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99편
데스퍼라도 제 2 권 출간공지.
지난주 데스퍼라도 1권이 출간되고 10일인 어제 드디어 제 2권
도 출간되었습니다. 출판사는 D&C 미디어의 [파피루스]이고요.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적지 않은 수정으로 책으로 보시면
새로운 맛을 느끼실 수가 있습니다. 큭~^^
이상 홍보였습니다. (쑥스럽다는....^^)
데스퍼라도(Desperado)
나는 나다.
세아린은 이곳 기아몬 신전을 떠난 지 며칠만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그녀는 케시어스에게 리크를 맡기고 이곳을 떠나 로엔스톤 대륙으로 가려했지만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일으켰는지 다시 돌아왔던 것이었다.
"리크.."
신전 안으로 들어간 세아린은 온몸이 굳어짐을 느꼈다.
"리크가 없어.."
일주일전 이곳 기아몬 신전을 떠난 세아린 역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였지만 결국 자신만이 리크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리나케 이곳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더구나 같은 여자인 케시어스가 리크를 돌보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세아린은 신전 바닥에 주저앉더니 흐느끼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 간 거야? 흑. 젠장. 그 새를 못 참고."
그때 신전 안으로 케이사르가 들어와서는 망연자실(茫然自失)한 체 바닥에 엎드려 울고있는 세아린을 부축하여 주었다.
"세아린.."
"젠장. 리크가 없어졌어."
"벌써 일주일이 흘렀는데..아마 케시어스가 어디로 데려 갔을 거야. 사실 여기는 사람이 오래 머물기에는 좀 그렇잖아."
"흑. 리크는 내가 돌보아야 되는데."
"별일이야 있겠어?"
"바보야! 내가 불안한 건 리크가 케시어스 옆에 있다는 거야. 이제 보니 그녀를 믿는 것이 아니었어. 케시어스 그녀는 이미 리크에게 모든 마음을 주는 것 같았단 말이야. 그런데 그 둘이 없어졌으니 내가 안 울게 생겼어. 젠장."
"후후. 그렇다면 잘된 일이고."
"뭐라고?"
순간 세아린이 케이사르를 노려보았다.
"후. 그저 농담이야."
*****
[쏴. 철썩!]
요즘 리크는 하루에 한번 저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일상 생활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벌써 이곳에 온지 3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건만 아직도 리크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심신(心身)이 그리 편치만은 않은 것 같았다. 오늘도 무심(無心)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바다 바람 속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으니 아무리 채워도 채워질 수 없는 또 다른 공허(空虛)의 바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수많은 기억의 편린(片鱗)들이 리크의 머리 속에서 맴돌고 하나하나 더듬어 가니 이제서야 자신의 정체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인가? 양부모님과 형제인 카란, 여동생 헤네스의 얼굴이 허공에 그려지고 그 옛날 아폴립스의 숲에서 뛰어 놀던 시절과 마을 아이들이 눈앞에 선했다.
17살 때 아폴립스의 숲을 떠나고 어느덧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현재 리크의 나이는 24살
이었다. 도대체 지난 7년 동안 난 누구의 삶을 살아왔던가? 그저 하몬의 후계자라는 허망한 꿈을 쫓아서 정신없이 달려왔던가? 이제서야 그는 리크 가벤더라는 정체성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이도 쉽지는 않았다. 젊은 날의 휘몰아치는 역동 속에 겨우 빠져 나왔지만 지금 리크는 스스로를 한낮 보 잘 없는 존재라는 의미를 정면을 받아들여야만 할 때였다.
