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84. 변신전
데스퍼라도(Desperado)
변신전(變身戰)
전면공격을 앞둔 마족 내부진영에서는 분란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전투실력에서의 그 능력이 부활 마족에게는 뒤쳐지지만 전 대륙들에 거쳐 확실한 기반과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일반 마족 카밀로스탄 사령관과 부활 마족 대장과의 의견충돌이 그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백만 규모의 여러 군단을 지휘하는 마족 사령관이 소규모의 부활 마족 대장에게 이러쿵저러쿵 간섭받는다는 자체가 몹시 신경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비록 소규모의 부활전사들이지만 그들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였고 오늘날 마족이 인간종족들을 궁지에 몰아가는데 절대적인 도움을 준 자들이었다. 이런 대규모 전면전을 앞두고 그들의 간섭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부활 마족은 3개의 상. 중. 하 계열로 나누어졌다.
하급계열 : 수천 년만에 부활한 부활전사- 타카첸 마족(마룡들이 이에 속함)
중급계열 : 수천 년에서 수만 년만에 부활한 고대부활전사
상급계열 : 마족이 기원한 이래 수십 만 년을 통틀어 가장 그 전투능력이 뛰어난 전사들 보 통 대살육 마족전사라 칭한다.
오늘 마족 회의에는 하급계열인 부활전사 타카첸 마족대장의 목소리가 컸다. 중급계열의 고대부활 전사들 역시 회의장에 참가했지만 그들은 회의에는 별 관심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상급계열의 대살육마족전사들은 아직까지 이들 앞에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전설적인 신(神)으로서의 추앙을 받고 있었으니 마족들은 그들의 현신(現身)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지금 회의장에서 목소리를 한껏 높여가며 핏발을 세우는 자들은 일반 마족 사령관과 하급계열 타카첸 마족대장이였다.
"말씀이 너무 지나치군요! 나는 내 휘하의 백만 병력을 통솔하는 사령관이요."
"또 숫자로 밀어붙이는군. 그래서 지난번 하몬디아 제국에 대한 3차례 공격이 무의(無義)로 끝났소. 전투능력이 형편없는 오합지졸들이 숫자만 믿고 공격을 하니 그렇게 실패할 수밖에 없지. 우리 타카첸 마족의 마룡(魔龍)부대들이 공중지원만 하였더라도 우린 현재 인간종족의 하몬디아 제국에서 그들의 피로 향연을 즐기고 있었을 텐데. 쳇.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4번째 공격에는 우리 타카첸 마룡(魔龍)부대가 나서야겠소. 저들의 성벽이 워낙 견고하고 하늘을 찌를 듯 높기에 공중거점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작전이 될 것이오. 사령관 이번에도 그 하찮은 고집을 꺽지 않는다면 아마 또다시 개망신을 당할 것이오."
마족 사령관은 타카첸 대장의 말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 사령관은 지난번 3차례 공격이 실패한 후 은근히 부활전사들이 도와 줄 것을 원했다. 하지만 그들이 워낙 오만불손한지라 웬만하면 부활전사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일반 마족들의 병력만 가지고 하몬디아 제국을 함락시키려했다. 하지만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성과 그곳에서 죽음을 불사하고 항전하는 인간종족들의 용맹함에는 아무리 많은 병력을 투입해도 마족들의 희생이 더 많았다.
"그렇게 하겠소."
"젠장. 드디어 사령관이 그 생고집을 꺾는군. 진작 그랬다면 마족들의 희생을 더 줄일 수 있었건만."
그때 맨 상석에 앉아있던 세 명의 중급계열 고대부활전사들 중 한 명이 말문을 열었다.
"후후. 오랜만에 그대들 둘의 의견이 일치를 보는군. 그나저나 우리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가?"
그 순간 마족 사령관과 타카첸 대장이 허리를 90도 각도로 굽혀 예의를 표했다. 타카첸 대장이 그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정중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런 하찮은 전쟁에 고대전사님들이 몸소 나서실 것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저희 타카첸 마룡(魔龍)부대가 참가하니 아마 이번 4번째 공격으로 저들 인간 제국은 함락 당할 것입니다."
