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141)화 (141/157)

[데스퍼라도] 141. 프레아세톤

데스퍼라도(Desperado)

프레아세톤

허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리크와 목유성, 마이클이 깜짝 놀랐다. 프레아세톤 위성으로 향한 칠계의 검에서 섬광이 일고 밤하늘에 한 노인의 형상이 나타난 데 이어 우렁찬 목소리로 말까지 하니 말이다.

[칠계 검의 주인이여! 아마도 그대는 나의 머나먼 후손이 되리라. 지금의 말하는 내 형상은 과거의 것이니 아마 그대가 나를 볼 때에는 난 이미 이 우주(宇宙)로부터 소멸 된 후일 것이다. 허허허. 그나저나 어떤가 허공에 그려진 내 모습이 다소 우습지 아니한가? 머리를 빡빡 밀고 다 떨어진 도포를 걸친 모습 말이야..이 모습은 바로 저 2계의 수평 우주(宇宙) 네티가이아 11번째 차원에 속한 수많은 행성들 중 지구라는 곳 어느 시대의 복장이라네..]

승복을 입고있는 고승의 형상은 자신을 그렇게 묘사했다. 비록 영상만이 허공에 그려져 말을 하고 있지만 그 고승은 먼 과거의 모습인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마이클은 자신의 품안에서 측정기기를 꺼내더니 허공에 떠있는 형상을 향하고는 뭔가 측정하는 것 같았다.

"저..저건 필시 홀로그램 형상일텐데.."

마이클은 소형 기기를 이리저리 재보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젠장. 전혀 수치에 잡히지 않는군. 그렇다면 홀로그램도 아니고 뭐지. 저런 건 과학적이 아니면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건데."

그때 목유성이 버럭 소리 질렀다.

"마이클 이 놈! 조용히 하거라 ! 저 고승이 무슨 얘기를 하는 지 들어봐야지!"

"쳇. 누가 뭐래요..괜히 큰소리는..쩝"

잠시후 고승의 형상에서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본론 적으로 말하자면 내 이름은 나야타로서 난 칠계의 고대 창성인이라네. 바로 칠계의 검을 만든 3명의 원로 창성인 중 하나이지. 영묘한 칠계의 초상위 구역에는 대운성의 기운이 가득 찬 곳으로 신비하고 놀라운 능력의 존재들이 공존하며 살기도 한다네. 이 우주(宇宙)가 시작할 때인 아득한 태고부터 말이야. 수백 수천 종족으로 나누어진 칠계 종족들은 각자 신(神)을 방불케 하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서로간에 대립을 초래했고 급기야는 대립을 넘어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되었다네. 한번 생각을 해보게나. 수많은 종족들이 서로가 처절한 전쟁을 벌이며 칠계 영역 전체를 살육의 피로 뿌려되었으니 그야말로 지옥의 아수라장과 별반 다를 게 없었지.]

칠계의 묻혀진 역사의 진실이 느닷없이 나타난 노인에 의해서 밝혀지려 했기 때문인지 리크와 목유성 마이클은 처음과 달리 지금은 저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저 허공에 그려진 나야타 고승의 말에 경청하고 있었다. 특히 리크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빛나고 있었으니 정녕 창성인 출신인 그 자신의 칠계 고향과 잊혀져버린 자신의 아내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했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현상이 프레아세톤 위성의 비밀이 밝혀지는 진행과정인지 혹은 자신의 완전한 각성을 찾는 의미인지 아직 확신은 서지 않지 적어도 허공에 나타난 나야타란 고승의 입에서 그토록 알기를 열망했던 칠계의 역사에 대해서 줄줄이 나올 것만 같았다.

[강한 종족들만이 살아 남는 다라 했는가? 칠계의 수많은 종족들 중에서 유독 살육을 즐겨하는 존재들이 연합을 이루게 되면서 소위 그들은 살성인이라 불리게 되었다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은 멸성인들에 비해서 훨씬 못 미쳤지. 멸성인들이라..허허. 그들이야말로 창조주에게 눈에 가시 같은 존재들이었지. 그들 역시 수많은 종족들이 연합해서 만들어졌네. 그러니까 무조건 살육을 즐겨하던 살성인들과는 다르게 아주 비범하고 신중한 존재들이었지. 신(神)의 능력에 버금가는 독특한 능력의 존재들 말이야. 그들이야말로 칠계의 진정한 주인이 될 자격이 있었다네. 결국 멸성인들은 그 오랜 시간동안 칠계의 주체세력으로 성장했고 이젠 그 누구도 그들의 아성에 도전 못하게 되었다네. 그나마 희미하게 남아있던 살성인들의 세력이 때때로 반항을 하였지만 말 그대로 반항으로 끝나버렸지. 그나저나 멸성인들의 존재에 대해 더 알고 싶지 않은가? 어차피 칠계의 검 주인 그대는 필히 그들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야 할 것이네,]

