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155)화 (155/157)

[데스퍼라도] 155. 최후의 결전

데스퍼라도(Desperado)

최후의 결전

사계 전사들은 갑자기 살기가 등천하는 무시무시한 전사로 변해버린 리크를 바라보며 저마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이클, 목유성, 세아린, 케시어스, 슬레이어, 고룡 카라펠리오, 프리즘의 전사들, 그 외 리크를 알고 있는 다른 전사들 마저 경악에 찬 시선으로 리크를 살펴보았다. 난데없이 두껍고 어두운 금속 재질의 갑옷을 입은 리크의 모습은 충격적일 만큼 대 사건이었던 것이다. 지난번 리크는 고작해야 갈비아스 파동검술을 시전하기 위해 공격형태로 변신한 적이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흉폭한 광기가 풀풀 솟아나고 주변지역에 광풍이 몰아치는 사나운 기세까지 대동하니 하늘의 정령 나르시스조차 오금을 저리고 있었다. 나르시스는 때아닌 광풍에 그녀의 긴 옷자락을 풀풀 날리며 저편 구석에서 움찔거리고 있었다.

[쿵쿵]

리크가 땅이 꺼질 듯한 발자국 소리를 내며 나르시스에게 다가왔다.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대단한 위용이었다. 순간 나르시스가 두려움에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넌 누구냐?"

물론 나르시스는 리크가 창성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리크의 모습을 보고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했다는 것을 인식했는지도 몰랐다. 한편 리크는 나르시스에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팔짱을 낀 체 여유 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누구일 것 같은가? 후후."

"도대체 넌 누구란 말인가?"

"하늘의 정령 나르시스정도 된다면 적어도 빛과 암흑의 전쟁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겠지."

"빛과 암흑의 전쟁이라니? 그..그건 오래 전 어느 우주에서 일어났던 대 사건이 아닌가? 그 우주의 창조주는 스스로 분리해 변형된 창조주의 전사로서 빛의 전사들을 이끌고 암흑을 물리친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금 그런 사실들이 그대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후후.."

리크는 대답대신 연신 미소를 흘려보냈다. 그 순간 나르시스는 눈치라도 챈 듯 경악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헉! 설마! 검은 갑옷의 어둠의 검이라면..."

그때 리크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재빨리 말문을 열었다.

"아니..아니..난 그대가 생각하는 변형된 창조주는 아니야. 그분은 이 따위 칠계 소우주는 거들떠보실 분도 아니지. 아마 지금 대우주로 어디쯤 계실 것 같은데..갑자기 아버지가 보고싶군..아무튼 여기 일을 끝내면 당장 아버지를 찾아가야겠어. 젠장. 나만 외톨이로 이곳에 남아있으니 요즘 같아서는 옛날 가족들과 친구들이 너무 보고싶군.."

나르시스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분명 그가 말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빛과 암흑으이 최후 전쟁에 참가한 빛의 전사임이 틀림없었고 더군다나 빛의 전사들을 이끈 변형된 전사 일명 관념(觀念)의 전사라 일컬어진 자를 아버지로 칭하지 않는가? 참으로 경악할 일이 아니랄 수 없었다. 그때 리크는 팔짱을 푼 뒤 자신이 입고 있는 갑옷을 손으로 쳤다.

[탁!탁!]

"천공갑옷이라 후후. 이 갑옷에는 수많은 흠이 나있지. 그이유가 뭔지 아는가? 바로 이 갑옷은 아버지가 관념의 전사가 도기 위해 기억여행을 하실 때 내게 직접 물려주신 거지. 뭐 나중에 관념의 전사로 거듭나시고는 다른 수하들에게 복사하듯 많은 천공갑옷과 어둠의 검을 하사 하셨지만 이 천공갑옷 만큼은 오리지날이지. 바로 아버지가 어둠의 제왕이자 대살육자로 활약하시던 시절에 수많은 전설을 뿌려되었던..후후. 뭐 그 당시에 우리 어머님을 만나 나를 나셨지만."