더구나 지금은 사계(四界)의 신비와 전설이 밝혀지려는 요즘 많은 영웅들이 출현하고 수십 만년 동안 베일에 쌓인 신비종족들마저 [하늘이 열리는 곳]의 전설과 함께 그 모습을 드러내려는 시점이었다. 분명 리크는 그들과 어깨를 겨누고 모험과 전설의 장에 뛰어들어 뒤범벅되고 싶었음이 분명했다. 적어도 하몬과 하몬의 검이 자신을 배신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배신이었던가 아니면 애초의 운명이 그렇게 예정되었던가? 운명이라면 스스로 받아들여야만 하거늘 리크는 아직도 가슴이 턱 막힐 것만 같이 답답해하였다. 그리고 그는 오늘도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스스로 대답을 하는 중이었다.
'내가 누구지? 후. 그렇지 나는 나일 뿐..리크 가벤더. 그게 내 이름이고 그저 평범한 휴론계인에 지나지 않지. 그런데 왜 이런 세계에 내가 오게 되었지? 하하하. 그렇지 난 하몬의 검을 여기로 가져오기 위한 심부름을 했었지. 후후. 그게 다야. 내 역할은 그게 다란 말이야. 이젠 휴론계로 돌아가서 원래의 삶을 살아가는 것..그런데 휴론계로 가는 방법이..'
그때였다. 끝없이 이어진 해안 능선 저편에서 리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리크!"
"케시어스.."
잠시후 케시어스가 해맑은 표정으로 리크에게 다가왔다.
"후. 매일 여기 오네. 그나저나 어때 여기 경치 좋지. 나도 어릴 때 이곳에 와서는 그저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이 취미였는데 이제는 리크 네가 그러네. 호호."
"나. 내 세계로 갈래."
발랄한 케시어스의 목소리와는 그 톤이 대조적으로 리크의 목소리는 착 가라 앉아있었다.
"가다니?"
"또 다른 내 삶을 찾고 싶어..결국 난 휴론계로 돌아가야 할 것 만 같아."
"그렇다면 나도 같이 가."
"같이 가다니?"
"난 한번 정한 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성질이야. 그리고 넌 내가 정한 사람이야."
"후후. 우습군. 네가 정한 사람의 허울이 벗겨지고 지금은 이런 보 잘 것 없는 하위차원 존재에 불과한데. 그리고 동정이라면 난 사절하겠어."
"동정이라고?"
순간 케시어스의 눈썹이 치켜 올라가면서 리크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리크는 그런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말문을 열었다.
"케시어스. 미안해. 내가 신경이 예민해서. 후. 그나저나 세아린이 떠날 때 네게 한말 말이야. 그러니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말이 사실이니?"
케시어스는 또다시 리크가 세아린에 대해서 물어보자 이번에는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응."
"분명 세아린이 그렇게 말했어?"
"그날 기아몬 신전에서 떠나기 전 그녀는 무척 괴로워하였어. 하지만 내게 널 잘 보살피라는 부탁과 함께 미련 없이 가버렸어."
"휴. 세아린이 정말 그랬단 말이야? 그럴 리가 없는데..절대 그럴 리가 없어.."
리크는 모래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푹 숙이고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현재 리크를 더욱 괴롭게 만든 것은 세아린이 자신을 나두고 떠났다는 사실이었다. 케시어스 역시 리크의 그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편치마는 않았다. 그녀는 저 드넓은 바다로 고개를 돌리고는 무슨 생각에 빠져 있었다.
