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111. 나는 누군인가?
데스퍼라도(Desperado)
나는 누구인가?
카른 소도시에는 일대 대혼란이 벌어졌다. 도대체 그 누가 접시 하나만으로 수십 명의 무장한 사내들을 묵사발 낼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소문은 삽시간에 전 마을 사람들에게 퍼졌다. 카르 소도시의 지방관할청에서는 조금 전 들어온 원군지원요청을 위해 수백 명의 병사들을 재 파견했다. 그들은 접시를 무기로 사용하는 세도스와 그의 일행을 추적하기 위해 서둘렀다. 잠시후 선발 진과 후발 진이 마을 외곽 들판에서 만났다. 각 병사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들이 앞으로 나섰다.
"어이! 카토. 어떻게 된 건가? 진짜 접시를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사실인가?"
"르벤. 좀 늦었군. 후. 그나저나 그 놈의 일행을 놓친 것 같은데."
"일행도 있었나?"
"접시 주인공 외 2명이 더 있었는데. 그들은 싸움에 개입은 안 했어. 어쨌든 자네도 봤어야 했는데. 세상에 조그만 철판 접시 가지고 락케트니아 일당 수십 명을 아작 내더라고. 후 그게 검술인지 뭔지 몰라도 장난이 아니었다네."
"하하하. 접시 검술이라니. 내 살다 살다 별 소리를 다 들어보겠네."
"물론 말도 안돼는 소리지. 하지만 그는 분명 접시를 사용했다니. 아마 내 추측이 맞 다면 마땅한 무기가 없어 그저 눈에 띠는 접시를 임시방편 무기로 이용했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추적은 안하고 뭐하나?"
"이 부근에서 놓쳤어. 젠장 흔적이 아예 사라졌으니. 왼쪽 방향의 사막지대로 갔는지. 중앙 들판인지. 아니면 왼편 산등성이 방향인지 그놈들이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았다네."
"도망가는 기술도 일품이군. 후. 설사 우리가 추적해서 그들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접시 하나 가지고 무시무시한 위력을 내는 자라면 우리측 또한 희생이 만만치 않을텐데."
"후후. 사실 그 접시 무사가 그리 잘못한 건 없어. 오히려 깡패집단인 락케트니아 일당들을
반 죽여 놓은 것은 어찌 보면 잘한 일이야. 평소 눈에 가시 같은 놈들이었는데."
"그럼 얘기 끝나군. 어여. 돌아 가세나. 뭐 그 접시 무사는 놓쳤다고 보고하는 수밖에.."
"하하하. 정말 황당하군. 세상에 접시 무사라는 것도 있었나."
"내 말이 그 말일세. 허허."
그로부터 3일 후***
테라탄 산골 마을의 바위산 아래 파슬렌의 집에서는 뭐처럼 세도스와 파슬렌 소피아나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식탁에서 제법 심층 있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3일전에 카른 마을에서 있었던 세도스 아저씨의 광기적이고 잔인한 행동에 대해 파슬렌과 소피아나는 아직도 혼란스럽다 못해 공포감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세도스 역시 그때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충격을 받은 듯 이 들과의 대화를 먼저 요청했던 것이다. 즉 오늘 저녁의 모임은 세도스의 주관 하에 시작되었으니 도대체 평소 말이 없는 세도스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파슬렌과 소피아나는 궁금해하였다.
"내가 누구지?"
"....."
"...."
세도스의 갑작스런 질문에 파슬렌과 소피아나는 선뜻 대답을 못했다.
"파르테라 불리는 북쪽 지역에서 내가 사람들의 병을 고쳐 주었다고 그랬나?"
"예 그곳은 아미리스루텐 제국의 북쪽 지방인데요. 아저씨는 일명 파르테의 성자(聖者)라 불렸어요. 그러한 성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은 케록시아 전 대륙에 퍼졌고 남쪽 레아 제국의 여기 산골마을까지도 들렸을 정도였어요. 저는 선조 대대로 의술을 행하는 집안의 장남 출신으로 손바닥만으로 병을 고친다는 성자 님의 의료행위가 무척 궁금했어요. 그래서 무작정 길을 떠나 그곳 파르테 지방으로 향했지요."
"흠. 그때 나와 같이 동행하던 여자가 갑자기 단도를 뽑아 내 가슴을 찔렀고 파슬렌 네가 지혈을 이용하여 응급조치를 한 다음에 나를 데리고 이 곳으로 왔다는 건가."
"네. 당신을 마차에 태워. 인근 마을 병원으로 가려 했지만 솔직히 당신의 신비한 의료기술을 배우려는 욕심에 아저씨만 살릴 수 있다면 하고 제 고향으로 직행하게 된 것입니다. 더구나 갑작스런 공격을 받은 당신에게 혹시나 또 다른 암살자가 있지 않을 까 해서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남쪽으로 달렸지요."
