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96)화 (96/157)

[데스퍼라도] 96. 기아몬 신전

데스퍼라도(Desperado)

기아몬 신전

리크와 케시어스는 편편한 돌 바닥으로 된 정상에 내려왔다. 바닥은 마치 맨들맨들한 대리석처럼 윤기가 잘잘 흘렀으며 무엇보다도 저 하늘에 떠있는 아무르 위성이 금방 머리위로 떨어질 것 만 같이 무척 가까이 보였다. 더구나 팔마스탄의 산맥 중 제일 높은 이곳은 마치 주위가 우주(宇宙)의 심연(深淵) 속에 파묻힌 것처럼 온통 별천지였다. 분명 이곳은 판판한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바닥이므로 누군가의 정성어린 손길이 미친 것 같았다. 한동안 우주공간을 쳐다보며 넋을 잃었던 케시어스가 이런 광경에 감동을 받았는지 리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고마워! 리크."

"갑자기 뭐가?"

"네 덕분에 이런 곳을 구경할 수 있어서..더구나 이렇게 하몬의 후계자와 같이 여행을 한다는 것이 어떨 때에는 꿈만 같이 여겨져."

"후 난 꿈이라면 깨고 싶다. 난 그저 평범한 삶이 내겐 더 어울리는 것 같아."

그때 케시어스가 주변을 둘러보다 뒤쪽 바위벽에 신전 양식을 한 입구를 발견했다.

"후. 여긴 마치 신(神)들이 사는 것 같아. 저것 봐 드디어 기아몬 신전을 찾은 것 같은데

신전 입구를 이루는 재질이 마치 거대한 보석의 원석을 깎아 다듬은 것 같아."

"흠. 기아몬 신전이라..여기가 바로 그토록 애타게 찾던 기아몬 신전이란 말이지."

리크와 케시어스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신전 입구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저 우주(宇宙) 공간으로부터 강한 진동이 느껴지더니 순식간에 봉우리 전체가 흐를 정도의 엄청난 충격파가 전해졌다.

[우르르!]

"뭐야?"

"이 곳 전체가 진동을 하고 있어!"

리크와 케시어스는 신전 입구로 들어가다 말고 갑자기 무슨 일인가 하고 주변을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때 두 개의 섬광이 번쩍하더니 중앙 바닥에 내려앉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20대 초반의 남자와 여자였고 주로 상, 하위가 독특하게 생긴 검은 가죽옷차림새였다. 그들이 바닥에 나타나자 조금 전까지 흔들리던 진동은 사라졌다. 그들 낮선 존재들은 팔짱을 끼며 자기들끼리 뭐라 말했다.

"쳇. 오빠 아무르 위성이 꽉 찬 주기를 맞으려면 아직 일주일이나 더 있어야 하는데. 그때 다시 와서 구경하자."

"포니! 잘 봐. 지금도 볼만하잖아. 거의 원형에 가까워."

"난 그래도 아무르 위성이 완전한 극점주기에 도달할 때 보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은데. 그래야지 1년 중 가장 빛나는 아무르 위성을 볼 수 있어."

"바보야 그때 다시 오면 되잖아."

그들은 리아몬과 포니라 불리는 어둠의 종족 헬 급 전사였다. 그들 역시 아무르 위성의 극점주기을 구경하려고 이곳 서쪽 머나먼 무로나 대륙에 온 듯 하였다. 리아몬과 포니는 잠시후 저편에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던 리크와 케시어스를 발견했다.

"엥. 재네들 뭐야?"

"흠. 어제 아미고스 산악 마족들을 몰살시킨 인간 종족 하몬의 후계자인 것 같은데. 여긴 웬일이지?"

"치. 오빠 저것들이 자꾸 눈앞에 거슬리는데 그냥 없애 버리자."

[탁!]

[아얏!]

"왜 때려!"

"이런 철부지가 헬 급 전사라니. 내 참 걱정된다 걱정돼. 사실 이곳 기아몬 신전은 여러 종족들에게 개방된 곳이야. 즉 여기 만큼은 각 종족간의 상호 불가침의 법칙이 있는 신성한 영역이란 말이야. 앞으로 아무르 위성의 극점 주기가 이루어지기 일주일전이니 여타 종족에세 적지 않은 방문자들이 몰려 올 거야."

"쳇. 난 조용히 감상하려 했더니. 개나 소나 다 몰려오잖아."

"개나 소나 다 몰려오지는 않지. 자 바라. 인간 종족에서 최고의 전사라 불리는 하몬의 후계자도 나타났잖아. 그리고 마족 중에서 상급 부활전사인 대살육 전사들도 올 테지. 뭐 어둠의 종족 중에서는 헬시급 이상도 오리라 예상되지만 그래도 올해는 그렇게 많이 올 것 같지는 않아. 바로 동쪽 로엔스탄 대륙 [하늘이 열리는 곳]의 성역으로 많이 갔을 테니.."

