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144)화 (144/157)

[데스퍼라도] 144. 칠계

데스퍼라도(Desperado)

칠계

특별전사들의 마지막 밤이 흘러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는 프레아세톤의 위성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물론 리크는 저 위성이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무심코 그 푸르스름한 빛에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그 자신이 이곳 칠계의 우주로 환생을 결정한 후에 저 일계(一界)인 휴론계의 영역에서 태어나 오늘날 완전한 기억이 돌아 올 때까지 그렇게 쉬운 과정은 아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순간의 꿈과도 같지만 정작 그 시기에는 한없는 나락에 떨어졌던 느낌을 가졌으리라.

"정말 우습군. 내 원래의 기질이 좀 활달하고 까불기까지 하는 그런 놈이었건만 환생을 한 후 리크라는 내 모습은 너무나도 진지하지 않았던가? 사람이 그렇게 달라질 수도 있는 건가? 빌어먹을 아직도 내가 매 자신에 대해서 모르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후후. 젠장 한심하건 말건 될 대로 되라지! 그게 또한 내 괴팍한 아버님의 철학 아닌가? 하하하."

그때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크.."

"엉. 세아린.."

"리크 너 괜찮아?"

"괜찮다니? 내가 뭐 잘못 되기라도 했나?"

"너 리크 맞아?"

"내가 리크지 뭐란 말이야?"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아..말투나 모든 행동거지가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했단 말이야..물론 각성을 한 상태이니까 원래 네 본질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거란 생강을 하지만 이건 전혀 딴 사람으로 바뀌었으니 좀 혼란스러운데.."

그때 리크가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세아린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잡고는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에 당황한 세아린이 말했다.

"리크..갑자기 왜 그래.."

"한가지만 물어보자.."

"뭐를?"

"예전의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을 놓고 볼 때 어느 쪽이 더 괜찮은 성격 같으니?"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이야!"

"아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네 느낌대로 그냥 말해 줘!"

세아린은 리크의 표정을 잠시동안 살피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리크..난 그냥 리크가 좋아.."

"리크라니? 그러니까 어느 리크 말이야..과거냐 현재냐.."

"모르겠어. 사실 성격이 변해버린 현재의 네 모습에 놀란 건 사실이지만 지금도 네 말투나 표정 그리고 느낌에서 옛날의 리크와 같은 부드러움을 느낄 수가 있어. 그러니까 과거와 현재가 합쳐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젠장. 어렵게도 말하네.."

"넌 예전에 젠장이라든가 그런 비속어는 쓰지도 않았는데..후.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어.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는 건지.."

"인간은 일종의 다중인격체를 가지고 있는 신비한 존재이지. 내 과거의 모습은 내 안의 본질중 어느 한 부분이 외부적으로 표출되었을 뿐..사실 세아린 너도 날 처음 만났을 때 패샷보이라는 선머슴 같은 아이였잖아. 그런데 지금의 네 모습을 보라고 이제 완전한 숙녀의 모습이고.."

"옛날 내 모습인 패샷보이는 고의적으로 남장을 한 건데.."

"어쨌든 너도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달라졌어.."

"아무튼 나는 좀더 성숙된 여자로 변했다고나 할까 그렇게 말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리크 너는 전혀 다른 아이로 그것도 더 철부지 같은 소년으로 변한 느낌이야.."

"부전자전이라 했던가? 빌어먹을 피는 못 속인다더니..

"피는 못 속인다니?"

"나중에 우리 아버지에게 직접 물어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넌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었잖아.."

"후후. 환생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이 우주 속에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설명하려면 꽤나 복잡한데.."

*  *  *

그로부터 약 20 일 정도가 지난 뒤 어느 칠계 영역 로젠 바위 지대라 불리는 지대 어느 석 동굴 안에는 약 10명이 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와우..프리즘의 전사들이여! 진정 그대들의 힘을 보여주셨습니까?"

"마이클 너 아까부터 자꾸 비아냥거릴래.."

"세아린..나..난 특히 네 라우타르 마법의 힘에 뿅 갔단 말이야!"

"좋은 말 할 때 그만 해라.."

"켁켁.."오호 라우타르의 마법이여 내게 그 위대한 힘을 다오! 특히 이 대목의 주문이 거의 압권이었어. 그 무시무시한 천인(天人)들 3명이 한순간에 마법의 빛에 폭사(暴死) 당하다니..두 눈을 뜨고 봤지만 정말 이런 판타지 세계 같은 마법의 위력이 직접 몸으로 느껴지다니."

그때 리크가 한마디했다.

"야 마이클 그만해라! 벌써부터 이 동굴 안 의 공기가 험악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너 세아린한테 진짜 맞는다. 겉보기엔 숙녀로 변한 듯 하지만 내가보기에 그 성질머리는 여전하거든."

그때 세아린이 앙칼지게 한마디했다.

"이것들이 여기 칠계로 온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날 놀려되는데..진짜 한번 혼나 볼래.."

"아구 무섭다 무서워..결국 그 성질머리 나오는 구나.."

