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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정복자-7화 (7/185)
  • <-- 7 회: 1권 - 신체 단련 -->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성진은 미소를 지었다.

    꼭두새벽부터 일터로 나가시는 대신 집 안에 앉아 신문을 보고 계신 아버지 때문이었다.

    “저 양반. 내가 꿍쳐 둔 돈이 있다고 그 돈 보여주면서 사정해서 앉혀 놨다.”

    어머니가 웃음을 참으시면서 귀띔하셨다.

    성진이 드린 천만 원을 보고 일단 아버지는 좀 더 제대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보기로 하셨단다.

    “잘 됐어요. 그리고 그 돈 저 필요 없으니까 편히 쓰시구요.”

    “어머 아들. 그래도 되겠어?”

    “저도 저 쓸 돈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고맙다, 우리 아들.”

    성진은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요즘 들어 일을 나가시면서 아버지가 힘에 부치시는 게 눈에 보였다.

    이제는 당분간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 이제부터는 운동을 열심히 해봐야지.”

    - 예, 마스터. 그러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육체 강화 기능을 작동시킬까요?

    “그래 일단 가까운 데부터 찾아다니면서 운동을 해보자.”

    한참 이른 아침 시간이다. 성진은 집안 창고에서 물통을 꺼내들었다.

    “운동 다녀오겠습니다.”

    “어 그래. 다녀와라.”

    한결 표정이 밝아진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현관을 나서는 성진이 밝게 웃어 보였다.

    “예 아버지.”

    문 밖을 나서니 아직 선선한 공기가 몸을 감쌌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새벽 6시.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에 시원하기 그지없는 찬바람이 상쾌하다.

    - 마스터. 현재 심박수를 비롯, 모든 신체 피로도를 확인 시작하겠습니다.

    “좋아.”

    본격적으로 성진이 운동을 시작하기로 하자 인공지능 팔찌가 성진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몸 안에 들어가 작동하기 시작한 나노 로봇이 작용 속도를 높이고 곧 성진의 신체 상태가 인공지능 팔찌의 피드백을 적용받기 시작했다.

    “좋아. 일단 아침 조깅이나 즐겁게 해볼까나.”

    준비운동을 마친 성진은 곧 약수터를 향해 뜀박질을 시작했다.

    몸은 가볍다. 약수터로 이르는 비탈길을 오르면서도 성진은 그다지 지치지 않았다.

    “그래도 몸이 가뿐한데? 이전보다 상당히 덜 힘든 거 같아.”

    성진은 즐거운 표정으로 계속 산비탈을 올랐다.

    사실 이상한 일이다.

    이제 막 전역했다고 해도 병장이 되면서 아무래도 몸 관리가 예전 같지 않았다.

    격한 운동을 하면 아무래도 숨이 차기 마련인데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덜 지치는 게 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 현재 각 근육의 급격한 사용으로 인한 세포손실을 긴급 보충하고 근육 회복에 관여하는 내분비물질의 양을 늘리고 있습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인공지능 팔찌가 통제하는 나노 로봇이 몸속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 뜻을 이해한 성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다 문득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가만 운동을 편하게 하면 근육이 안 늘어난다던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스터. 마스터께 운동을 하시기를 부탁드린 것은 마스터의 신체 구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입니다. 꾸준한 운동량으로 정보가 원활히 축적된다면 곧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너한테도 정보가 부족하다고?”

    - 그렇습니다. 지구 인류의 의료 지식으로는 아직 원활한 신체 강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한 인공지능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류가 연구하고 널리 퍼트린 정보에 근거했다.

    전자파를 수집하거나, 심지어는 직접 정보 네트워크에 무선 접촉해서 정보를 수집한다.

    그 와중에 얻은 의료지식 수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인공지능은 인류가 스스로의 인체에 대해 연구한 의료지식과 정보를 인공지능은 부족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흐음. 그렇구나.”

    인공지능의 설명을 들은 성진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지식과는 달리 신체적인 능력강화는 직접 운동을 하면서 얻어야 하는 셈이었다.

    - 현재 마스터의 근육을 비롯한 각 신체 구조에 대한 대사반응과 작동 구조에 대한 정보가 지속적으로 축적 중입니다.

    “좋아. 어쨌든 지치지는 않는다는 거니까 한번 열심히 뛰어볼까.”

    인공지능의 말을 이해한 성진은 더욱 속도를 올려서 비탈길을 주파해 나갔다.

    십여 분을 그렇게 뛰고 나니 꽤나 긴 비탈길이 벌써 끝이 났다.

    무서운 속도로 약수터 쪽으로 뛰어 올라오자 삼삼오오 운동 중이던 사람들의 이목이 성진에게 쏠렸다.

    쑥스러워진 성진은 애써 의식하지 않는 척 체력단련기구부터 찾았다.

    철봉, 윗몸일으키기, 허벅지 운동기 등 여러 가지가 놓여 있었다.

    “뭐부터 해야 될까.”

    - 운동의 종류는 크게 상관없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운동을 꾸준히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음. 좋아 그렇다면.”

    성진은 철봉기구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팔을 당기자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찰나, 근육이 수축되면서 성진의 몸이 단번에 당겨졌다.

    이번에도 발휘되는 나노로봇의 효용이었다.

    “우앗.”

    생각보다 가볍게 올라가는 신체반응에 성진도 깜짝 놀랐다.

