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 회: 2권 - 되로 받으면 한 가마니로 -->
성진은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근처를 한 바퀴 돌았다.
육체적인 강화가 이루어지면서 웬만큼 몸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나태한 습관을 들이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꼬박꼬박 새벽에 눈을 떴다.
“갈수록 잠이 줄어드는 느낌인데.”
예전 같으면 적어도 하루 8시간 이상은 자 줘야 피로를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길게 자야 서너 시간 정도.
수면시간은 훨씬 줄어들었는데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다.
성진의 말에 인공지능 팔찌가 즉시 대답했다.
- 현재 마스터의 강화된 육체로 인한 각 신체의 적응이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 보통 인간의 수면시간은 건강을 위해서 8~10시간 가량이 필요하지만 마스터의 경우 건강 유지에 필요한 수면시간이 현재 상당 부분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래?”
잠을 적게 자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기는 했다.
“혹시 잠을 적게 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없는 거지?”
- 그렇습니다, 마스터. 다만 마스터께서 잠을 좀 더 자길 원하신다면 제가 수면시간을 조정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잠을 잘 뿐, 일부러 더 잠을 잘 생각은 없었다.
한참을 뜀박질을 한 성진은 고른 호흡을 유지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오니 방에서 나온 성희가 하품을 하면서 잠옷 차림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흐아암. 오빠 벌써 운동하고 왔어? 하여튼 진짜 부지런하다.”
“너도 아침에 같이 운동이나 좀 해. 몸매관리 해야지?”
“헤엥. 됐네요. 난 지금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졸려 죽겠단 말이야.”
눈을 비비는 성희는 하품을 연신 해댔다.
성진은 여동생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
“너 오늘 가게에서 부모님 일 도와드리기로 했지?”
“에휴휴……. 그렇지 참.”
“어서 채비해.”
성희는 깊은 한숨을 한 번 더 내쉬었다.
“아아, 더 자고 싶은데…….”
투덜거리면서 방으로 들어가는 여동생을 보고 성진은 혀를 찼다.
부모님 일을 돕겠다고 나설 때에는 어쩐 일로 철이 들었나 했더니 금세 마음이 바뀐 모양이었다.
성진은 피식 웃었다.
“하긴 이렇게 바로 철이 들면 내 동생 한성희가 아니지.”
어쨌거나 스스로 한 약속이니 성희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니서도 부모님과 함께 가게로 출근했다.
점원들과 함께 개업 준비를 하고 영업을 시작하는데 오전이 다 되도록 손님이 뜸했다.
“어라…….”
여유가 되는 대로 나와서 가게를 도왔던 성진인지라 확연히 줄어든 손님수가 눈에 바로 들어왔다.
“아버지. 오늘따라 손님이 좀 적은 거 같죠?”
“그러게 말이다. 오늘은 장사할 운이 좀 텄나보네. 허허허.”
아버지는 별달리 개의치 않는 눈치셨다. 장사는 언제고 안 풀리는 날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셨다.
하지만 성진은 뭔가가 미심쩍었다.
“그럴까요?”
“오전에 오는 손님 수야 뭐가 중요하겠니. 가게 영업이야 점심 밥장사부터 시작인데.”
아버지는 별반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셨다.
“예. 하긴 그렇죠.”
음식 장사는 점심부터 본격적인 것이 사실이었다.
‘오전이니까 아직은 봐야겠지.’
성진은 가만히 들어오는 손님 수를 차근히 관찰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점심 무렵이 되자 여전히 손님이 뜸했다.
“이거 참.”
아버지도 점심이 다 지나가도록 손님이 끊기자 기분이 심란하신 모양이었다.
“우리 저번에 한 반찬이 간이 안 맞았나?”
어머니는 괜한 부분이 걱정스러우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카페와 간단한 샐러드류가 중심인 가게다.
식사류 메뉴의 반찬이 중요한 영향을 끼칠 리가 없다.
“아무래도 이거 뭔가가 이상한데요.”
성진은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
“오빠. 우리 가게 원래 이렇게 썰렁했어? 너무 한가해.”
눈치를 살피던 성희는 성진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귓속말을 했다.
성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만 이상한 거야.”
뭔가가 확연히 다르다.
잘 영업하던 가게가 갑자기 이렇게까지 손님이 줄어드는 것은 어딘가 이상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사실 성진에게 가게가 그리 절실하지는 않았다.
이미 엄청난 금력을 손에 넣은 입장에서 필요하면 가게쯤은 얼마든지 새로 차려드릴 수도 있었고 더 크고 편한 일을 만들어드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열과 성을 들여서 가게 일을 해 오신 부모님들이 시무룩하신 걸 보니 성진도 덩달아 언짢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저녁 무렵이 되었다.
