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146)화 (146/157)

[데스퍼라도] 146. 칠계

데스퍼라도(Desperado)

칠계

그 다음 날 새벽.

벨론소니프의 영역은 칠계의 영역 중 약 3 할을 차지할 정도로 무척 방대하였다. 바로 천인(天人)들과 레드 드래곤들이 함께 공존해서 산다는 이곳 영역은 칠계로 넘어가는 차원 경계지역에 있으므로 누구든지 칠계를 방문하는 자들은 벨론소니프 영역을 지나쳐야만 하였다. 리크와 사계 특별전사들은 차원 경계지역중 주로 단단한 바위로 이루어진 거대한 산맥 근처 어느 동굴에 모여있었으며 이제 경계 초입 지역으로 들어서려는 중이었다. 일행 중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의 대화 목소리가 유난히 컸다. 아마 이곳 칠계 출신인 고룡 카라펠리오가 여기 지역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 같았다.

"젠장 재수 없는 천인 놈들과 레드 드래곤 놈들을 또 보게 생겼군."

카라펠리오가 말하자 슬레이어가 피식 웃었다.

"후후. 자낸 그들과 원수진 일이라도 있는가? 하긴 그 고약한 성질 머리에 어디를 간들 적을 만들겠지.."

"뭐라? 이 싸가지 없는 놈! 항상 그 따위로 말해야겠나?"

"이봐! 진정하게나. 그저 농담인데 자넨 항상 과민반응을 하는군."

"농담이라니? 네 놈의 말투야말로 항상 내 속을 뒤집는 다는 거 모르겠나?"

"카라펠리오. 난 내가 친구로 여기지 않는 자들에게는 절대 그런 시시한 농담 따위는 하지도 않네."

"그러니까 나를 친구로 여겨 그 런 쓸데없는 농담이나 지껄인단 말이야? 그렇다면 이참에 나대신 다른 곳에 가서 네 웃기지도 않는 농담 받아줄 한심한 친구를 찾아보는 게 어떤가?"

"싫네."

"싫다니?"

"자네 하나면 만족하지. 하하. 그리고 자넬 보면 항상 입이 간지러운데 그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거라고."

"그러니까 네 놈의 농담 따먹기 상대로 나만큼 좋은 상대가 없다는 얘기이겠지?"

"뭐..그..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이런 망할 놈이.."

"아아...나..사실 지금도 농담일세..그러니 진정하게나. 그나저나 천인이나 드래곤에 대해서 설명 좀 해보게나. 자넨 그들에 대해서 잘 알지 않겠는가?"

"이 치사한 놈이 지가 꼭 불리할 땐 말을 바꾼단 말이야!""

"하하. 아무튼 지금은 그들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데. 더구나 여기 일행들도 알아둘 필요가 있을 테니 말이야. 그러니까 자네의 설명이 필요하단 말일세."

그때 슬레이어는 말하다 말고 바로 앞에 가는 리크를 불러 세웠다.

"리크 어떤가? 어차피 우린 지금 천인들과 레드 드래곤들의 영역을 지나야만 할텐데 그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지 않은가? 다행히 카라펠리오가 칠계 출신이니 적들에 대한 그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물론 저도 카라펠리오 아저씨께 부탁을 드릴 참이었어요. 그러기 전에 제가 드릴말씀이 있는데 바로 저 앞에 거대한 협곡이 눈에 보이지요. 저곳이 바로 벨론소니프 영역으로 들어가는 초입지역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들에 대한 정보를 카라펠리오 아저씨에게 듣는 것이 났겠군요."

"이..이봐 리크. 사실 나보다도 창성인 출신인 네가 여기 칠계에 대해서 잘 알지 않겠느냐?"

"그건 아니에요. 전 창성인들 구역에만 있어서 멸성인들과의 접촉이 그다지 많지 않았거든요."

"흠. 그런가?"

"그러다가 곧바로 저 하위계에 환생을 시작했으니 여기 칠계에 대한 기억은 그저 창성인들의 영역에서 한동안 살았던 기억만이 있습니다."

