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154)화 (154/157)

[데스퍼라도] 154. 아도라의 영역

데스퍼라도(Desperado)

아도라의 영역

사실 목유성과 마이클은 지난번 리크가 프레아세톤 위성을 밝히는 자리에서 고대 창성인인 나야타가 3천신과 4정령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일단 정령들 중 하늘의 정령인 나르시스 정령과 바람의 정령 위노아, 물의 정령 레커시아스 불의 정령 파이스론 이렇게 4대 정령이 있었고 그들을 지배하는 3명의 천신(天神) 있는데 그들 3 천신과 4정령은 실질적인 핵심세력으로서 칠게 모든 멸성인들을 움직이는 존재들이라는 것 등 비록 천신(天神)들에 대해선 아직 밝혀진 것은 없지만 오늘날 창조주에게 반기를 들어 역행을 시도하려는 자들이 바로 그 3명의 천신(天神)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나야타 창성인이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던가.

지금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 바로 천신들이니 순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미 엎질러진 물 주워 담을 수 없듯이 일단 그들의 결계로 들어왔다면 그들과 대항하여 살아남으려고 해야만 하였다. 마이클이 불안한 듯 다시 말문을 열었다.

"리크. 천신들은 천신이라지만 골드 드래곤 혹은 그랜드 골드 드렌곤 같은 종족들과 나머지 4정령들 마저 이곳에 나타난다면 어떡할 거야?"

"어떡하긴..어차피 도망 갈 데도 없는데 그들을 맞이해야지.."

순간 마이클이 성질을 참지 못하고 리크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걸 말이라고 해! 너야 어차피 창성인이니 도망갈 재주가 있겠지만 여기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죽으라는 이야기란 말이야!"

"이봐 마이클! 일단 흥분 좀 하지 마라..후. 아무튼 이곳 아도라의 영역에 들어오기 전에 내 그렇게 말했건만..목숨이 위험할 수 도 있다고. 안 분명히 만류했다고."

"이 자식이 정말 명색이 대장이란 놈이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하다니.."

"가만..가만..농담이야..그러니 이 멱살부터 놓고 얘기하자. 젠장. 난 농담도 못하냐?"

"농담이라니?"

"우린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단 얘기야.."

"진짜?"

"응."

"어떻게?"

"그냥.."

"그냥이라니?"

"일단 부딪쳐 보자고.."

"리크. 내가 무서워서 이러는 게 아니야. 죽을 때 죽더라도 적어도 원 없이 싸워보고는 죽어야 될 것 아니야! 그런데 칠계 멸성인의 최고 신(神)들이라 불리는 천신들이 만들어 놓은 결계 안에 일부러 들어와서 그냥 그들의 공격을 기다리며 맥을 목숨을 내놓는다는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래."

마이클의 말에는 사계 전사들 모두 공감한다는 표정들이었는지 저마다 마이클처럼 시무룩한 표정으로 리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크는 갑자기 쏟아는 시선에 당혹 감을 감추지 못하고 땀을 삐질 삐질 흘리고 있었다.

"갑자기 왜들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에요. 마치 결계 안에 들어 온 것이 죽으러 들어온 것처럼 초상집 분위기로 바뀌다니. 뭐 물론 저들의 결계 안이니 우리가 불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거 없어요."

"......."

사계전사들은 리크의 말에 뭐 이렇다 할 질문도 없이 침묵만 지켰다. 사실 그들은 대장 리크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과연 리크가 3천신, 4정령 혹은 골드 드래곤들을 상대로 제압할 수 있는 전투 실력을 가졌는지 말이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솔직한 심정은 그들과 제대로 전투를 벌이지도 못하고 그저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을까 걱정 또한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장 리크는 그들의 심정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그저 개구쟁이와도 같은 말투와 연신 미소를 지었다.

"자! 갑시다. 내 생각으로는 저 기 붉은 바위 산 아래 거대한 신전이 보이죠. 그곳에서 일단 여장이나 풀고 가지요. 어차피 결계 안에도 사람들이나 동물들 숲 산 식량 물, 태양 등이 존재하니 이곳에서도 허기를 때우고 좀 쉴 필요가 있는 곳입니다. 그나저나 저 신전에는 뭐 먹을 것 좀 있을라나.."

리크가 방향을 돌려 저편 신전이 있는 언덕 쪽으로 향하자 다른 사계 전사들은 그를 무심히 쳐다보다 결국에 그의 뒤를 따랐다. 마이클은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씩씩거렸다.

"자식. 진짜 여유 부리는 군. 아무튼 우릴 보호하지 못하면 알아서 하라고."

"뭘 그렇게 씨부렁 되냐.. 원 사람을 그렇게 못 믿어서야."

