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 회: 3권 - 월남자 -->
빛 한 점 들지 않는 캄캄한 공간.
그 안에서 팔 다리가 결박당한 나이든 남자가 초조한 마음으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진 군이 와 줄까?’
그는 바로 박천중 회장이었다.
사지가 꼼짝없이 묶인 채로 어둠속에 갇혀 있는 그는 현재 유일한 희망인 단 한사람을 애타게 기다렸다.
‘설마 일이 잘못 되었다면…….’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성진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절박한 고비에 몰린 그가 도움을 청할 사람은 성진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니 지나친 위험 속에 끌어들였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나 혼자 짊어지고 갔어야 하는 일인데…….’
어둠속에서 그는 뒤늦은 후회로 한숨을 흘렸다.
그러고 있기를 한참.
끼릭거리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으음…….”
갑자기 쏟아지는 빛이 어둠에 익숙해져 있던 박천중 회장의 눈을 괴롭게 했다.
침침한 시야 속에 서 있는 흐릿한 남자의 형체.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그를 보고 박천중 회장은 긴장했다.
“누, 누구요!”
불행한 결과를 각오한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안심하십시오, 회장님. 접니다. 성진입니다.”
성진의 목소리를 들은 박천중 회장은 긴 헛숨을 토했다.
“허어!”
그러더니 곧 눈물이 나오도록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핫! 역시 성진 군이야! 성진 군 자네가 왔어!”
“예 회장님.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결박된 밧줄을 풀어준 성진은 박천중 회장의 몸 상태를 스캔했다.
- 경미한 탈진 증상이 확인됩니다.
- 그 외 별다른 신체적 이상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 팔찌의 신체스캔 결과 박천중 회장의 몸 상태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모양이었다.
“난 괜찮네. 그보다 자네 몸은 괜찮나?”
“예. 저는 괜찮습니다.”
“하아…… 그래. 정말 다행이구만. 난 혹시라도 자네까지 잘못되었을까봐 걱정했네.”
성진이 겪었을 위험을 짐작한 박천중 회장은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괜찮습니다. 저한테 부탁하시길 잘 한 겁니다.”
성진은 그런 박천중 회장을 이해했다.
박천중 회장은 성진의 무력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위험한 자를 상대하는 일에 성진을 끌어들인 것은 그로서도 엄청난 도박이었을 것이다.
“일단 여기서 나가시고 나중에 말씀하시죠.”
성진은 박천중 회장의 몸을 일으켜서 자신에게 업히게 했다.
“후우. 알겠네.”
긴장이 풀린 박천중 회장은 성진의 등에 업힌 채로 방을 나갔다.
조금씩 돌아오는 시야로 주변을 돌아보니 나와 수풀이 우거진 산골 아래에 폐품이 가득 쌓인 창고였다.
그리고 그 산자락 위로 일출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조금씩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태양을 보면서 박천중 회장은 살아남았다는 자각을 했다.
“하아.”
지독한 긴장이 마음속에서 사라진 박천중 회장은 어느덧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성진은 잠든 박천중 회장을 차에 조심스럽게 태웠다.
“고생하셨습니다.”
곤한 잠에 빠져든 박천중 회장을 격려한 성진은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 * *
남자는 격한 고통속에서 눈을 떴다.
온 몸을 내달리는 극심한 통증.
눈에는 천을 감아놨는지 눈꺼풀을 들 수 없었다.
양 손은 차가운 수갑이 잠겨 있고, 다리도 마찬가지로 발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그때 남자의 귓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의식이 돌아온 거 아니까 내숭 떨 생각은 마.”
목소리의 주인공은 성진이었다.
성진은 산 속에서 고투 끝에 생포한 놈을 즉시 현장에서 심문했다.
어떤 고통을 박천중 회장의 소재를 실토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흘러나오는 사념은 막을 수 없었다.
그 뒤 성진은 놈을 기절시킨 다음 핑크레터 팀의 사무실 빈 방에 가둬두고 박천중 회장을 구하러 가야 했다.
회장을 구출한 성진은 다시 놈의 처리를 고심해야 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성진의 고민 대상이 되어버린 남자는 묵묵부답인 채로 누운 채 미동조차 없었다.
