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33화 (33/185)

<-- 33 회: 2권 - 본격적인 수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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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끝나도 집에 들어오지 않는 성진이 부모님은 퍽 걱정되는 눈치셨다.

- 도대체 뭐 때문에 집에 안 들어오니?

“그냥 혼자 준비해야 할 게 있어서 그래요. 간단한 자격증 시험 같은 거 준비 중이니까 걱정 마세요.”

- 아무리 그래도 엄마가 지어준 밥 먹어가며 공부하는 게 낫지. 어여 들어와.

“곧 있으면 들어갈게요. 걱정 마세요.”

- 그래. 아무튼 엄마가 기다릴 테니까 빨랑 정리하고 들어와라.

“네.”

- 그럼 끊는다, 아들.

전화가 끊어지고 성진은 외투를 챙겨들었다.

얇은 바람막이에 비니모자.

여기에 마스크를 하고 선글라스를 끼니 영락없이 수상한 인물 그 자체였다.

“이거 좀 튀나?”

쓰게 웃은 성진은 선글라스와 비니모자, 마스크는 주머니에 챙겨 넣고 현관을 나섰다.

변장에 가까운 물건들을 챙기고 밖으로 나서는 까닭은 하나였다.

- 생각보다 빠르게 이해하는구만.

- 이제는 익숙해지기 위해서 직접 실제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

관장의 조언을 새겨들은 성진은 오늘 실제로 새로 익힌 기술들을 사용해 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아무한테나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

외인부전의 비밀스런 가르침이다.

같은 도장의 관원들에게 사용하면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쓸데없는 위험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게 꺼림칙했다.

성진은 결국 남몰래 실전에 가까운 상황에서 기술을 사용해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미안하지만 그나마 인격상태가 영 불량한 인종들한테라도 써먹어 봐야지.”

성진이 생각한 적당한 상대들은 조직폭력배나 깡패, 양아치들이었다.

평소 사회정의 실현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생각해 왔던 성진이었지만 어쩌다보니 성진 개인의 목적과 일치된 오늘, 직접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밤거리를 어슬렁거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깡패들이 별로 없잖아?”

상가 뒷골목을 어슬렁거려도 별로 위험한 상황이 안 보였다.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다.

치안이 양호하기로 이름난 한국 땅에서 일반 상가 골목마다 깡패들이 배치되어 있을 리 없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후. 하긴 나와서 기다린다고 무조건 그런 놈들이 있으란 법은 없겠지. 이 근처 지역에서 가장 폭력범죄 발생률이 높은 곳을 검색해줄래?”

- 예, 알겠습니다. 마스터.

직접 경찰 조사 자료를 얻어낼 수는 없었지만 이따금씩 언론이나 외부 보고서에 인용된 지역별 범죄 발생 현황 등을 통해 범죄 다발 지역을 조사한 인공지능 팔찌는 곧 결과물을 출력했다.

- 차량으로 약 50분 이내 거리의 유흥가와 학원 밀집 지역에 상대적으로 높은 폭력범죄 발생이 집계되었습니다.

“좋아.”

성진은 곧장 근처에 주차해 뒀던 차를 몰고 인공지능 팔찌가 예측한 지역으로 이동했다.

술집과 모텔이 즐비한 쾌락과 환락의 거리.

어느 지역이든 꼬박 한군데씩은 있기 마련인 전형적인 유흥 구역이었다.

성매매가 불법화되었기 때문에 노골적인 호객은 없었지만 몇 군데서는 이따금씩 매춘이 이루어진다는 소문도 들리는 지역이라 성진도 알고 있었다.

‘어쩐지 일이 벌어지는 게 자연스러울 거 같은 동네인데.’

비니 모자를 꺼내 푹 눌러쓴 성진은 골목 어귀를 어슬렁거렸다.

밝은 네온사인과 휘황찬란한 전등 간판으로 어지럽게 빛을 뿌려대는 중심 거리와는 다르게 뒷골목에는 토사물과 온갖 쓰레기들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흐음…….”

좁은 골목길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음산한 분위기가 싸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타고 귀를 거슬리는 미세한 비명소리가 성진의 귓가로 스며들어왔다.

“어라?”

그 소리가 반가워서 성진은 도리어 미소가 번졌다.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눌러 쓴 성진은 재빨리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 나갔다.

아니나다를까.

쓰레기가 가득 쌓인 좁은 골목 사이에서 옷차림이 잔뜩 헝클어진 중년 남자 둘을 양복을 차려입은 젊은 장정 서너 명이서 마구 때리고 있었다.

벽 모퉁이에 돌아 선 성진은 조용히 상황을 살폈다.

“어우! 진짜 돈도 없는 놈들이 왜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지랄이야 지랄이!”

구둣발로 연신 남자들을 짓밟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우악!”

“끄악 사, 살려…….”

“입 닥쳐, 새끼들아!”

서슬 시퍼런 고함에 중년 남자들이 움찔 떨며 고개를 숙였다.

‘뭐하는 거지.’

술값 운운하는 걸 보니 근처 유흥주점과 관련된 깡패들인 듯 했다.

‘술값 떼먹었다고 사람을 저렇게 두들겨 패나?’