잠시후 리크와 일행 등은 붉은 바위 밑에 거대한 신전 입구 앞에 도착했다. 그때였다. 연한 하늘빛의 옷을 입은 여인이 머리에 물 동을 이고 입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리크와 일행들을 발견하자 너무 놀란 듯 물 동을 놓쳐버렸다.

[쨍그랑!]

푸른 대리석 바닥에 물동이 산산조각 나고 여인은 그 자리에서 털석 주저 앉아버렸다.

"어머나.."

사계전사들은 여인이 자신들을 보고 놀라자 저마다 당황한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여인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눈과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저 물동이나 지는 시녀로 보기에는 그 기품이 너무나 높아 보였다. 어쨌든 그녀는 놀란 사슴처럼 눈방울이 커지며 대뜸 말했다.

"당..당신들은 누구시죠?"

그때 리크가 앞으로 나서더니 정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우린 이곳 건물에서 좀 쉬어 가고 싶습니다. 허기도 좀 지고 지쳐있으니 하룻밤 신세를 지어도 괜찮겠습니까?"

"저는 분명 누구냐고 물었는데.."

"우리가 누구인지 그렇게 궁금하시오?"

"혹시 사계에서 오신 분들.."

"잘 아시면서.."

"결국 이 세계로 들어오셨군요. 그대들은 이곳이 천신님들이 창조한 세계라는 것을 알고도 일부러 들어왔단 말인가요?"

"그나저나 우리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은데 도대체 그대는 누구시오?"

"전 하늘의 정령인 나르시스입니다."

순간 사계 전사들은 깜짝 놀랐다. 비로 이 여인이 사대정령 중 하나가 아닌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이곳 존재들은 저마다 무시무시한 존재일거라 생각했지만 그저 물동이나 이고 자신들을 보고 놀라서 그 물동이를 깨버린 가녀린 여인이 바로 사대정령중의 하나이니 말이다. 리크 만이 재미있다는 듯 얼굴을 실룩거리더니 대뜸 말했다.

"후후. 이 정도 통성명을 했으면 된 것 같은데..그나저나 하룻밤은 쉬어갈 수 있는 거죠?"

"아..예.."

"먹을 거 좀 일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좀만 기다려 주시기를.."

"정령들조차 천신들이 만든 결계 세상 안에 산다니. 이거 흥미롭군. 더구나 하늘의 정령 치고 이렇게 소박한 곳에서 물이나 나르고 있다니. 이게 다 천신들의 의지로 그렇게 된 것이오?"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습니다."

"뭐 좋으실 대로.."

"그럼 식사 준비를 위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잠시후 정령 나르시스가 물러가자 사계 전사들은 저마다 웅성거렸다.

"뭐야?"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군."

"여긴 도저히 결계 안이라 생각이 들지 않는 곳이군. 저기 뒤뜰 좀 보라고 닭들이 모이를 쪼아먹고 우리간에서 가축 소리도 들린단 말이야. 마당을 쓸고 있는 하인들과 시녀들 마저 옷을 기어 입은 듯 그저 평범한 시골 저택 같은데.."

"더구나 하늘에 떠있는 양떼구름에 노을이 질 것만 같은 연한 황혼이 깃 든 아름다운 세상.  이곳은 분명 현실이야."

"갑자기 평화로운 기운이나를 엄습해오는 것 같군.."

리크 역시 창가로 가더니 석양이 내뿜는 주황색 빛에 자신의 얼굴을 맡겼다. 그리고는 뭔가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흠. 과연 이곳 천신들은 창조주에게 역행을 일으킬만한 능력을 지녔군. 모든 사념의 형상들이 너무나 완벽해..그들 천신들은 이미 절대자로서 자신의 세계와 피조물들을 창조하기에 이르렀군. 그러니까 이곳은 결계가 아니라 그들이 만든 새로운 세상이자 우주 같은 곳이겠군. 흠 생각보다 싸움이 힘들겠는데. 이 진짜 같은 세상을 창조주와 싸워야 하니..그나저나 하늘의 정령 나르시스가 생각보다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는군. 후후. 이는 천신들이 우리가 이곳에 이미 올 줄 알고 있었다는 말인데. 아니면 자신들이 역행을 시도 한 후 새로 만든 세상이 파괴 될까봐 몸을 사리는지. 맞아 내 생각이 맞다면 천신들은 우리들에 의해서 이 세계가 망가질까 봐 무척 조심하는 거란 말이야. 여긴 그들에게 있어서 결계 세상이 아닌 진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려는 거야. 이렇게 공들인 세상에 우리가 들어왔으니 오히려 조바심을 낼 자들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될 수도 있겠군.'

그때 마이클이 구석에서 병 두개를 가지고는 리크에게 다가왔다.

"리크 뭔 생각을 그렇게 해! 그나저나 이거 와인 같은데 정말 향이 죽이는군. 자 한 병 받으라고!"

[획!]

[턱!]

