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150)화 (150/157)

[데스퍼라도] 150. 베른의 영역

데스퍼라도(Desperado)

베른의 영역

푸른빛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블루 드래곤 무리가 베른의 창공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참으로 장대한 광경이었다. 베른의 영역에서 이처럼 모든 블루 드래곤들이 때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은 근 수만 년 만에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한편 지상에서는 천공전사들이 고개를 허공으로 바짝 펴다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후와! 정말 장관이로군."

"후! 칠계의 영물들 수천 마리가 저렇듯 같이 움직이다니..정말 믿을 수 없는 광경이야!"

"블루 드래곤들이 떴을 정도면 분명 이 사계에는 엄청난 적들이 침입했다는 증거인데..설마 저 사계에서 온 하위 전사들 때문에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내 생각에는 바로 그 놈들 때문인 것 같은데..모르긴 몰라도 그들이 베론소니프의 영역에서 천인들과 레드 드래곤들을 박살냈다는 소문이 있어. 그리고는 지금 바로 이곳 베른의 영역 초입지역에 들어섰다고 그러는데."

"헉. 자..자네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하지만 고위급 작전 회의실 관리 담당자의 임무를 맡은 내 동료가 회의 내용을 우연히 들었는데 지금 베론소니프 영역은 완전히 씨가 말라버렸데."

"그..그럴 리가?"

"저기 하늘위로 블루 드래곤들이 거대한 무리를 지어 날아가고 우리 천공전사들 또한 요즘 들어서 비상체제로 돌입했으니 강력한 적들이 출현했음이 분명하다고."

"참 희한한 일이군. 우리 멸성인들에게 감히 도전장을 내놓는 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스울 뿐이야."

"하하. 누가 아니래. 어쨌든 간만에 몸 좀 풀게 생겼는데..적어도 무료하지는 않을 거야!"

그 날 오후 예상대로 베른의 영역에 있는 모든 천공전사들이 소집되고 적들이 출현했다는 베른의 영역의 초입지역으로 몰려갔다. 그 곳은 드넓은 평야와 바위 산맥이 맞닿는 지점으로 메사로트 숲이라 불렸다. 커다란 고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메사로트 숲은 대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울창했다. 한편 리크와 사계 전사들은 숲의 고지대를 넘어선 바위 정상에 올라가 있었다. 마이클이 정상에 내려다본 주위 평야를 살펴보고는 한마디했다.

"리크. 뭔가 엄청난 기운이 몰려올 것만 같은데."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이 오고있어."

"그들이라면?"

"바로 이 베른의 영역 주인들이겠지."

그때 세아린이 리크 옆으로 다가오더니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리크."

"응."

"여기 존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겠지?"

"그럴 거야.."

"과연 우리 사계 전사들이 상대가 될까?"

"사실 사계 전사들이 이곳 존재들과 1:1일 상대로 전투를 벌인다 해도 승산은 희박하지. 더구나 대거 병력들이 몰려오는 마당에 그들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큰 바위에 계란 깨기 식이야."

"그들과 싸우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희망이 없단 얘기야?"

"후후. 난 승산이 없는 전투는 아예 하지를 않지. 뭐 우리 아버지 철학이기도 하지만.."

"그럼 승산이 있다는 거야?"

"일단 해봐야지."

"뭘 해?"

"두고 보면 알아!"

리크는 갑자기 마이클을 바라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마이클. 이제 너희 데스퍼라도인들 차례군."

"기다렸던 말이야."

"이곳 바위 정상 고지대라면 위치 상으로 괜찮겠지?"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거야."

"그럼 지금 시작하지. 잠시후면 저 아래 평야에는 수많은 천공전사들과 블루 드래곤들이 몰려올텐데."

"O.K!"

세아린은 도대체 리크와 마이클이 무슨 얘기를 하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때 목유성이 마이클에게 다가오더니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쳇. 또 그 과학 무기인가 뭔가 하는 것을 사용하겠군."

"네."

"지난번 사계에서 대군을 몰살시킨 그 운석 공격을 또 사용할거냐?"

"리크 말에 지난번 사용했던 운석 공격 따위로는 저 천공전사들과 블루 드래곤에게 그다지 효과가 없을 거라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좀더 강력하고 그 메카니즘도 다른 무기를 가져왔지요."

"도대체 그게 뭔데."

"저도 잘 모릅니다."

"젠장. 꼭 뜸들이기는.."

마이클은 자신과 같이 온 데스퍼라도인들을 손짓해서 불렀다. 그리고는 일행과 좀 떨어진 저쪽으로 가더니 그들과 회의를 하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사계 전사들은 저마다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중 성질 급한 고룡 카라펠리오가 말문을 열었다.

"리크. 설마 저런 애송이들이게 이번 전투를 맡기는 건 아니겠지?"

카라펠리오의 질문에 리크가 빙그레 웃었다. 그 의미는 그들에게 임무를 맡긴다는 긍정의 대답이었다.

