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135)화 (135/157)

[데스퍼라도] 135. 격전

데스퍼라도(Desperado)

격전

뇌우살성 브라튼니스 극성체란 거대한 번개를 응집시킨 기술로서 대자연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모든 세계가 그렇듯이 긍정과 부정의 개념, 혹은 양극과 음극의 전자기장안에 둘러싸인 체 만물은 운행되고 생명체 또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 역시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체로서 최소입자인 아누를 살펴보면 그 자체에 양과 음의 성질을 내포하고 있다. 우주(宇宙)의 진공 역시 양전자가 존재하고 서로 다른 극성의 성질이 양립하고 혹은 하나 융합되는 이치가 성립된다. 현재 하몬의 공격기술은 일종의 전자기장 폭팔로 일어나는 번개의 극성체를 최대로 끌어올려 무기로 사용하니 그 힘은 가히 드넓은 대지를 공포에 떨게 할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살성전사 출신인 하몬은 이미 저 초상위 영역인 칠계(七界)에서 그와 같은 우주의 섭리에 통달한자였다. 그가 이곳 중간 영역인 사계(四界)에서 브라튼니스 극성체의 기술을 시전하려 한다는 것은 상대방 리크 역시 칠계(七界) 출신의 창성인이 아니었던가? 즉 웬만한 전투기술로는 통하지 않는 존재였던 것이다. 결국 하몬은 최후 절기인 뇌우살성 브라튼니스 극성체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공력 모으기에 힘을 쓰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이쯤에서 결판을 내려하는 것 같았다. 리크 조차 지면에 서있는 것조차 힘들 판에 과연 다른 사람들은 제대로 버틸 수 있었을까?

"아아.."

"악..."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코에서 선혈이 흘러 나왔고 고통에 몸부림마저 부리니 마치 이곳 카제모르의 숲 페이른 공터는 지옥의 현장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

[파파파팟]

하몬의 칠계 검(劍)에서는 계속에서 눈부신 섬광이 터지면서 사방으로 빛줄기들을 발산하였다. 드디어 모든 번개의 극성체가 칠계 검(劍)에 모아진 것 같았다. 이젠 하몬의 공격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리크. 정말 안됐군. 완전한 창성인으로 돌아오기 전 소멸되어야만 하니..하하. 자 이젠 너와 나와의 인연(因緣)은 이것으로 막을 내려야겠다. 위대한 창성인이여!"

하몬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빛으로 번뜩거리는 칠계의 검을 하늘로 들어 리크에게 휘둘렀다.

[슈슈슈슈슈]

[팟!]

강령한 섬광이 하나의 구체(具體)가 되어 그다지 빠르지 않은 속도로 리크에게 향했다. 그  순간 리크가 중얼거렸다.

"지금 내게 향하는 빛은 물질적 입자이다. 제 아무리 거대하다 할지라도 저건 단지 하몬의 관념으로 만들어낸 의식의 집합체일 뿐 바로 그 입자적 성질은 파장(波長)으로 변환될 수 있다. 즉 양자적 성질인 빛의 입자를 파장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진동수조합]이여 나의 의식이 저 빛의 구체(具體)에 반영되거라!!"

"무슨 헛소리! 네 어찌 하늘의 거대한 힘에게 대항을 한단 말인가? 순순히 너의 운명을 받아들이거라!"

"하늘의 힘 여기 하몬 그대의 의지에서 나온 것 근본적으로 당신의 의지로 만들어진 에너지를 그 자체의 허상으로 변환시킬 뿐이오!"

어느새 거대한 빛의 구체가 리크를 덮어버렸다. 리크는 별다른 동작 없이 하나의 손가락만을 펴서 그 섬광에 갖다되었다.

[파파파파]

[콰광쾅]

잠시후 리크를 감쌌던 빛의 구체가 사방으로 폭사(暴死)하였다. 마치 엄청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신기하게도 빛은 오로라처럼 아름답게 허공에 그려졌고 점차적으로 투명한 파장형태로서 번져나갔다. 하몬은 자신이 발사한 빛의 구체가 눈에 보이는 섬광에서 희미한 파장의 안개로 변해버리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이럴 수가!"

리크는 자신의 온 진기를 모아 하몬의 강력한 공격을 겨우 막아낼 수 있었다. [진동수조합]의 원자 변환기술이 빛의 입자를 파동으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파동의 에너지란 물질적인 개념의 바로 전 중간 의식단계이기에 현 사계(四界)의 물질과 생명체에 그다지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리크로서도 그 강력한 하몬의 공격을 손쉽게 받아낸 것 은 아니었다. 아니 극심한 내상까지 입었으니 목숨까지 걸었던 도박이라 할 수 있었다.

"욱!"