여전히 가게 안은 한적해서 손님이 차지한 테이블은 두어개 정도였다.
“에휴. 이거 정말 오늘은 안 되는 날인가.”
아버지는 헛웃음을 지으셨다.
“어쩌다 이런 거겠죠. 너무 상심 마세요, 아버지.”
“허허. 그래, 그렇겠지.”
성진이 애써 부모님의 표정을 풀어드리려 위로를 건넸다.
그 와중에 가게 문을 열고 새로 들어서는 손님이 있었다.
“아! 어서오세요.”
자리에 앉아 있던 성희가 다른 점원들보다도 한달음에 달려 나갔다.
그런데 손님의 반응이 어딘가 이상하다.
“으음…….”
게슴츠레한 눈으로 주변을 찬찬히 쓸어보는데 음식을 즐기러 온 사람이 아니라 마치 가게 인테리어를 살피러 온 사람 같았다.
거기에 어깨에는 두툼한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있었다.
딱 봐도 배가 고파 음식점에 들어온 건 아니었다.
‘뭐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쳐다보는데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어어……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봤던 거 같은데.”
“예? 얼굴 아는 사람이세요?”
“그게 말이다. 잘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버지는 기억을 되살리려 골똘히 생각에 잠기셨다.
그 때, 성희가 다시 돌아오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빠. 저 손님 뭔가 좀 이상해.”
“이상해? 뭐가?”
“아니, 그게…… 메뉴판을 가지고 음식 재료가 뭐가 들어 가냐고 하고…….”
“뭐?”
말인즉슨, 음식 메뉴 하나하나를 물어보면서 재료가 뭐가 들어가고, 조리법이 어떻게 되는 것이며 커피는 원두를 어느 업체에서 공급받는지, 어느 나라 원산지인지 표시가 안 되어 있다는 등 따진다는 것이었다.
“뭐하는 사람이지?”
기분이 나빠진 성진이 눈살을 찌푸리는데 성희의 말을 듣고 계시던 아버지가 작게 손뼉을 쳤다.
“아! 그러고 보니 저 사람. 한참 전에 왔던 사람이구나.”
“한참 전에 왔다구요?”
“아 그래. 저 사람을 내가 어떻게 기억하냐면…….”
아버지의 말씀이 이어졌다.
얼마 전, 성진이 플루토 투자신탁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찾아온 손님이었다.
그 때는 들어오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가게 안을 여기저기 찍더니 식사 주문을 가장 비싼 메뉴로 시켜놓고 음식을 한입 먹을 때마다 사진을 요란하게 박아댔다.
음식 사진 찍는 게 취미인가 싶어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다 먹고 나니 사장인 아버지를 부르더라는 것이었다.
“그때 저 사람이 무슨 파워 블로거니 뭐니 하더구나. 자기가 무슨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아 갑자기 음식값을 안 내고 나가려고 하더라고.”
“아아…… 예.”
성진은 상황이 어떻게 되었던 것인지 짐작이 갔다.
“혹시 음식값 대신 인터넷에 무슨 글을 써주겠다고 했나요?”
“응? 아. 그래 그랬던 거 같은데…… 아, 나는 당췌 무슨 소린지 몰라서 무조건 음식값을 내라고 했지.”
“아하. 그랬군요.”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후회할 거라고 하면서 아 나보고 돈까지 달라는 거 아니냐.”
상황을 정확하게 알게 된 성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바로 인터넷에 우리 가게와 관련된 게시물을 모조리 출력해줘.’
- 알겠습니다, 마스터.
인공지능 팔찌에게 지시를 내리자 곧바로 검색 결과물이 출력되었다.
몇몇 게시물들은 성진네 가게에 대한 호평이나 평범한 소감글이었다.
대체적으로 호평이었는데 그와는 정 반대의 게시물이 보였다.
<이런 가게 정말 최악입니다.>
척 봐도 비난의 의도가 확실한 선정적인 제목이었다.
내용을 읽은 성진은 첫 줄에서부터 기가 막혔다.
<커피는 인스턴트 자판기 맛, 고기는 무슨 오래된 냉동육을 쓴 거 같네요.>
‘아니 뭐 이런 작자가 다 있어.’
성진의 가게로 공급받는 재료들은 모두 최상질의 재료를 직수로 공급받는 것들이었다.
심지어 고기류는 성진이 비교적 가까운 목장에서 직접 선불을 줘가며 거래를 터서 가져오는 고기들이었다.
“하아…….”
사태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게 되자, 머리 끝까지 화가 치솟았다.
