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120)화 (120/157)

[데스퍼라도] 120. 기적의 사나이

데스퍼라도(Desperado)

기적의 사나이

지축을 울리는 적들의 거대한 발자국 소리에 폭우(暴雨)마저 그 장단에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세도스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에게 분노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가 느끼는 것은 감미로운 분노와 같았다. 분명 그것은 두려움과 공포에 대한 분노는 아닌 것 같았다. 그의 알 수 없는 미소를 보아 마치 달콤한 꿈을 맛보는 것 같은 감미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미소 속에 드리워진 그의 싸늘한 표정을 보아 분명 알 수 없는 분노가 저 심연(深淵)의 깊은 바닥을 차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묘한 표정이었다.

폭우(暴雨)가 쏟아지는 들판에 홀로 서서 저 거대한 마족의 군단을 맞는 그의 모습을 볼 때  참으로 이채로운 광경이었다. 한편 중앙 들판 양옆에는 세도스의 반란군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왼쪽 고지대 진영에는 아멜리온 부사령관 오른쪽 진영에는 르베니우스 장군이 각각 휘하 병력을 거느리고 포진하고 있었다. 사실 이들은 조금 전 막사 안에서 세도스의 이상한 요청들 듣고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특히 아멜리온은 세도스 사령관의 작전에 대해서 혼란스러웠고 다른 장군들과 그 점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후. 정말 내 30 여 년간 온갖 전투를 다 경험해봤지만 오늘과 같이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 도대체 살아오면서 가장 분노를 느꼈던 것? 그러니까 부정의 상념(想念)을 떠올리라니."

"부사령관님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무작정 세도스 사령관님의 말을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어서 준비하시는 것이.."

"흠. 알겠네. 어쨌든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매 한가지일 테니 지금으로서는 최고 지도자인 세도스님의 말을 믿는 수밖에. 허허. 아무튼 내 살다 살다 별 경험을 다하는 군. 그나저나 내가 가장 분노를 느꼈을 때가 언제인고? 빌어먹을 그러고 보니 내 인생 자체가 분노인 것 같은데.."

반란군의 지휘부들뿐만 아니라 모든 병사들 역시 저마다 눈을 감고 그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들의 표정들은 괴로운 듯 꿈틀꿈틀한 표정으로 변했다. 7000여명의 세도스의 반란군들은 아멜리온의 말대로 분노의 상념(想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사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강인한 정신력과 용기였다. 마족 2개 군단의 거대한 기세가 밀려오는 시점에서 이러한 상념(想念)방법이 그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떨쳐 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 세도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분노였다. 그는 분명 느낄 수 있었고 전 병사들의 분노 상념이 자신의 상념 속에 풀풀 들어오고 있었다.

리크는 기억을 잃어버리고 현재 세도스라는 다른 성격의 인물로 변했다. 그는 현재에도 잠재적이자 본능적인 [진동수조합]을 사용하고자 하였다. [진동수조합]이란 생각을 하고 의지를 불어넣으면 물질의 개념이 파동으로 변질되면서 다시 원하는 상념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세도스는 사람들에게서 의지를 빌리려 함이었다. 자신의 능력에 보다 강력한

상념의지를 더함으로서 마족 2개 군단과 맞서려 하였다. 즉 자신을 하나의 매개체로서 분노의 무기를 완성시키려 함이었다. 그래서 세도스는 그들의 분노가 필요했는지 몰랐다. 하지만 정작 가장 무시무시한 분노를 가슴에 안고 있는 사람은 바로 세도스 그 자신이었다. 과연 그러한 처절한 고통과 분노가 자신의 내면에서 왜 그토록 꿈틀 되는 지 그로서도 알 수가 없었지만 당장에 그러한 부정의 요소들을 밖으로 표출해야된다는 생각뿐이었다. 다시 말해서 세도스는 그 어떤 식의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분노의 무기를 완성시키려 함이었다.

드디어 저편 중앙 언덕에 마족들이 선두진의 모습이 나타났다. 마족 악트 장군은 저 아래 반란군들이 보이자 자신의 참모 진들과 선두 진 앞으로 나왔다.

"엥. 뭐야?"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고작 저 병력으로 말이지. 그나저나 저 중앙에 횐 옷을 입은 자는 또 뭐야? 도대체 뭐 하자는 속셈인 거지?"

