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121)화 (121/157)

[데스퍼라도] 121. 카젠모르의 숲

데스퍼라도(Desperado)

카젠모르의 숲

참으로 황당한 일이란 이 때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악트가 이끌었던 마족 선발부대 2 개군단 중 살아 돌아 온 자들이 불과 8천 여명밖에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더구나 대장 악트 마저 죽었으니 도대체 7000여명의 오합지졸의 반란군들 모두가 지옥의 사자들이라도 된단 말인가? 프리즘의 전사 골고트는 도저히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그저 침묵만을 지켰다. 그러다가 잠시 후 겨우 말문을 다시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잠긴 듯 굵고 낮은 톤이었다.

"그러니까..2개 군단 중 너희들만 살아 돌아왔다는 건가? 도대체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 세도스라는 자가 하늘에 조화를 부리다니 젠장 무슨 신(神)이라도 된단 말이야?"

그때까지 침묵을 지켰던 악트의 참모 진 중 누군가 말했다.

"저..저기 악트 대장님이 돌아가시기 전 하신 말씀이 있었는데 꼭 사령관님께 꼭 전해달라고 해서.."

"전할 말이라니?"

"그러니까 그게..창성(創成)인의 힘이 부활했다는.."

순간 골고트는 뒷머리를 커다란 망치 두들겨 맞은 느낌이었고 경악에 찬 표정까지 지어 보였다.

"뭐라고? 창성인이라니?"

"예 분명 창성인이라 하셨습니다."

골고트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막사 중앙을 왔다갔다했다.

"이..이런..설마 했는데. 젠장 그렇다면 하몬의 말이 사실이었던가? 언젠가는 창성인이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라고 분명 내게 말했지. 그렇다면 이거 큰일인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케이사르 마저 낮 빛이 창백해진 체 중얼거리고 있었다.

"창성인이라니..정말 그런 자가 존재했단 말인가?"

프리즘의 전사들인 골고트와 케이사르 조차 놀라게 만든 창성인이란 이름을 하몬에게서 그 얼마나 귀가 따갑도록 들었단 말인가? 사실 제 아무리 프리즘의 전사라 하더라도 이들은 사계(四界) 주민 출신이었으니 처음부터 창성인의 존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하몬은 그런 것을 어디서 들었는지 살성, 멸성, 영성, 창성에 대해서 프리즘의 전사들에게 시간만 나면 알려주곤 하였던 것이다. 어쨌든 자연의 힘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세도의 능력에 악트 대장은 그를 창성인이라 믿었고 그 보고가 골고트에게 전해졌던 것이다. 골고트 그 자신도 직접 창성인과 대면한 적은 없었지만 현재의 터무니없는 상황을 보고 이제는 창성인의 출현에 대한 사실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하몬이 말하지 않았는가? 창성인을 만나면 일단 그와 부딪치지 말고 자신에게 알리라는 것을..골고트가 옆 부관에게 소리쳤다.

"당장 하몬에게 필라펀 평야 전투결과와 창성인의 출현에 대해 소식을 전할 준비를 하라!"

"네 알겠습니다."

잠시후 골고트는 막사 밖으로 나오더니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후. 그렇다면 하몬이 말한 것들이 모두 진실이란 말인가? 워낙 그 속을 알 수 없는 자라 그가 말하는 것은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건만 진짜 그자의 말이 사실로 드러나다니..사계 주민들은 살성에 해당하는 기운을 가졌고 천상인들은 멸성에 해당되고 그밖에 영성, 창성인들이 있다고 그랬지. 그중 창성인들이야 말로 신(神)의 능력에 버금가는 창조형태의 존재라 그랬으니..젠장. 그렇다면 악트의 필라펀 평야 전투는 그 실체를 가늠 못하는 존재와 싸운 꼴이 아닌가?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간밤에 몰아치던 비는 저녁 늦게 되서야 멈추었다. 골고트는 마치 하늘을 위에 하늘을 만난

기분이었는지 침묵만을 지킨 체 허공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로부터 보름 후 하몬의 전갈이 도착했다. 센부르크 강유역에서 진을 형성한 골고트와 케이사르 군대는 하몬에게서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어차피 강을 건넌 세도스의 반란군들은 이미 카젠모르의 숲으로 숨었을 테고 더 이상 추적한다는 자체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령관님 하몬의 전갈입니다."