“흐음…… 그렇게 입 꾹 다물고 있을 건가? 차영석씨?”
이름을 말하는 성진의 목소리에 남자는 반응을 보였다.
살짝 고개가 떨리는 것을 본 성진은 계속 말을 이었다.
“당신 이름이나 간단한 내력 정도는 알고 있어. 북한 정찰국 직할 산하 특수침투대 대위 차영석.”
그 말을 들은 즉시 남자는 수갑을 채운 상태임에도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네 놈은 뭐냐?”
목소리에 날이 잔뜩 섰다.
쇠를 긁는 듯한 카랑카랑한 저음.
그 목소리에 담긴 살기를 눈치챈 성진은 비웃음을 흘렸다.
“이봐. 당신 그렇게 힘 주면서 말할 처지가 아닌데? 내가 이대로 당신을 정보기관이나 군대에 넘기면 참 재밌는 일이 벌어지지 않겠어?”
여유를 부리는 성진은 이미 남자의 정체를 파악한 지 한참이었다.
* * *
박천중 회장의 위치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차영석은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어떤 말에도 설득당하지 않는 차영석을 보고 결국 성진은 분근착골을 써야 했다.
“미안하군.”
막대한 고통을 느끼는 와중에도 차영석은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머리속에서 발산되는 사념은 잡혔다.
성진은 쉴새 없이 박천중 회장의 소재를 캐물었다.
일부러 떠올리려 하지 않으려 해도 극심한 고통 속에서는 자유롭게 통제되지 않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었다.
‘쳇. 이런 짓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군.’
비록 불가피한 사정이 있더라도 성진이 하는 짓은 고문이었다.
직접 남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유쾌하게 여길 인간은 거의 없다.
신체적인 부작용과 후유증이 없는 것이 그나마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
그런데 한참을 살피던 사념 속에서 이상한 정보가 잡혔다.
‘엇? 이건…….’
사념 정보를 해석한 성진은 경악했다.
‘이 작자! 간첩이었어?’
간첩도 보통 간첩이 아니었다.
북한 고위 기구인 정찰국 직할의 최정예 공작원.
그의 아버지는 고위 관료였다.
스물 한 살에 대학을 조기졸업하고 곧바로 특수부대로 발탁된 엘리트 취급을 받은 인생이었다.
곧바로 이후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잡혔다.
상관과 함께 잠수정을 통해 국내로 위장 잠입한 후, 비밀스런 정찰과 첩보 임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임무가 끝난 순간 믿었던 상관이 총을 겨눴다.
- 동무! 동무의 아비는 남반부 반역 도당들과의 내통 혐의로 체포됐다.
- 어차피 동무의 아비는 국가의 반역자 신세야. 그리 되면 동무도 반역자인 것이다!
- 조국으로 돌아가서 죽느니…… 여기서 살으라우.
입대부터 지금까지 그를 아버지처럼 돌봐준 직속상관은 그를 풀어주었다.
그 자리에서 상관과 헤어진 그는 이후로 신분을 감춘 채 국내를 떠돌았다.
더러운 범죄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면서.
놈이 가진 의외의 내력에 성진은 놀라움을 느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정보는 들어오지 않았다.
“엇?”
놈이 의식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성진과의 격전 속에서 약화된 몸에 뒤이은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성진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놈을 업고 급하게 산을 내려와야 했다.
* * *
“내가 궁금한 건 말이야. 왜 그때 나한테 총을 쏘지 않았지? 나와 가까운 거리에서 대치했을 때 말이야.”
성진이 유룡보를 사용해 놈을 쫓았을 때.
지근거리까지 다가간 성진을 향해 놈은 돌아보며 권총을 겨눴다.
그러나 쏘지 않고 다시 도주를 택했다.
“왜지? 그때 총을 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남자. 전 공작부대 장교였던 차영석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급소를 피해서 맞출 자신이 없었지. 불필요한 살상은 하지 않는다.”
“그래?”
성진은 어이가 없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사람을 납치한데다 성진에게 다짜고짜 총질을 한 녀석이 불필요한 살상은 하지 않는다니.
“처음에는 나한테 총을 쏘지 않았나?”
