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시 정복자-15화 (15/185)

<-- 15 회: 1권 - 아들 노릇 -->

*   *   *

가게 거래를 마친 성진은 바로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인근 지역의 외곽 농촌을 돌면서 갖가지 유기농 채소의 직거래 계약을 맺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요리는 누가 해도 기본은 유지된다. 되도록 좋은 재료를 싸게 구하는 게 중요해.’

성진은 되도록 좋은 요리 맛을 유지하길 바랐다.

뛰어난 요리사를 고용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요리사는 엄연히 고용관계다.

일하다 나가면 그 다음은 어찌할까.

더욱이 유기농 채식을 주로 하는 웰빙 카페가 컨셉이다.

조미료 맛으로 승부하는 식당이 아니라 재료의 신선도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고민 끝에 정말로 신선하고 좋은 유기농 재료를 되도록 싸게 구할 생각으로 직접 농촌지역을 찾아 다녔다.

여기서도 인공지능 팔찌가 가진 정보력이 십분 발휘됐다.

스스로 유기농 채소를 재배해서 인터넷에 개인 판매하는 사이트들을 우선 선별한 것이다.

“요즘은 농민들이 직접 판매를 하나?”

생산 과정을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나열되어 있는 홈페이지들이었다.

전문가가 만든 게 아니라 솜씨가 투박했지만 직접 농민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 그렇니다, 마스터. 하지만 이용객의 수는 매우 적습니다.

전혀 인지도가 없다시피 해서 인공지능 팔찌의 강력한 검색 능력 덕에 찾아낸 셈이었다.

“좋아. 여기로 가볼까?”

성진은 엑셀을 밟았다.

*   *   *

“개인적으로 공급 계약을 맺고 싶다구요?”

“예. 저는 시중 도매가보다 좀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가꾸신 유기농 채소를 저희 가게에 직접 공급받고 싶어서 찾아 왔습니다.”

“흐응…….”

30대쯤 되어 보이는 비교적 젊은 농부들은 한참 어려 보이는 성진이 다소 못미더운 눈치였다.

눈치를 챈 성진은 웃음을 지었다.

“제 나이가 어려서 믿음이 안 가신다면 다음 달 출하용 선금을 미리 지불해 드리죠. 어떠십니까.”

성진이 돈을 먼저 주겠다고 나서자 개중 더벅머리를 한 청년이 호기롭게 나섰다.

“뭐 그렇다면야 못할 것도 없죠. 대신 계약 조건은 공정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성진 자신도 농산품 거래 시세나 가게 운영에 필요한 식재료 양이나 가격에 대해 적합한 기준을 조사해 둔 상태였다.

서로 간에 적절한 계약 조건이 꾸려지고 가까운 법무사무소에서 검토를 받은 다음 도장이 찍혀졌다.

“선뜻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보수적인 농촌 농민들이 쉽게 계약에 응할 거라 생각하지 않은 성진에게는 다행이었다.

공치사를 받자 성진과 계약한 농민 청년들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사실 우리가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좀 젊은 우리가 답답해서 인터넷에 팔아보자고 한 건데 이렇게 계약을 맺으면 우리도 좋죠. 저희도 웬만하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습니다.”

“예. 좋은 물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사실 성진은 도착하고 나서 정말 유기농 농법을 사용 중인지 꼼꼼히 확인한 후 계약을 하자고 청한 상황이었다.

젊은 농민들이라서인지 인증의 중요성을 알아서 인근 농과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직접 유기농, 무농약 인증을 여러 차례 받아둔 상태였다.

“농촌이 많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여러분들 같은 분이 계시면 희망이 있을 거 같습니다. 여기 선금입니다.”

성진이 제시했던 금액이 먼저 건네졌다. 총 액수 천만 원. 직접 계약한 십여 가구에 각기 분배되면 적은 돈이지만 몇 달마다 꾸준히 들어오는 수입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공판장에 가도, 도매상들도 후려치기 바쁜 농산품 가격이다. 성진이 쳐준 값은 정당한 가격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젊은 농민들에게는 뿌듯한 일이었다.

“계속 좋은 인연이 되길 바랍니다.”

가볍게 인사한 성진이 일을 끝마치고 돌아가려니 그때서야 슬슬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일을 단박에 매듭지어 버리니 기분이 후련했다.