나야타 고승이 멸성인들에 대해 말하려하자 리크의 귀가 더욱 쫑긋 세워졌다. 사실 그 동안 멸성인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고작해야 그들의 하수인들인 천상인이라 불리는 존재들뿐이었다. 사람 영혼속에 기생하는 존재, 아니면 이 사계에서 천상제단을 모셔놓고 저 칠계의 멸성인들을 숭배하는 존재들..정작 멸성인들의 실체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번 리크는 케시어스의 상관이자 멸성인인  라프시오스와 전투를 벌여 그를 제압한 적이 있었다. 라프시오스는 리크가 직접 전투를 벌인 유일한 멸성인이었다. 하지만 라프시오스는 저 드넓은 칠계 영역에 수많은 멸성인들 중 일개 전사에 지나지 않는 자였다. 신(神)의 능력 버금간다는 수많은 종족들이 연합을 이룬 것을 멸성인이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오랫동안 칠계의 초상위 구역을 통치한 지배세력이기도 하였다. 사실 현재 리크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과 대항을 한다는 자체는 바위에 계란 깨기 식의 자신감이 결여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아무리 리크가 창성인이라 하지만 그들 멸성인들은 어찌 보면 거대한 신(神)들의 그룹이었던 것이다.

나야타의 목소리는 계속 허공에 울려퍼졌다.

[아까도 말했듯이 멸성인들은 신(神)들의 능력에 버금가는 신비한 종족들로 구성된 거대 집단이라네. 그 중에서도 몇 종족들이 무시무시한 능력을 갖고 있지. 천신, 천공전사, 천인, 그리고 드래곤 족, 정령들 바로 그들이 멸성인의 주체를 이루는 대표적인 종족들이지 그 외에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다른 존재들이 있지만 그들 역시 절대 무시 못 할 존재들이라는 것을 명심하게..아무튼 그들에 대해서 좀더 깊이 들어가 보면 우선 드래곤 족이 있는데 그들은 칠계에서도 가장 강력한 영물에 속하는 존재들이라네. 드래곤의 위력이란 가히 구름을 날리고 바다에 폭풍을 몰고 올 정도로 무시무시하다네. 그들의 성격 또한 괴팍하고 변덕이 심해 일단 마주치면 절대 싸움을 피할 수 없을 거세. ]

리크는 순간 고룡 카라펠리오가 문득 스쳐갔다.

'카라펠리오 아저씨도 멸성인 출신인데 그렇다면 멸성의 드래곤족이었군.'

[드래곤들 중에는 붉은빛을 띠는 레드피어 드래곤족과 그보다 상급계열인 푸른빛의 드래곤족이 있는데 그들을 만나면 잔뜩 긴장하게나. 특히 푸른빛의 브란타 드래곤족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 할 정도로 엄청나다네. 지금까지 푸른빛 브란타 드래곤족들을 만나서 살아남은 존재들이 없을 정도였으니 사실 그 용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네. 하지만 정작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드래곤족이 있으니 그들은 황금 드래곤족이라 불린다네. 황금 드래곤은 불과 수십 마리에 불과하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들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른다네.]

순간 리크가 중얼거렸다.

"흠. 카라펠리오 아저씨가 왜 평소 파란 색을 좋아하는지 알겠군. 바로 푸른빛의 브란타 드래곤족 출신이었으니.."

[그 다음에는 천인(天人)에 대해서 말하겠네. 그들은 칠계의 일반 전사들이라 할 수 있지. 그 수가 많아 칠계에서 유일하게 체계적인 군대를 이루고 있는 존재들이라네. 하지만 그들의 숫자가 많다고 해서 그들 개개인의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네. 그들의 주무기는 거대한 은빛 날개에서 뿜어대는 날카로운 은 깃털들이지. 그들 모두는 상공을 날아다니며 일단 목표물을 발견하면 예리한 은 깃털들을 마구 쏘아되며 결국 검으로 상대방의 목을 자르는 아주 무서운 자들이지. 그런 자들이 단체를 이루어 동시다발로 공격한다 생각해본다면 아마 천인의 전투능력을 가늠할 수 있을 거세.]

그때 리크의 목구멍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그는 긴장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번 자신이 제압했던 라프시오스가 멸성인들 중 그저 일개 천인 전사에 지나지 않았던 말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다른 멸성인들의 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그저 걱정스러울 따름이었다.

[다음은 천공전사들에 대해서 설명하겠네.]

"천공전사들이라.."