    내친 김에 몸을 바싹 당기자 가볍게 가슴이 철봉 위로 올라갔다.

    “오호. 이거 나쁘지 않은데.”

    - 신체 반응 속도를 조절 중입니다. 익숙해지실수록 더욱더 빠르고 강한 반응이 가능하도록 조절하겠습니다.

    “음. 좋아.”

    기분이 좋아진 성진은 철봉운동을 그 자리에서 수없이 계속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리하게 몸을 혹사시키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격렬한 동작도 연속적으로 펼쳐 보였다.

    그렇게 운동만 수 시간째.

    철봉, 윗몸일으키기대를 닥치는 대로 사용하면서 땀에 젖은 성진은 문득 경탄한 표정으로 성진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을 느끼고서야 멈췄다.

    “흠흠. 이제는 그만 할까?”

    - 예 마스터. 근육 조직의 소모가 한계에 도달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휴식이 필요하실 듯합니다.

    “알았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약수물을 받아 챙긴 성진은 조용히 산을 내려왔다.

    시원한 아침바람이 흥건한 땀을 식혀주었다. 성진은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졌다.

    운동을 너무 장시간한 탓인지 인공지능의 도움도 한계인 모양이었다.

    “후. 이제 조금 뻐근하네.”

    - 마스터. 혹시 많이 불편하십니까? 지금 바로 회복 속도를 최대로 조율하겠습니다.

    “에이 불편하긴. 오히려 이렇게 운동하고 적당히 지치니까 기분이 좋은데 뭘. 운동을 한 기분이랄까? 그런 게 들어.”

    지치도록 운동을 하니 의외의 만족감이 성진의 마음에 깃들었다.

    그 뜻을 알아들은 인공지능은 간단히 대답했다.

    - 예. 알겠습니다, 마스터.

    성진은 가볍게 운동하고 적당히 기분 좋게 지친 듯한 기분이었지만 실제 운동량은 웬만한 프로 운동선수의 반나절 훈련량과 동일할 정도였다.

    소비된 칼로리가 장난이 아니라서 성진은 금방 허기가 졌다.

    꼬르륵.

    배를 울리는 밥 달라는 소리에 성진은 걸음을 서둘렀다.

    “이거 배가 너무 고프네.”

    -격한 운동을 통해 영양소를 소비하신 만큼 손실된 영양분을 즉시 보충하셔야 합니다.

    다시 꼬르륵 소리가 더 심하게 울렸다.

    성진은 배고픔이 더욱 심해지는지 집을 향해 단숨에 달려갔다.

    비록 배는 고팠지만 근육의 힘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성진의 움직임에 맞춰서 일시적인 전기 작용으로 필요한 부위의 근육을 긴장시켰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영양 공급이 안 된다면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겠지만 단시간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집에 도착한 성진은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밥통부터 열어 젖혔다.

    마침 졸린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오신 어머니가 성진을 보고 화들짝 놀라셨다.

    “아니 이게 웬 밥도둑이야?”

    “헤헷. 운동을 좀 해서요.”

    머리를 긁적이는 성진은 말하면서도 연신 밥을 떠먹었다.

    “어휴 땀 냄새. 아무리 그래도 목욕부터 좀 하지.”

    “죄송해요. 이거 먹고 바로 나갈 거예요.”

    말하다 보니 어느새 밥통에 남아 있던 밥이 순식간에 비어버렸다.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시며 쌀바가지를 꺼내셨다.

    “어휴. 그렇게 먹어대면 밥을 아무리 해도 모자라겠다.”

    성인 장정 8명이 먹어도 남을 만한 쌀밥이 단번에 사라져버렸다.

    격한 운동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샘솟는 체력을 경험하니 생각하지 못했던 쾌감이 들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는 만큼 먹어줘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밥을 다 먹은 성진은 욕실부터 찾았다.

    욕실에서 몸을 씻고 있으려니 좀 더 준비된 장소에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곳에서 운동하는 게 더 낫겠지?’

    산에 있는 체력기구들은 종류도 한정적이고 무엇보다 섬세한 운동에 부적합하다.

    본격적으로 육체를 향상시키려면 본격적인 운동 기구들이 있는 곳에서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싶었다.

    “좋아. 일단 헬스클럽이나 가봐야겠다.”

    밖으로 나온 성진은 가볍게 갈아입고 운동을 갈 채비를 했다.

    “어머니. 저 운동 나가요.”

    “운동?”

    “헬스클럽이라도 다녀보려구요. 복학하기 전까지라도.”

    “헬스클럽?”

    어머니도 운동을 한다고 하니 좋아하시는 눈치다.

    아무래도 군대 갔다 온 아들이 집에만 박혀 있는 건 부모님이 보기에 좋지 않은 법이다.

    “그래, 잘 생각했다. 돈은 있고?”

    지갑부터 꺼내 드시는데 아무래도 아직 어린 성진에게서 목돈을 건네받은 것이 마음에 걸리시는 모양이었다.

    그 마음을 짐작한 성진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

    “에이. 제 쓸 돈은 있다고 했잖아요.”

    “인석아 그래도…….”

    “아이 참. 됐다니까 그러시네요, 우리 엄니.”

    어머니를 말린 성진은 방을 나오면서 작은 옷가방만 챙겨들었다.

    집을 나와서 버스로 시내에 들어간 성진은 눈에 가장 먼저 띄는 곳을 찾아갔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편하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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