위대한 전사의 아들 리크가 창성인으로서 삶을 살아갈 시기에 멸성인들의 역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 리크는 우주(宇宙)의 불간섭 법칙에 의해서 곧바로 이곳 칠계 창조주를 도와서 멸성인들과 대적할 수 없었다. 리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우주 기류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 이유가 리크로 하여금 저 하위계에 환생해서 천천히 순응하게 하였던 것이었다. 리크는 오늘날 완전한 각성을 이루기까지 지난 세월동안 우주 기류 적응과정을 거쳐왔고 이젠 칠계 영역인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 칠계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사람은 그나마 카라펠리오 밖에 없었으니 이곳에 모여있는 특별전사들을 천상 그의 말에 경청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뭐 내가 설명할 수밖에 없군. 일단 천인(天人)들이라 함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종족을 가리키는 말이지. 그들은 종족은 보통 700백년에서 800년을 사는 종족인데. 뭐 사계로 따지면 상당히 오래 사는 족속들이지만 이곳 칠계의 기준으로 본다면 하루살이들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그들의 생김새는 인간과 같다네. 단지 등뒤에 커다란 은빛 날개가 달려있는 것이 인간들과 구별이 되는 것이지. 하지만 그들의 전투 능력은 상상이상이야. 특히 그들이 날개를 활짝 펼칠 때 조심해야된다네. 바로 날개의 수많은 깃털이 무기 역할을 한다네. 동시에 발사되는 많은 깃털들이 한순간에 날카로운 표창이 되어 나무들 심지어 바위까지 뚫어버리니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그야말로 몸에 많은 구멍이 뚫릴 것이야."

특별전사들은 저마다 표정이 굳어져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흔한 일개 주민들인 천인(天人)들의 전투능력이 그 정도라면 과연 칠계의 실질적인 정규 전사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천인들은 주로 집단 생활을 한다네. 뭐 칠계에서는 가장 숫자가 많은 종족이니까 사실 널린 게 그 족속들이지. 진짜 그들이 무서운 이유는 주로 뭉쳐서 활동한다는 거야. 집단으로 공격하고 도망가고 서로간의 공조체계가 확실하니 이곳 칠계의 정규 전사들도 웬만해서는 그들을 건들지 않는다네. 물론 나 같은 드래곤들 역시 괜히 그들을 건드려봐야 소용없겠지."

그때 케시어스가 갑자기 고개를 살며시 밑으로 숙였다. 아마 그녀 자신이 천인(天人)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혀질까 봐 은근히 걱정되었던 모양이었다. 사실 그녀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은 리크, 세아린, 카라펠리오가 전부였다. 세아린 역시 침을 꿀꺽 삼키며 그 누구보다도 경직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래 전 세아린은 분명 천인 추리신인 케시어스와 전투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때 케시어스의 화려한 은빛 날개와 세아린 자신의 라우타르의 지팡이의 마법과 전투 대결에서 백 중세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지금에 와서는 새삼 두려움이 일었던 것이다. 도대체 일개 천인인 케시어스와 전투 실력이 비슷한데 이곳 멸성인들 중 가장 약한 족속들이 천인이라니..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닌 이곳 주민으로 말이다.

"흠. 뭘 그렇게들 긴장들을 하나. 그것도 고작 천인들 가지고 말이야. 하하하."

카라펠리오는 자신의 얘기에 흠뻑 빠져든 사계 특별전사들의 표정이 재미있기라도 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가 잠시후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 말문을 계속 이어갔다.

"천인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있는데 그들은 바로 나와 같은 드래곤이라는 놈들이야. 평소에는 나처럼 인간 모습을 하고 살아가지만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는 본래의 드래곤으로 돌아가지. 바로 이곳 벨론소니프 영역에는 천인들과 드래곤들이 모여 사는 곳이야. 바로 래드 드래곤이라고 온몸에 피 빛으로 물들은 것처럼 붉은 용들이지."

파란색 망토를 항상 걸치고 다니는 카라펠리오가 붉은 드래곤에 대해서 말하자 슬레이어가 긍금한 듯 물어보았다.

