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83)화 (83/157)

[데스퍼라도] 83. 변신전

데스퍼라도(Desperado)

변신전(變身戰)

망연자실(茫然自失)한 표정으로 한참을 일관하던 카라펠리오는 아예 그 자리에 털석 주저  앉고 말았다. 무려15000년을 이곳 프론 산에 둥지를 틀어 살아왔건만 주변 넓은 지역이 초토화되었으니 말이다. 리크와 슬레이어는 그의 모습을 보고는 웬 지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이보게 카라펠리오 이젠 어떡해 할건가?"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네놈들이 내 보금자리를 다 박살내고서 내게 더 이상 뭘 바라는가?"

그때 리크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꺼냈다.

"저기 두 분께 드릴 말씀 있는데요.."

"할 말이라니?"

"꼭 가야할 데가 있어서.."

"가다니..그렇다면 여길 떠난다는 말이니?"

슬레이어거 놀라서 묻자 옆에 있던 고룡(古龍) 카라펠리오가 한숨을 푹 쉰다.

"휴! 역시 리크 네 놈도 인간종족임이 틀림없군. 언제는 이곳에서 얹혀 살다가 이곳이 황폐해지고 더 이상 지낼 수 없게 되 버리자 배신을 하는군."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제가 이곳에 처음 오기 전 제 소속은 케시어스 3군단이었습니다. 마족과의 대규모 전면전 중에 마룡들에게 제압 당한 저는 할 수 없이 이 머나먼 곳으로 끌려오게 되었지만 단 한시라도 그들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그들의 생사(生死)조차 모르니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결국 그들에게 돌아가고 싶단 말인가?"

"휴. 아마 지금쯤 3군단 전체가 전멸 당했을지 모르지만 만약에 생존자들이 있다면 전 그들이나마 고향 아미라스루텐 제국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습니다. 제 직분은 아직 케시어스 3군단 소속 수호전사인 군인입니다. 군대에서 쫓겨나지 않는 한 저는 엄연히 인간제국의 군인입니다."

슬레이어는 리크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흠. 자고로 군인이든 전사이든 간에 일단 소속이 된 단체에는 자기 책임을 다해야겠지. 비록 자네가 하몬의 후계자의 능력을 되찾았다 하더라도 자넨 이미 그들에게 귀속된 병사 아닌가? 뭐 당연한 말 같은데."

"그렇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았어. 나도 뭐 이곳에서 더 이상 눌러앉을 필요도 없고. 심심한데 리크가 따라가야겠다."

"네? 저를 따라 오신다고요?"

"비록 내 신분이 어둠의 종족 헬시 전사이지만 자네를 따라가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선택이라네. 더구나 우린 아직 승부도 못 가리지 않았는가? 그나저나 카라펠리오 자넨 어떡할 건가? 뭐 이 대륙이 넓으니 다른 좋은 터도 많을 것이고 얼마든지 새로운 곳에서 다시 둥지를 틀면 되지 않는가?"

"지금 날 생각해주는 건가 아니면 약올리는 것인가? 나를 두고 네 두 놈이 도망가겠다고. 후후 그렇게는 못하지. 어차피 인간, 어둠의 종족, 마족들과 상대조차 하는 것이 싫어 은둔 생활을 했지만 뭐 오랜만에 나들이하는 것도 괜찮겠지. 더구나 저 하몬의 후계자인 리크란 놈도 나타났으니 따라다니면 그럭저럭 재미있는 일도 생기겠군. 자 미련 없이 가자."

카라펠리오는 말이 끝나자마자 산 아래로 내려갔다.

"뭐해 따라오지 않고!"

리크와 슬레이어는 카라펠리오의 반응에 대해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빙그레 웃었다.

"저 성질머리에 문제나 일으키지 말아야 할텐데."

"나 귀밝다. 슬레이어. 내가 아무렴 너희 같은 하급 존재들과 문제를 일으키겠는가? 하하하."