‘지금 바로 이 게시물이 올라간 블로그 주인 신상이나 활동내역들 포함해서 모두 관련되는 것들 조사해줘.’
- 알겠습니다, 마스터.
인공지능 팔찌에게 조사를 지시해둔 성진은 직접 문제의 손님에게 다가갔다.
“손님. 메뉴에 대해 궁금하십니까?”
“아! 다른 점원이 왔군요.”
퉁퉁한 볼살을 씰룩거리면서 진상을 부리던 손님은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직원 교육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어떻게 메뉴에 대해 설명도 제대로 못 해요? 영업을 이런 식으로 해서 장사가 되겠습니까?”
역시 예상한 대로 기다렸다는 듯이 시비를 걸어왔다.
“죄송합니다. 방금 그 여자 점원은 오늘 처음 출근해서요. 제가 뭐든지 자세하게 설명 드리죠.”
“뭐든지?”
성진을 노려본 진상 손님은 메뉴판을 펼쳐들었다.
“그럼…….”
곧바로 이것저것 메뉴를 가리키면서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소스의 비율이라든지, 일부 재료의 조리법 등.
놓치기 쉬운 것 하나하나까지 어떻게든 쥐어짜서 캐물으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성진은 막힘없이 술술 대답했다.
“하아, 그래요.”
진상 손님은 성진이 모든 질문에 척척 대답하자 입술만 달싹였다.
“예. 궁금하신 건 더 있으십니까?”
“흐음.”
성진의 말에 진상 손님은 얼굴 표정을 더 찡그리더니 신경질적으로 몇몇 메뉴를 주문했다.
“예. 바로 갖다 드리죠.”
성진은 주문을 접수하고 돌아왔다.
그런 성진을 보면서 진상 손님은 속으로 짜증을 부렸다.
“쳇. 재수 없이 별 걸 다 잘난 척을 하네.”
꼬치꼬치 캐물은 건 자신이었지만 성진이 막힘없이 대답을 하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메뉴는 거의가 성진이 다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상관없지. 오늘 또 한 번 건수를 만들어 볼까나.’
진상 손님은 이곳저곳을 살피면서 카메라를 꺼냈다.
‘내가 바로 100만 방문자를 보유한 파워 블로거라고.’
진상 손님의 자부심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건 바로 그가 누적 방문자수 100만을 가뿐히 초과해서 150만을 넘보고 있는 맛집 전문 파워 블로거라는 점이었다.
‘자. 맛의 정의를 위해 맛집을 냉정히 평가하는 이 맛집 칼럼니스트의 무서움을 한번 보여주마.’
스스로를 맛집 칼럼니스트라고 자부하는 그는 얼마 전 이 골목에 새로운 형태의 식당이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친히 100만 방문자를 보유한 파워블로거인 자신이 친히 방문해서 음식을 맛봐줬거늘, 무지한 주인장이 감히 파워 블로거이자 맛집 칼럼니스트인 자신을 홀대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나는 자비로운 남자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드넓은 마음으로 아량을 베풀어서 자신 같은 뛰어난 맛집 칼럼니스트의 활동비를 후원할 기회를 줌과 동시에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제공해주려 했다.
그런데 결과는 자신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감히 100만 파워 블로거를 업신여겨? 아주 제대로 대가를 받게 될 거다.’
가게의 주인은 마치 정신병자 보는 듯한 눈으로 자신의 요구를 묵살하고 끝끝내 음식 값을 요구했다.
100만 방문자를 보유하여 진정한 맛의 칼럼을 전파하고, 지금껏 수많은 가게들의 흥망성쇠를 좌우했다고 생각하는 그로서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흐흐흐…….’
그래서 오늘 제대로 결정타를 먹여서 혼을 쏙 빼주려고 찾아왔다.
어차피 이런 가게쯤 골로 보내는 것은 그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사실 작은 실수나 미흡한 부분이 어느 가게든 있기 마련이고, 그걸 크게 강조할 것인지 혹은 다른 장점으로 덮어버릴 것인지는 맛집 칼럼니스트이자 100만 파워블로거인 자신의 재량이었다.
‘그야말로 네놈들은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든 것이다!’
한껏 더욱 더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문구를 구상하면서 음식을 기다리던 진상 손님은 성진이 음식을 가져오자 눈부터 치켜떴다.
“이거 제대로 익힌 겁니까?”
“물론입니다.”
성진이 내온 진상 손님의 주문 메뉴는 쇠고기 스테이크에 생과일 음료였다.
음식을 보자마자 진상 손님은 성질부터 냈다.