"이보게 카라펠리오. 자넨 푸른색을 좋아하나 분명 지금 설명하려는 붉은 색의 레드 드래곤과는 별 상관 없겠지."

"빌어먹을! 슬레이어! 내 말하는데 끊지 말라고. 나는 내 말하는 도중에 끼여드는 놈이 제일 싫다는 것을 모르겠나? 어련히 다 설명 해 줄텐데. 젠장."

"쳇. 별 걸 가지고 신경질 부리기는..여기 모든 전사들이 오로지 자신의 말에 집중하니 뭐 지가 대장이라도 된 느낌인가 착각하는 거 아니야?"

"뭐..뭐라고. 저..저 놈 말하는 싸가지 좀 보게나.."

그때 리크가 빙그레 웃으며 한마디했다.

"두 분다 그 만 좀 하세요! 나중에 두 분이 다투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지금은 카라펠리오 아저씨가 설명을 계속 해 주시다면 좋겠네요."

카라펠리오는 리크의 말에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 왔고 계속 설명을 하기로 하였다.

"레드 드레곤은 주로 3000년에서 5000년 된 어린 용들이지.."

"후와 3000년에서 5000년이 어리다니요?"

마이클이 입을 다물지 못하자 카라펠리오가 씨익 웃었다.

"후후. 드래곤 입장에서 보면 말이야. 그 정도 나이는 이제 막 뭔가 드래곤의 위력을 보여주려는 초기 시절에 들어선 신병과도 같은 초짜들이지. 그러니까 그들의 무기는 주로 화이어 어텍(불을 내 뿜는 공격)같은 기본적인 것들이야. 하지만 그들의 기본적인 화이어 공격이 다른 종족들에게는 엄청난 위력으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네. 레드 드래곤 몇 마리가 제법 넓은 숲을 단시간 안에 초토화시킬 수도 있으니 말이야. 가끔 천인(天人)들과 레드 드래곤 사이에 조그만 전투가 벌어지는데 싸움의 승패는 레드 드래곤들이 천인들이 모여 사는 숲이나 들판을 완전히 태우고 재로 만드는데서 갈리지. 한마디로 깡그리 태워 죽이니 천인들조차 감히 레드 드래곤에게 덤비지 못한다네."

"후. 말만 들어도 대단하군요. 그런데 아저씨는 푸른색이니까 블루 드래곤에 해당하겠네요."

마이클은 신기한 표정으로 카라펠리오를 살펴보았다. 카라펠리오는 이번에도 마이클의 질문에 부드럽게 대답을 하였다.

"흠. 사실 난 블루 드래곤이 맞지. 하지만 그 얘기는 우리가 이곳 벨론소니프 영역에서 살아난다면 다음 관문에서 내가 오늘처럼 자세한 얘기를 해줌세."

"다음 영역이라니요?"

"다음 영역은 칠계의 실질적인 정규전사들인 천공전사들과 푸른빛의 블루 드래곤이 공존하는 영역이야. 하지만 우리는 당장 이곳 주민들인 천인들과 레드 드래곤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미리부터 정규전사들에 대해서 말한다면 자네들 기가 죽을 것 같아 그만 설명하겠네."

"하긴 이곳에 주민들인 천인들과 레드 드래곤들의 위력도 만만치 않을텐데..미리부터 정규전사들에 알 필요가 없겠죠."

"하하하. 내말이 그 말이야. 그러니까 당장 이곳 벨론소니프 영역에서 살아남을 궁리나 하는 것이 좋겠네."

카라펠리오의 설명은 그쯤에서 끝났다. 프리즘의 전사들과 다른 전사들의 표정들이 한층 무거워 보였다. 중간계인 사계에서 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전사들이라 하더라도 이곳 최상위 영역인 칠계에서는 그저 그런 보통의 전사정도로 느껴지니 말이다. 특히 프리즘의 전사들 사이에서는 서로간에 무거운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으니 아마 이곳 칠계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았다.

"이보게나. 골고트. 어떤가? 아무래도 천인(天人)들이 이곳 칠계 영역의 주민에 지나지 않는 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두렵지 않은가요?"