"진짜 이것들이.."

그때 케시어스가 세아린의 팔을 살며시 잡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만 참으세요. 원래 남자들이란 죽는 날 까지 철드는 법이 없다는 말도 있잖아요."

"하긴 저들과 상대를 한 내가 바보지.."

한편 동굴 왼쪽에는 슬레이어, 목유성, 카라펠리오, 골고트 등 주로 나이가 있어 보이는 특별 전사들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허허. 역시 저 안쪽의 분위기가 젊어서 그런지 화기애애(和氣靄靄)한 것 같군."

목유성이 말하자 슬레이어도 한마디 거들었다.

"비록 리크와 그의 또래 친구들 젊다 하지만 우리 역시 그렇게 늙은 사람들은 아니요. 여기 고룡(古龍) 카라펠리오에 비하면 말이오. 사실 이 고룡은 사람 나이로 따진다면 아마 그 옛날에 벌써 무덤 가에 자릴 깔고 누웠을 게요."

성질 사나운 카라펠리오 가만있을 리 없었다.

"뭐라고 이 망할 놈이 또 나를 잡아 늘어지고 지랄이야!"

"하하하. 농담 같고 그렇게 흥분하다니.."

그때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던 마족 프리즘 전사인 골고트가 그 특유의 창백한 인상으로 쉰 소리를 냈다.

"내 당신들을 보면 한가지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있는데..."

"이해하지 못 한다니?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요?"

"후후. 여기 구석자리에 당신들말고 누가 있던가?"

골고트의 목소리에는 은근히 하대하는 듯한 말투가 섞여있었다. 슬레이어와 목유성 카라펠리오는 동시에 골고트에게 시선을 주목했다. 골고트는 그 표정마저 비굴하게 변하더니 결국

심드렁한 자신의 심정을 표출하기에 이른다.

"도대체 당신들은 이곳 칠계에 왜 왔소?"

"왜 왔다니?"

카라펠리오가 다소 차가운 말투로 대답하자 골고트의 표정에서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카라펠리오 그대를 지칭한 것이 아니요. 바로 저기 슬레이어란 자와 그 옆에 이상한 머리 모습을 한자요."

그때 슬레이어가 갑자기 외쳤다.

"이보시오 골고트 얘기의 포인트가 뭐요?"

"단적으로 말해서 그대 둘은 이곳 칠계로 오는 특별전사에 왜 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오."

"그러니까 나 슬레이어와 여기 목유성에 대한 얘기군?"

"특히 당신! 슬레이어..도대체 어둠의 종족 중에서도 헬시 급인 전사가 어떻게 우리 특별전사들 중 리크 사령관 제외하고 그 서열이 제일 높단 말인가? 하하하. 뭐 뇌물이라도 먹였단 말인가? 그리고 뭐 데스퍼라도 출신인가 뭔가 목유성 그대 역시 전투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 지는 몰라도 아마 이곳 하급 멸성인에게는 게임조차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순간 슬레이어의 눈빛에서 살기가 맴돌았다. 목유성 역시 몹시 심기가 불편한 듯 골고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골고트는 그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좀더 목소리에 힘을 세우고는 계속 말문을 이어갔다.

"하하. 그 런 눈빛으로 볼 것 없소이다. 뭐 어차피 난 당신들이 걱정이 되어서 한 말이니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지. 그나저나 멸성인들의 제일 첫 번째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우리 프리즘의 전사들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다니시오. 아까 낮에 처음 만난 천인(天人)들의 위력을 직접 봐서 잘 알잖소. 후. 우리 프리즘의 전사 중 하나인 세아린 만으로도 세 명의 멸성인들을 해치운 것 말이오."

프리즘의 전사들은 리크의 명령에 마지못해 이곳에 칠계 왔지만 애초부터 자신들과 같이 특별전사에 합류한 데스퍼라도 인인 마이클, 목유성 등과 슬레이어, 그 외 가스톤, 루벤니우스, 아멜리온등 전투력이 떨어지는 전사들에 대해서 별로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골고트는 그들의 속을 은근히 뒤집어 놓을 듯한 발언이 터졌지만 신기하게도 슬레이어와 목유성 그 성질머리 고약한 카라펠리오 까지 별 반응이 없었다. 단지 슬레이어가 점잖게 한마디했다.

"그렇게 보였다면 미안하오. 우린 프리즘의 전사들만 믿을 테니 좋은 활약 좀 부탁드리오."

의외에 반응에 골고트가 눈을 치켜들고 그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분명 고의적으로 그들의 심기를 흔들어 놓을 목적으로 말투를 비비 꼬와 말했지만 전혀 예상 밖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슬레이어와 목유성는 오히려 골고트가 불쌍하다는 듯 조소를 보내고 있었다.

이에 골고트가 거침없이 한마디 뱉었다.

"쳇. 그래도 꼴들에 자존심들은 있어 가지고 아닌 척 하기는..나중에 멸성인을들 만나면 내 꽁무니 뒤에나 바짝 붙어버릴 것들이 객기 부리기는..후후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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