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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정복자-8화 (8/185)
  • <-- 8 회: 1권 - 신체 단련 -->

    8층짜리 2층에 간판을 내건 헬스클럽이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이용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잘못 찾은 건가.’

    썰렁한 분위기에 느낌이 싸했다.

    뭔가 잘못 골랐다 싶은 생각에 성진이 발길을 돌리는데 다급하게 붙잡는 손길이 닿았다.

    “아이고 손님! 그냥 가시려구요? 그러지 말고 한번 둘러보세요.”

    아버지 나이쯤 되실 아저씨였다.

    아무래도 이 헬스클럽의 주인인 모양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아버지 생각이 난 성진은 매정하게 굴지 못하고 대신 질문을 했다.

    “여기 손님들은 아직 안 온 건가요?”

    “아 저 그게…….”

    주인이 살짝 난처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지간히 장사가 안 되는 모양이네.’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하다.

    굳이 장사 안 되는 가게를 이용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법이다.

    실망한 성진도 발길을 돌려 나가려는데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가만 사람 없는 곳에서 운동하는 게 조용하고 더 좋으려나?’

    아침 약수터에서 지치지 않는 괴력으로 마구 몸을 움직이니 사람들이 경악하지 않았던가.

    쓸데없는 이목을 끌길 바라지 않는 성진한테는 안성맞춤인 장소다.

    ‘생각해보면 나는 전문 트레이너 같은 사람도 필요가 없고.’

    인공지능이 요구하는 건 그저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전문 트레이너들이 강조하는 체계적인 운동법은 일반적인 경우에나 해당된다.

    ‘에? 이제 보니 꼭 사람 많은 곳을 갈 필요가 없잖아.’

    손바닥을 탁친 성진은 다시 발길을 돌렸다.

    살짝 실망한 표정이던 헬스클럽 사장이 반색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손님! 등록하시려구요?”

    시무룩하다가 갑자기 눈이 커져서 성진을 바라본다.

    마음이 약해질 정도였지만 성진은 조건을 달았다.

    “일단 운동기구가 멀쩡한 지 보구요.”

    “아, 아 예! 그럼요. 아주 멀쩡합니다. 깨끗하죠. 관리도 꾸준히 받고 있구요.”

    사장은 호들갑을 떨면서 가게 안으로 성진을 끌어들였다.

    성진은 사장의 말을 흘려들으면서 운동기구들을 살폈다.

    이것저것 움직여보기도 하고 연결부위가 흔들리는지 여기저기를 살펴봤다.

    ‘괜찮은 건가?’

    내 돈 들어가는 부분은 깐깐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해진 게 성진의 성격이었다.

    본래는 대충대충 주의였는데 군대 가서 분대장 노릇을 하다 보니 자잘한 부분을 챙기면서 생긴 버릇이었다.

    여러 손님이 이용하는 곳이라면 당연히 관리가 철저하겠지만 인적 드문 가게이니만큼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음. 다 괜찮은 거 같네요.”

    주인의 표정이 화색을 띄었다.

    “아 예. 그러면 기간은 얼마로 등록하실 건가요?”

    “기간이요?”

    “예. 최소 3개월에 이십만 원, 6개월에 삼십오만 원이구요, 1년부터 할인이고 장기할인은 3년입니다. 손님. 허허.”

    성진은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얼마나 필요할 거 같아?’

    마스터께서 하루 수행하실 운동시간에 따라 다릅니다.

    ‘음. 글쎄. 하루에 한 8시간 정도?’

    그렇다면 한 달 정도면 충분하실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달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성진은 3개월짜리로 등록했다.

    “좋습니다. 등록하죠.”

    성진은 20만원을 가방에서 꺼내 건넸다.

    싱글벙글 웃음을 띤 주인은 돈을 받아 챙기고 운동을 하러 가는 성진의 뒤를 따랐다.

    그도 트레이너 출신이라 기본적인 눈썰미는 있다 자부했다.

    성진의 뒤를 살펴보니 아직 피트니스 초보인 듯 했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아직 근육은 잡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거 딱 보니 초급자 코스부터 시작해야 되겠네.’

    아주 쉬운 셋팅부터 시작하게 하려는데 성진이 대뜸 바벨 벤치로 다가가 누웠다.

    주인이 식겁했다.

    ‘아니, 저 사람이 겁도 없이!’

    성진이 들려고 하는 바벨에는 100kg짜리가 셋팅되어 있었다.

    척 봐도 성진처럼 호리호리한 체형이 들려했다가는 사고나기 십상이다.

    “아니, 이봐요! 그건 안…….”

    다급하게 뛰어오는 그를 보면서 성진이 심드렁하게 물었다.