리크는 병을 받자마자 한 모금 들이켰다.

"죽이는군."

"죽이지."

"마이클..여기 좋지.."

"후.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네놈이 결계라고 겁을 줘서 몹시 불안했는데. 지금은 저 지는 석양에 마음이 포근해지고 풀 내음과 가축 울음소리에 넋이 나갈 정도로 마음이 편해지고 있단 말이야. 차리리 이런 행복감을 누리다가 그냥 이 자리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더구나 아름다운 정령 나르시스가 직접 요리까지 해주니 이런 천국이 어디 있냔 말이야.

자 보라고 저기 사계전사들의 행복감에 젖어있는 표정들을 보라고."

"후후. 천신들이 바로 이런 상황을 노렸군."

"이봐 리크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사실 이곳 세상을 만든 존재가 전 창조주였건 아니면 천신들이던지 그 안에 사는 피조물들만 행복하다면 뭐 문제없는 것 아니야? 더구나 역행을 하던 말든 그 아래 존재들이 알게 뭐냔 말이야. 난 그저 싸움이고 전투 같은 것은 이젠 질렸단 말이야. 내 꿈은 이런 목가적인 시골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평생 평화를 누리며 여생을 마치는 거란 말이야."

그때 정령의 여신 나르시스가 마이클과 리크의 등뒤에 다가와서는 부드럽게 말했다.

"어차피 삶은 평화를 누리기 위해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갑작스런 목소리에 리크와 마이클은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르시스를 바라보았다.

"훗. 어느새 뒤에 와 계셨는지.."

마이클이 말하자 리크가 갑자기 씨익 웃으며 조금 전 나르시가가 얘기한 것에 대해서 말했다.

"삶은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 태어난 거라..후후. 듣기는 좋군. 하지만 삶이 그렇게 단순한 것인가요?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 지켜야 되고 지키긴 위해선 싸워야 된다는 그 깊은 속을 간과하고 있군요."

"적어도 이곳 세상은 지키고 싸우는 과정은 이미 지나갔죠. 그리고 앞으로는 평화만 누리면 됩니다."

"물론 역행을 통해서 피 바람을 일으키고 수많은 다른 종족들을 소멸시키고 얻은 평화겠죠."

그 순간 나르시스가 대답을 못하고 주저하자 리크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천신들이 그렇게 시켰소?"

"시키다니요?"

"후후. 사계 전사들을 평화와 풍요로움에 묻히게 하여 그 나태함과 게으름 무력함을 일깨우는 방법 역시 좋은 생각이군."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하늘의 정령 나르시스..연극 따위는 이제 집어치지 그래. 너의 본성은 악독하기로 유명한 대살육의 마녀가 분명 할텐데 감히 내 눈을 속이려 하는가?"

순간 나르시스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갑자기 찬바람이 실내에 획 불었다. 평화에 물들은 사계 전사들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는 요망한 마녀의 웃음소리가 들렸으니 바로 산발로 변해버리고 눈자위마저 없는 냉기가 풀풀 흐르는 나르시스가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깔깔깔깔카카카!]

"애초부터 나도 이런 연극을 할 생각은 없었지..혹시나 하고 했지만 과연 창성인 리크라 불리는 네놈은 다르긴 달라도 뭔가 다르군.."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호호호. 과연 네 놈이 천신님들이 창조한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물론 우린 네가 모시는 그 고약한 천신들의 세상에 갇혔으니 불리한 상황이겠지. 하지만 불리한 것은 오히려 너희들이지. 하하하. 우린 이곳을 쑥 밭으로 만들어 놓을 테니"

"과연 그럴까? 이곳의 하늘을 지배하고 관장하는 정령 나르시스라 불리는 나 하나만으로 너희들은 상대가 되지 않을텐데."

"하늘의 정령이라? 물론 그 위 명을 들어서 잘 알고 있지. 창성인들 조차 너희 4 대 정령들에게는 꼼짝 못한다는 사실.."

"네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군..호호호. 자 창성인이여. 감히 정령신에게 도전한 죄를 어떻게 갚겠는가?"

"한가지 밝혀둘게 있는데. 난 사실 창성인이 아니거든.."

"창성인이 아니라니?"

그 순간 리크의 몸에서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

[착착착착]

두꺼운 바스트가 온몸에 형성되더니 무거운 쇠 소리와 함께 그 볼륨 감을 더하고 있었다. 갑자기 형성된 검은 색 갑옷에서 엄청난 광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한순간에 불어온 광풍에 신전 전체가 날아가 버렸다. 사계 전사들 마저 경악에 찬 표정들로 뒤로 나가 자빠졌고 하늘의 정령 나르시스는 자신의 숨이 턱 막히는지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버렸다.

리크는 그 옛날 후계자로 책정된 이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전인의 모습을 이곳 칠계의 세상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었다.

계속

누군지 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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