프리즘의 전사 중 어둠의 종족 헬급 출신인 리아몬의 질문에 마족 골고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애써 침착 하려는 인상을 풍기면 말했다.

"두..두렵기는. 쳇. 설마 우리 프리즘의 전사들이 겨우 그까짓 주민출신들인 천인들에게 패한다면 말이 되겠소. 더구나 지난번 이곳 칠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안되어 우리 프리즘의 전사들에 의해서 세 명의 천인(天人)들이 저 세상으로 갔지 않았소. 뭐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후후. 골고트 그대는 생각보다 좀 아둔해 보이는군요. 사실 3명의 천인들은 나도 두렵지 않소이다. 하지만 그들이 수백 수천 명 모여 다니는 집단적인 존재라는 것을 조금 전 카라펠리오게게 들었을 때에는 실로 겁이 나지 않을 수 없었소."

"젠..젠장. 그래서 지금 나보고 두려움에나 떨며 오금을 저리라는 말입니까?"

"하하.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닌데..난 단지 그들에 대해서 방심하지 말고 조심하자는 말입니다."

그때 갑자기 골고트가 저편에 있는 목유성과 카라펠리오 마이클 그 외에 인간 종족 참모진들을 바라보고는 가시 시선을 리아몬에게 돌려 심드렁하게 말했다.

"빌어먹을! 우리 프리즘의 전사들도 이렇게 긴장을 하는데 도대체 저것들은 뭘 믿고 저렇듯 태연하지.."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우리같이 프리즘의 전사들 정도 되니까 이곳의 종족들의 무서움을 아는 거지 뭐 저들이야 뭘 알겠소."

"하긴 그렇겠군. 그나저나 지난번 하몬을 물리친 리크 대장의 능력은 인정하겠지만 다른 놈들은 왜 따라 왔는지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야. 고룡 카라펠리오야 이곳 블루 드래곤 출신이니 제법 힘 좀 쓰겠지만 다른 놈들은 아무리 살펴보아도 별 볼일 없는 곳 같은데.."

"이보시오 골고트! 그들이 힘이 약하든 강하든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요. 앞으로의 여정에서 어차피 약한 존재들은 이곳 칠계에서 소멸 당할 테니 말이오."

"쳇. 하긴 그렇군."

드디어 사계로부터 온 20명 남짓의 특별전사들이 칠계의 초입지역인 벨론소니프의 협곡으로 들어섰다. 협곡의 너비 약 100미터 정도로서 굉장히 넓었으며 간간이 불어오는 광풍에 전사들은 옷깃을 꽉 잡고 앞으로 한 걸음씩 겨우 향해가고 있었다. 칠계의 드넓은 영역에 수많은 멸성인들이 존재하는 이곳에 리크는 겨우 20 명 여명만의 특별전사들을 조직해서 그 초입지역에 들어 가려하니 과연 그는 이들에게서 무슨 믿는 구석이라 있단 말인가? 특별전사들 역시 리크를 따라서 여기까지 왔지만 사실 이건 바위에 계란을 깨는 자살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특히 프리즘의 전사들과 다른 전사들의 심정은 점차적으로 불안해지고 있었으니 그들은 불 속으로 뛰어드는 기분이었으리라.

하지만 슬레이어, 목유성, 마이클만은 달랐다. 이들이야말로 진정 리크가 믿는 전사들이었다.