"리크. 저 요상한 복장을 입고 있는 데스퍼라도인들이 비록 사계에서는 큰공을 세웠지만 이곳은 그따위 과학 기술 무기 같은 것이 통하지 않는 곳이야."

"예. 아저씨 말씀이 맞아요. 운석 공격이라든지 레이저 공격 기술 따위는 저들에게 그다지 치명적인 공격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마이클 역시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는 이번엔 데스퍼라도인들이 그동안 숨겨 놓았던 비장의 무기를 갖고 왔지요."

"비장의 무기라니?"

"하하하. 저도 본 적은 없지만 마이클의 말에 의하면 마지막 히든카드라 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무기래요."

"도대체 그게 뭔데 그래?"

"직접 보시기를.."

사계 전사들은 리크의 말에 저마다 궁금한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이들 사계 전사들은 머리털 나고 나서 가장 강력한 적들을 상대해야만 하는 순간 아닌가? 이곳은 초상위 공간의 칠계의 영역으로 멸성인들의 실질적인 정예부대 천공전사와 블루 드래곤들이 대거 몰려오는 판에 대장 리크는 데스퍼라도인들을 완전히 믿는 것 같았다. 설마 저들이 거대한 마법을 부리기라도 한단 말인가? 아니면 신(神)으로라도 변해서 천지를 개벽시킬 것인가?

*  *  *

칠계의 푸른 태양이 서쪽 바위 산맥으로 기울어 질 무렵 예상대로 천공전사들로 보이는 군대가 저 아래 평야지대로 집결하고 있었다. 실로 장대한 광경이었다. 바위 정상에 있던 사계 전사들은 그들의 위용에 기가 질리고 있었다. 비록 군대 규모로 엄청난 병력이었지만 그들 개개인을 하나한 살펴볼 때 금속 전투복과 두툼한 흉갑, 아름다운 문양이 어깨 보호대에 찬란하게 새겨졌고 그들은 저마다 등뒤에 천공 날개들을 고이 접고 있었다. 사실 그들이 천공전사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된 이유가 바로 천공날개를 이용한 공중 전투 기술이 그 어떤 종족보다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천공 검과 천공 석궁, 천공 마법 등은 그들의 무기로서 칠계의 수백 종족들을 제압한 원동력이기도 하였다. 사계 전사들의 관점으로 볼 때 천공전사와 일대 일로 대결해도 승산이 없을 정도로 강력한데 지금 이 순간에 저들은 군대를 이루어 집결하고 잠시후면 자신들을 토벌하기 위해 공격해 들어온다 생각하니 오금이 저리지 않는 자들이 없었다. 단지 리크만이 팔짱을 끼고 유유하게 저 아래의 천공전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리크가 갑자기 목유성이 있던 곳으로 다가왔다.

"스승님.."

"그래 리크야 말해 보거라."

"잠시후 블루 드래곤들이 저들 천공전사와 합세하면 아마 곧바로 이곳 바위산을 향해 공격해올 것입니다."

"물론 그렇겠지."

"그때에는 스승님의 힘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너의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몸이 근질근질 했었는데."

"마이클이 천공전사들을 상대한다면 아저씨의 백신룡들이 블루 드래곤들을 상대해야 하거든요."

"잘 알겠다. 헌데 저들은 명색이 칠계 멸성인들 중 정예부대라 할 수 있는 자들인데 고작 마이클의 과학무기와 내 백신룡들만 가지고 상대가 되겠느냐?"

"저와 나머지 사계 전사들 역시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스승님과 마이클은 적들의 기선 정도만 저지하면 됩니다. 그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다 생각에 넣어둔 것이 있었군. 후후. 아무튼 리크 네가 있으니 마음은 놓이는구나."

"조심하세요. 칠계의 영물인 백신룡들의 힘도 강력하지만 블루 드래곤들 역시 중간급의 용들로서 만만치 않은 종족들입니다."

"사계에 수련한대로만 한다면 문제없어..그나저나 과연 몇 마리나 나올지.."

"후후. 침착하게 하세요."

"허 참. 오히려 제자가 이 스승을 걱정해주다니..하하하."

리크는 이번에 마이클에게 다가갔다.

"잘 되냐?"

"응."

"그 조그만 금속 박스가 잠시 후에는 기적을 일으키기라도 한단 말인가?"

"난 깜짝쇼를 우리 사계 전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깜짝쇼라. 헌데 과연 그 위력이 어느 정도 될는지 조금은 불안한데."

"바로 이 금속 박스는 2777년 지구 국방 과학 기술 총 진수만을 모아놓은 특급프로젝트로 탄생한 것으로 그 파괴적인 것이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끔찍해서 지구 방위대에서 조차 약 30년 동안 지하 암반 700미터 특수 창고에 가두어 놓았던 무기라고. 그걸 우리 롬페르담社에서 천문학적인 거액을 주고 뒷거래로 구입을 했지만..사실 나도 이 무기는 처음 사용하는 거라서 정말 떨리는군."

"도대체 뭐지? 나도 궁금한데."

"후후. 리크.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마 다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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