"후후. 하급계열의 타카첸 마룡(魔龍)부대라..지난번 카밀로스탄 중부지역 소속 마룡부대들이 뭐 인간종족인 하몬의 후계자로 보이는 놈을 데리고 어디론가 간 뒤에 의문의 실종된 것으로 아는데 이는 분명 누군가에게 몰살당했다고 추측이 든다. 사실 난 말이야. 네놈들 일반 마족과 하급계열의 타카첸 마룡들조차 별로 신뢰가 가지 않거든..뭐 하기야 이런 별 볼일 없는 전쟁에 우리가 나설 것까지는 없고 하급계열인 타카첸 마룡들 정도로 쉽게 끝이 나겠지."
세 명의 고대부활전사들은 수만 년 전 어느 시대에 3인조로 같이 행동했었다. 고대 마족 기원록을 보면 7000년 전쯤 마족의 페아무리온 부족 출신 중 3형제로 구성된 살육전사들이 카밀로스탄 대륙에 수많은 피를 뿌렸다고 했다. 마족 중에서도 마법의 능력이 가장 뛰어난 페아무리온 부족은 이들 3명의 형제들을 강력한 전사로 키우기 위해 그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이 부족만의 비전절기를 전수하였다. 바람, 불과 물(風. 火. 水)의 근원적 에너지를 이용한 마법으로서 이들 3형제는 각각의 힘을 사용하는 법을 습득하기에 이르렀다. 그후 종족간의 대 전쟁에서 이들 3형제는 카밀로스탄 대륙내의 종족간 통일을 이루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어쨌든 고대부활전사인 페아무리온 3형제는 회의장에서 더 이상 볼일이 없었는지 회의장 막사를 걷어 치고 나왔다.
"첫째 형. 여기 하몬디아 제국만 함락하면 남쪽 영역은 완전히 우리 마족이 장악하게되네?"
"그렇게 되겠지."
"그나저나 우리가 부활한 후 왜 중급계열 전사 축에밖에 못 끼지? 우리도 7000년에는 이 카밀로스탄 대륙에 피 바람을 일으켰는데. 빌어먹을. 그렇다면 우리도 상급전사인 대살육마족전사란 호칭을 들어야되는 거잖아."
"세째야! 우리가 중급계열에 속한다는 것 자체도 영광으로 알거라."
"영광으로 알다니?"
그때 둘째가 셋째동생을 노려보았다.
"또라이 자식 7000년만에 부활하더니 더 멍청해졌군. 상급전사인 대살육전사들은 우리들 중급계열의 전사들이 입에 올리기에도 한참 귀하신 분들이야. 감히 같은 존재들이 쳐다보지도 못하는 그런 분들과 맘 먹으려하다니. 셋째 넌 앞으로 배워야할게 많은 것 같다."
"언제 형들이 제대로 기르쳐 준 적이 있어? 젠장 맨 날 나만 빼돌리고 자기들끼리 숙덕숙덕 했잖아."
"또 뭐라 꿍얼되는군. 아무튼 막내야 잘 들어라. 굳이 표현하자면 마족에서 중급계열전사라 함은 하나의 대륙에 한에서 조금 힘 좀 쓴다는 레벨이야. 상급계열 전사라 함은 수백개의 대륙 전체에서 힘 좀 쓰는 자들이지. 즉 하늘과 땅 차이란 말이야. 비록 우리 페아무리온 3형제가 중급계열이지만 그래도 이 카밀로스탄 대륙에서는 추앙을 받는 위치에 있지. 하하."
"둘째야. 추앙을 받는다는 것은 같은 마족들에 한에서지. 다른 종족은 아니야."
"형! 그래도 7000년 전에는 우리가 이 대륙을 통일 시켰잖아."
"그건 반쪽 짜리 통일이었어. 그땐 어둠의 종족이 개입을 안 했거든. 더구나 인간종족에 하몬같은 자가 없었던 시기였으니 방해할만한 강한 전사들이 없었지. 그렇지만 지금은 문제가 달라도 한참 달라. 어둠의 종족 중 지옥의 12사자가 출현했고 인간종족 중에 하몬의 후계자가 나타났다는 소문도 있어."