아마 그런 술집이 정상적인 술집은 절대 아닐 것이다.

수 십 번을 얻어맞고 욕까지 먹던 중년 남자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의했다.

“아니, 글쎄 우린 술 먹은 기억이 없다니까…….”

“진짜 우린 안 먹었…….”

“아, 이 자식들 술 처먹고 발뺌하는 거 봐.”

엄포와 협박을 반복해서 놓던 놈들은 곧 완전히 겁에 질린 남자들 앞에 서류를 꺼내 놨다.

“자. 니들이 지금 돈이 없으니까 일단 카드 내놔봐 카드. 그걸로 현금서비스라도 받아야지.”

“예? 아니, 어째서…….”

“칵! 더 맞을래? 응? 아니 아예 송장을 치워볼까?”

“히이익!”

완전히 겁에 질린 남자들이 주섬주섬 민증을 꺼내자 성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볼 건 다 봤네.’

마스크에 선글라스까지 챙기고 완전히 변장을 했다.

모퉁이에서 걸어 나오는 성진을 본 놈들이 눈을 부라리면서 성진을 노려봤다.

“뭐야, 이건?”

“저건 또 뭔데 마스크에 군밤 모자에…… 너 간첩이냐?”

“간첩? 햐 이거 진짜 간첩처럼 생긴 놈이네. 이 물건 잡아서 포상금이나 받아볼까? 야, 너 뭐하는 놈이야?”

놈들이 희죽거리며 다가왔다.

성진은 차분히 서서 수련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  *  *

“자네가 발경을 단시간에 깨우치기는 힘들 걸세.”

성진이 자판기에서 꺼내 건넨 커피를 들이키면서 관장이 입을 열었다.

관장은 겉으로 보이는 성진의 자질을 인정하고 높이 샀지만 그렇다고 높은 수준의 이해가 필요한 무도의 정수를 단시간에 깨우치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생을 수련해도 발경의 이치를 깨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네.”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사부님. 지난번에 저에게 양 손바닥을 맞추신 것도 발경이 아닙니까?”

성진의 호승심을 자극해서 대련을 했었을 때.

관장이 마지막에 쌍장을 날려 성진을 무너뜨린 충격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렇지. 다만 그것은 힘으로 파괴하는 대신, 생물의 몸을 마비시키는 상위의 기술이라네. 그러한 경지는 자네하기 힘들 텐데?”

“그렇다면…….”

성진은 따로 믿는 바가 있었다.

“사부님. 죄송하지만 그 발경을 저에게 직접 사용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자네에게 직접? 발경을 몸으로 맞아 보겠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성진의 의도는 직접 몸으로 받아내는 발경의 영향을 인공지능 팔찌로 분석하는 것이었다.

지난번 관장의 쌍장을 맞았을 때 인공지능 팔찌에게도 의견을 물어봤었다.

- 워낙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그 상황을 겪으면 좀 더 자세한 분석이 가능하겠어?’

- 미리 상황을 대비하고 나노 로봇으로 모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한다면 가능합니다.

‘좋아. 그렇게 하자.’

그 기술을 다시 겪으면 정확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인공지능 팔찌의 설명을 들었다.

때문에 관장에게 정식 입문을 청하고 가르침을 받고자 한 까닭은 결국 인공지능 팔찌에게 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축적시키기 위해서였다.

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좋네. 그게 자네의 이해를 돕는 거라면 나도 스승으로서 마다할 이유는 없지. 들어 갈 테니 준비를 단단히 하게. 단, 자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이라야 하네.”

“예. 사부님.”

그 즉시 인공지능 팔찌도 성진의 지시에 따라 모든 나노 로봇을 성진의 온 몸으로 구석구석 퍼트렸다.

- 기타 기능 정지.

- 나노 로봇의 감지 기관을 최대한으로 활성화시킵니다.

‘후웁.’

관장이 알아서 힘 조절을 할 것이라 믿었지만 그 위력을 다시 한 번 겪게 되리라 생각하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 가겠네.”

관장의 경고와 함께 즉시 양 손바닥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가슴 대신 다리에 손이 닿았다.

“큭.”

아찔한 통증과 함께 쏟아지는 탈력감.

온 몸의 균형과 함께 감각이 사라져갔다.

성진의 몸이 쓰러지는 즉시 인공지능 팔찌의 분석이 시작됐다.

- 신경 전달정보 감소

- 근조직 수축 기능 손실

- 근력, 감각 전달 능력이 감소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상 상황을 나노 로봇의 센서로 감지하기 시작한 인공지능 팔찌는 막대한 분석정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 이상 에너지 반응이 측정되었습니다.

- 해당 에너지 반응은 신체 대사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을 수행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 해당 에너지 반응이 신체에서 발생하는 원리를 추정, 분석중입니다.

인공지능 팔찌의 분석이 이어지면서 동시에 새로운 정보들이 입력되었다.

- 해당 시전자의 신체 반응 데이터를 모두 수신했습니다.

- 최종 분석 완료.

바로 관장의 몸속에 들어간 나노 로봇들이 수집한 정보였다.

성진이 관장 몰래 커피 속에 나노 로봇을 투입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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