. 좋아.”

수익금 예상 현황을 살펴보는 성진의 입가에서 미소가 짙어졌다.

돈은 결국 힘이다.

그리고 이 사회가 의심하지 않는 방향으로 성진의 재산을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플루토 자산운용은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사이,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   *   *

성진은 비서를 따로 두지 않았다.

일정 관리, 주요 업무 내용 숙지 등을 모두 따로 처리해주는 똑똑한 비서가 항상 밀착해서 붙어 있으니까.

- 마스터. 현재 주요 투자처의 배당금 현황입니다.

- 특히 호주 농산품 펀드쪽에서 상당한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그래? 어느 정도지?”

- 대략 10% 가까이 되는 추가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0% 씩이나?”

- 예. 국제적인 이상기온과 가뭄으로 인해 곡물시세가 크게 올라 농산품의 시세가 크게 올랐습니다.

“음. 그래? 그럼 계속 주시해주고, 상황이 계속 유지될 거 같으면 투자금의 규모를 늘려줘.”

- 알겠습니다, 마스터.

인공지능 팔찌는 업무 현황을 보고함과 동시에 복잡한 업무 등도 순식간에 처리했다.

성진이 운영하는 플루토 자산운용의 조직 규모가 협소한 이유는 아직 초창기인 점도 있었지만 이렇게 중요한 업무를 인공지능 팔찌가 모두 처리해버리기 때문이다.

사장실에서 각 부처로 전달되어 나가는 서류의 양만 하루에 천여 장이 넘는다.

사정을 모르는 직원들은 어린 사장이 정력적인 업무 중독자라며 혀를 내둘렀다.

“후앗. 또 서류 내려왔네.”

전자 결재 시스템이 완비된 회사 내에서는 모든 서류가 메일로 돌고 돈다.

순식간에 사장실에서 하달된 서류를 접하는 직원들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던 것도 잠시.

곧 다시 업무에 매달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직원들은 모두 업무 부담이 거의 없다시피한 수준이었다.

투자사에서 중요하게 취급하는 분석과 기획 업무를 성진이 대부분 알아서 처리하니 다른 직원들이 하는 일은 아주 편안한 축이었다.

자산운용사의 근무 경험이 녹록한 다른 간부들은 이런 점이 신기했다.

“허어. 이맘때쯤 되면 몸이 축나도록 일을 해도 힘들기 마련인데, 이 회사는 영 편하네?”

“그러게 말이야. 이거야 원. 놀면서 월급 받는 기분이라 미안해질 지경이야.”

하지만 성진이라고 그들에게 아주 일을 시키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만, 사회적인 기준으로 볼 때 노동력과 업무 부담에 비해 보수가 월등히 나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장님이 그러고 보면 참 대단하시구만.”

“그래. 이거 나이 어린 사장이라 얕봤는데 이거 진짜 대단한 양반이었어.”

회사 내부에서도 성진에게 감탄을 보내는 시각이 높아졌다.

회사 내부의 주요 정보를 다루는 간부 직원들인 만큼, 일취월장하는 사세가 훤히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런 기적 같은 업무 성과를 자랑하는 사장실에서는 정작 다른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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