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67화 (67/185)

<-- 67 회: 3권 - 불시 -->

*   *   *

박천중 회장이 비밀리에 구매한 별장은 딸 혜영의 해외 영주권 이름으로 구매해놓은 별장이었다.

때문에 그의 재산 목록상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고 그 구매 과정조차도 극도로 비밀스럽게 진행한 아지트였다.

마당은 작지만 작은 동산 위에 솟아난 작은 대나무 숲과 소나무 숲이 제법 울창하다.

주변 경관을 생각한 조림이었겠지만 경호상에는 최악이다.

현장 경호를 책임진 인솔 책임자는 숲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신경이 곤두섰다.

“하필이면 저런 게 집을 감싸고 있으니 원…….”

불청객들이 은닉처를 생각한다면 저만한 곳이 없으리라.

저녁 땅거미가 어스름하게 깔리면서 숲은 어둠속에 감춰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숲 안에서 작은 빛이 번쩍거렸다가 사라졌다.

“뭐지?”

인솔 책임자는 바로 무전기를 꺼내 지시했다.

“번개팀. 번개팀 응답바람.”

- 번개팀 수신감도 양호.”

“지금 보이는 숲 근처 주변으로 도베르만 끌고 한바퀴 둘러보기 바람.”

- 알겠다.

“지금 바로 신속하게 시작해서, 예정된 저녁 식사시간 직후까지 끝내기 바람.”

- 양호. 수신 완료.

무전을 끊은 인솔 책임자는 쌍안경으로 숲을 바라보았다.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시커멓게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유령들이 허수아비처럼 팔을 늘어뜨리고 몸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한층 더 불길하게 보였다.

“설마 뭐가 있겠냐마는…….”

숲을 바라보는 인솔 책임자의 뇌리에 계속 불안이 맴돌았다.

*   *   *

무전을 받아든 번개팀은 언짢은 표정이었다.

“차장님이 우릴 미워하시나?”

도베르만의 목줄을 당기면서 요원 한명이 한숨을 쉬었다.

“글쎄요. 다른 건 몰라도 진짜 매너는 별로시네요.”

그 옆에서 테이저 건을 점검하는 더 젊은 나이의 직원도 맞장구를 쳤다.

일반적인 스턴 건이 아니라 전선으로 연결된 전기충격탄환을 직접 발사해서 원거리의 적까지 제압하는 무기였다.

특수한 탄환 카트리지까지 합쳐 대당 270만원 선의 고가 모델.

사설 조직에게 실제 총기 보유를 절대 허락하지 않는 대한민국 법 체제에서 이들이 보유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장비였다.

이런 고가의 전문적 장비를 사용하는 것만 봐도 이들이 근무하는 회사의 전문성이나 명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더군다나 이들 모두 특수부대 출신의 정예 경호원들이었다.

“아이고. 그러고 보면 군대나 여기나 별 차이가 없어.”

차장의 지시가 필요한 것이겠거니 생각은 하지만 지금쯤 따뜻한 방 안에서 느긋하게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을 다른 팀원들을 생각하니 저절로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에휴. 짬 안 되면 뭐 별 수 있나. 두 패로 갈라지자. 나는 대나무 숲 쪽으로 돌아갈 테니까, 너희는 다시 소나무 숲 쪽으로 돌아.”

“예. 팀장님.”

번개팀 팀장이 직접 인솔하는 대나무 숲 수색조와 소나무 숲 수색조가 갈라져 움직였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던 시선이 있었다.

수색조가 눈앞에서 모두 사라지길 잠시 후.

그는 숨어있던 낙엽더미에서 몸을 일으켰다.

*   *   *

“3분 카레랑 3분 짜장, 만두. 뭐 기타 등등 인스턴트는 다 가져 왔습니다.”

태풍팀 식재료를 준비한 막내가 가져온 음식 목록을 읊었다.

그러자 태풍팀의 고참급에 속하는 요원이 짜증을 부렸다.

“아오오. 몇 달을 인스턴트만 먹는겨?”

“에이, 왜 그러십니까. 김치랑 쌀도 넉넉히 있습니다.”

“야, 김치야 라면 먹으려고 가져온 거 아니야. 쌀은 그게 주식이지 반찬이냐?”

“에헤헤.”

고참의 성질에 막내는 그저 고개만 조아릴 뿐이었다.

“아오. 하여튼 진짜 밥 해줄 아주머니라도 한 분 구하자니까. 그 놈의 보안이 뭐라고.”

한창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그는 내내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외곽에 설치한 CCTV화면이 노트북과 기타 확장 모니터에 출력되고 있었다.

그 때 화면에 수상한 물체가 잡혔다.

“어? 저게 뭐야.”

성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형상이 담벼락 쪽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설마…….”

뛰어넘으려는 것으로 짐작한 그가 실소를 흘렸다.

담벼락의 높이는 약 5m.

장대라도 동원하기 전에는 뛰어넘는다는 건 어림 반푼 어치도 없다.