“이제 거의 다 끝나간다.”

식재료 공급처와 가게 자리를 계약했으니 나머지 일은 일사천리였다.

다음 날 인테리어 도급업자와 계약하는 자리에서도 성진 특유의 눈치작전이 먹혀들었다.

“이거 젊은 사장님이 수완이 보통 아니십니다.”

“수완은요. 제가 무슨.”

밀고 당기고 해서 이리저리 비용을 줄였지만 성진도 많이 깎을 수는 없었다.

‘솜씨’를 사는 일인데 대가를 부당하게 받았다고 여기면서 감정이 깨지면 일을 제대로 해줄 리 없는 법이다.

“모쪼록 빠르게 부탁드립니다.”

“예. 신속하게 해 놓겠습니다. 길어야 일주일입니다.”

그 자리에서 은행 신용카드로 계약금을 치룬 성진은 곧장 구청 민원실로 갔다.

인공지능 팔찌가 수집해준 창업 전반의 과정 중에 행정절차에 대해서도 습득한 성진은 영업신고 등을 전부 스스로 끝마쳤다.

중요한 절차를 몽땅 해결하니 그제야 마음이 한결 느긋해졌다.

하지만 한 가지 일이 남았다. 성진은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 저랑 같이 외출 안 하실래요?”

“외출?”

“아들이 차도 샀으니까 느긋하게 한 바퀴 도셔야죠.”

성진과 살짝 눈을 맞추신 아버지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셨다.

“그래. 어디 한번 아들 차 한번 얻어 타보자. 당신도 준비해.”

“아이구. 뭔 새삼 외출이래.”

투덜대시면서도 어머니는 한참 시간이 걸려서야 나오셨다.

성진과 아버지는 옷을 갈아입었을 뿐인데 어머니는 엷은 화장에 잘 안 입으시던 외출복까지 차려 입으셨다.

“어이고 싫다더니 아주 꽃단장을 하셨네.”

“뭐에요?”

아버지의 놀림에 어머니가 째려보시자 아버지는 금방 고개를 돌리셨다.

“크흠 큼. 성진아 뭐하냐. 빨리 차문 열어.”

“예.”

차문을 열고 들어가신 어머니는 차 내부를 만지시면서 마냥 즐거워하시는 표정이셨다.

“아이구, 우리 아들이 이런 좋은 차까지 타고 다니고. 엄마가 여한이 없다.”

“여한은요. 앞으로 더 좋은 차로 모실 거예요.”

부모님들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성진도 기쁜 마음이었다.

서울 시내 이곳저곳을 차로 모시고 식사를 사드린 성진은 어느 주방용품 매장 앞에 부모님을 모셨다.

<주방용품 식기 도매>

간판에 써져 있는 글을 보신 어머님이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여기는 왜 왔니?”

“그릇을 사게요.”

“그릇?”

“예. 식기가 많이 필요해서요.”

이상한 눈치를 채신 어머니가 아버지와 성진을 둘러보셨다.

“무슨 소리야. 바른대로 빨리 말해.”

“그게 사실은…….”

저간의 상황을 소상히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심통이 잔뜩 나셨다.

“아니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는 상의도 안 했단 말이니?”

“일단 일이 어느 정도 되고 어머니한테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엄마가 안 도와주고 되는 일이 있을 거 같아? 이제라도 내가 나서야겠다. 둘 다 빨리 앞장서.”

‘윽.’

낮은 목소리로 재촉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성진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식기, 주방용품 등등 갖가지 물건을 꼼꼼히 고르신 어머니는 단가나 할인율까지 챙기시는 등 여기저기를 다니시면서 왕성하게 두 사람을 채근하셨다.

지은 죄가 있어서 말도 못하고 하루 종일을 끌려 다닌 성진과 아버지는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쉬셨다.

“후. 네 엄마한테 미리 말할 걸 그랬다.”

“그러게요. 제 잘못입니다. 아부지.”

뒤에서 물건을 끌고 수런거리는데 앞서 가시던 어머니가 뒤돌아 노려보셨다.

“두 사람 다 빨리 안 와?”

“가. 가, 이 사람아.”

“갑니다, 어머니!”

움찔한 두 사람은 꼼짝할 도리 없이 짐을 끌고 걸음을 서둘렀다.