“정강이를 겨눴지. 거길 맞아도 빠르게 연락을 취하면 살 수 있다. 휴대폰은 가지고 있지 않나?”
“미쳤군. 산 한복판에서 정강이에 총을 맞은 채로 있으라고? 처치가 늦어서 불구가 됐을 텐데.”
이죽거리는 성진에게 차영석은 차갑게 응수했다.
“죽는 것에 비할 수는 없지. 소음기를 장착해서 관통력도 약해진 파라블럼 권총탄이라면 적어도 뼈를 부수진 않았을 거다. 그리고 넌 멀쩡하지 않나?
“하! 웃기는 놈이구만.”
“우스워도 별 수 없다. 나는 남반부에 내려온 뒤로 적어도 직접 사람을 죽인 적은 없으니까. 이제는 내가 질문하지.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아는 거지?”
“글쎄. 네가 북쪽에 돌아가 봤자 죽은 목숨이라는 것 정도? 그리고 주제 넘는 짓은 하지 마라. 질문은 내가 한다.”
성진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차영석은 입을 다물었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성진이 자신에 대해 가장 중요한 비밀까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걸 아는 거지.’
혹시 성진이 국가정보원이나 군 정보기관의 요원일지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하지만 방금 성진은 정보기관이나 군대에 자신을 넘길지도 모른다며 협박을 했다.
‘그렇다면 군인이나 정보요원은 아니라는 소린가?’
머릿속에서 생각이 뒤엉켰다.
‘아니다. 오히려 속임수일 확률도 높겠지.’
불안이 냉정한 사고를 좀먹었다.
성진은 그런 차영석의 심리변화를 모두 포착하고 있었다.
- 감정적인 징후를 억제하는 훈련을 받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 일정 부분 이상 불안과 초조, 당황하는 심리상태가 부분 파악됩니다.
인공지능 팔찌는 차영석의 심리 변화를 냉철하게 포착했다.
겉으로는 의연하게 굴어도 인공지능 팔찌의 심리 분석을 속이기는 힘들다.
“사투리가 없는 걸 보니 한국말이 능숙하구만. 하긴 우리나라에서 떠돈 지가 5년째지?”
“나에 대해 알만큼 아는 모양이군. 정체가 뭐냐? 그리고 내가 두렵지 않으면 이 눈가리개부터 풀어주는 게 어떤가.”
“질문은 내가 한다고 했을 텐데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뭐 눈가리개쯤이야 풀어주지.”
성진은 차영석의 눈을 가리고 있던 눈가리개를 풀어주었다.
곧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차영석은 눈앞에 있는 성진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다시 보니 정말 어려 보이는군.”
“다시 보니까 댁은 좀 삭았어. 그런데 사투리가 없군? 하긴. 이 나라에서 숨어 다닌 지 5년이 넘지?”
성진은 다시 차영석의 신변정보를 입에 올리며 압박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자신이 차영석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일단 이렇게 간은 던져두고.’
성진은 차영석을 당분간 이용할 생각이었다.
이번 박천중 회장의 납치 사건으로 성진은 직접 부릴 수 있는 쓸만한 인력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놈이 가진 실력 하나는 확실했다.
‘적어도 사람을 일부러 안 죽였다는 게 그나마 낫기도 하고.’
성진은 놈이 범죄세력의 명령을 받고 날뛰던 하수인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허나 살인을 밥먹듯이 한 놈이었다면 일고의 여지도 없이 법의 심판을 받게 했을 것이다.
“이봐. 당신이 그런 짓거릴 하는 거, 돈 때문이지?”
차영석은 다시 흠칫 몸을 떨었다.
“무슨 소리냐.”
“북쪽에 아직 살아 있는지, 아닌지 모를 가족들. 그 가족들을 정치범 수용소에서 꺼내려면 수억이 필요하다지?”
성진은 차영석이 범죄에 관여하며 돈을 모으는 이유를 알았다.
그건 바로 아직 수용소에서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을 꺼내오기 위한 자금이었다.
“네가 가족들을 꺼내오는 데 필요한 돈. 모든 자금을 내가 댈 수 있다. 그것도 일시불로.”
성진의 통장에는 아직 수천억이 잠자고 있었다.
