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149. 베른의 영역
데스퍼라도(Desperado)
베른의 영역
히치카 블루 드래곤 수장의 표정이 무척이나 심각했다. 그는 천공전사 사령관이 빌메스트 가 앉아있던 중앙 탁자로 와서는 의자에 털 석 앉았다. 그리고는 사령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다짜고짜 질문을 하였다.
"사령관님 지난번 수천 명의 천인들이 살육 당했던 사건의 조사는 어떻게 되었지요?"
"글쎄요 그게. 좀..아직은..분명 이 칠계의 속하는 영물은 아닌 것 같긴 같은데 그 정체를 확연하게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칠계에 속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지금 밝히는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를."
"그렇다면 밝힐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사계 전사들은 벨론소니프 영역의 관문으로 들어섰다고 했으니 아마 곧 이곳 베른의 영역으로 들어오겠지요. 그때 그 놈들이 불러낼 영물을 구경하면 되겠지요."
"정말이지 하위계 놈들이 그렇게 맹랑할 줄은 몰랐소. 아무리 창성인이 섞여있다지만 어떻게 천인들과 레드 드래곤들이 맥을 못 춘단 말이오. 그리고는 우리 천공전사와 블루 드래곤의 영역까지 들어오다니 도대체 뭐라도 믿는 구석이 있는 걸 까요."
"믿는 구석이라니? 멍청한 창조주는 이미 우리 3대 천신님들과 4정령님들께 제압을 당한지 오래되었잖소. 그렇다면 과연 이 칠계 우주(宇宙)에서 우리 멸성인들에게 반항할 존재가 누가 있단 말이오."
"창조주의 안배로 우리 몰래 길러진 창성인이 있잖소. 현재 이런 반란을 일으키는 놈도 바로 그 리크라 불리는 창성인 아니오? 후. 사실 그의 존재가 마음에 걸리오."
"하하하. 멸성인의 정예부대 천공전사들의 총대장 빌메스트 그대가 그런 약한 소리를 하다니. 지난번 고작 천인 놈들 죽은 거 가지고 기(氣)가 죽을 건 없소 어차피 그들은 스스로 우리의 사냥감이 되려고 이곳 베른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우리 블루 드래곤들 역시 지금 그다지 심기들이 좋지 않습니다. 바로 가장 어린 래드 드래곤들이 그놈들에 의해 희생당했다는 자체가 분노를 넘어서 충격적이지만 어쨌든 창성인들과 사계 전사들은 이번만큼 우리 멸성인들의 무서움을 보여줄 것이오."
"허나 방심은 금물이오. 창조주가 안배해둔 창성인 리크라는 자는 이 우주(宇宙) 출신이 아니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오?"
"저도 고위층 인사들이 하는 얘기를 어깨 넘어 잠깐 들은 얘기일 뿐이오. 후. 만일 그들의 얘기가 맞는다면 우린 칠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적을 맞는 거겠지요?"
"후후. 요즘 빌메스트 사령관의 기가 허약해진 듯 하군요. 쓸데없는 걱정이나 하고 계시니. 그저 소문은 소문일 뿐. 그따위 비공식저인 말들에 놀라서야 되겠습니까?"
"소문이 틀릴 수도 있지만 만일 맞는다면 어떻겠소."
"다른 영역에서 온 자라 하여도 별수 있겠소? 어디로부터 왔냐가 중요하지요. 하하. 혹시 그 창성인 리크라는 자가 전 우주를 분노와 공포로 떨게 했던 빛과 어둠의 최후 전쟁의 전사 출신이라면 몰라도.."
"........."
블루 드래곤 수장 히치카의 말에 빌메스트 천공전사 사령관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잠시후 벨메스트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문을 열었다.
"내가 들은 소문이 바로 수장님이 좀 전에 말씀하셨던 겁니다."
"그렇다면 창성인 리크가 빛과 어둠의 최후 대전쟁 참가 전사란 말이오?"
"단순히 참전 전사라면 그리 걱정할 것도 없소이다. 그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무적전사의 아들이라는..후. 아무튼 아직 소문에 불과하니 괜히 벌써부터 기죽을 없소."
블루 드래곤 수장 히치카 역시 긴장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 전쟁이라면 빛의 전사든 어둠의 전사든 모두 소멸 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들은 우주가 폭발하기 전 극적으로 환생의 프리즘을 받았으니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 얼마든지 환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존재들이오."
"설마 그 무적전사의 아들이 이곳 칠계 우주에 환생하기라도 했단 말이오. 풋. 하하. 분명 소문일 것이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상층부에서는 벌써 공식적으로 우리에게 통보가 왔을 것이오. 명색이 그대와 난 이곳 베른의 영역에서 최고 통치자들 아닙니까?"
"하긴 그렇지요. 그런 엄청난 사실이 있다면 우리에게 통보가 왔을텐데. 그러고 보니 우리가 괜한 걱정을 했던 게로군요. 하하하."
"그러게 말이오. 하하."
사령관실은 한바탕 웃음소리가 흘렀다.
그로부터 5 일 후.
천공전사 사령부실에는 그 유례가 없던 대 회의가 열렸다. 빌메스트 사령관을 비롯해 히치카 블루 드래곤 수장 그리고 그 외 고위 장성들이 저마다 심각한 표정으로 회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에 이들은 천지개벽(天地開闢)할만한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바로 벨론소니프 전 영역의 천인들과 래드 드래곤이 모조리 살육 당했다는 충격적인 정보와 바로 그 씨를 말린 주체자들인 창성인 리크와 사계 전사들이 드디어 베른의 영역 초입지역에 들어섰다는 정보였다. 설마 했는데 드디어 우려했던 일들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벨메스트 사령관과 히치카 수장은 부랴부랴 회의를 열었던 것이다.