*   *   *

드디어 가게가 오픈했다.

알바생들을 고용해서 전단지를 돌리고 쿠폰을 뿌렸다.

개점한 지 얼마 안 된 가게치고는 분위기가 조용했다.

행사도우미를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아버지가 말씀하셨지만 성진은 고개를 저었다.

성진이 지향하는 가게 이미지는 여성들이 자주 찾는 품격 있는 채식 카페테리아였다.

내부 인테리어도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꾸며 놓느라 인테리어 비용만 고스란히 수천만 원이 넘게 들어갔다.

“이 지역 근방 원룸촌이나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버스 타고 조금 가면 여대도 있거든요. 여대생들이나 여성 직장인들의 눈길을 끌려면 쿠폰이나 서비스 할인 같은 걸로 충분할 거예요.”

아직 다른 사람들은 이 지역 상권지대 여성 식객들의 수요를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 지역 요식업계의 판도를 보면 주로 고기집이나 야식집, 중화요리 전문점이나 치킨, 피자집이 대다수였다.

‘무주공산에 깃발만 꽂으면 된다.’

채식 위주의 메뉴를 미용, 웰빙과 결합해서 홍보하고 거기에 여대생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헤아린 넉넉한 서비스가 이어지면 단박에 대박을 칠 계산이 서 있었다.

“그래. 우리야 네 말을 믿고 따를 뿐이다.”

일을 도우러 따라 나오신 어머니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들내미 덕에 사장소리 듣게 됐네요, 당신.”

“허허. 그러게 말이야. 내가 아들 덕분에 사장이 됐어.”

껄껄 웃는 아버지를 따라 웃은 성진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조만간입니다. 두고 보세요.”

시간이 흐르자 부쩍 여성 손님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주로 여대생들을 노리고 저렴한 가격에 적은 양,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세트 메뉴를 선정한 게 주효했다.

삼삼오오 모여든 여성 손님들은 주로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찾았는데 이에 착안한 성진은 2인분, 3인분 메뉴에 옵션메뉴들을 첨부해서 마일리지 방식 할인율을 적용하기도 했다.

입소문이 퍼지고 마침내 여성들 사이에서 명물이 된 성진의 가게는 오픈 한 달도 안 되서 단골들이 생겼다.

“이제 완전히 가게가 자리 잡힌 거 같네요.”

“그러게 말이다. 다 네 덕이다.”

“제 덕은요 무슨.”

실지로 어머니나 아버지도 한결 편해지셨다.

아버지는 카운터만 지키셨고 어머니는 간간이 조리 일을 도우실 뿐, 샤브샤브 전문점에서 일했던 전문 조리사에 주방 도우미까지 고용하자 일이 확 줄었다.

번잡스러운 일들은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을 서너 명 고용했다.

그 정도로도 충분히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매상이었다.

40평 매장 안에 단골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점심장사에 저녁까지 장사하면서 매상이 쑥쑥 올랐다.

“이게 우리 잘난 아들 덕이 아니면 뭐냐.”

“그러니까요. 내가 아들 하나는 잘 낳았지.”

돈 버는 재미에 웃음꽃이 활짝 핀 아버지, 어머니는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참. 기숙사에 있는 성희도 한번 오고 싶다고 난리더라. 오빠 덕에 가게 차렸다니까 영 믿어야 말이지.”

“성희요? 그 녀석은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세요.”

겉으로는 툴툴댔지만 유난히 까불대던 동생 얘기가 나오니 성진도 문득 성희가 보고 싶어졌다.

“아니 그래도 동생이 오빠가 차린 가게에서 밥 한번은 먹어야지.”

“그럼 제가 기숙사에서 하루 데리고 나올게요. 내일이 주말이니까 외출 허가 받으면 되겠죠.”

“그래. 그러자. 네가 차도 있으니 그게 편하지.”

“예. 그럴게요.”

고개를 끄덕인 성진은 다음날 곧장 학교로 찾아갔다.

담당 사감에게 허가를 받고 교무실에 있는 성진을 보고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수군거렸다.

“어머 잘생겼다. 누구야?”

작게 말하는 척해도 워낙 가까워서 다 들린다.

멋쩍게 웃은 성진이 앉아 있는데 호출을 받고 온 성희가 교무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어? 오빠!”