꾸역꾸역 선혈을 토해내던 리크가 결국 그 자리에서 풀석 주저앉고 말았다. 한편 자신의 공격이 무의로 끝나 잠시동안 멍해있었던 하몬은 리크가 바닥에 주저앉자 잽싸게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무서운 놈..과연 창성인들의 조화는 놀랍다고 말할 수밖에 없군. 후후. 그러나 지금 네 몰골을 보니 이 전투의 승패는 결국 내게 달려있는 것 같은데..과연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라는 의미를 실감하겠지? 자 창성인이여 지금 내가 이 칠계의 검(劍)으로 그대의 목을 벨 것인데 또 다른 반항이라도 할 텐가? 있다면 지금 보여주는 것이 어떤가?"

리크는 피를 토하면서도 겨우 고개를 들어 자신 앞에 서있는 하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컥컥! 하..하몬 그대가 졌소.."

"뭐..뭐라고? 내가 지다니..하하하. 무론 네놈이 나의 뇌우살성 브라튼니스 극성체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지금 내가 이 검을 가볍게 휘두른다면 너는 저 무(無)의 공간으로 영원한 소멸을 할텐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인가? 또 [진동수조합]인가 뭔가 하는 기술로 날 막을 심산인가? 후후. 그럼 어디 한번 볼까?"

순간 하몬이 칠계의 검을 들어서 리크의 목을 향하여 휘둘렀다.

[슉!]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리크의 목을 자를 것만 같았던 칠계의 검이 떨어지면서 지면에 박혀 버렸다. 하몬은 이게 어찌된 일인지 당황해 하였고 다시 자신 검의 손잡이를 잡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검은 영상체인 것처럼 도무지 잡을 수가 없었다.

"뭐..뭐야? 검을 잡을 수 없다니..그러고 보니 내 몸이 점차적으로 투명해지는데..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리크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하몬 더 이상 움직이지..컥컥! 마시오. 조금만 더 몸을 움직인다면 그대는 파장(波長)이 되어 이 공간에서 소멸로 될 것이오.."

"소멸되다니 설마 내 몸이.."

"[진동수조합]의 변환기술은 그대의 공격뿐 아니라 시전자에게도 효력이 있소. 즉 당신은 지금 물질적인 입자 개념의 신체가 아니라 파장의 의식변환체로 변했단 말입니다. 네 의식이의 에너지가 그대를 원상태의 빛 물질 개념으로 바꾸었단 말이오."

하몬은 그제 서야 자기의 반투명한 손을 바라보며 탄식을 했다.

"결국 내가졌단 말인가? 나의 위대한 힘은 온데간데없고 허상의 껍데기만이 나를 감싸고 있단 말인가? 아아아..나 하몬의 역사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야 한단 말인가? 리..리크 난 이대로 영원히 소멸 되야 하나? 안..안 돼.."

피를 한 움큼이나 바닥에 토해낸 리크가 겨우 일어났다.

"천상인들의 실체인 멸성적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이미 칠계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창조주에게 마저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난 나의 추종자들과 칠계로 가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성인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바로 프리즘의 전사들 말이오. 하지만 그대만큼은 애초의 약속대로 소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나..나쁜 놈 나를 이렇게 만들고 다른 살성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니?"

"이 전투는 당신이 원한 것이오. 물론 그대는 소멸을 할 테지만 다른 프리즘의 전사들은 나를 도와주어야만 합니다."

"리..리크..알겠네. 어쨌든 나를 제발 원상태로 돌려다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 역시 너를 도와서 저 칠계로 함께 가겠네.."

"하몬..사실 난 그대를 믿을 수 없군요. 그대는 아직도 탐욕과 오만, 거짓, 위선의 에너지가 가득 몸에 베인 존재입니다. 그런 당신을 살려두었다가는 다른 전사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몬의 신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투명해지고 있었다.

"리크..제발..세아린..세아린을 봐서라도 날 살려주게나..자넨 세아린을 사랑하지 않나? 세아린은 바로 내 딸이라네. 난 그 아이의 아버지야! 나중에 장인 될 사람을 이렇게 소멸시켜도 된단 말인가?"

그 순간 리크의 표정이 굳어졌다.

"참 실망이군요.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딸마저 거론하다니..진정 그대가 그 위대했던 하몬이란 말입니까? 사계의 대영웅이신 하몬이여! 마지막에는 그대의 품위를 지키기를 바랍니다."

그때. 하몬은 흐느껴 울기까지 했다.

"흑흑. 리크. 제발..난 이대로 소멸 당하고 싶지 않아.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야! 그러니 제발 날 살려주게나!"

하몬의 흐느낌은 주변 사람들조차 당황하게 만들었다. 대영웅 하몬이 오로지 목숨을 위해서 울며 구걸까지 하는 게 아닌가? 하몬의 측근인 프리즘의 전사들조차 그 모습이 역겨웠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특히 마족 골고트가 그런 광경을 보다 못해 버럭 소리질렀다.