 헌데 남자의 손 한쪽에 들린 이상한 물체가 보였다.

“어어……!”

그가 침음성을 흘리는 사이 남자의 손에서 던져진 물체가 허공을 날았다.

기다란 선에 매달린 그것은 갈고리처럼 생긴 쇳덩이었다.

놈은 갈고리 줄을 걸어서 담을 넘으려는 것이었다.

“으앗! 야! 비상 때려!”

경악한 남자가 고함을 쳤다.

막내가 허둥지둥 무전기를 켜서 비상 신호를 날렸다.

한창 다른 준비중이던 청룡팀 전원이 입고 있던 복장 그대로 집안에서 뛰쳐나왔다.

그럼에도 그들 손에는 테이저 건이 빠짐없이 들려 있었다.

군인이 총기를 늘 손에서 놓지 않듯, 그들은 테이저 건을 애용하고 신뢰했다.

“뭔 일이냐.”

인솔 책임자인 차장까지 메리아스 차림으로 뛰쳐나왔다.

입가에 면도거품이 묻어있는 걸 봐서 정말 급하게 뛰어나온 행색이었다.

다른 팀원들도 비슷한 행색이었다.

그들 모두에게 차장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필요 없었다.

이제 막 담벼락 위로 삐죽이 올라선 칼날이 담장 위에 늘어선 전기충격용 도선을 걷어내는 광경이 보였다.

칼날의 주인이 몸을 드러내려 하자 경악한 차장이 명령했다.

“쏴!”

테이저 건 탄환이 담벼락을 향해 날았다.

하지만 탄환의 목표물은 사라지듯 다시 담벼락 아래로 꺼져버렸다.

발사된 탄환이 담벼락 위로 날아가고 그와 동시에 원래 보였던 위치에서 살짝 좌측으로 떨어진 위치에서 불청객이 몸을 솟구쳤다.

그 즉시 침입자가 5m가 넘는 담벼락 아래로 튀어 내려왔다.

“으앗!”

다시 테이저 건이 겨눠졌지만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침입자가 손으로 무언가를 던졌다.

테이저 건이 발사됨과 동시에 침입자의 손을 떠난 무언가가 테이저 건 총구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큭!”

테이저 건에 맞은 침입자는 그들을 비웃듯 몸에 꽂힌 침을 달아놓은 채로 바로 몸을 움직였다.

요원들이 자신의 테이저 건을 확인해보니 탄환과 이어져야 할 전선줄이 끊어져 있었다.

“망할!”

차장은 긴장으로 숨이 막혀왔다.

담벼락에서 떨어져 내리는 그 와중에 테이저 건의 총구로 암기를 날린단 말인가?

그런 인종을 차장은 딱 두 종류 알고 있었다.

‘설마…….’

떨려오는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차장은 발작적으로 고함을 쳤다.

“젠장! 막아!”

*   *   *

“혹시…… 당신…….”

차장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침입자를 바라봤다. 자신을 비롯한 요원들은 눈앞에서 허무하게 제압당해버렸다.

이 모든 상황이 오직 단 한 사람.

눈앞에 서 있는 남자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자는 차장에게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다가가 손칼을 꽂았다.

“흡!”

지친 상태에서 뒷목을 가격당한 차장은 무력하게 쓰러져버렸다.

‘날 알아본 건가…….’

이들을 상대해 본 남자는 군인의 느낌을 받았다.

적어도 특전사 출신의 인물이라면 자신의 내력을 대충 눈치 챘을 가능성은 있다.

“하긴. 상관은 없지.”

남자는 순식간에 초토화시켜버린 마당을 뒤로 하고 신속하게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도베르만을 끌고 나간 다른 경호원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목표물을 확보해야 했다.

*   *   *

“최진곤 의원이라고?”

성진의 전화를 받은 박천중 회장은 눈을 부릅떴다.

- 예 회장님.

- 최진곤 의원이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있습니다.

“음, 알았네. 계속 연락 부탁하네.”

- 예. 거긴 어떠십니까?

“괜찮아. 경호원들도 다들 수준급의 인재들일세. 안심해도 돼.”

그때 바깥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고함소리로 짐작되는 소리가 들리자 박천중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진 군. 밖이 소란스러워서 말이야. 잠깐만 기다려주게.”

- 예? 회장님…….

박천중 회장은 휴대폰을 든 채 방을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간 그 순간.

복도 끝에서 한 남자와 시선이 얽혔다.

“어엇…….”

작달막하고 왜소한 남자다.

하지만 그를 본 순간 박천중 회장은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꼈다.

그가 한 발자국을 내딛는 그 때 박천중 회장은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흐읏…….”

- 회장님? 회장님?

박천중 회장에게 다가간 남자는 정중히 목례하며 말했다.

“박천중 회장님. 모시러 왔습니다.”

- 회장님? 회장님 무슨 일입니까?

박천중 회장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성진의 다급한 음성만이 휴대폰을 타고 울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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