    “응? 왜 그러세요?”

    “아니……. 안……. 되는데…….”

    주인은 할 말을 잃었다.

    성진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바벨을 올렸다 내렸다하고 있었다.

    ‘100kg짜리를 어떻게 저 몸으로 들지?’

    경악한 나머지 주인은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다.

    성진의 팔에 나노 머신으로 활성화된 근육이 긴장된 채로 드러나 있는 부위를.

    “응? 뭐가 안 된다구요?”

    잠시 바벨을 내려둔 성진이 주인을 바라봤다.

    머쓱해진 주인은 할 말을 잃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그 모습을 바라본 성진은 내심 주인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뭐 놀랄 만하긴 하지.’

    인공지능이 괜찮다고 말해줬기 때문에 성진도 100kg 바벨에 도전했다.

    살짝 긴장됐지만 막상 들고 나니 바벨은 어렵지 않게 들렸다.

    ‘후 그래도 여느 때보다는 힘드네.’

    사실 인위적인 근육 조정으로도 단시간밖에 할 수 없는 무리한 움직임이었다.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

    - 한계상황에 다다를수록 더욱 빠른 정보수집이 가능해집니다. 이제부터 마스터의 신체 대사에 대한 반응속도를 더욱 가속시켜도 되겠습니까?

    ‘좋아, 그렇게 해.’

    그 뒤로 성진은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을 꼬박꼬박 헬스장에서 몸을 단련했다.

    말 그대로 숨 쉴 틈도 없이 맹렬하게 운동을 해대는 성진을 보고 주인이 걱정하며 만류할 정도였다.

    이따금씩 다른 손님들이 몇몇 오면 기가 질릴 정도로 쉴 틈 없이 운동하는 성진을 보며 감탄만 할 뿐.

    ‘사람이 아니라 운동하는 기계 같구만.’

    주인이 보기에도 성진은 나날이 변하는 게 한 눈에 보였다.

    몸 전체에 근육이 제대로 자리 잡히고 있었다.

    튀어나오지는 않지만 똘똘 뭉쳐서 단단하게 잡힌 근육.

    소위 말근육이라는 것이다.

    덩치를 부풀린 근육은 의외로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저런 근육은 단시간에 만들기 힘들다. 주인은 기가 찼다.

    ‘특이한 체질이라도 되나?’

    벤치 바벨 100kg을 첫날에 들어 올린 성진은 그렇게 한 달이 다 되어 갈 무렵에는 150kg을 들어 올렸다.

    “후우.”

    숨을 내쉬면서 바벨을 내린 성진은 깊은 성취감을 느꼈다.

    방금 전에는 인공지능의 조정 없이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들어올렸다.

    “하아. 이제 다 된 건가?”

    - 그렇습니다, 마스터. 신체 능력이 월등히 향상됐고 모든 균형이 완전해졌습니다. 현재 짧은 시간 내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기초적인 수준으로는 완성된 상태입니다.

    “이게 기초적인 수준이라.”

    성진은 인공지능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벤치 바벨 150kg을 별 힘들이지 않고 들었다 내렸다 할 수 있는 수준의 완력이다.

    겨우 한 달 만에 이 정도로 변했다.

    게다가 이따금씩 전신 거울에 비치는 성진의 몸은 그야말로.

    “완전 몸짱이 되셨네요.”

    넉살을 피우는 주인이 다가와 음료수를 건넸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들어 헬스클럽에 손님이 조금 늘었다.

    성진의 몸이 다부지게 변하고 남성미 넘치는 선이 살아나면서 몸짱 청년이 이 헬스클럽에 다닌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었다.

    주인으로서는 성진이 제발 오래 좀 다녀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예.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음료수를 받아든 성진은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간 운동을 하면서 이것저것 열심히 먹고 마신 성진이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도와도 영양보충은 필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어느 정도 완성되어 가면서 체력 손실도 급속히 줄어들었다.

    인공지능이 요구하는 육체의 한계를 몸이 감당해낸 덕이었다.

    “잘 마셨습니다.”

    음료수를 마신 성진은 욕실부터 향했다.

    몸을 씻고 갈아입은 성진이 현관을 나서는데 주인이 웃으며 인사했다.

    “또 오세요.”

    “아, 예.”

    마주 인사하는 성진이지만 내일부터는 또 올 마음이 없다.

    이제 두 달 정도 기간이 남았지만 성진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

    이제 뭔가 다른 걸 해보고 싶다.

    몸 안에 넘치는 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무언가.

    걸어가면서 가볍게 내뻗는 주먹, 다리에서 바람이 일었다.

    성진은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깨달았다.

    “격투기를 배워보고 싶은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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