"흠. 과연 뭐라고 썼을까?"

골고트는 양피지로 둘둘 말린 서찰을 짝 피고는 읽어 내려갔다. 잠시후 서찰을 읽던 그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뭐야. 자신이 직접 내려오겠다고. 그것도 25개 군단을 거느리고..이..이런.."

골고트는 중얼거리다 서찰의 나머지 부분도 마저 읽어 내려갔다.

"후. 결국 카젠모르의 숲에 있는 잔당들을 토벌하기로 결정했군. 하긴 그게 옳은 결정일수도. 뭐 창성인가 뭔가 하는 세도스라는 자와 대적하려면 하몬 그 자신이 직접 오는 것이 좋겠지. 그나저나 과연 하몬은 그 세도스라는 자와 대적이 될지 모르겠군. 후후. 어쨌든 제 아무리 방대한 카젠모르 숲이라 하여도 엄청난 병력으로 토벌 작전을 한다면 가능할지도. 그것도 하몬의 검 주인이 직접 나타난다면 말이야. 그러고 보니 이거 점점 흥미로와 지는데."

일단 하몬의 군대가 집결하고 이곳 남서부 지방 필라펀 평야까지 내려오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를 것 같았다. 늦어도 대충 한 두 달 걸릴 사안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제법 시간이 흘렀다. 세도스가 필라펀 평야에서 보여준 기적은 입에서 입으로 통해 전 사계(四界)에 알려지게 되었다. 케록시아 대륙에서 일어난 일이건만 발 없는 소문은 만리길이나 떨어진 다른 대륙에게까지 퍼졌다. 이러한 기적 행위는 다른 많은 대륙에서 천살전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주민들에게 그 어떤 신비함을 가져다주었으니 이젠 아예 세도스라는 인물에 대해 경의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났다. 현재의 사계의 혼란한 피의 정치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구세주로서 그들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던 것이다. 많은 타 대륙 사람들이 이곳 케록시아 대륙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하몬을 비롯한 프리즘의 전사들이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카젠모르 숲에 숨어있는 세도스를 토벌한다는 소문에 적지 않은 사계 반란군들이 세도스에게 합류하기 위해 오는 중이었다. 카젠모르의 숲에는 매일 같이 많은 사람들이 도착했다.

카젠모르의 동쪽 어느 지점에도 역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으니 분명 세도스의 반란군에 합류할 예정이었던 모양이다. 허나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농민들이라 하기엔 그 복장들이 전사의 차림 같았고 그렇다고 전사라 보기엔 아주 특이한 차림새였으니 과연 그들은 사계에서 보기에는 좀처럼 힘든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들은 두 패로 나누어진 듯 서로간의 차림새 또한 달랐다. 어쨌든 이들에게도 두 명의 대장이 있었으니 그들은 벌써 한시간이 넘는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단지 소문이야. 난 절대 안 믿어!"

"그렇다면 여긴 왜 오셨어요. 결국 세도스라는 사람을 만나러 오신 거잖아요,"

"그저 반란군을 도와주러 왔을 뿐이지 세도스라는 반란 지도자가 일으킨 그 허무맹랑한 기적 믿고 온 것은 아니여. 젠장. 그놈 한번 말이 많군."

"목유성 아저씨 그나저나 일단 숲 안으로 들어가요. 어차피 그들과 합류하려면 말이죠."

"아무런 정찰도 없이 그냥 들어가자고? 마이클 바로 그게 네 놈의 치명적인 단점이야. 뭐든지 확인을 철저하게 하고 진행을 해야한단 말이야. 더구나 우리 데스퍼라도 전사들의 복장들이 이곳 사계인들과는 달라서 괜히 멋모르고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가는 적으로 오인 받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후. 좋아요. 그럼 정찰 임무는 아저씨 수하들에게 시키세요. 뭐 무림전사인지 뭔지 하는 제자들 있잖아요."

"흠. 그거야 어렵지 않지."