'리크 거짓말해서 미안해. 아마 세아린은 지금도 널 찾으려 하고 있을 거야. 하..하지만. 서로를 위해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해. 이미 세아린은 프리즘의 빛을 헬 전사로서 그녀만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리크 옆에 필요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내가 더 필요할거야.'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이곳은 아미리스루텐 제국의 북쪽 해안지방인 케시어스의 별장이었다. 그날 기아몬 신전에서 세아린이 혼란스런 심경으로 리크의 곁을 떠났을 때 케시어스는 같은 여자의 육감으로 그녀가 며칠 이내로 돌아온다는 것을 예감했다. 결국 케시어스는 리크를 데리고 부리나케 신전을 빠져 나와 이곳 외진 별장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케시어스 역시 그런 행동이 결코 옳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세아린과 리크의 운명이 하늘의 선택을 받은 프리즘의 전사와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오게 되어 천양지차(天壤之差)의 격으로 벌어져 있었으니 더 둘 사이의 만남이 부질없다 본 것이었다. 그러나 과연 사랑에 그런 운명론이 장벽이 될 수 있었을까? 결국 케시어스의 리크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이
리크와 세아린의 운명을 갈라놓게 한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또다시 한달 여가 흘렀다. 그토록 휴론계로 돌아간다고 우기던 리크는 포기해야만 했다. 사실 하몬의 검으로 인하여 이곳 사계(四界)라는 차원으로 왔지만 현재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온 리크가 휴론계로 가고 싶어도 아젠 그런 능력도 없고 갈 방법도 몰랐으니 그저 이 해안 지방에 있는 케시어스 별장에서 눌러 앉아 살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요즘 들어 리크의 몸 상태가 부쩍 호전되어진 것 같았고 예전에 침울했던 성격마저 점차적으로 밝게 변했다. 케시어스는 아직도 24시간 리크 곁에서 그를 헌신적으로 보살펴주고 있었다. 리크는 그런 그녀에게 점차적으로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 이 둘은 과거의 친구 관계로부터 벗어나려 하였다.
"오랜만에 목검을 쥐니 어때?"
"후후. 진짜 새롭군. 그 옛날 아폴립스 숲에서 헤수스 아저씨가 만들어준 목검을 처음으로 휘둘러봤지만 오늘도 그때처럼 떨리는데."
"어릴 때 이곳 별장에서 내가 수련할 때 사용하던 목검인데 아직까지 쓸만할 거야."
리크는 목검을 쥐고서는 가볍게 좌우로 휘둘렀다.
[쉭! 쉭!]
"흠. 가볍군."
잠시후 케시어스가 리크를 주위깊게 살펴보더니 말했다.
"리크 진짜 모든 전투기술을 다 잊어버린 거야?"
"응."
"어떻게 한순간에 그럴 수가 있지."
"사실 목유성 스승님과 아론 스승님의 기술들은 머리 속에 다 들어있지만 힘이 받쳐주지 못하니.."
"도대체 그날 기아몬 신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거야. 아무리 아무르 위성 백색의 빛이 상충작용을 일으켰지만 원래 네 몸 속에 축적되어 있던 에너지가 작용 할 생각을 안 하니.."
순간 리크가 목검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케시어스. 그런 얘기 이제 그만 하자. 그리고 이제 목검 같은 무기류에는 별 관심 없어. 그나저나 지난번 심은 채소들과 과일들이 제법 익었을 거야. 케시어스! 그리로 가자!"
케시어스는 아직도 궁금한 게 있는지 리크에게 뭐라 말했다.
"리크. 한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너 요즘 밤에 괜찮은 거니?"
"뭘?"
"아니. 밤마다 네 방에서 신음 아니 비명 비슷한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서. 아마 지난번 충격 때문에 잠꼬대를 하는 거 같았는데. 거의 매일 밤 그러니. 혹시 무슨 일이라도?"
"후. 그 소리가 방밖에까지 들렸니?"
"응."
"모르겠어. 지난번 백색의 빛과 상충작용을 일으킨 다음부터 가끔 나도 모르게 발작이 일어나더라. 뭔가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인데 나중에는 비명이 나올 만큼 고통스럽더라고. 후. 그래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는 기분이야. 아마 좀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나 같은 하위차원 존재가 감히 아무르 위성의 빛을 받으려 했으니 그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겠지. 그나저나 과일과 채소나 보러가자. 잘하면 오늘 식탁에는 오를 수 있을 거야."
"..........."
케시어스는 아직도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저 아래 언덕으로 먼저 가는 리크를 뒤쫓아갔다.
"리크 같이 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