리크는 마치 과거의 기억에 빠진 무척 감상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이..이런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원래 내 성격이 감상 적은 아닌데 갑자기 아버지 얘기가 나오니..나도 모르게..하하하. 아무튼 반갑군. 이 곳 칠계에 창성인으로 행세하며 또다시 리크라는 인물로 환생한 이후 오늘날 역행을 시도하려는 그대들 영역 내부에 깊숙이 오게된 것에 대해 환영해주길 바란다. 자 그 옛날 칠계의 창조주에게 부탁 받은 대로 지금부터는 그대들의 죄 값을 치르게 하겠다."

나르시스는 그 스스로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생각했는지 갑자기 고개를 거만하게 쳐들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 위대한 전사의 아들이라. 호호호. 괜히 겁을 먹었군. 네 놈이 아버지만큼 힘을 쓰리라 보이진 않는데..그리고 난 칠계의 멸성인들 중 서열 7위에 해당하는 하늘의 정령 나르시스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권능과 권세만 하더라도.."

"아가리 닥치고 네 힘을 보여주기나 하시지.."

천공갑옷의 스며있는 어둠의 광기가 리크에게도 영향을 주었는지 그이 말투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뭐..뭐라고 아가리 닥치라니..감히 내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만 찍찍거리고 먼저 공격해라! 단 한번의 기회를 주겠다."

"먼저 공격하라니.."

나르시스는 리크가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선체 먼저 공격을 하라고 하자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분명 저 놈은 빛의 전사 출신이니 절대로 방심하면 안 돼. 그나저나 먼저 공격하라니 그만큼 나를 깔보는 군. 아무리 빛의 전사라 하더라도 이건 자존심이 구겨지는데. 하지만 네 놈의 그런 결정이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난 이번 공격에 모든 힘을 쏟아 부을 테니..후후.'

"뭘 그렇게 뜸들이나. 잡것 같으니.."

"뭐..뭐 잡것이라고..이 놈이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하늘의 정령 나르시스의 두 손이 허공으로 높이 치켜들었다. 눈동자가 없는 횐 자위 눈을 부릅뜨더니 저 하늘을 보며 외쳤다.

[[하늘의 힘이여 그대의 거대한 권능을 무시하는 존재가 나타났도다. 그 존재에게 그대의 힘을 보여주거라.]]

그 순간 푸른 태양이 월식처럼 다른 위성에 의하여 가려지는 괴현상이 시작되었다. 점차적으로 위성이 푸른 태양을 더욱 가릴 때마다 주변이 어두워졌다. 사계 전사들은 저마다 이런 놀라운 광경에 당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단지 리크만이 아직도 여유를 잃지 않고 뭐라 씨부렁거렸다.

"후후. 하늘의 정령이라 그런지 하늘 위에서 무슨 쇼라도 보여줄 참인가. 태양을 가려서 뭔 짓을 할런 지 아무튼 대단한 능력이라는 것은 인정을 해주어야겠군.

나르시스는 자신의 최후 비전 절기인 폭사(暴死)의 에너지를 시전 하려했다. 그와 같이 마지막 절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한순간에 승부를 가리기 위한 결정이었다. 아무튼 나르시스는 절대로 자신의 폭사의 힘에 리크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확신을 했다.

"바보 같은 놈. 아무런 이유 없이 선제 공격을 내게 주다니. 자 네 놈의 자만심이 널 영원한 소멸의 길로 인도 할 것이다. 깔깔깔깔깔"

[슈슈슈슛]

갑자기 나르시스의 산발한 머리카락이 쑥쑥 자라더니 저 허공으로 높이 뻗쳤다. 한편 월식처럼 위성이 완전히 태양을 가리니 주변이 칠 흙처럼 깜깜해 졌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 순간적으로 빛이 폭사했다.