리크의 입이 바짝 타들 어가는 것 같았다. 분명 조금 전 설명한 드래곤족이나 천인들보다 훨씬 강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고 과연 나야타 고승이 앞으로 말할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벌써부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공전사들이라 함은 칠계 멸성인들 중 최정예 전사들이라 말할 수 있다네. 비록 그 숫자는 천인들에 비해서 그리 많지 않지만 단 한 명의 천공전사가 수백명의 천인들과 대적할 정도로 그들의 전투능력은 멸성인들중 상급계열에 속한다네. 그들은 언제 화려한 전투복과 함께 치장하기를 좋아하는 자들로서 스스로를 신(神) 혹은 여신(女神)으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자들이지. 그들은 주로 멸성의 중앙 신전에 모여 칠계의 여러 영역에 대한 관할권 차지에 서로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전투를 할 정도로 호전적인 자들이지. 어쨌든 천공전사라 함은 곧 칠계의 최정예 전사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게나.]

이번엔 목유성과 마이클의 표정이 점차적으로 굳어져 들어갔다. 더구나 그들은 칠계로 가는 특별 전사팀에 소속되어있지 않은가? 도대체 멸성인들을 상대로 이곳 사계에서 소수의 특별 잔사만을 구성해서 그들과 상대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것 같았다. 현재 나야타 고승이 설명하는 칠계의 멸성인들은 칠계를 통치하고도 남을 정도의 엄청난 존재들이 아닌가? 그런 그들을 상대로 과연 리크와 프리즘의 전사, 그리고 목유성 자신과 데스퍼라도 전사들의 존재가 너무나도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상공에 떠있는 나야타 형상은 멸성인에 대해서 진정 무시무시한 존재들에 대해서 설명하려던 참이었다.

[멸성인들 중 지금까지 내가 말한 존재들 만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정작 멸성인들의 실세를 또다시 말해야 하니 나 역시 그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군..허허. 이제 정령들과 천신이 남아있는데 우선 정령들을 보면 칠계의 하늘의 관장자인 나르시스 정령과 바람의 정령 위노아, 물의 정령 레커시아스 불의 정령 파이스론 이렇게 4대 정령이 있다네. 그리고 그들을 지배하는 3명의 천신(天神) 있는데 그들 3천신과 4정령은 실질적인 핵심세력으로서 칠게 모든 멸성인들을 움직이는 존재들이지. 천신(天神)들에 대해선 아직 밝혀진 것은 없지만 오늘날 창조주에게 반기를 들어 역행을 시도하려는 자들이 바로 그 3명의 천신(天神)임을 명심해야 한다.]

"3명의 천신(天神)들이라.."

리크와 목유성 마이클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중얼거렸다.

[허허. 서론이 너무 길었나. 어쨌든 이제는 내 자신에 대해서 말해보도록 하지. 내 이름은 아까도 말했듯이 고대 창성인 나야타라네. 비록 칠계에는 멸성인들이 그 세력 잡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지배영역을 벗어나는 곳이 존재한다네. 그곳은 항시 창조주의 따뜻한 입김이 불어오는 곳으로 악의 세력으로부터 보호되는 영역으로서 주로 영성인들과 창성인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라네. 본래 영성인들과 창성인들은 태초의 창조주의 분리영혼으로서 그 줄기는 하나였다네. 이 두 신성한 존재들은 그 어느 때부터 인가 각자의 길로 따로 가기 시작했고 영성인들은 저 하위계 차원으로 반복적인 환생을 목적으로 육체를 바꾸어 가며 스스로의 영혼을 성장 시켜갔고 창성인들은 창조주의 대리인이자 가장 가까운 전달자로서 그 임무를 충실히 이행시켜 왔다네. 태고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적으로 강해지는 3천신과 4정령들의 에너지는 급기야는 칠계의 멸성존재들을 모두 규합하여 창조주에게 반기를 들기에 이르렀지. 이에 위협을 느낀 창조주는 자신의 전달자들인 창성인들 중 바로 나와 다른 창성인들에게 칠계의 검을 만들 것을 지시하셨지. 그 검은 칠계의 대운성이라 불리는 창조주의 신성한 입김의 기(氣)를 받아 만들어진 그야말로 상상을 넘어선 무기였다네. 우리 창성인들은 그 완성된 칠계의 검에 인간 세상에 가장 강력한 전투 기술을 펼쳤던 갈비아스 비전절기를 새겨 넣었고 그 다음 살성인들 중 가장 강하다던 아무르 전사의 빛의 절기를 집어  넣었지. 그러나 세 번째 프레아세턴의 비전절기를 넣기에는 그리 순조롭지가 않았다네.]

허공에 나야타 형상이 나타난 지 약 1시간정도가 지나서여 그 프레아세톤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려 했다. 프레아세톤이라는 말이 나오자 리크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경청을 위해 집중했고 목유성과 마이클 역시 마찬가지로 숨소리하나 내지 않았다.

[내가 프레아세톤의 비전절기를 칠계의 검에 각인시키지 않고 뜻하지 않게 저 2계의 평형우주에 속한 지구라는 행성으로 숨어들어야만 했던 이유 또한 말하겠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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