"하몬의 후계자라니? 하하하. 소문에 의하면 지난번 하급계열의 타카첸 마룡에게 제압 당해 끌려간 놈이 하몬의 후계자란 말이 있는데. 설마하니.."
"문제는 그를 데려간 마룡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흔적을 감추었다는 것이지. 더구나 그 하몬의 후계자란 놈 역시 생사(生死)를 모르고."
"형 너무 신경 쓰지마 아마 그 마룡 놈들이 그 놈을 죽이고는 어디선가 술 처먹고 자빠져 놀고 있을 테니."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후. 한가지 명심해야 될 것은 오늘날 이 사계(四界)에는 엄청난 힘의 존재들이 대거 몰려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7000년 전 카밀로스탄 대륙의 실력자들이지만 지금은 수백 개의 전 대륙이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대부활전사인 페아므리온 3형제는 대화를 끝내고 전방에 위치한 높은 고지대로 올라갔다.
그들은 이번 4차 공격에 대한 전투를 한눈에 바라보기 쉽게 고지대의 바위 산 전상으로 훌쩍 올라갔다.
"형 이번에 끝나겠지."
"마룡이 공중지원하면 쉽게 끝나겠지."
"나 이번엔 인간계집하고 놀래."
"마음대로 하렴. 어차피. 현재 마족의 최고 높은 계열은 우리 페아무리온 3형제이니 아마 최고의 전리품이 우리에게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허몬디아 제국의 최고 미녀들도 상당수 있을 테니. 그나저나 자식 형들도 가만있는데 막내가 제일 밝히긴."
"형들은 과거에 이미 수백 명의 인간 계집들과 실컷 놀았잖아."
"잠깐! 북소리가 나는데."
[둥. 둥. 둥. 둥.]
"흠 저건 우리 마족의 진군을 알리는 소리야! 드디어 4차 공격이 시작되었군."
산아래 대평야 하늘에는 타카첸 전사들이 변신(變身)한 수천 마리의 마룡들 덮어버렸다. 한마디로 대단한 장관이었다. 비록 천상인(天上人)들의 드래곤과는 그 몸집이 그 유달리 작았지만 엄청난 숫자의 마룡들이 이처럼 대규모 공격을 하기 위해 수천마리가 하늘에 떠있다는 자체가 이채로 왔다. 하물며 이를 지켜보는 페아무리온 3형제 역시 입을 떡 벌리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후. 비록 우리보다 한 단계 낮은 하급계열의 부활전사들이지만 멋있군."
"저들 마룡들도 2000년 전에는 제법 힘 좀 썼다던 놈들인데. 당연히 그렇겠지."
"하늘에는 공중부대가 지상에는 일반 마족 수십 만 명이 진군을 하니 이번 공격에 이변이 없다면 하몬디아 제국을 쉽게 함락시키겠군."
"두말하면 잔소리. 하하."
제법 넓은 강이 흐르는 높은 성곽 위에는 수만의 인간 병사들이 저마다 마족들의 위용을 보고는 움찔거렸다. 그들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비장한 결전(決戰)에 임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저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공포를 억누를 수는 없었다. 특히 하늘을 새까맣게 덮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피 빛 마룡(魔龍)들의 위세에 그 두려움은 한층 더 해갔다. 성곽 중앙 망루 위에는 황제가 몸소 나와있었으니 그로서도 이 전투가 마지막이 될 것을 직감한 듯 하였다. 그 옆에는 제1군단장 아라스킬이 전 군의 작전명령을 하달하려 하고 있었다. 카밀로스탄 대륙의 인간제국들 중 가장 명장이라 일컬어지는 아라스킬은 약관 20대 중반의 나이치고는 침착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의 탁월한 지휘와 뛰어난 전투실력으로 지금까지 3차례 마족 공격을 견디어 냈지만 하늘을 뒤덮은 마룡들이 가세하자 그로서도 체념의 심정이 있었을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아라스킬은 전형적인 군인이었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아는 자였다. 그로서는 명예롭게 전사(戰死)한다는 자체를 잘 아는 자였다.