[파파파파파]

그 섬광은 저 허공의 가리워 진 태양이 순식간에 제 모습으로 나타내면서 발산한 빛줄기였다. 다시 주변 영역은 대낮처럼 환하게 밝아왔다. 하지만 그 강력한 폭사(暴死)의 에너지가 리크의 천공갑옷을 작렬했으니 그 충격으로 그는 무려 수백 미터거리에 이르는 거리를 팅겨 나가더니 저편 바위산 절벽 중간에 거대한 동굴을 만들면서 아예 박혀버렸다. 사계 전사들은 그와 같은 광경에 무척이나 당황해 하였다.

"리..리크!"

"리크."

"리크가 당했어.."

"젠장..그렇게 여유를 부리더니만.."

나르시스 역시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혹시나 자신의 비전절기가 먹히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폭사의 에너지를 정면으로 맞았으니 그제 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호호호. 빛의 전사라..별것도 아니군. 아니 내 폭사의 절기를 일부러 정면으로 맞다니 한마디로 미친놈 아니면 진짜 바보가 틀림없군,"

그 순간 슬레이어와 목유성이 나르시스 앞으로 뛰쳐나오더니 각자의 검을 빼어들었다.

"이..요망한 년 같으니라고."

"네 가 리크를..."

"호호호. 대장이 죽었으니 그 수하들은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겠지.."

슬레이어와 목유성은 리크가 당했다는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는지 몹시 흥분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 건 바로 각자의 절기를 동시에 시전하자는 의미였다. 그들이 동시에 외치면 흑신룡들과 백신룡들이 한꺼번에 출현할 수도 있었다.

그때였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리크가 저편 바위 속에서 금속 날개를 펼친 체 쏜살같이 이곳으로 날아서 왔다.

"리..리크."

"리크."

"리크가 살았다."

"하하하. 슬레이어 아저씨 목유성 스승님. 각자 검들을 거두세요. 어차피 흑신룡과 백신룡들은 나중에 골드 드래곤들을 상대할 때 불러내시는 것이. 괜히 저런 시시한 존재에게 힘을 낭비할건 없어요."

한편 하늘의 정령 나르시스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그저 멍하니 리크를 바라보았다. 리크 역시 그녀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자신의 가슴팍을 손으로 비비면서 엄살을 부렸다.

"아직도 가슴이 얼얼하군. 정말 대단한 충격이었어. 바위산 중턱에 수십 미터의 동굴이 만들어 질 정도로 내가 박힐 정도이니..후. 짜릿한 경험을 느끼게 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군."

"믿을 수가 없어. 내 폭사의 에너지를 정면으로 맞고도 아무런 부상을 당하지 않다니.."

"부상을 당하지 않다니..그런 섭한 말씀을 하다니..후후. 여가 흉갑 왼쪽 부근이 조금 찌그러졌는데 말이야. 아직도 아프단 말이야. 에고. 진짜 얼얼하네.."

그때 리크는 망연자실(茫然自失)하게 서있는 나르시스에게 재빨리 다가가더니 그녀의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흠 짓 놀란 그녀가 몸을 피하려 뒤로 물러섰지만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리크이 엄청난 기도는 그녀의 가녀린 몸을 제압하고도 남았다.

"보여줄 다른 기술이라도 있나?"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아마 없나 보군. 그렇다면 이젠 내 차례인가?"

"살..살려줘!"

"오호 그 위대한 하늘의 정령 나르시스 여신께서 울상까지 짓고 이거 너무 애처로 와서 갈등이 생기는데.."

한순간 나르시스의 긴 머리카락이 리크의 갑옷을 둘둘 말았다. 잠시 후에는 엄청난 힘으로 리크의 몸을 조였다.

"살려달라더니 기습공격을 하는군."

"이 놈 죽어라!"

나르시스의 머리카락에서 붉은 빛이 나기 시작했고 천공갑옷 전체를 누에고치가 집을 치듯 금새 붉은 머리칼로 꽉 조여졌다. 잠시 후 리크의 등 뒤 금속 날개가 서서히 펼쳐지려 하였다. 머리카락에 조여진 날개의 움직임이 느렸다.

[툭툭툭]

날개의 강력한 힘에 나르시스의 머리카락이 견디지 못하고 끊어져 버렸다.