카밀로스탄 대륙 최남단에 유일하게 위치한 인간종족은 하몬디아 제국이었다. 케시어스 3군단이 저 북쪽의 대륙에서 오랜 항해 끝에 건너와 그곳으로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뿌렸던가? 장장 10개월 여만에 하몬디아 제국에 도착한 케시어스 3군단의 병력 중 3분의2가 줄었으니 그들의 대륙횡단 길은 지옥의 길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케시어스 3군단 체 병력 4만여 병사들 카밀로스탄 대륙을 횡단한 것 자체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필 마족의 고대 살육자들의 부활전설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그들과 접전을 벌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케시어스 3군단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요즘 들어서 인간종족은 그들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었다. 마족들이 고대부활의 전설이 이루어지기 전만 하더라도 이 두 종족간의 세력 싸움은 나름대로 형평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타카첸 마룡들 뿐만 아니라

희대의 살육자들이 대거 부활함에 따라서 대륙 전체의 인간 종족들은 무차별하게 살육 당했고 이제는 대륙 곳곳에 위치한 제국의 거점마저 함락 당할 판이었다. 더구나 대륙의 최남단 에 위치한 하몬디아 제국은 주변 영역 전체에서 압박해 들어오는 엄청난 수의 마족들과 부활 전사들에 의하여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상황을 맞고 있었다. 그나마 마족의 3차례 공격을 겨우 버틴 것은 하몬디아 제국이 배출한 영웅 아라스킬 1군단장의 탁월한 지휘능력과 전투실력 덕분이었다. 케시어스 역시 이미 그 병력이 많이 줄어든 3군단을 지휘하며 다른 군단장들을 도와 사투(死鬪)를 벌였지만 이미 대세는 마족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오늘도 하몬디아 제국에서는 황제의 주체로 마지막 회의 진행되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물론 황제를 비롯한 여러 군단장과 케시어스 군단장도 참석을 하였다. 그중 하몬디아의 영웅 아라스킬 1군단장이 주로 전반적인 회의 진행을 이끌었다.

"결코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소. 더구나 우리 하몬디아의 제국의 외곽성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이오. 높은 성벽 앞으로는 거대한 강이 흐르고 뒤로는 천길 낭떨어지이니 저들의 공격 루트는 오로지 전면공격뿐이오. 지금의 병력으로도 당분간은 버틸 수가 있습니다."

"당분간이라니요? 뭐 구원병이라도 오는 것처럼 말씀하는군요. 진짜 다른 제국으로부터 파병군이 온다는 희망이라도 있다면 이까짓 목숨을 버려서라도 이 하몬디아 제국을 지켜야겠죠. 하지만 카밀로스탄 대륙의 전 인간제국들 역시 우리처럼 고전을 하고 있을 텐데 아예 그런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겠지요. 더구나 전방 성벽이 난공불락(難攻不落)이라 말씀 하셨는데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요. 지금까지 저들은 일반 병력가지고 숫자로만 밀어 붙였으니 그나마 3차례 공격에도 우리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이오. 하지만 마족의 타카첸 마룡들과 다른 살육부활전사들이 합류를 한다면 이젠 더 이상 그들을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도대체 인간 제국의 상급계열이라는 페몬 전사들의 전투 실력이 저들의 중급 전사에도 못 미치니 이거야 원 진정 신(神)이 있다면 우리에게 보 잘 것 없는 능력을 주신 것이 한없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때 케시어스 군단장이 말문을 열었다.

"저는 이곳 하몬디아 제국 출신이 아니라서 말씀 드리기 외람되지만 우리 인간에게도 과거 2000년 전 하몬이라는 걸출한 대영웅이 있었죠. 물론 우리에게도 그 분의 후계자가 도래한다는 전설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듣자하니 당신 내 군단 내에 하몬의 후계자가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저들 타카첸 마룡들에게 끌려갔다면서요. 하하. 이것 참 어이가 없어서

인간종족의 전설이 고정도 밖에 안됩니까? 물론 그자가 하몬의 후계자란 말은 더욱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전 대륙의 인간들이 처절하게 피를 뿌리며 죽어 가는 마당에 하몬의 후계자는 나타날 생각도 안 하니 이거 한마디로 죽으라는 얘기지."

그때 아라스킬 1군단장이 버럭 소리질렀다.