"후후. 내가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는 성자였다고..한마디로 웃기는 군."
그때 소피아나가 말했다.
"혹시 성자의 탈을 쓴 살육자 출신 아닌가요."
"소피아나 너 그게 무슨 소리니?"
"뭐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생각을 해 봐 지난번 카른 마을에서 아저씨가 했던 잔인한 짓을.."
"덕분에 네가 봉변을 피할 수 있었잖니?"
"누가 뭐래? 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세도스 아저씨의 과거 행적을 추측해 보는 자리잖아. 그러니까 여러 가지 가정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
세도스는 잠시 턱을 매 만지더니 말문을 열었다.
"소피아나의 말이 일리가 있군. 여러 가지 가정이라..사실 내가 성자였다는 것이 지금의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인데. 진짜 내가 성자의 탈을 쓴 악마였을지도 모르지. 후후."
그때 파슬렌이 강한 부정을 했다.
"아녀요. 파르테에서 아저씨가 보여준 의료행위는 진짜 진심에서 우러나온 거란 말입니다. 그 당시 아저씨의 표정은 너무나 따뜻해 보였고 인자하기까지 했어요. 더구나 그 나쁜 여자가 단도를 아저씨 가슴에 박았을 때에도 그 여자를 원망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여자에게 고통을 감추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어요. 그런 분이 성자의 탈을 쓴 악마라니 말도 안 되요."
"그나저나 오빠 그 여자가 왜 아저씨를 죽이려고 했지?"
"후. 그게 이상해. 분명 그 여자는 아저씨의 가슴에 단도를 찌르고 자신도 괴로워하더라. 더구나 내 추측이 맞다면 단도가 심장에 닿기 전에 뽑혔으니 아무래도 그 여자는 아저씨를 죽일 마음은 없었던 것 같아. 단도가 심장을 조금만 건드렸다면 난 결코 아저씨를 살릴 수가 없었을 거야."
"쳇. 뭔 얘기가 그렇게 복잡해? 죽이려고 한사람이 결국에는 안 죽였다는 얘기인데. 참 세도스 아저씨의 과거를 캐내려다 너무 복잡해서 머리가 돌겠어."
그때 세도스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군. 분명 파슬렌 말에 내가 성자였다면 3일전 카른 마을에서 사람들을 해치려했던 내 행동은 뭐란 말인가? 그들이 붉은 피를 흘릴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내 전신을 뒤흔들어 놓았고 나는 뭐에라도 미친 듯이 잔인한 폭력을 자행했건만. 그런 내가 사람들 병을 고쳐주는 성자였다니. 이거 점점 혼란스러운데. 도대체 내 실체가 뭐지?'
그때 파슬렌이 갑자기 외쳤다.
"아 그렇지. 아저씨 제게 좋은 방법이 있어요."
세도스와 소피아나는 파슬렌의 말에 귀가 쏠렸다.
"좋은 방법이라니?"
"이완요법(최면을 일컫는 이 세계의 말)을 사용해 보시는 게 어떻겠어요?"
"이완요법이라니"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무의식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아저씨의 마음을 읽은 방법입니다. 내면에 깃 든 마음은 지난 과거의 행적도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기에 잘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어요."
"흠. 그런 것도 있었나."
"바로 우리 가문의 심리 치료법 중에 하나인데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 치료법입니다. 그런데 지금이 바로 특별한 케이스에 해당되는 것 같아요."
"어디 한번 해보자꾸나."
세도스는 선뜻 이완요법을 하도록 허락했다. 잠시후 파슬렌이 세도스 아저씨를 바닥에 눕도록 요청했고 조그만 추를 가슴에서 꺼내 그의 눈앞에다 흔들어 보였다.
"자 집중하세요."
"추를 말이니?"
"네. 마음을 편하게 가지시고 절대 다른 생각하시면 안돼요. 그저 마음을 비우시고 제 말씀에만 집중하세요."
"흠. 알겠다."
잠시후 세도스는 생각보다 이완요법에 잘 적응되는 것 같았다. 어느새 몸과 마음이 분리된 듯 파슬렌의 지시를 무의식 적으로 잘 따라주고 있었다.
"자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아저씨가 이곳에 오기 전 기억을 떠 올려보세요."
"음..음.."
세도스는 뭔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말해 보세요."
"음..."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세도스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고통에 찬 신음만 하였다.
"성자였을 때 자기 자신을 한번 보세요. 자 주변에는 누가 보입니까."
그때였다. 신기하게도 세도스의 목소리가 여자의 목소리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알려 하지 마십시오.]