[악!]

끊어진 탄력에 뒤로 나가자빠진 나르시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끊어진 머리 창백한 얼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체념 어린 표정 등..한마디로 절망적인 모습이었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먹구름이 몰려오니 거대한 폭풍이라도 몰려 올 것만 같았다.

[휘이!]

[두두둑]

갑자기 떨어지는 빗방울에 리크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르시스 그대의 동료들이 몰려오는 것 같군. 4대 정령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네놈이 아무리 빛의 전사라 하더라도 바람의 정령 위노아, 물의 정령 레커시아스 불의 정령 파이스론 그들이 한꺼번에 덤빈다면 절대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엄청난 기세로군. 진짜 그들이 한꺼번에 덤빈다면 이 승부가 어떻게 날지 모르겠군. 하하."

리크는 나르시스의 팔을 잡아 질질 끌고는 사계 전사들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녀를 바닥에 내던졌다.

[획]

"아 얏!"

"여러분들은 이 정령을 잘 감시하세요. 머리카락이 잘려나갔으니 그다지 힘을 쓰지는 못 할겁니다."

"리크 다른 정령들이 몰려온다는데 설마 혼자서 그 셋을 상대하는 건 아니겠지. 혹시라도 우리들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해!"

슬레이어가 말하자 리크가 말했다.

"아닙니다. 이번에도 저 혼자 나서야 될 것 같은데. 나머지 세 정령들은 하늘의 정령 나르시스보다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한 존재들입니다."

"그렇게 강한가?"

"바람과 물, 불의 정령들 그들은 실질적으로 이 아도라 영역에서 자연의 힘을 행세하는 존재들이니 만큼 신(神)이라 불리는 자들입니다."

"리크! 그런 신(神)과 같은 자들을 상대할 수 있겠어?"

리크는 자신의 갑옷을 갑자기 손으로 쳤다.

[툭툭]

"이 갑옷의 원래 주인인 아버지는 바로 신(神)들의 사냥꾼으로 불렸던 적이 있었죠. 이제부터 저도 그 위대한 정령들을 불러낼 참입니다."

"정령이라니?"

"보시면 압니다. 그나저나 지금부터 천재지변이 일어날것이니 각자 알아서 대피하시고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천재지변이라고.."

"네. 아마 그 이상일수도 있어요. 그러니 저 쪽 바위산 밑으로 피하시는 것이..자 시간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저 편 상공에 나타났습니다. 자 그럼!"

[팟!]

리크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상공 어느 부분에서 그 모습을 나타냈다. 그곳은 구름보다도 높은 공간이기에 저 푸른 태양을 직접 볼 수 있는 천상의 세계와도 같았다. 리크의 발 아래는 검은 구름이 뭉클뭉클 되고 있었다. 그때 섬광이 번쩍하더니 하나의 인형(人形)이 스르르 나타났다. 그의 몸에는 엄청난 화염이 일어나고 있었고 사방이 후끈거릴 정도였다.

"후후. 한눈에 봐도 불의 정령 파이스론이라는 것을 알겠군."

리크는 흥미롭다는 듯 갑자기 나타난 존재를 살펴보았다. 그 순간 또 다른 방향에서 엄청난 크기의 물기둥이 다가오고 있었다. 여긴 바다도 아닌데 허공에서 난데없이 거대한 물기둥이  나타나더니 우렁찬 소리를 냈다.

[[감히 어떤 놈이 우리 막내인 나르시스 괴롭히느냐..]]

리크는 이번에 나타난 존재를 보더니 또 한마디했다.

"꼴 상을 보니 물의 정령 레커시아스로군..그 다음에는 나타날 정령은 물론 바람의 정령 위노아가 틀림없겠군."

리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편에서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이내 광풍을 불어되었다. 먹구름의 존재는 하나의 사람 형상으로 변하더니 무시무시한 괴물의 형태로 변했다. 이로서 세 정령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허공에 유유하게 떠있는 리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 정령의 크기는 마치 거대한 산을 보는 것처럼 엄청나게 컸다. 실로 대단한 위세가 아닐 수 없었다.