케시어스 3군단장은 오른쪽 제3방어 성벽을 지키고 있었다. 카밀로스탄 대륙의 영웅이 아라스킬 1군단장이라면 저 북쪽의 케록시아 대륙의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영웅은 단연 케시어스 3군단장이었다. 그녀 역시 20초반 약관의 나이로 비교적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까지 오는 여정에서 많은 병사들을 잃었고 현재 머나먼 타향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지만 그녀 역시 군인이었고 명예를 잘 아는 군단장이었다. 단지 케시어스의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지난번 생이별을 한 리크 가벤더란 청년이었다. 워낙 뛰어난 자질과 명문가문의 비전절기 천애검법(天愛劍法)으로 군단장의 자리까지 올랐기에 자신의 눈에 차는 남자들이 주변에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번 한 여성으로서 자신을 능가할 수 있는 남성을 발견했을 때에는 그녀의 감정이 미묘하게 변화되었으니 그건 바로 리크에 대한 감정이었다. 하몬의 후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의 준수한 외모, 무엇보다는 순박한 기질을 넘어서 쑥맥과도 같은 리크의 순수함에 그녀 자신도 모르게 끌렸던 것이다. 이제 케시어스는 마지막 결전(決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리크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이 처음 사랑하게 된 그를 허공에 한번 더 그려보았다.
'리크님..제게는 여기가 마지막 전투가 될 것 같군요..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리크님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자꾸 마음속에 리크님의 모습이 그려지니 말이죠. 정말 우습죠. 군단장인 제가 결전(決戰)을 앞두고 이런 생각이나 하고요. 하지만 저도 군인이기 전에 그저 평범한 여인에 지나지 않는 답니다. 어쨌든 다음 생(生)에 태어나면 보통 여인들의 삶을 가고 싶군요.'
각 25개 군단장들도 각자의 성벽에서 저 몰려오는 대군단들의 마족과 항전할 준비를 하였다. 카밀로스탄 남쪽 지역의 최후보루인 이곳 인간종족 하몬디아 제국의 흥망(興亡)이 잠시후면 결정 날 순간이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시퍼런 하늘과 초록의 대지가 드넓게 펼쳐 있었다. 대자연의 아름다운 기운이 풀풀 솟아오르는 것 같았지만 분명 저 앞에는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대규모의 집단을 이루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에는 사계(四界)의 거대한 태양 빛을 받은 마룡들이 날개를 펼친 체 정면으로 돌진하니 조금후면 마치 천지개벽(天地開闢)을 알리는 저승사자들의 모습과도 같았다.
[카악! 카악!]
그들이 점점 다가올수록 지옥의 소리들이 가깝게 들렸다. 일단 지상 마족병사들이 강을 건너기 위해 수천 척의 조그만 배에 올라타 강을 도하(渡河)하였고 성벽 위 하늘에는 마룡(魔龍)들이 일정한 사정거리 내에 들어왔다. 그때 하몬디아 제국의 1군단장이자 총 사령관 인 아리스킬이 그의 은빛 거대한 검을 뽑아 명령을 내렸다.
"전원 공격준비! 제 1 궁수부대는 마룡들을 향해 조준!"
[착! 착! 착!]
"제 1 쇠 공 부대는 아래 도하하는 적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명령 없이 발사하기 바란다. 앞으로 각 방어진의 지휘권 자들은 내 명령 없이 자율적으로 마족들과 항전하기 바란다."
잠시후 하늘과 지상으로 쳐들어오는 마족들이 사정권내에 들자 성곽의 전군들이 일시에 공격을 했다.
[획! 획!]
[틱! 틱!]
제일먼저 궁수부대가 마룡들에게 활을 쏘아되었다. 하지만 화살들이 마룡들의 두꺼운 비늘을 뚫지 못하고 팅 겨 나갔다.
"활이 저 용들의 몸을 뚫지를 못합니다! 아니 아예 상처조차도 입히지 못하는데요."
"대궁(大弓)을 사용하거라 각 화살에는 불을 붙이도록!"
"알겠습니다."
제 1궁수 부대 뒤에는 보통 활 서너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활이 바닥에 고정 되어있었다. 육중한 활의 시위를 당기기 위해서는 건장한 체격의 병사들 5명이 동시에 힘을 써야만했다.