목유성이 휘파람을 불자 나무 위에서 죽립을 쓴 네 명이 뛰어 내려왔다. 목유성은 그들을 보자 한 것 무게 잡힌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임무 알지?"

"네! 무림 총관님!"

[팟! 팟!]

잠시후 그들 네 명의 정찰병들이 사라지자 마이클이 코웃음을 쳤다.

"하하하. 총관이면 총관이지 무림 총관은 뭐 에요? 그리고 무림전사들이란 저 사람들 말이에요. 그냥 이렇게 공터에서 쉬고 있지 왜 나무에 올라가 있어요? 진짜 무슨 무협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탁!]

"아얏! 왜 때려요."

"감히 네가 본 좌를 우롱하려하는가?"

"치 본 좌는 뭔..본 좌에요? 그나저나 신공을 완성하셨다고 그랬는데 진짜에요?"

"험. 네 놈이 그런데 까지 신경 쓸 건 없다. 너는 네 심복들이나 신경 쓰거라. 진정 무도(武道)라는 것은 쥐뿔도 모르는 것들이 그저 과학인지 뭔지 하는 힘에만 의존하려 하다니. 지난번 네 놈과 연구원이 발명했다는 특수장갑, 하고 선글라스인지 뭔지 투명 눈가리개 등은 오히려 무공을 시전 하는데 방해만 될 뿐 개 뿔 도움되는 것도 없더라."

"그렇다고 공들게 만든 장비들을 다 버릴 게 뭐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 쓰게 나두지. 정말."

"개기지 말아라."

"헉! 명색이 무림대제가 그런 말투를 쓰다니."

"또 맞는다."

"쳇. 그나저나 아저씨가 펼치는 무공(武功)이라는 것도 사실 황당한 기술이잖아요. 그런데 같은 계열인 세도스 반란군 지도자의 기적을 왜 안 믿는 거죠?"

"아무리 무공이든 다른 계열의 전투기술이든지 말이 되는 것이 있고 안 되는 것이 있단다."

"오호. 그럼 세도스의 기적이 말도 안 된다라는 것이죠?"

"물론이지."

"왜 요?"

"그 누구이건 아무리 강하더라도 또한 죽었다 깨어나도 한 사람이 2개 군단의 병력을 물리친다는 것은 불가능해!"

"후후. 과연 그럴까요? 전 세도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그의 기적을 믿어요. 솔직히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할 때 거대한 홍해를 가른 것이 세도스의 기적보다 더 황당하게 느껴지는데요. 후후."

"근데 모세가 누구냐?"

"그건 설명하려면 길어지고요 아무튼 제 말씀 좀 들어 보실래요?"

"해 봐!"

"큭큭. 다소 과학적인데 이해를 하실 지.."

[탁!]

"아얏!"

"개기지 말라고 그랬지. 아무튼 얘기 해봐!"

"제가 지구에서 대학을 다닐 때 [진동수역학]이란 과목을 공부한 적이 있죠. 모든 물질은 쉴새없이 움직이는 파장의 진동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아저씨나 저나 저기 보이는 나무도 말이죠. 현미경으로 자세하게 그 근본까지 들여다보면 고체는 없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이 존재하죠. 어쨌든 모든 진동의 실체는 그 어떤 창조주의 의지대로 약속을 하고 그 모습을 유지하는 겁니다. 아저씨는 아저씨 그리고 저 나무는 나무대로 말이죠. 따지고 보면  파장의 흐름에 지나지 않는 허상들인데 말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진동을 변환시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과학적인 사실은 제가 살던 시절에서 한참 과거인 21세기에 밝혀진 겁니다. 아인시타인의 상대성이론이 20세기에 절대 불변하는 공식으로 자리잡을 때 양자역학의 입자는 파장이란 놀라운 이론이 나타났죠, 후후. 아인시타인은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을 발표한 다른 과학자들을 믿지 않았어요. 바로 양자역학이란 과학적 공식 외에 인간의 의식과 파장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어 있기에 도저히 산술적인 공식이 성립이 안되었던 거죠. 그러니까 [진동수개념]이 정식 입증된 해는....[약 30분간 설명 중략]....그러니까 하늘에서 내리는 폭우를 아이스로 변환시킨 것 자체는 그 빗물이 갖고있는 고유진동수를 변질시켜 자신의 의지와 상념대로 만든 거죠.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다는 이런 개념 말이죠. 결국 세도스의 기적이라 불릴 필라펀 전투에는 그런 파동변환 기술을 사용했다는. 뭐 어떻게 한사람이 그렇게 엄청난 양의 진동수를 변환시킬 수 있냐고 물어보면 저로서도 황당하지만 아무튼 그 세도스라는 사람은 보통 범주를 벗어난 다른 차원의 사람이수가 있죠. 이를테면 상위 차원이라든지..고차원 영역은 하위차원의 진동수를 손쉽게 바꿀 수 있다는 이론도 있는 걸요."