"후 와! 진짜 크군."

그들 정령은 리크를 살펴보더니 자기들끼리 대화했다.

"저 놈이 우리 귀염둥이 나르시스를 제압했단 말인가?"

"웃기는 일이군. 일개 창성인이 정령의 왕들 중 하나인 나르시스를 제압하다니.."

"저 놈은 그저 단순한 창성인은 아닌 것 같은데..그 기류가 무척이나 독특하군.."

"쳇. 창성인들이 날고 뛰어봤자 우리 정령들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몰라서 하는 말인가.."

"그런 말 말게나. 저 창성인 전 창조주가 은밀히 숨겨둔 전사의 개념의 창성인이란 말일세. 그러니까 우리 멸성인들을 상대로 길러진 전사라 할까?"

"하하하하. 오래 살다보니 별 소리를 다 들어보겠네 그려. 창조주마저 우리 4대 정령과 와 3천신님들에게 역행을 당했건만 그런 멍청이 창조주가 키운 전사가 힘을 써봐야 얼마나 쓰겠는가?"

"그래도 저 창성인이 나르시스를 제압했으니 어느 정도 전투 능력은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야 나르시스가 너무 약하기 때문이지.."

"하긴 막내 나르시스는 전투적 개념의 정령은 아니지.."

그때 리크는 그들의 대화에 갑자기 껴들었다.

"아니 이곳들이 사람하나 세워놓고 병신을 만드네. 야! 이 새끼들아! 싸우려면 싸우고 말려면 말아야지 뭔 계집애들처럼 수다를 떨기는..빌어먹을.."

세 정령들은 리크가 쌍소리를 해대자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변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미친놈이 틀림없어. 감히 우리 앞에서 그렇게 말할 존재들이 누가 있겠어."

"하여간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놈은 그 명이 짧지."

온몸에 화염으로 휩싸인 거대한 불의 정령 파이스론이 리크 앞으로 나섰다. 그 열기가 너무 강해 리크이 천공갑옷 조차 붉게 달구질 판이었다.

"더럽게 뜨겁네.."

"네 이놈 꼬마야! 감히 신(神)에게 반항한 죄. 영원한 지옥 불구덩이 속에서 갇혀있어야만 되는 형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내 오늘 너는 그저 편안한 소멸의 길로 인도해주겠다. 하하하. 3 천신 님들이 그렇게 명령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하하하."

"병신 웃지 마라 누런 이빨 보인다."

"뭐..뭐라고 이 건방진 꼬마 놈이.."

불의 정령 파이스론의 노기 띤 목소리와 함께 불기둥이 리크를 향해 다가왔다.

[활활활!]

"어쿠!"

커다란 불기둥은 생각보다 빨랐다. 하지만 리크가 조금 더 빨랐기에 가까스로 화염 속에 갇히는 것을 모면했다. 그와 동시에 리크가 외쳤다.

[[ 불에는 불로 대응하리라! 천공갑옷 제 2단계..]]

순간 저 아래 대지가 지진이 난 듯 마구 갈라지더니 그 아래에서 엄청난 용암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쩍!]

[우르르르르르]

[슈슈슈슈]

불의 정령 파이스론이 만들어낸 불기둥보다 수십 배 큰 용암줄기가 구름을 뚫고 하늘로 솟아오르니 각 정령들이 경악했음은 물론이었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들이.."

리크는 자신이 만들어낸 거대한 용암줄기를 향해 손을 들었다.

"불의 정령 듣거라! 불의 기운을 사용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 크기는 되 야지. 하하하. 자 그대의 불기둥과 내 용암 기둥이 부딪치며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궁금하지 않나?"