"장군님. 그냥 쓸어버리죠. 아마 저들도 체념을 한 듯 마지막 반항의 표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대 부활전사인 악트 장군은 자신의 참모 진들이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야..흠. 뭔가 기분 나뿐 기운이 저 들에게서 감지가 되는데. 도대체 이게 뭔가?"

그때였다. 마족 병사들 사이에서 웅성거렸다. 그들 대부분은 신기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크크. 이게 뭐지?"

"하얀 것이..마치 눈 같네.."

"클클. 아니 비오다 말고 갑자기 눈이라니.."

악트 대장과 참모 진들도 허공을 올려다보며 깜짝 놀랐다.

"뭐야? 갑자기 눈이 오다니?"

"대..대장님 우리 군단 진영에만 눈이 내리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은데."

"뭐라고?"

악트 대장은 저 아래를 보고는 다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참모 말대로 마족 2개 군단이 포진한 영역에만 하얀 눈발이 거세지는 것이 아닌가. 싸늘한 냉기가 팍 불어오면서 한기(寒氣)마저 느껴질 정도로 추워졌다. 그 시점에서 저 아래 횐옷을 입은 세도스가 허공에 두 팔을 오리고는 무슨 동작을 취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눈은 삽시간에 우박으로 변하더니 마구 떨어지기 시작했다.

[후두두두둑]

"뭐야? 이번엔 우박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대장님 아무래도 저기 반란군의 우두머리인 세도스라는 놈이 조화를 부리는 것 같습니다."

악트 대장과 참모진들은 지금 팔을 허공에 그리며 이상한 동작을 하는 세도스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그의 허공에 치켜진 양손 바닥에서 조그만 빛의 구체(具體)가 형성되었다. 비록 조그만 공모양의 빛이었지만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눈이 부셨다.

"대장님..저..저 놈이 이번엔 또 무슨 조화를 부릴지 모르니..당장이라도.."

악트 대장 역시 참모진들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당장에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제까짓 것이 아무리 조화를 부린 듯 10배가 넘는 우리 2개 군단을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 허나 우리가 여기서 여유를 부려야만 할 이유도 없겠지. 자 각 군단장들은 동시에 진격하여 저 아래 인간종족들을 가차없이 쓸어버려라!"

"네 알겠습니다."

진군의 북이 울리고 다시 발자국과 군장 소리가 지축을 힘차게 울렸다. 마족 치고는 참으로 일사불란한 움직임이였다. 3개 협력체제로 들어온 마족들은 인간 종족의 절도 있는 훈련을 받아들였으니 오늘날 저렇듯 최 정예 병력으로 탈바꿈 할 수 있었다. 한편 마족 2개 군단이 정면으로 공격해 들어오자 세도스가 만들어낸 작은 빛의 공이 점점 확대되어져 갔다. 그리고 그는 이 순간이 되어서야 긴장감이 표정으로 표출되는 것 같았다.

'눈이 오고 우박이 내린다. 후후. 과연 우리 병사들의 분노의 상념 효과가 나타나는군. 병사들의 분노란 전장에서의 치열한 전투 그에 죽어 가는 동료병사들의 처절한 몸부림들..바로 분노의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젠 내 차례인가?'

그 순간 빛의 공이 산처럼 커지더니 저 앞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마족 2개군단 전체를 덮어버렸다. 하나의 거대한 빛의 구체공간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떨어지는 우박들이 날카로운 메스로 변하며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지상으로 하강하였다. 정말 무서운 광경이었다. 번쩍 번쩍 윤이 나는 아이스 메스 체들이 하늘 위에서 마구 지상의 대지로 박혀버리니 그 안에 있던 2개 군단의 마족들 역시 피할 재간이 없었다.

"크억!"

"칵!"

"악!"

허공으로 치켜든 방패마저 관통을 해버리고 육신 여지저기에 팍팍 박혀버리니 한마디로 마족 군단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뭐야? 우박이 갑자기 날카로운 형태의 무기로 변하다니.."

"대장님 병사들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젠장!"

악트 대장은 자신의 거대한 하머트린스의 철퇴를 허공에 던지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머트린스여! 공간의 막을 보여다오!]

3 만년 전 대살육전사로 이름을 날렸던 악트 고대전사의 방어 기술이 선보이려 했다. 잠시후 그의 하머트린스의 철퇴가 허공 어느 지점에 멈추고는 보랏빛의 방대한 막이 허공에 그려졌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날카로운 아이스 조각들은 그 보랏빛 막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한편 이를 바라보던 세도스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흐르는가 싶더니 미리 준비해둔 거대한 낫을 바닥에서 집어들고는 바로 적진의 악트 대장에게 던져 버렸다.