말괄량이 기질이 다분해 보이는 19살 여고생.

생머리를 위로 올려 묶은 머리모양에 츄리닝 차림이었지만 여려 보이는 가냘픈 체형에 어머니를 닮아서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터라 못난 외모는 아니다.

하지만 성진은 이 녀석이 얼마나 겉 다르고 속 다른 까불이 기질이 다분한지 잘 알고 있었다.

“왔어? 너 데리고 나가려고 직접 왔다, 이 오빠가.”

“오! 오빠 나름 멋있어졌는데? 몰라보겠어~”

가볍게 세미 정장을 차려입은 성진은 전체적으로 각이 잡혀 있었다.

남자다운 신체 선이 살아나면서 무슨 옷을 입어도 태가 제대로 나왔다.

“또 까분다, 짜식. 옷 갈아입고 나와.”

“그래.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다시 되돌아간 성희가 외출복 차림으로 갈아입고 성진을 따라 나섰다.

성진이 학교 주차장에 주차해 둔 최신형 G7 대형차의 문을 열자 성희의 입이 떡 벌어졌다.

“우와 말도 안 돼. 오빠가 이 차 샀다고?”

“그래. 오빠 차니까 빨랑 타.”

“아싸!”

옆 좌석에 올라탄 성희는 신이 잔뜩 난 눈치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오빠가 아빠 가게를 차려드렸어? 주식? 아니면 어디 가서 사기라도 쳤어?”

“사기는 짜식이. 말을 해도 넌 참 쓸데없는 소리를 해요, 꼭.”

성진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오랜만에 만난 여동생은 역시 통 변하지를 않았다.

한창 장난을 치던 성희는 마침내 차가 가게 앞에 도착하자 탄성을 질렀다.

“와. 말도 안 돼.”

여러 번 추가로 개수하면서 한층 더 고급스러워진 카페가 되었다.

야외 테라스까지 딸린 가게 앞에서 부모님이 나와 계신 걸 보고 성희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빠, 엄마! 딸내미 왔어.”

“그래. 우리 딸! 어서 와라.”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 앞에서 재롱을 피우는 성희를 보고 성진은 그간 해왔던 수고가 보답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런 행복을 위해서지.’

내 가족들의 행복이 곧 성진 자신의 행복이라는 걸 성진은 새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 날 저녁을 먹고 차로 다시 성희를 바래다 준 성진이 학교 앞에 차를 세웠다.

엄격한 기숙사 제를 유지하는 학교 분위기상 늦으면 큰일이었다.

“다 왔다. 내려.”

성희는 차 문을 열려다 문득 생각난 듯 뒤돌아보며 말했다.

“오빠. 오늘 진자 짱 멋있었어. 오빠 짱!”

양손 엄지손가락을 내미는 성희가 오늘따라 귀엽게 느껴진 성진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빠 멋있는 거 이제 알았냐?”

“으. 뭐야. 내 머리 만지지망~”

투덜대는 성희가 손을 떼어냈다.

“참. 나 용돈 안 줘? 오빠 돈도 많잖아.”

‘결국 그거였구만.’

쓴웃음을 지은 성진은 배춧잎 몇 장을 지갑에서 꺼냈다.

“아.껴.써.라.”

“에개. 겨우 요거? 쪼잔하기는.”

돈을 낚아챈 성희가 혀를 쑥 내밀고 도망치듯 내리자 성진은 혀를 찼다.

“에구. 저게 그러면 그렇지.”

피식 웃은 성진이 다시 가게로 돌아가니 저녁 10시였다.

마침 아버지, 어머니가 이제 막 가게 문을 닫고 계셨다.

“피곤하시죠? 제가 집으로 모실게요.”

“오냐. 아들 차가 있으니 편하네. 허허.”

“그러게 말이다. 정말.”

뒷좌석에 앉으신 부모님들은 차가 달리자 곧 쿨쿨 잠에 빠져드셨다.

성진이 백미러로 부모님을 살피는데 아버지가 잠꼬대하듯 중얼거리셨다.

“음냐……. 성진아……. 우리 아들이 최고여…….”

‘아버지…….’

성진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저도 우리 아부지, 어머니, 성희가 최고에요.’

굳이 말한 적은 없지만 서로 다 아는 것이 있다.

그게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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