거대한 화살이 불이 붙은 체 활에서 발사되었다.
[슉!!]
[크악!]
마룡 한마리가 대궁(大弓)에서 발사된 활에 맞고는 지상으로 추락하였다. 하지만 뒤에서 밀려오는 수천 마리의 마룡들에 비해서는 대궁(大弓)부대의 숫자가 턱없이 모자랐다. 이제 전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마룡들이 주둥아리에서 뿜어대는 초록색 액체가 성곽 위 병사들에게 뿌려졌다.
[악!]
[헉!]
녹색 액체에 맞은 병사들의 갑옷이 흐물흐물 거렸고 급기야는 살까지 녹아들어 갔다. 병사들은 거대한 방패를 사용하여 성곽에 일단 방어진을 치고 대궁(大弓)과 날카로운 창을 던지며 항전하였다. 하지만 방패조차 시간이 흐를수록 마룡들이 마구 뿜어대는 녹색 액체에 녹아 들어갔다. 성곽 아래에서 어느새 마족들이 작은 배를 타고 도하를 했으며 이젠 긴 사다리를 여러 개 겹쳐놓고 성벽을 오르려고 하였다. 물론 그 아래로 쇠공들과 화살들이 사정없이 쏟아 내려가며 수많은 마족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중에서 쉴새없이 위협이 되고 있던 마룡들 때문에 방패를 형성한 병사들은 성벽 아래 공격마저 원활히 하지 못했다. 방패 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아래에서 올라오는 마족들에게 대항하려 하면 여지없이 마룡이 다가와 병사들을 통 체로 낚아 체어 허공에서 그 큰 발톱으로 신체를 산산이 찢어 죽여버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라고는 하지만 마룡들이 공중을 장악하니 성벽 위에 병사들은 방패에 파묻힌 체 그저 후방에서 대궁(大弓) 만을 쏘아 될 뿐 아래 성벽을 기어오르는 마족들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아라스킬 총 사령관은 명령했다.
"모든 페몬 수호전사들은 성벽 방어진 전방으로 위치이동하기 바란다."
잠시후 각 군단의 페몬 수호전사들이 모였고 그들 대부분은 아라스킬의 의도를 알았는지 저마다 마법을 이용한 푸르스름한 방어막을 몸 주위에 형성했다. 잠시후 방패부대가 뒤로 물러나고 성곽에는 그 마법력이 가장 높은 페몬 수호전사들이 일시에 자신들만의 절기인 마법광선을 마룡들에게 쏘아되었다.
[팟! 팟 팟]
성곽 망루에서 수천명의 페몬 수호전사들이 수천 마리의 마룡들에게 일시에 쏘아되는 마법광선은 일대 장관을 연출했을 뿐만 아니라 그 위력도 강했다. 상당수의 마룡들이 광선에 맞고는 비틀거렸다. 하지만 일시에 터진 성루의 거대한 섬광에도 불구하고 지상으로 추락하는 마룡들은 수백 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결코 인간종족 중 가장 뛰어난 페몬 수호전사들의 위력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마룡들은 페몬 수호전사가 나타나자 급히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으니 인간들이 쏘아대는 마법광선의 사정거리 밖으로 물러나 있었던 것이다. 마룡들은 아예 저 높은 상공으로 올라가더니 마구 녹색 액체를 뿜어 되었다. 그러자 하늘에서 비가 오는 것처럼 성곽 안쪽에 마구 뿌려졌으니 그야말로 속수무책(束手無策)은 이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병사들은 이제 방패를 하늘로 향해 그 액체들을 막았다. 성벽은 어느새 지상으로 쳐 들어 온 마족들이 간간이 꼭대기에서 모습을 보이더니 한둘씩 성루로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결국 우려했던 순간이 다가왔다. 지상군이 성벽을 넘어 쳐들 오기 시작한 것이다.이제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액체를 뿜어대는 마룡들이 무서워서 더 이상 방패에 의존 할 수 는 없는 입장이었다. 당장 성벽을 넘어오는 마족들과 혈전을 벌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