[획!]

"후후. 저 놈이 대장이로군."

무려 2M가 넘는 무식한 낫이 빙글빙글 회전을 하며 악트 대장에게로 곧바로 향했다. 그저 들판에 긴 잡초를 베는 평범한 낫이었다. 도저히 이런 전쟁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농기구가 풀럭 풀럭 소리를 내며 그리 빠르지 않게 다가오자 악트의 참모진들이 자신들의 검을 뽑아 1 차 적으로 제지를 하였다.

[삭!]

참모진들의 번쩍거리는 검(劍)들이 거짓말처럼 철제 농기구인 낫에 의해 절단되었다. 그 순간 악트 대장이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이..이럴 수가 저건 낫이 아니야..설마 [진동수조합]에 의한 변환무기.."

또 다시 그 앞의 2차 참모진들이 저마다 두꺼운 금속 방패를 쳐들고 허공에 날라 오는 커다란 낫을 막아 보려했다.

[삭! 삭!]

제 2 방어진의 방패도 깨끗이 절단되었다. 창백해질 대로 창백해진 악트 대장이 갑자기 참모진중 누군가에게 외쳤다.

"빌..빌어먹을 내말 잘 들어!! 네놈은 당장에 이 길로 골고트 프리즘 전사에게 창성(創成)인의 힘이 부활했다고 전하게. 빨리 당장..!"

"대..대장님은.."

"난 틀렸네. 저기 오는 낫은 내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들어간 무기라네..그리고 저 무기의 목표가 나 악트이므로 절대 피할 수 없을 게야. 내가 죽으면 나의 하머트린스의 철퇴가 힘을 잃어 허공의 방어 막이 무너지면서 우리 마족들이 모두다 희생될 거야. 그러니 참모진들은 무조건 이곳을 빠져나가기 바란다."

"빠져나가 다니요?"

"전면후퇴란 말이다. 알아서 살아 돌아가기를.."

[싹둑!]

한순간에 커다란 낫이 악트 대장의 목을 분리시켰다. 아트 대장이 죽자 하머트린스의 철퇴가 허공에서 떨어지고 또다시 끝이 날카로운 아이스가 마족들의 몸에 사정없이 박혔다.

"악!"

"컥!"

참모진들은 악트 대장이 죽은 이 마당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는지 전군의 후퇴명령을 내렸다. 무려 2개 군단이 우왕좌왕(右往左往)하며 자신들의 동료의 시체를 밟고 정신없이 퇴각하였지만 그 와중에 깔려서 죽는 자 혹은 아직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이스 조각에 관 통 당해 죽은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제아무리 2개군단 (8만 여명)의 엄청난 인원이었지만 하늘이 조화를 부리는 대야 어쩔 수 없었다. 한마디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는 아군들과 저쪽에서 바라보는 민간인들에게도 믿기 지 않는 광경이었다. 눈앞에 분명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아멜리온 부사령관 역시 입을 벌리고는 다물지도 못했다.

"이..이건 기적이야.."

잠시후 거대한 구체 속에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이 계속해서 일어났고 핏물이 시냇물처럼 대지를 덮어서야 하늘의 아이스 무기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극소수의 마족들만이 구체를 벗어나 저편 들판 속으로 정신없이 도망가고 있었다. 마족 2 개 군단중 수천 명 만이 목숨을 건진 듯 하였다. 하지만 거대한 구체 밖은 아직도 폭우(暴雨)가 계속해서 쏟아지니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이번엔 세도스가 마족들을 가두어 학살을 했던 거대한 빛의 구체를 저편 범람 강유역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바로 아군들과 민간인들이 있던 지점으로 말이다.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소란을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저 구체에 갇힌 마족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이스 조각에 의해 끔찍한 죽음을 당하지 않았던가?

"세..세도스님이 미쳤나봐!"

"우리마저 죽이려고!"

"살..살려줘!"

하지만 조금전과 같은 현상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폭우(暴雨)를 가려 주었다. 잠시후 세도스가 강유역 쪽으로 다가가더니 다신 그의 손을 허공으로 휘저었다. 그러자 빛의 구체안에 포함된 어느 강 부분이 결빙(結氷)이 되고 있었다. 잠시후 반들반들한 얼음이 형성되었고 세도스는 많은 군중들로 몸을 돌려 손짓을 하였다.

"자 모두 건너시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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