"오빠. 어쨌든 다른 종족의 상급전사가 몰려오면 이번엔 우리가 대장 행세를 하자. 아무르 위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저 꼭대기 상석도 차지 할겸. 솔직히 천상인들 빼고는 우리 헬 전사가 가장 세잖아. 응 오빠."

리크와 케시어스는 도대체 자신들은 안중에도 없고 계속 떠드는 정체불명의 낯선 자들에 대해 궁금해하였다. 그때 리아몬과 포니가 이쪽으로다가 오고 있었다. 리아몬은 리크와 케시어스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하몬의 후계자라. 과연 변신(變身)형태의 전투복이 그런 대로 봐 줄만 하군. 후후."

"근데 오빠 옆에 있는 계집애는 뭐야. 재도 변신(變身) 전투복을 사용할 줄 알잖아."

"포니. 이제부터 말조심해. 여긴 순수하게 아무르 위성을 관람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니 앞으로 공격적인 말투 조심해."

그때 리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대들은 누구신지?"

"우린 어둠의 종족 헬 전사요. 우리도 그저 관람을 위해 왔으니 서로 좋은 시간 보냅시다. 어차피 극점주기가 이루어지려면 일주일정도 남았으니 서로 알고 지내는 것도 괜찮겠지."

상대방이 헬급 전사라는 말에 리크와 케시어스는 경악을 하였다.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20대 초반의 남녀의 정체는 어둠의 종족 중에서도 43만년간 단 7명만이 기록될 정도로 저 아득한 전설의 초극강의 전사들이 아닌가? 그런데 느닷없이 이 곳 기아몬 신전에 2명의 헬 급 전사가 나타났으니 이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포니가 케시어스의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쯧쯧. 오빠 저 인간 여자 얼굴 말이야. 완전히 맛 갔어. 호호."

[탁!]

[아얏!]

"왜 툭하면 때리고 그래. 정말!"

"말조심하라고 했지."

리아몬은 케시어스에게 정중히 말했다.

"제 동생이 좀 철이 없어서 이해를 해주기 바라오. 그럼 우린 먼저 신전 안에 들어갑니다. 어차피 일주일 동안 기다리려면 안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리아몬과 포니 신전 안으로 들어가자 리크와 케시어스는 물끄러미 그들이 들어간 신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 거대한 산으로 보이던 슬레이어 아저씨조차도 헬시급 전사인데 갑자기 헬 전사가 나타나다니 이것 참."

"난 그 여자가 맘에 안 들어. 20대 여자가 마치 애들 말투처럼 어리광스럽게 얘기하는 거랑

무례하게 대놓고 막말하는 게 저말 버릇이 없어."

"케시어스. 잘들어. 저들이 조금이라도 나쁜 맘먹는다면 솔직히 우린 헬 전사에게 승산이 없어."

"명색이 리크는 하몬의 후계자인데 자존심 상하지도 않아?"

"2000년 전 하몬님이 전 대륙을 통일시킬 정도로 대 활약을 하셨을 때에는 각 종족간의 고대부활전설이 없었던 때야. 물론 그 당시에는 헬 전사도 없었고 마족의 대살육 전사들도 부활하지 안았던 때이지. 그렇기에 갈비아스 파동검술만으로 전 대륙의 통일을 거의 눈앞에 두기까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어, 그러던 어느 날 하몬님은 이 사계(四界)라는 세계에서 자취를 감추셨지. 그런 얘기는 들어보았겠지."

"그거야 모든 인간종족 중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잖아. 하몬이 사라지면서 인간 제국은 점차적으로 그 세력을 잃게 되었어. 그런데 하몬님이 왜 사라졌는지 지금도 의문이야.?"

"바로 조금 전 보았던 헬 급 전사들의 부활과 마족의 대살육전사들의 부활 그리고 곧 도래할 천상인들의 전설이 현실화된다면 도저히 갈비아스 파동검술만 가지고 그들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야. 또한 하몬님은 아무르 위성의 비밀을 풀려고 했지만 검이 더 이상의 능력을 하몬에게 주기를 거부했던 것 같아 하몬님은 결국 이 검의 주인이 다른 사람임을 알고 자신의 고향인 3계(三界) 엘시온 고향으로 내려와 절친한 친구 헤수스에게 그 검을 맡겼지. 원래의 주인을 찾아달라고."

"후. 정말 그런 엄청난 비밀이 있었다니..도대체 누가 그래?"

"바로 하몬의 절친한 친구분인 헤수스 아저씨가 그 검을 내게 주시면서 하신 말씀이야."

"그럼 리크 네가 진정한 그 검의 주인이라면 이번 아무르 위성의 비밀을 풀고 그 힘을 받을 수 있겠네."

"그야 모르지."