리크가 손으로 한번 내 젓자 마치 거대한 용암 기둥은 기다렸다는 듯 회오리를 치며 불의 정령 파이스론에게 맹렬한 속도로 다가갔다. 잠시 후 그 앞에 있던 불기둥이 거대한 용암 줄기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더 이상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음 차례는 바로 불의 정령 파이스론이었다. 아무리 그가 불의 정령이지만 저 대지의 정령이자 용암의 정령의 엄청난 힘에는 속수무책이었는지 그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치지지지지직]

정말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졌으니 그건 바로 화염에 휩싸인 불의 정령이 용암에 의한 열기에 녹아 버린다는 것이었다.

[아아아아아]

리크가 불러낸 천공갑옷 그 두 번째 정령은 한순간에 이 곳 칠계의 불의 정령을 소명 시켜버렸으니 과연 그 광경을 보고 경악하지 않는 자들이 없었다. 마치 신(神)들의 전쟁이 벌어진 양 저 지상 아래에서 지켜보던 사계 전사들은 리크가 신(神)과 같은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 놀랐는지 그저 감탄사만 연발했다.

"훗. 리..리크는 인간이 아니야!"

"리크는 자신의 힘을 여태 것 숨기고 있었던 거야!"

"직접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수 없는 광경이다. 세상에 이런 전투도 존재한단 말인가?"

"정말 대단한 광경이야..저 가대한 용암줄기가 리크의 명령대로 움직이다니.."

"대지 마저 갈라진 체 수많은 용암들을 뿜어내니..후. 리크의 말대로 이곳 바위산 고지대에 피신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불에 타 죽었을지도 몰랐어."

"그나저나 아직까지 두 정령들이 남았는데. 과연 리크가 저 둘을 상대로 이번엔 뭘 보여줄까? 제발 무사하기를.."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것은 나머지 바람의 정령 위노아와 물의 정령 레이커시스도 마찬가지 였다. 하늘 위에 하늘이 존재한다고 할까 애초부터 저 검은 갑옷의 창성인인 나르시스를 제압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단번에 불의 정령 마저 제압했으니 말이자.

"이..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세상에 우리 정령들을 제압할 존재는 천신 님들 밖에 없거늘..어떻게..창성인이.."

"그럼 저 창성인이 천신 님들과 그 능력이 비등하다는 말인가?"

"젠장. 일단 직접 목격했으니 그렇게 믿어야지."

"그렇다면 이번엔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저 놈을 공략하는 것이 좋겠군."

"자존심 상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할지도.."

"정말 창피한 일이군."

"도대체 어디서 저런 괴물 같은 놈이 나타난 것이지?"

리크는 이번에도 그들의 대화에 끼어 들더니 버럭 소리 질렀다.

"시끄럿! 이 것들이 도대체 시간만 나면 잡담을 하니..젠장, 둘이 덤비던지 하나가 덤비던지 빨리 시작하라고!"

"이 놈이.."

바람과 물의 정령이 움직였다. 금새 날씨가 어두워지더니 하늘을 덮고 대지를 울릴 것만 같은 엄청난 폭풍우가 밀려왔다. 바람의 정령에 의해 폭풍이 만들어졌고 불의 정령에 의해 비가 마구 뿌려졌다. 곳곳에 회오리바람 기둥이 나타났고 비바람은 대지의 산천초목을 뿌리뽑히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대 재해가 몰아치는 폭풍 속 한가운데 리크가 사악한 표정을 지었다.

"후후. 뭐야 겨우 이 따위 자연의 힘으로 날 상대하겠단 건가?"

그때 바람의 정령이 주변 회오리 기둥을 끌어 모으더니 그 거대한 손으로 움켜쥐고 마치 창처럼 리크에게 던졌다.

[슈슈슈슈슈]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다. 회오리바람 기둥이 창의 형태로 변하여 리크에게 다가오니 말이다.

어쨌든 리크 역시 이번에는 방심할 수 없었는지 혼신의 힘을 다해서 피했다.

"어쿠!"

회오리치는 창은 리크 곁을 살짝 비켜갔다.