“어어. 이게 대체 뭐에요 이게. 아휴, 이거 딱 조리해놓은 모습에서부터 손님에 대한 배려가 전혀 안 되어 있네. 이건 뭐 장식도 하나 없고 말이야.”
그러면서 진상 손님은 카메라를 요리조리 틀어서 최대한 맛없고 초라해 보일만한 앵글로 음식 사진을 찍었다.
보고 있던 성진은 속으로 비웃을 뿐이었다.
‘그래, 어디 마음껏 지껄여봐라.’
화려한 장식에 다른 갖가지 요소를 원하면 정식 레스토랑에 가면 될 일이다.
경양식을 식사메뉴로 대접하는 카페에 와서 되도 않는 행패를 부리는 꼴이다.
성진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오, 손님.”
그러고 바로 돌아가는 성진을 보고 진상 손님은 더욱 더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저거 봐라?’
감히 지금 온 몸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자신을 내버려두고 지 멋대로 자리를 떠나다니.
‘이 가게는 손님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구만.’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적절한 각색을 거친 다음 자신의 울분을 강조해서 올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진상 손님이었다.
‘쯧쯧. 멍청한 점원 둔 죄가 크지. 여기 사장도 조만간 눈물 좀 쏟겠군.’
자신의 화려한 과장법이 담긴 칼럼이 퍼지고 나면 그 가게는 폭삭 주저앉는다.
게다가 이 가게는 여성들을 주 대상으로 삼은 가게 아닌가.
여성들만큼 이런 맛집 정보에 민감한 계층이 또 없다.
“훗. 니들은 끝났어.”
진상 손님은 쇠고기 스테이크를 한 점 썰어서 먹고 그 때마다 카메라로 최대한 맛없어 보이는 구도로 사진을 찍었다.
다 먹고 난 진상 손님은 거만한 태도로 계산대를 보면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이, 여기 빨리 와 봐요.”
“무슨 일이십니까?”
이번에도 성진이 다가갔다.
진상 손님은 단박에 얼굴을 가득 일그러뜨리고 몹시 불쾌하다는 표시를 보였다.
“도대체 음식이 이게 뭡니까?”
그러고서 갖은 혹평이 쏟아져 나왔다.
도저히 불쾌하고 불편해서 못 먹겠다는 둥, 의자나 탁자높이조차도 도저히 손님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둥 사사건건 불만이었다.
성진은 고개를 끄덕거려주고 한마디만 했다.
“알겠습니다, 손님. 그럼 이제 다 드셨으니까 돈을 내시죠.”
“뭐?”
“음식을 드셨으니까 돈을 내시라는 말입니다.”
“하!”
성진의 말에 진상 손님은 오만한 태도로 팔짱을 꼈다.
“이 가게, 이거 정말 안 되겠구만.”
“뭐가 말입니까?”
성진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글러먹었어. 서비스 정신이 없다고. 손님에 대한 예의가 없어. 아주 기본이 안 되어 있단 말이야.”
“참…….”
정말 뻔뻔한 태도를 보고 있자니 이제는 웃음이 나온다.
성진은 진상 손님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허튼 수작은 그만 부리시고 음식 값이나 내놓으시죠.”
그러면서 성진은 특유의 위압감을 마구 뿜어댔다.
진상 손님도 한창 기고만장한 상태에서 성진이 막상 자신의 앞에서 성질을 내기 시작하자 흠칫 몸을 떨었다.
“쳇. 아, 알았어. 알았다고. 내면 될 거 아냐.”
투덜대면서 일어난 진상 손님은 툴툴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식을 먹는 건 좋아하면서 운동은 안 하는지 뚱뚱한 체구의 진상 손님은 느릿느릿 계산대로 다가갔다.
“여기 있다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낸 진상 손님은 계산을 마치고 가게 안을 쓱 둘러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그 표정이 상당히 야비해 보였다.
“좋아. 뿌린 대로 거둔다고 오늘 일은 내가 아주 제대로 평가를 해주겠어. 나중에 여기 다시 한 번 와봐야겠구만. 히히.”
뜻 모를 심통을 부린 진상 손님은 문을 열고 가게를 나갔다.
그 모양을 보던 아버지가 성진에게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저 손님 뭔가 기분이 나쁜 거 같은데? 이거 우리가 실수한 거 아니냐?”
“실수라뇨. 그리고 저건 손님이 아닙니다. 버러지죠.”
“뭐? 버러지라니.”
“정말이에요 아버지. 저런 인간 버러지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제가 곧 알려드릴게요.”
성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창문 너머로 걸어가는 진상 손님을 노려봤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네가 고스란히 겪게 될 거다.‘
성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