"헉."
"어머나?"
"목..목소리가 변했어."
[놀라지 마세요. 난 이 사람의 채널러입니다.]
"채..채널러라니요?"
[당신들 세계의 말로 마스터라는 의미도 됩니다.]
"마스터라면..스승이라는 뜻인데.."
[영적 스승이지요. 이 사람의 모든 기억은 아카식레코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카식레코드라니요?"
[우주(宇宙)의 모든 잠재적 기억이 담겨있는 영적(靈的)인 도서관입니다. 당신들은 차원을 달리하며 윤회(輪回)를 거듭하는 영혼의 순례자들입니다. 수많은 생을 거치면서 학습하고 얻은 지식들이 바로 우주의 도서관인 아카식레코드에 기록이 된답니다.]
"그..그런데 갑자기 당신이 아저씨 대신에 튀어나온 거죠.."
[이 사람은 아직 전생최면퇴행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생최면퇴행이라니요?"
[당신들 세계에서의 이완요법과 같은 뜻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현재 이 사람의 과거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모든 것은 우주의 순리대로 진행될 뿐 이 사람 역시 한 틀을 만들어 가려는 겁니다. 그러기에 그 흐름을 역행시키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전 단지 이분의 과거를 알려고 하는 것뿐인데."
[이분은 저 영묘한 차원의 하위 순례자입니다. 스스로의 사념으로 이곳에 내려왔고 현재로서는 부정의 극을 배우는 단계입니다. 만일 억지로 이분의 과거를 깨우려 했다가는 이 세계에 화를 끼치게 됩니다. 기억을 잃기 전 긍정의 극을 경험했고 지금은 부정의 극을 경험해야 하는 것이 이 사람의 예정된 행로입니다.]
"부정의 극이라니..점점 복잡한 얘기를.."
[긍정과 부정의 통합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과정 또한 겪어 나가야한단 말이죠. 당신들의 운명 또한 이 사람과 맞물려 있는 것도 우주의 예정된 행로일 뿐 그저 물이 흐르듯이 받아들이세요. 이곳 사계(四界) 역시 절대자의 관념(觀念)의 법칙에 제한되어 있지만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의지만이 가장 올바른 방법입니다. 그렇기에 이 사람 역시 스스로의 의지대로 행보를 걷게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후. 그러니까 그냥 두라는 말씀입니까?"
[그저 나두는 것이 이 사람을 도와주는 방법입니다. 이 사람의 과거는 긍정의 극의 마지막 경험에서 분노와 노여움을 자신의 가슴속 깊숙한 곳에 간직한 체 한 과정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바로 분노와 노여움이 표출 화되어 부정의 극 경험을 겪을 차례가 된 것입니다. 현재 이 사계(四界)라는 당신들 세상은 이미 분노의 에너지로 가득 찬 세계이기에 바로 이 사람의 과정이 이 곳과 맞물려 운행하려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창성(創成)인들의 예정된 행로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창성의 힘을 찾았지만 자신이 창성인이라는 것과 아직 그 힘을 쓰는 방법을 모릅니다. 단지 무의식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힘들을 사용할 뿐이지요. 어차피 부정의 극 과정중 이 사람은 자신의 실체를 완전하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창성인은 뭐고 창성의 힘은 또 뭐죠?"
[이 사람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다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굳이 한마디 더 말씀 드리자면 당신들은 분노의 화신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직접 체험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후 이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억누르는 법을 배우도록 하세요. 단지 과정일 뿐이니까.]
자칭 채널러라고 하던 목소리는 사라졌고 겁이 난 파슬렌이 세도스를 급히 원상태로 돌려 났다. 잠시후 세도스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더니 대뜸 물었다.
"뭐라도 알아낸 것이라도 있니?"
파슬렌과 소피아나는 세도스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 볼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세도스 역시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후후. 결국 실패했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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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에 대해서.
채널러, 마스터, 아카식레코드, 전생퇴행요법, 이완요법
위 용어는 다음과 같은 전생에 관한 책에서 발췌한 것임을
참조하세요.
윤회의 비밀-지나 서미나라
에드가 케이시의 서적들
영혼들의 여행-마이클 뉴턴
영혼의 탐구-글렌 월리스턴/주디스 존스턴
나는 환생을 믿지 않았다.-이완 스티븐슨 박사
삶 이전의 비밀. 작자(생각이 안남.^^)
죽음 뒤에 비밀.-조지 미크
우주심과 정신물리학-이차크 벤토프.
그 외 수십 종의 책이 있지만 생각나는 데로 요기까지만..
글쓴이인 저의 원래 관심 분야 책들입니다. 환타지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시간 나시면 함 보시도록. 판타지
세계가 상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근거 자료
또한 많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