"치. 그런 대답이 어디 있어. 아무튼 그 힘을 꼭 찾아야 해. 아까도 봤잖아. 저 헬 전사라는 자들의 표정 말이야. 은근히 교만하고 자신만만한 태도. 리크 네가 하몬의 후계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하잖아. 더구나 그 여자는 아예 대놓고 막말까지 하는데 정말 못 봐주겠어. 그러니 꼭 아무르 위성의 비밀을 풀어! 알았지?"

"노력 해보긴 해보겠지만. 뭐 너무 기대하지 마. 그리고 어차피 극점주기가 이루어지려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니 뭐 그들과 웬만하면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지내자."

"난 그 포니인가 뭔가 하는 여자 마음에 안들어."

"케시어스! 네가 마음에 안 들고 자시고 간에 절대 참아!"

그로부터 3일이 지났다. 리크와 케시어스가 보기에 정말 희한한 일들이 벌어졌으니 마치 기아몬 신전에 무슨 행사가 열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많은 관람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더구나 리크와 케시어스는 이 곳 기아몬 신전을 겨우 찾아왔건만 다른 일행들은 손쉽게 찾아 왔으니 분명 이곳으로 오는 지름길이 있음이 분명했다. 아무튼 오늘까지 참석한 사람들은 다음과 같았다.

어둠의 종족 : 헬 전사 리아몬과 포니와 그 외 헬시 전사들

마족 : 33만년전 대 살육 전사인 골고트, 그 외 다른 대살육전사들.

인간종족 : 리크와 케시어스. 그외 점성학자들

종족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일행 : 여자 두 명

인간종족으로 보이는 낮선 자 : 허름한 행세차림으로 보아 떠돌이

점성술사라 예견됨

헬전사 리아몬과 포니가 신전 넓은 중앙에 각각 모여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자들을 천천히 살피고 있었다.

"오빠. 결국 잡동사니가 다 모였네. 성질 같아선 저것들을 그냥.."

"후후. 포니 네 성질대로 못할 존재들이 여럿 나타난 것 같은데."

"뭐라고?"

"저기 마족 중에서 키 크고 비쩍 마른 자 보이지?"

"어디?"

"붉은 눈에 하얀 피부 말이야.."

"응."

"아득한 태고적 피 바람을 일으켰던 골고트란 마족 전사야. 이거 뜻밖인데 저런 자가 이런 곳에 나타날 줄은.."

"그래봐야 우리 헬 전사에게는.."

"후. 저자는 급수가 다른 자야. 그러니까 너도 까불지 말고 조심해! 그리고 온몸을 천으로 뒤집어 쓴 저기 왼쪽 제단에 앉아있는 두 명의 여성 말이야. 정말 묘한 기류가 흐르는데. 도저히 어느 종족인지 구별이 안돼.."

"가서 천을 벗겨버리면 되잖아. 젠장. 아무튼 답답하군. 아무르 위성의 극점주기를 보자니 참을 수밖에 없고."

이때 갑자기 신전 전체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종족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저마다 놀라서 신전 밖으로 향했다. 물론 리크와 케시어스도 그들 틈에 끼어 밖으로 나갔다.

"헉! 저기 2개의 섬광이 이리로 다가오고 있어."

잠시후 2명의 인형이 지면에 모습을 보였다.

[스르르르르]

그들이 모습을 나타내자 순간 어둠의 종족 리아몬과 포니가 깜짝 놀랜 표정을 지었고 리크는 아예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랬다. 그들은 분명 어둠의 종족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각자 가슴 중앙에는 리아몬과 포니처럼 헬 전사의 상징인 헬크름아나스 보석 원석이 박혀 있었다.

"뭐..뭐야. 우리 말고 헬 전사가 더 존재하다니?"

갑자기 나타난 두 명 중 남자는 붉은 검을 들고 있었으며 여자는 작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리아몬은 그들의 무기를 살펴보더니 한눈에 알아보는 것처럼 탄성을 질렀다.

"헛. 23 만년 전 어둠의 종족 최강의 마법사 라우타르의 지팡이..그리고 붉은 검은..내 추측이 맞다면 17만년 전 메스린트로 헬 전사의 것으로 보이는데."

갑자기 나타난 자들은 바로 리아몬과 포니에게 허리를 굽혀 예의를 표했다.

"대 선배님들이 여기 계시다는 것을 알고 왔습니다. 저는 게이사르라 하고 제 옆에는 세아린이라 합니다."

리아몬은 그들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 지에는 상관없이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에만 정신이 쏠렸다.

"후. 그대들은 정녕 엄청난 기연을 얻었군. 정말..대단하군. 어떻게 한 시대 그것도 한번에 초극강의 마법사와 전사의 병기가 나란히 출현을 한단 말인가?"

그때였다. 세아린은 오른쪽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리크 역시 멍한 표정으로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리..리크.."

"세아린.."

그 둘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고 잠시후 세아린의 두 눈가에서 은빛 물방울이 형성되더니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쁜 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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