차영석이 애타게 갈구하는 그 돈을 건네는 것은 간단했다.
한껏 오만한 태도로 성진을 대하던 차영석이 인상을 구겼다.
성진은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을 쥐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차영석이 삶을 연명하는 가장 큰 동기를 성진은 거래 조건으로 붙이고 있었다.
“대신 내 명령에 따라 움직여. 월급도 챙겨주고, 때가 되면 안정적인 신분도 만들어주지. 어때? 대가가 후하지 않나?”
성진은 간단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차영석은 대답을 망설였다.
“무슨 능력이 있어서 그런 조건을 대는지는 몰라도, 널 뭘 믿고 응하지?”
그 말에 성진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이봐. 상황 파악이 아직도 안 돼? 나는 너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어. 아주 속속들이. 네가 이 제안을 거절하면 나는 지금 당장 정보기관에 널 넘길 거다.”
차영석의 표정이 한결 어두워졌다.
“나는 간첩신고를 한 시민으로 포상금 받아 챙기면 그만이야. 하지만 넌? 평생 감시 속에서 살게 될 걸? 당연히 지금처럼 범죄행각에 관여하면서 돈을 벌 수는 없지. 그리 되면 네 가족은 아마 정치범 수용소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거다.”
“으으…….”
차영석은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말했다.
“알겠다.”
“알겠으면 뭐? 내 말에 복종하겠나?”
성진은 서슬 시퍼런 눈으로 차영석을 노려봤다.
차영석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대답했다.
“그래. 좋다.”
“좋아.”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해. 잘 생각했어. 참. 네가 배신하고 도망쳐도 넌 절대 숨을 수 없다. 네 위치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심어놨거든.”
“장치라고?”
“그래. 덧붙여서 그 장치 때문에 나나, 내 주변 인물들에게 해를 끼치려 하면 네 머리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면서 온몸이 무기력해질 거다. 난 네 놈을 아직 못 믿거든.”
“뭐?”
차영석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올 황당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성진은 태연했다.
‘이미 네 놈 몸속에 나노 로봇을 심어놨지.’
성진이 놈의 몸속에 물과 함께 주입한 나노 로봇들은 각 신체를 떠돌면서 충실히 작동 중이었다.
상시적으로 작동시키게끔 관리할 수 있는 나노 로봇의 숫자는 한정적이다.
성진은 그 가용범위를 쪼개 상당한 숫자를 차영석의 몸에 집어넣었다.
“못 믿는 모양인데, 칼을 쥐어 줄 테니 나를 찔러보라고.”
성진은 압수했던 차영석의 칼을 던졌다.
“자!”성진은 차영석에게 칼을 건네고 무방비한 자세로 팔을 뻗었다.
“내 팔을 찔러봐.”
위험한 짓이다.
팔에 흐르는 대동맥이 터지면 응급처치에 실패할 경우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차영석은 성진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잠시.
번개처럼 칼을 움직인 차영석의 손속이 성진의 팔목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크악!”
고통에 겨운 신음을 흘리면서 차영석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내 말이 맞지?
성진은 그런 차영석에게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었다.
차영석이 아무리 가족을 위하고, 어쩔 수 없었다 해도 그간 저지른 잘못이 크다.
또한 같잖은 동정을 품기에는 너무 위험한 작자였다.
‘앞으로 네가 저지른 죗값 이상으로 철저히 부려주지.’
물론 차영석과 약속한 대가는 치룰 것이다.
열심히 일을 하게 하려면 그만한 반대급부가 보장되어야 하니까.
‘이제 멈추게 해줘.’
- 알겠습니다, 마스터.
인공지능 팔찌는 즉시 차영석에게 심어놓은 나노 로봇의 기능을 비활성화 시켰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겨우 풀려난 차영석은 경악을 담은 눈으로 성진을 바라봤다.
“이, 이런…… 정말 이런 게 있다니.”
삼장법사의 금관을 씌워 놓은 손오공의 심정이 이럴까.
이제 차영석은 꼼짝없이 성진의 노예가 된 기분이었다.
“체감은 잘 했지? 그럼 앞으로 잘 해보자고.”
성진은 그런 차영석을 보며 해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