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114)화 (114/157)

[데스퍼라도] 114. 탈출

데스퍼라도(Desperado)

탈출

마을 촌장을 위시하여 마을 사람들이 지하실로 내려갔다. 잠시후 지하실에 내려간 사람들이  경악했다. 그들 중에는 파슬렌과 소피아나도 있었다. 지하실의 참혹한 현장에 그들 남매는 온몸이 얼어붙어 발걸음하나 제대로 옮기지도 못했다. 순박한 농민 출신의 마을 사람들조차 지하실의 비릿한 피 내 음에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았는지 대부분 헛구역질을 하고는 지하실 밖으로 뛰쳐나갈 정도였다.

[번쩍!]

[쾅..우르릉!]

천둥과 번개는 그 다음날 새벽녘까지 기승을 부렸다. 파슬렌과 소피아나는 졸지에 부모를 잃은 레베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파슬렌은 레베카의 찢어진 발목부위를 꿰매고는 그 경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소피아나 역시 거실에서 이들을 지켜보며 밀려오는 졸음 때문에 가끔 식 고개를 밑으로 숙이고 다시 깨고 하였다.

"소피아나."

"응..응 오빠..왜?"

"졸지 말고 네 방 들어가서 자라."

"난 괜찮아. 그나저나 오빠가 많이 피곤하겠다. 레베카는 내가 돌볼 테니 오빠나 가서 쉬어."

"나도 괜찮아. 후. 지난밤 충격 때문에 잠도 오지 않을 것 같아."

"나도 아직 가슴이 두근두근 해. 아무튼 세도스 아저씨 말이야. 정말 무섭지 않아? 어떻게 천상인을 그렇게 죽일 수 있어? 후. 정말 끔찍해서..더구나 레베카의 발목의 상처가 분명 톱에 의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짓도 세도스 아저씨가 했다는 건데..정말 사람이 그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는 건지."

"세도스 아저씨는 주무시나?"

"아까 집으로 먼저 돌아갔으니 뭐 지금은 자겠지. 후. 자기가 무슨 짓을 한지나 알고 잠이 제대로 올까?"

"소피아나. 그래도 세도스 아저씨가 레베카를 구했잖아. 내가 알기로는 천상인의 숙주 대상체가 된 사람은 거의 99%는 죽는다고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레베카는 살아났잖아. 천상인 만 죽고 말이야. 아마 세도스 아저씨는 그런 것을 미리 계산에 넣고 처음부터 독한 방법으로 나갔는지도 모르지. 바로 레베카를 살리기 위해서.."

"후후. 마치 오빠가 그 지하실에 있었던 것처럼 말하네. 미안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아.

그러니까 세도스 아저씨는 한마디로 미친 것 같아. 겉으로는 정상인인 것 같지만 일단 사건이 터지면 악마보다도 더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존재로 돌변하는 광인(狂人)이란 말이야. 그리고 지난번 그 채널러인가 마스터인가 했던 말 뭐 부정의 극이라고? 부정의 극 좋아하시네. 아무리 부정적 과정을 배운다고는 하지만 세도스 아저씨의 행동은 아예 상상을 초월할 정도란 말이야. 어떻게 톱으로..정말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라니까..더구나 그런 잔인한 짓을 한 사람이 우리 집 저기 2층에서 자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야. "

"소피아나. 조용히 좀 말해라. 2층에서 아저씨가 다 듣겠다."

순간 소파아나의 표정이 공포로 질렸다.

"아..아저씨가.."

"조용히 하라는 얘기야. 겁먹기는..설마 세도스 아저씨가 우리에게 해를 끼치기라도 한단 말인가? 레베카도 조금 전에 잠들었으니 이젠 눈이나 붙이자."

"알았어. 레베카는 내방에서 같이 잘게.."

"발목 조심하고.."

"걱정 붙들어 매. 아무튼 잘 자 오빠.."

"너도."

아침이 밝아왔다. 지난 새벽 동안 미친 듯이 기승을 부렸던 폭풍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아직도 빠져나가지 못한 먹구름이 아침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었지만 저편의 밝은 하늘 공간이 서서히 이리로 밀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마을이 또다시 소란스러워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촌장을 앞세워 파슬렌 남매 집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쾅! 쾅!]

"파슬렌! 소피아나 빨리 일어나 보게! 정말 큰일났어!"

[쾅! 쾅!]

지난밤 새벽 늦게 겨우 잠이 들은 파슬렌 남매는 마구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는 거실로 나왔다.

"또 뭐야. 왜 이리 시끄럽지."

"오빠. 뭔데. 아 함 졸려 워!"

잠시 후 남매가 현관문을 열어주자 촌장과 몇몇 마을 유지 사람들이 들이 닥쳤다. 특히 촌장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가지고 파슬렌에게 다가왔다.

"큰..큰일났어."

"촌장님. 도대체 무슨 일인데 아침부터.."

"마을전체가 몰살 당 할 판이라네.."

"몰살이라니요?"

"지난밤 천상인이 이 마을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외부에도 알려지게 되었단 말일세."

"지난밤 일들은 우리 타레탄 마을 사람들만 아는 사건이고 서로간에 입 조심 만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잖아요. 더구나 천상인도 지난밤 세도스 아저씨에 의해서 해결되었고 말입니다."

"제..젠장. 지난밤 우리 마을 이외에 다른 외부사람이 있었다네. 그는 푸르토 집의 헛간에 하룻밤 묵어 가는 떠돌이 상인이었는데 글쎄 오늘 아침에 가보니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거야."

