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93)화 (93/157)

[데스퍼라도] 93. 기아몬 신전

데스퍼라도(Desperado)

기아몬 신전

리크와 케시어스는 오로지 하나의 출입계곡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거대한 암벽으로 둘러친 거대한 요새를 둘러보았다. 이곳에 개척민들이 들어 온 지 80년이 지났고 오늘 처음 이방인을 맞게 되었다. 수많은 바위 동굴에는 저마다 낯선 이방인들을 보기 위해 나와 있었다. 80년 전 이 협곡에 정착한 3000명의 개척민들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아까 리크와 케시어스를 안내했던 푸샥 노인과 그와 몇 원로원 정도였다. 물론 지금의 사람들은 초창기 개척민의 2, 3세대 후손인 것이다. 하지만 이 협곡의 인간들도 나름대로 교육과 법칙, 군대를 조직하여 자율적인 방어체계를 갖추었고 또한 그들이 영위할 수 있는 인간문화의 모든 것들 즉 예술, 음악, 건축, 놀이 등을 스스로 경험하고 향상시키려했다. 오늘날 그들의 그런 노력들이 이 거대한 협곡 안을 더욱 견고하게 혹은 예술적으로 치장했으니 리크와 케시어스는 입을 턱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후. 정말 대단하군. 어떻게 절벽을 다듬어 저와 같은 부조 물을 만들었는지 놀랍군?"

"병풍처럼 둘러친 거대한 바위협곡 그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조각상을 보는 것 같군."

리크와 케시어스가 주위를 둘러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자 푸샥 노인이 말했다.

"허허. 자네들보니 내 손자 손녀를 보는 것 같아 편히 앞으로 편히 말하겠네. 이런 협곡에 갇혀서 살다보니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바위 면을 다듬거나 깎거나 아니면 여러 조각상들을 만드는 일이야. 또한 여기 인간들은 모두가 가족과도 같아. 무려 3세대를 내려오면서 한 영역에서 같이 있었으니 말이지. 내 가족만 하더라도 무려 23명의 대가족이니."

"한가지 궁금한 것은 수천명의 사람들이 이 협곡에서 어떤 방법으로 식량과 식수해결을 하는 지 모르겠군요. 주변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물이 흐를만한 곳이 보이지도 않고 심지어 농  작물이라든지 채소 밭 같은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니 말입니다."

"허허. 사실 협곡 전체를 예술적으로 조각해놓은 겉치장이 중요한 건 아니지. 저런 훌륭한 예술 조각이나 건축물보다도 일단 의,식,주가 해결되어야하고 특히 식량과 물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 허허. 굶지 않고 일단은 배가 불러야지 예술이 나오는 거 아닌가."

푸샥 노인은 하늘을 향해 쳐다보더니 갑자기 한숨을 푹 쉬었다.

"휴.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난 수호전사 자격으로 개척민들과 이 땅에 들어왔지. 그 당시    나를 비롯한 다른 수호전사들의 숫자는 5명이고 일반 병사가 300명 그리고 나머지는 일반 개척민 가족들이었어. 물론 우리들의 임무는 개척민들이 이 머나먼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 터전을 잡는데 혹 있을 지도 모르는 마족들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일이었는데. 처음 이 팔마스탄 산맥 협곡 지역으로 들어섰을 때에는 별다른 위험도 보이지 않았고 마족들도 전혀 눈에 뛰지 않았네. 후. 일단 안심하고 협곡 안으로 들어섰을 때 언제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마족들이 퇴로를 끊고 추격까지 하였고 우린 일단 개척민들을 무조건 협곡 안쪽으로 전진하게 하고 내 동료와 병사들이 마족들의 공격을 저지하기 시작했지. 어쨌든 우린 그렇게 해서 이 곳으로 갇혔지. 자 문제는 아까 자네가 말했던 대로 식수와 식량이 관건이었지. 이 산맥의 모든 마족들 퇴로를 끊어놓고 우리가 굶어 죽기를 기다렸는지 장기전 형상으로 갔지. 허허. 그래도 그 수천명의 마족들이 고작 수명의 수호전사와 수백명의 병사들이 지키고 협곡 외길을 뚫기란 하늘에 별따기였지. 그야말로 천연의 요새와 더불어 천운이 따랐던 것일세.   하지만 그러한 천운도 점차적으로 비관적으로 흐르기 시작했지. 1개월이 지나고 장기전의 현상으로 치닫자 우린 드디어 식량과 식수 모두가 떨어져버렸어. 그야말로 협곡에 갇혀서   굶어서 죽는냐 아니면 밖에 있는 마족들과 사생결투(死生決鬪)를 하는냐의 기로에 서있었지.