물론 완전한 각성에 돌아온 리크는 애초부터 이곳 칠계에 단신으로 오려하였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능력을 개발하고 자신감을 붙여 주려고 일부러 이곳 칠계에 데리고 온 것이다. 특히 슬레이어와 목유성은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큰 능력을 가졌는지 모르고 있었다. 바로 리크가 바라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자신감을 갖는 거였다. 이에 반해 리크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프리즘의 전사들이이었다. 실질적인 사계의 최고 실력자들인 프리즘의 전사들이 이곳 칠계의 특별전사에 합류한 것은 엄밀히 따지자면 그들의 능력보다도 명분에 우선했다는 점이다. 제아무리 프리즘의 전사들이라 하지만 칠계의 전사들과 비교할 때 그들의 전투 능력은 별 볼일 없는 거였다. 리크는 그런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으니 어차피 프리즘의 전사들도 칠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생각하고 그들을 특별 전사 팀에 합류시킨 것이다. 더구나 이 곳 칠계에서 가장 낮은 전투 능력의 주민들인 천인과 레드 드레곤의 상대로 그 선봉장에 프리즘의 전사들을 내세울 것을 계획하였다. 그것이 프리즘의 전사들이 명분을 잃지 않고 그런 대로 위신을 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았다. 하지만 가장 약한 전투 능력이라는 천인들과 레드 드래곤이라 하지만 과연 프리즘의 전사들이 제대로 상대할지가 의문이었다. 물론 리크가  이들을 뒤에서 도와줄 심산이겠지만..

*    *    *

약 반나절만에 리크 일행들은 거대한 협곡을 빠져나왔다. 더 이상 광풍이 불지 않았다. 어둡고 음침한 기운도 없어졌다. 조금 전까지 하늘에 꽉 찼던 재 빛 구름들은 이제 온데 간데 없어졌고 옥색의 하늘이 열려져 있었다. 협곡 아래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광경이 짝 펼쳐져 있었다. 과연 이곳이 그 무서운 멸성인들이 있다는 벨론스니프 영역이란 말인가? 꽃으로 메워진 들판, 짙은 초록의 숲, 은은하게 날리는 꽃가루, 듬성듬성 포진한 바위마저도

반짝반짝 윤기가 흘렀다. 저 멀리 빙벽으로 보이는 거대한 산맥조차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으니 과연 이곳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초상위 공간임이 틀림없었다. 사계 특별전사들은 자신들이 과연 이곳에 전투를 하러 왔는지 아니면 눈앞에 보이는 장관을 즐기러 왔는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유독 카라펠이오만이 이들의 넋빠진 모습을 보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쭈..전부 멍청이들이 되어버렸나. 겨우 이런 풍경가지고 넋을 잃다니..정말 인간들이란 이해하기 힘든 존재들이 분명하군. 그나저나 이젠 본격적으로 칠계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빼도 박도 못하겠군."

"오로지 전진만이 있을 뿐이죠. 후후."

갑자기 들려오는 말에 카라펠리오가 뒤를 돌아다보았다.

"리..리크.."

"아저씨 말씀이 맞아요. 앞으로는 뒤로 도망칠 수도 없어요."

카라펠리오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리크를 살펴보았다.

"흠. 그 말은 멸성인들에게 승리를 거두지 않는다면 아예 여기서 뼈를 묻겠단 말이군."

"하하. 꼭 그렇게 심각한 표현을 쓰실 것까지는 없어요."

"리크. 난 이 칠계에 대해서 잘 알서 하는 말인데 솔직히 자네가 데리고 온 사계 특별전사들의 전투 능력을 보자면 아마 이곳 초기 영역인 벨론스니프조차 통과한다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되네. 물론 자네가 창성인이라지만 이..이건 도저히..전력 면에서 게임조차 되지 않는단 말이야."

"길고 짧은 건 대 봐야죠."

"물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실격이 비슷한 세력끼리 말이 되는 거지 이건 아예 요 정도 20명의 인원가지고 저 엄청난 멸성인들의 제국인 거대한 나라에 대항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사계 출신들인.."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재..재미있다니.."

"두고보시면 아시겠죠.."

커라펠리오는 리크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더니 속으로 생각했다.

'후.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태연할 수 있는가? 사실 리크가 멸성인들에게 패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작정 이곳을 쳐들어 갈리는 없을 텐데. 그렇다면 다른 뭔가 믿는 것이 있다는 말인데 도대체 그게 뭐지? 후. 명색이 일 만년이나 된 이 고룡 카라펠리오가 이젠 늙었단 말인가 도무지 리크의 생각을 읽을 수 없으니..'

"아저씨 갑자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는 거에요. 다른 일행들은 벌써 저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데."

"어. 그..그냥 잠시.."

"자 내려가죠."

"그러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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