"헉! 촌..촌장님. 그렇다면 그 상인이 지난밤 일들을 다 알고 있을까요?"

"자네도 알다시피 지난밤 사건은 온 동네가 떠들 석 할 정도로 소란스러웠지 않은가? 아마 십중팔구는 그 상인이 지난밤 사건을 알고 있다고 봐야할 걸세. 더구나 새벽부터 그 상인이 없어졌다 함은..지난밤 사건을 카른 마을의 3개 종족 연합군에.."

"이럴 수가.."

"천상인의 출현 신고는 제법 적지 않은 상금까지 걸려있으니.."

"혹시 상인이 그냥 자기 갈 길을 간 건 아닐까요."

"이 사람아! 이건 온 마을 사람들의 생명이 달린 문제라네. 상인이 신고라도 했다면 그걸로 우리 타레탄 마을은 끝일세..그나저나 당장에 세도스를 깨우게.."

"이번에도 세도스 아저씨를 깨우라고요?"

"지금으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세..우리 같은 순박한 농민들보다는 그래도 전사 냄새가 나는 세도스에게 이 사태를 어찌할지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알았어요. 당장 2층으로 올라가서 아저씨를 깨울게요."

잠시후 영문도 모른 체 파슬렌과 소피아나에 의해서 나온 세도스가 집 앞에 모여있는 마을 사람들을 보고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또 무슨 일이지?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있게.."

파슬렌이 자초지종 얘기를 세도스에게 해주자 갑자기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비록 과거의 기억을 못하는 세도스였지만 본능적으로 이 상황이 무척 절망적이라는 것을 느꼈는지도 몰랐다. 더구나 평소 그답지 않게 세도스는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서둘러야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오로지 세도스가 뭐라고 얘기하나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서두르라는 말에 저마다 의아해했다.

"이렇게 꾸물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각자 등에 짊어질 만큼의 최소한 짐을 갖고 다시 이 자리에 모여 주세요. 당장 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면 여러분 모두는 죽게될 것입니다."

그 순간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갑자기 떠나다니.."

"설마 그들이 진짜 우리를 죽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우린 아무 죄도 없는데."

"맞아. 고향을 버리고 떠나다니.."

그때 촌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당장 세도스 말대로 따라주세요. 이..이건 우리 모두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니. 각자 짐을 챙기고 가능한 빨리 이곳에 모여주시오."

촌장 역시 현재의 급박한 사태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세도스는 갑자기 뒤쪽 산등성이를 바라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

"후. 골치 아프게 됐군. 그나저나 마을 사람들과 이곳을 탈출하려면 뒤쪽 바위산과 이어진 능선밖에 없는데."

그때 소피아나가 세도스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저씨..정말 피난 가는 방법밖에 없어요?"

"너희들도 어서 준비하거라. 3개 종족 연합군들은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천상인 사냥꾼이라는 것은 너희들도 잘 알지 않니? 그들이 지나간 마을은 지도상에서도 조차 사라질 정도로 아예 그 흔적마저 지운다고 했는데.."

잠시후 타레탄 마을 사람들이 마지못한 표정으로 각자 최소한의 짐만을 갖고 다시 이곳 파슬렌 집 앞으로 모였다. 세도스는 촌장과 함께 각 가족의 인원을 점검한 뒤 드디어 마을 뒤 산 능선으로 올라갔다. 197 가구에 총인원이 537명. 10대 후반에서 30 대의 장정들 150여명정도가 각자 철제 농기구, 철검, 낫 등을 소지한 체 마을사람들의 후방을 호위하며 따르고 있었다. 파슬렌은 자신의 약재와 의료기구 등만을 챙기고 소피아나와 함께 레베카와 같이 마지막 행렬에 끼워서 올라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마을을 떠난 지 약 3시간이 지났을까? 타레탄 마을 동쪽 지점 입구에서 먼지가 일어나면서 말발굽소리들이 요란하게 났다. 그들은 마치 저승세계에서 온 사자들처럼 검은 전투복으로 통일되어있었고 온몸엔 검은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전투복은 통일되어 있었지만 분명 생김새에는 서로 이질적이었다. 인간, 마족, 어둠의 종족의 3개 연합군으로 이루어진 이들의 정체는 바로 천상인 토벌군들로서 일명 천살전사(天殺戰士)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한편 그들 중에는 평범한 옷차림의 사람이 끼여있었으니 바로 그는 지난밤 이 마을에서 하룻밤 묶던 상인이었다. 천살전사(天殺戰士)들 중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상인에게 말했다.

"분명 이 마을에 천상인의 숙주가 나타난 것이 확실한가."

"예..예 제가 감히 누구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어째 마을이 좀 조용한데. 아무튼 온 마을을 이 잡듯이 뒤져서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려두지 말아라."

[타각타각]

대장의 명령으로 천살전사들의 수색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잠시후 이들은 타레탄 마을이 텅 빈 것을 알았다. 대장은 극도로 흥분된 표정으로 상인을 노려보았다.

"네가 이 마을을 떠난 시간이 새벽이라 했던가?"

"아..예. 동이 터 오르는 새벽녘쯤.."

"흠. 그렇다면 적어도 아침까지는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다는 건데. 그렇다면 지금이 해가 중천에 떠오른 정오라. 그들이 이 마을 떠난 지는 불과 3시간쯤이니 아직 멀리 가지 않았겠지. 후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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