한마디로 사는 건 고사하고 어떻게 죽는냐하는 처절한 상황이었지. 나와 수호전사들의 심정은 더욱 참담했다네. 우리 같은 전사들이 어차피 마족들과 최후에 한사람까지 싸우다 죽어도 여한이 없지만 그래도 이 먼 곳까지 희망을 가지고 온 수천명의 개척민들이었지. 그들은

각 인간 제국에서 소외된 하층계급으로서 적어도 신천지 세상에 꿈을 안고 왔지. 부모님의 손을 잡은 따라온 아이들, 어머니 품에 안긴 아기,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젊은 연인들. 후. 그들 모두의 참혹한 죽음이 예상될 거라 생각하니 미쳐버릴 것만 갇더라고. 허허. 80년이 지나서 지금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니 식은땀이 다 흐르는군."

푸샥 노인은 갑자기 리크와 케시어스에게 손짓을 하며 따라오라고 했다.

"저기 왼편 절벽 아래를 보게나. 제법 커다란 석굴 입구가 보이지?"

"병사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있는 입구 말씀인가요?"

"후. 그 당시에는 저 석굴의 입구가 어른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네."

"그런데 갑자기 석굴 얘기를 하시는 건?"

"바로 저 석굴이 80전년 절대절명에 몰렸던 수천명의 개척민들의 목숨을 살려준 곳이라네."

"저 석굴이 말씀입니까? 설마 떨어진 식량과 식수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저 석굴 안에서 생기기라도 했단 말씀입니까? "

"후. 그런 셈이었지. 허허. 하지만 석굴 자체가 식량 창고는 아니었네. 아무르 위성의 에너지를 받는 팔마스탄 산맥이 신비한 영역이라는 말은 얼핏 들은 적은 있지만 나와 수많은 개척민들이 직접 보고 경험하리라고는 전혀 몰랐지."

"석굴에 무슨 비밀이라도?"

"허허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알려하지 말게나. 자네들은 오늘 처음 온 외부인 아닌가? 그나저나 일단 가서 좀 쉬고 저녁 식사 때 보세. 보아하니 자네들은 부부사이 같은데 숙소는 같이 써도 되겠지?"

"부부라니요?"

리크와 케시어스가 동시에 대답했다. 파샥노인은 이들이 당황하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직 결혼은 안한 사이군. 허허. 아무튼 좋을 때야. 알겠네 숙소는 내 따로 만들어주지. 그런데 젊은 아가씨 왼쪽 뺨에 커다란 흉터가 졌구만. 쯧쯧. 언제 다쳤는지 몰라도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겠군."

그 순간 케시어스가 고개 푹 숙이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때 리크가 재빨리 질문을 했다.

"혹시 노인께서 기아몬 신전이라 들으신 적 있습니까?"

"기아몬 신전이라. 물론 알지?"

"그곳이 어디 있는지 아신 단 말씀입니까?"

"그 곳의 위치는 모르고 들어만 보았네."

파샥은 리크가 실망하는 표정을 보자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혹시 자네들 아무르 위성을 살피러 온 천체 학자들인가? 기아몬 신전이라면 원래 아무르 위성 관측 제단 아닌가?"