"그들은 분명 보통 존재들이 아니오. 베론소니프 영역은 수만 명의 살성인들 조차 함락을 시키기에 벅찰 정도로 넓은 곳이오. 천인들이야 하급 전사들이니 그들에게 제압을 당한다 해도 그러려니 했지만 레드 드래곤이라는 영물들 마저 모조리 살육 당했다니. 도대체 그 말을 도통 믿을 수가 없겠군요.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칠계의 종족 그것도 이곳에서 패권을 쥐고 있는 우리 멸성인들이 고작 단 한사람의 창성인이 대장으로 있는 중간 영역인 사계 전사들에 의해서 유린을 당하다니. 도대체 그자들의 진짜 정체가 뭐란 말이오."
사령관 벨메스트가 목에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흥분해서 말했다. 그때 블루 드래곤 수장 히치카가 말문을 열었다.
"흠.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그들 일행 중에는 바로 우리와 같은 종족인 블루 드래곤이 하나 속해 있소. 그 자의 이름은 바로 카라펠리오로서 오랜 전 이곳 칠계를 떠나 저 사계로 종족을 감춘 배신자입니다. 그자는 자칭 평화주의자로서 멸성인들의 세력을 넓히는 전쟁에서 다른 종족들이 학살당하자 갑자기 같은 동료들인 블루 드래곤 44명을 죽이고 도망간 자요."
"카라펠리오라.."
"그렇소 그는 블루 드래곤 중에서도 바로 골드 드래곤 진급을 눈앞에 둔 고룡으로서 아주 무서운 자입니다. 사실 과거 얘기나 들추려고 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대단한 자가 바로 창성인 리크를 주인으로 모시고 그의 휘하에 들어갔단 점입니다."
"그 의미란 바로 창성인 리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갖고 있다는 뜻인가요?"
"우리 블루 드래곤들은 워낙 자존심이 세고 성격이 괴팍하여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준 골드 드래곤 급인 카라펠리오가 인정 할 정도라면 리크라는 자는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범주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단 말이오."
"후. 듣고 보니 정신들을 똑바로 차려야겠소. 그들은 결코 만만한 하위 전사들이 아닌 것 같소."
"동감이오. 하여튼 그런 그들이 결국 이곳 베른의 영역에도 나타났으니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라는 생각이오."
회의장 분위기는 점차적으로 긴장된 분위기로 흐르고 있었다.
베른의 영역의 초입지역인 메사로트 숲 어느 지점.
리크 일행들은 저마다 기진 맥진하여 숲 속 공터에 대(大)자로 누워서 숨을 헐떡거렸다. 리크와 슬레이어만이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고룡 카라펠리오가 그들을 보고는 성질을 팍 냈다.
"에라 이 고얀 것들아. 리크 그리고 슬레이어 네 놈들은 그저 구경만 하다니 하마터면 우리만 죽을 뻔했잖아."
카라펠리오의 말에 프리즘의 전사들도 동요가 되었는지 세아린이 톡 쏘아 붙였다.
"리크,. 정말 너무해! 아무리 나머지 천인들 소탕 작업이라지만 단 한번이라도 도와주질 안으니 말이야."
그때서야 빙그레 웃고 있던 리크가 말문을 열었다.
"중요한 건 여러분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이지요. 전 여러분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서 실력발휘하기를 바랬던 겁니다. 제가 도와드렸다면 아마 최선을 다하지 않고 방심할지 몰랐으니 그것이 더욱 위험한 결과를 만들었을지 몰랐지요. 아무튼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카라펠리오가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야 이놈 리크야. 다른 놈들이 저마다 합작해서 싸우니 그런 대로 버티었지만 도대체 고작 블루 드래곤인 나보고 레드 드래곤 전부를 상대하라는 것은 지나친 생각이라 들지 않더냐?"
"하하. 아저씨가 블루 드래곤이라고요. 다른 사람은 속여도 저를 속이실 생각은 마세요. 아저씨는 이미 옛날에 골드 드래곤 계열에 올랐음을 제가 모를 것 같았나요?"
"엥. 너. 너 그렇다면.."
"미리 알고 있었지만 아저씨가 좀 꺼려하시는 것 같아서..어쨌든 벨론소니프 영역의 래드 드래곤을 모조리 몰살시키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뭐..뭐야. 저..저놈이 이제 보니 보통 영악한 놈이 나이네.."
그 순간 일행들 사이에서는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때 카라펠리오는 주변을 돌아보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니 이것들이 뭐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났나. 뭘 웃고 지랄들이야!"
저마다 피를 뒤집어쓴 듯 엄청난 전투를 거친 사계 전사들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뭐처럼 한마음 한뜻의 동료애를 느꼈을지도 몰랐다. 프리즘의 전사이건, 데스퍼라도인이건, 아니면 어둠의 종족 혹은 여타 소속의 사람들이건 분명 그들은 한마음이 되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싸운 전우였던 것이다. 바로 이런 분위기가 리크가 절실히 원했던 것이었다. 어쨌든 이들은 천신만고 끝에 이곳 베른의 영역에 도착할 수 있었고 드디어 멸성인들 중 최정예 부대라 할 수 있는 천공전사들과 블루 드래곤과 피할 수 없는 접전을 앞두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