"후. 겨우 피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허공에서 엄청난 크기의 해일이 생기더니 한순간에 리크를 물속에 잠기게 했다.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허공에서 물이 생기고는 파도처럼 리크를 덮어씌우니 정말  신(神)들이 일으키는 조화가 아닐 수 없었다.

"어푸 어푸.."

허공에 만들어진 거대한 구체의 물 속에 잠기다가 숨쉬기 위해 겨우 고개만 밖으로 내민 리크는 그 자신도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젠장, 별일을 다 당하는군. 허공에서 잠수하고 수영을 하는 꼴이라. 뭐 그다지 나쁜 경험은 아닌 것 같은데."

이번에는 회오리바람 기둥이 물과 결합하면서 순식간에 엄청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물론 물 속에 잠긴 리크는 그 안에서 버티지 못하고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슈슈슈슈]

계속 돌았다. 리크의 천공갑옷 뒤에 달려있는 날개조차 그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에고 어지러워라. 이것들이 날 빙빙 돌려서 죽일 작정이군."

소용돌이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그 속도가 빨랐다. 리크는 물 속에서 빙빙 돌면서도 겨우 입을 열어 외쳤다.

[천공갑옷 제 3정령이여..그대의 힘이 필요하다..]

[크앙]

리크의 다급한 목소리에 제3정령은 뜸들이지 않고 바로 나타났다. 폭풍의 정령은 거대한 거인이었다. 그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검으로 저 허공에 떠있는 물 구체 속으로 조심스럽게 갖다되었다. 그 안에는 자신의 주인 리크가 있었기에 그가 다칠까봐 손속을 두었던 모양이었다. 구체안에 소용돌이는 거대한 검에 의해서 멈추었고 리크는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제3의 폭풍 정령은 그 크기가 엄청났으니 이곳 세계의 바람의 정령 위노아와 물의 정령 레커시아스보다도 그 대가리가 하나 더 컸다. 리크는 자신의 검 동작을 취하자 거인 정령 또한 리크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쉭!]

[쉭]

리크가 휘두르자 거인 정령 역시 그 거대한 검으로 하늘을 갈랐다.

[댕강!]

순식간에 바람의 정령 위노아의 모가지가 잘려 나갔다. 위노아는 자신에게 검이 오는 것을 보고도 피하지 못했다. 상대방의 기류에 자신이 꼼짝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늦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고스란히 당한 꼴이었다. 바로 옆에 물의 정령 레커시아스 역시 리크가 불러낸 천공갑옷 제 3의 정령을 보고는 한마디로 오금이 떨려서 서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녹슬은 투구에 무식한 철검을 든 거대한 거인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명색이 칠계의 4대 정령들 중에서도 그 힘이 가장 강한 물의 정령 레커시아스는 상대방의 광폭한 기류 자기도 모르게 그만 기가 질려버렸다.

"아아아"

이번엔 리크가 아까 수평 방향으로 검을 휘두른 것과 다르게 수직으로 검을 휘두르니 거인 정령 역시 수직으로 하늘과 구름을 가르면서 물의 정령 레커시아스를 두 동강이 냈다. 일말의 외침조차 없었다. 4대 정령 중 마지막 정령인 레커시아스 마저 죽자. 모든 정령들의 시신이 빛으로 화하면서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다. 이미 석양이 지고 땅거미가 어둑해서야 이 광대한 전투는 끝이 났던 것이다. 멸성인들 중 칠계의 창조주를 역행하는데 일등공신이었던 그들이 리크에 의해서 소멸 당했던 것이다. 훗날 이 싸움은 신(神)들의 전투라는 역사회고록에 그 첫 장을 기록하게 되었다.

저편 하늘에서 리크가 커다란 금속 날개를 펼치며 사계 전사들 이 숨어 있는 바위산 중턱으로 날아왔다. 그런 리크의 모습을 본 사계 전사들 사이에서는 저마다 침묵이 흘렀다. 그들은 더 이상 리크를 그 자체의 존재로 보지 않은 듯 했다. 조금 전 그가 펼친 능력을 볼 때 분명 그는 신(神)과 같은 자였던 것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 있겠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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