"그 기아몬 신전이 있을법한 장소도 모르시나요?"

"흠. 그곳은 바로 이 팔마스탄 산맥 어디인가에 있다지만 아마 보통 사람들은 그곳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네. 오로지 가문 전대 계승되어온 천체 학자들만이 그 위치를 알고 있다네."

"아..네."

"흠 그나저나 자네들이 기아몬 신전에 왜 그토록 관심이 많은가? 그리고 어떻게 마족들 눈을 피해서 이곳 협곡까지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이 늙은이가 보기에는 예사 젊은이들이 아닌 것 같군. 허허. 혹시 그 옛날 나와 같은 수호전사라도 된단 말인가? 단 자네 두 명이 저 사막을 건너고 수많은 산을 지나 예까지 왔으니..어쨌든 오늘은 쉬고 차차 얘기를 많이 함세."

노인은 누군가에게 지시를 해서 리크와 케시어스를 각 숙소로 안내하게 하였다.

그날 밤 바위벽을 깨트려서 만든 인공 숙소 테라스에 리크가 있었고 바로 옆 숙소 테라스에는 케시어스가 있었다. 테라스는 외벽 앞으로 다소 돌출 되어 있었기에 리크와 케시어스는 서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꼭 아무르 위성이 금방이라도 머리위로 떨어질 것 같군. 정말 크고 밝군. 후. 분명 이 근처 어디엔가 기아몬 신전이 있을 텐데. 그 정확한 위치를 아는 사람이 없다니."

"리크. 신기하지 않아?"

"뭐가?"

"여기 말이야. 이런 머나먼 영역에 인간들의 문화가 정착이 되었다는 것이. 후. 정말 존경스러워. 나라를 위해 전장에서 혈투를 벌이는 군인들도 높이 사야하지만 이런 오지에 자신들의 가족을 데리고 신천지의 땅을 향해 오는 개척민들 또한 대단하지. 수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

"하긴 그렇지. 대륙 도처에 인간들 외에 마족과 어둠의 종족들이 있는데 웬만한 용기 없이는 힘든 일 일거야."

"그런데 리크. 하몬의 후계자라 밝히지 않을 거야?"

"굳이 얘기할 필요 없잖아."

"이 사람들은 여기서 고립된 체 80년을 살아가고 있는데. 도와줘야 하잖아."

"흠..여기 협곡 안에 있는 사람들을 보니 오히려 외부인 보다 더욱 평화스러운 것 같은데.

마족에게 위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거든."

"분명 나도 그런 건 느꼈어. 하지만 이들은 이미 오래 전에 주변 전체가 마족에게 포위 당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저 이 안에서의 제한적 삶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만족해버린 거라 생각해. 하지만 현실적으로 볼 때 분명 이들은 갇혀버린 세상에서 사는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리크 네가 적어도 이 협곡 주변 영역의 마족들이 얼씬도 못하게 하고 이들이 연안 지대에 사는 인간 종족들과 교류를 갖도록 도와줘야 한단 말이야."

"새벽에 주변을 정찰하도록 하지. 그나저나 케시어스!"

"왜?"

"서로 반말하니까 좋긴 좋군. 벌써 오래된 친구란 느낌이 드니."

"호호. 그걸 이제 알았어."

"후. 아미리스루텐 제국의 제3군단장이신 케이어스와 내가 친구가 되다니.."

"이제 너는 나 같은 일개 군단장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위치에 오른 사람이 누군데."

"후후. 아무렴 이면 어때.."

그때 리크는 무심코 테라스 아래를 바라보다 흠칫 놀랐다.

"저기 아래 석굴은 병사들이 항상 보초를 서는 것 같은데. 무척 궁금하군 도대체 석굴 안에 뭐가 있는지. 80 년 전 아사직전에 놓였던 개척민들을 저 석굴의 신비한 힘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니. 도대체 뭘까?"