"쿨! 쿨!"

"지..지금 자는 거에요. 세상에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자는 사람도 있다니..그렇다면 한 시간째 나 혼자만 떠들었다는 건가. 에고 입 아파라."

그날 석양이 질 무렵에야 목유성의 수하들이 숲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세도스로부터 숲 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허락을 얻어온 것이다.

한편 이곳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카젠모르의 다른 숲 입구근처에는 또 다든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복장은 분명 어둠의 종족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들 역시 숲으로 들어갈까 말까하는 고민으로 대장들로 보이는 두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젠장. 고스란히 어둠의 복장으로 들어갔다가는 진압군으로 오해받고 공격을 받을게 뻔하다고. 이거 정말 답답해서 고집을 부릴 것을 부려야지."

"이봐 늙은 용 카라펠리오. 하여간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조심스럽게 변하는가?"

"이 잡놈이 또 나이가지고 지랄이야. 내 말은 신중하자는 거지."

"지금 내 부하들의 어둠의 복장은 옛날 거라고 요새 천살전사나 정부에 소속된 어둠의 종족과는 다른 복장이야."

"슬레이어. 잘 보라고. 지금 날도 어두워지는데 숲 속은 더욱 어둡겠지. 그런데 천살전사들이나 지금 네 부하들 복장이나 검은 계통은 마찬가지이잖아. 그러니까 천살전사로 오인되어 공격받을게 뻔하다고."

"그런가? 그럼 정찰 보내지 뭐.."

"이..이런 답답한 놈 같으니 진작 보낼 것이지. 하여간 멍청한 대장 때문에 네 놈의 부하들만 고생이군."

"그나저나 그 세도스라는 사람이 우리를 받아줄지 의문이군. 내 휘하의 어둠의 종족 정예병력 2개 군단을 데려 왔으니 말이야."

"허허. 한마디로 슬레이어 너란 놈도 미친놈이군. 친구인 하몬을 배신하고 그의 적인 반란군 지도자인 세도스에게 들어가려 하다니. 하긴 네놈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지."

"흠. 천살전사들이 많은 대륙의 곳곳에서 살육을 자행하니 이젠 하몬이라는 놈을 더 이상 못 믿겠어."

"나 중에 후회하는 것이 아냐? 혹시라도 세도스라는 자가 하몬보다 더 나쁜 자라면 어떡하겠는가?"

"후후. 난 세도스가 어떤 자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는 필라펀 평야에서 20000여명의 민간인을 구한 자 아닌가? 과연 이 시대에 그런 영웅이 있다는 소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지 않은가?"

"그나저나 자네 세도스의 필라펀 평야의 기적을 믿나?"

"후. 그건 좀.."

"하하. 좀 황당하지..어찌 한 사람이 마족 2 개 군단을 물리칠 수 있단 말인가?"

"하하. 과장이든 아니든 간에 분명 그는 많은 사람들을 구한 자이지. 분명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는 않았을 걸세. 하하하."

"나도 그렇게 믿고 싶군."

잠시후 정찰병이 돌아왔고 이들 역시 세도스의 허락이 떨어졌다. 잠시후 슬레이어의 2 개 군단은 긴 행렬을 지어 카젠모르의 숲 속으로 들어갔다.

계속

***

오늘 두 편이나 올리는군요. ^^ 즐독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