"하몬! 이 전투는 애초부터 당신에게 승산이 없는 것 같았소. 창성인이란 존재가 저렇게 신(神)과 같은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난 미리 포기했을 것이오. 이게 다 당신에게 속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아니오. 그리고 그 위대한 하몬이 전투에서 패했으면 깨끗이 승복하고 명예롭게 자결을 하던지 죽던지 하지 도대체 지금 이게 무슨 짓이오."

"안 돼..난 결코 당하고 싶지 않아..리크 제발 날 살려주게나."

하몬은 리크의 발목까지 잡고 늘어졌다. 참으로 그 모습이 너무나도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바위틈에서 이를 바라보던 수많은 반란군들 조차도 저 정부군의 통치자이자 위대한 전사 하몬의 행동에 어이없어 하는 표정들이었다. 일개 하찮은 병사들조차 저렇듯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때였다. 저 편 허공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한 인형이 리크와 하몬이 있는 바위 위로 내려앉았다. 리크는 갑자기 나타난 인형을 살펴보고는 깜짝 놀랬다.

"세아린.."

그는 바로 세아린이였다.

"리크.."

세아린은 자신의 스틱을 뽑더니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하몬에게 다가갔다. 한편 하몬은 자신의 딸 세아린을 보자 외쳤다.

"오! 나의 딸 세아린..마침 잘 왔다. 어서 리크에게 말해서 날 살려달라고 말하렴. 세아린 어서!"

"그만 하세요!!"

"세아린.."

"아버지.."

세아린은 양쪽 눈에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더니 리크를 슬며시 바라보았다.

"리크 정말 미안해.."

"세아린.."

"리크. 너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해 아버지와 난 이 자리에서 목숨을 끊을 거야."

세아린은 자신의 스틱을 들어 작은 섬광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두 부녀는 그 자리에서 자결을 할 모양이었다. 그 순간 리크가 손을 허공으로 저어 세아린의 스틱을 뺐었다.

리크의 표정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많은 감정들이 교차되었는지 잠시동안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잠시후 겨우 말문을 열었다.

"세아린 그럴 필요 없어. 아버님과 세아린 둘 다 소멸할 필요가 없단 말이야. 대신 아버지를 모시고 다른 곳으로 떠나 줘!"

세아린은 리크의 말을 듣고는 힘없이 아버지를 부축하고는 일어났다. 투명해져갔던 하몬의 몸이 원상태로 돌아왔지만 온몸의 에너지가 빠져버려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왔는지 그저 딸 세아린의 부축을 받고 바위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세아린은 마지막으로 백발이 성성하게 변해버린 하몬 아버지를 부축한 체 자신의 연인이었던 리크를 슬며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너무나 가련하게 보였다. 리크 역시 세아린의 마지막 눈길에 눈시울을 적셨다.

"세아린 이대로 또 헤어져야만 하는가?"

"리크..아버지를 살려주어서 고마워..정말.."

어느새 먹구름이 걷힌 하늘에는 석양의 노을 빛이 잔잔하게 비추어주었다. 페이른의 드넓은 공터를 빠져나가는 세아린과 하몬 부녀(父女)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조차 가엽게 보였다.

절둑거리는 노인 하몬과 세아린의 모습은 한순간에 저 나락으로 떨어진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망연자실(茫然自失)한 사람은 리크였다. 진정 리크는 세아린을 사랑했다. 너무나 미치고 싶을 정도로 그녀를 보고싶어했던 것이다. 정녕 이렇게 또 헤어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운명은 이렇게 매듭을 지어야만 했으니 리크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열굴에 경련마저 일으키며 어쩔 줄 몰라하는 리크에게 갑자기 마이클이 다가왔다. 마이클은 리크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후후. 애틋한 이별이라..진짜 웃기는군. 나 같으면 저렇게 떠나가게 두지 않을텐데.."

리크는 마이클이 말하자 그를 슬며시 쳐다보았다. 그때 마이클이 리크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힘주어 말했다.

"사랑한다면 떠나지 못하게 해! 괜히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지 말고..후후. 싫으면 관두고.."

리크는 눈을 지긋이 감고 무슨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더니 마이클에게 외쳤다.

"마이클 고마워!"

"고..고맙다니?"

"그렇게 쉬운 방법이 있다는 걸 내가 왜 몰랐지.."

순간 리크는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저 멀리 사라지려 하는 세아린에게 달려갔다. 수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리크가 갑자기 페이른의 공터를 가로질러 뛰어가는지 저마다 궁금해하였다. 우낙 멀리 떨어진 곳이란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리크가 거의 강제적으로 세아린을 자신의 가슴에 안겨서 포옹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세아린 역시 리크의 품에 안겨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하몬만이 그 옆에서 그 둘을 물끄러미 바라 볼뿐 그 누구도 이 둘의 재회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포옹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석양이 산머리에서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마이클은 저 둘의 모습을 보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저렇게 간단한걸 가지고..후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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