"그러게 나도 궁금해지는걸. 그저 한가지 정도는 추측할 순 있지. 바로 석굴 안에 물이 흐른다는 것. 팔마스탄 산맥 봉우리는 아직 만년설로 뒤 덮여 있고 과거 화산 분출이 있었던 산이기도 하지. 그러기에 자연적으로 석회동굴 같은 통로가 형성이 되었고 정상근처의 만년설 또한 계절적으로 녹아 흐르니 이런 저지대의 석굴 안이라면 당연히 물이 없을 리 없겠지."

"케시어스 제법인데. 하지만 사람이 물만 가지고 80년을 살수 있을까? 도대체 이들은 뭘 먹고 그 오랜 세월을 버티어 왔을까하는 의문이 든단 말이야. 주위를 보라고! 눈 씻고 찾아보아도 농작물, 과일, 채소 재배흔적이 전혀 없잖아. 아니 이런 단단한 바위 지층에 뭘 재배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겠지. 그렇다고 석굴 안에서 식량이 저절로 생기는 일은 없을 테고."

"흠. 정말 이상하긴 하네."

"이상할 정도가 아니지. 분명 뭔가 신비한 비밀이 저 석굴 안에 있는 것 같아."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되겠지. 그나저나 리크! 내일 새벽에 협곡 근처 정찰 나갈 거야?

"흠 한번 살펴봐야지."

"같이 정찰 가!"

"피곤해 보이는데 내일 아침 늦게까지 충분히 쉬는 게 어때?"

"리크와 같이 가고 싶어."

"웬만하면 그 시간에 잠이라도 더 자두지. 어디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또 징그럽게 말이야. 꼭 같이 붙어 다녀야 하나?""

케시어스는 갑자기 리크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세아린에 대해서 얘기해줄 수 있어?"

"뭐라고? 갑자기 뚱딴지같은 질문을 하다니.."

"그렇게 예뻤어?"

"풋 하하. 아닌 밤중에 헛소리를 하다니. 쳇 예쁘긴 뭘 예뻐 잔소리만 많아 가지고. 게다가 성질까지 고약해서 말을 말아야지.."

"리크 지금 네 행동 부자연스러운데. 그러니까 난 그 반대로 들린단 말이지. 즉 세아린이란 여성은 무척 예쁘고, 쾌활하고 개성이 뛰어난 것 같은데. 호호 거의 나와 겨룰만하군. 나도 어릴 때부터 온갖 장난이라면 남자애들 못지 않았지. 더구나 주변에선 천사처럼 예쁘다고 칭찬도 많이 들었어."

그때였다. 캐시어스는 무심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더니 다소 침울해졌다.

"아니지..지금은.."

그녀의 왼쪽 뺨 흉터는 손에 잡히는 감이 너무도 컸던 것이다. 케시어스가 씁쓸해한 미소를 머금었다.

"후후. 리크. 조금 전 한말은 그저 웃으라고 한 말 알지? 감히 나 같은 불구가 올라가지도 못할 나무를 쳐다보다니.."

"케시어스..무슨 말하는 거야?"

"나 잘래. 피곤해."

[탁!]

잠시후 케시어스는 테라스에서 모습을 감추었지만 리크는 그 족을 바라보며 한참을 더 그 자리에 있었다.

"휴. 여자들이란.."

리크는 한숨을 푹 쉰 다음 자신의 등뒤에서 하몬의 검을 빼어 들었다. 그는 하늘에 떠있는 아무르 위성과 자신의 검을 번갈아 보았다.

'하몬의 검 그 두 번째의 비밀인 아무르 위성이라. 도대체 뭔지 궁금하군. 갈비아스 위성이 갈비아스 파동검술에 이은 변신전(變身戰)과 백신룡이라면 도대체 아무르는 어떤 개념의 전투기술일까? 그리고 그 세 번째 비밀인 프레아세톤 위성은 또 뭐란 말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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