"이보시오. 당신도 한 군단을 이끌고 있는 군단장으로서 해야될 말이 있고 안 해야 될 말이 있는 것이오. 더구나 이곳에는 황제 폐하께서도 참석을 하고 계신 마당에 그게 무슨 망발이오. 몰론 저 역시 하몬의 후계자라니 그런 것에 대한 소문을 믿지 않습니다. 당장 우리에게

급한 것은 병력체계를 재조정하여 공중으로 쳐들어올 마룡들에 대한 방어태세를 갖추는 일이고 저들의 부활전사들이 합류한다 할지라도 유리한 지형과 성벽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오."

회의는 다시 현실적으로 돌아가서 아라스킬이 1군단장을 위시한 군단장들과 여러 작전참모들간의 많은 의견이 오고갔다. 잠시후 그들은 커다란 지도를 테이블에 펼쳐놓고 본격적으로

작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황제는 케이사르 군단장에게 눈짓을 주더니 회의실을 빠져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잠시후 그 둘은 황궁의 로비를 같이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후. 내 하나밖에 없는 외손녀를 이런 머나먼 곳까지 오게 만들다니. 내가 망령이 들었나보구나. 더구나 네 3군단의 병사들의 많은 희생을 생각하면 네게 고개마저 들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하구나."

"............"

케이사르는 아무런 말도 없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녀로서도 자신이 선택했던 이 머나먼 여정에 많은 병사들이 희생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솔직한 심정을 말씀 드리자면 전 여기 도착하고 나서 할아버지를 많이 원망했어요. 하몬디아 제국을 오기 위해서는 카밀로스탄 대륙을 횡단해야 하는데 불과 1군단의 병력가지고 그나마 3분의1정만 살아서 여기 도착한 것조차 기적과 같은 일이지요. 그런 여정을 할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부탁을 하셨으니..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요. 정말 시기가 안 좋았던 거죠. 하필 마족의 고대 전사들이 부활할 때 그들과 만났으니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제 3군단은 무사히 도착했을거에요. 할아버지도 그들의 부활을 모르셨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어쨌든 미안하구나."

"할아버지 그만하세요. 앞으로가 정말 문제잖아요. 다음 저들의 공격은 심상치가 않아요."

"그나저나 넌 아직도 그 리크라는 수호전사를 못 있고 있는 게냐? 더구나 그 전사가 하몬의 후계자임을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비록 그가 마룡에게 끌려갔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쉽게 죽음을 당했다고는 생각이 안 들어요. 그리고 그는 분명 하몬의 후계자가 맞았어요."

"후. 이 세상에는 영웅의 흉내를 내려는 사람들이 많단다. 거짓 전설과 신화를 이용하여 자신의 출세와 사리사욕을 채우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 말이다. 사실 이 하몬디아 제국에도 자칭 하몬의 후계자라 나서는 사기꾼들도 많았지. 물론 그들 모두를 국법(國法)으로 다스렸지만. 휴. 너같이 영특하고 지혜로운 손녀가 그런 놈들을 분간 못하는 것 같으니 내 마음이 찢어질 듯 하구나."

"정말 말을 말아야지요. 제게는 사람을 정확히 보는 눈이 있어요."

"허허.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한 네 녀석이 뭘 불 줄 안다고..적어도 인생의 경륜이 붙은 나 정도는 되야지 판단이 가능한게야."

하몬디아 제국과 대치한 마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거대한 성벽아래 제법 넓은 강이 있었고 강 건너 편 넓은 지역에 마족들이 새까맣게 진을 치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그 외 넓은 외곽지역에의 있는 모든 길이란 길에는 속속들이 마족의 행렬이 줄줄 잇고있었으니

아무래도 대규모 공격을 서두는 것 같았다. 마족의 본진은 후방 지역 어는 숲 속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그들 역시 대규모 공격을 앞두고 각 마족 지휘자들이 회의를 열고 있었다. 회가 진행되는 막사는 족히 이백명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수십만의 마족 사령관과 지휘자들 그리고 고대 부활전사들이 참석한 회의장에는 여러 흥분된 고함소리들과 살벌한 목소리가 막사 밖까지도 들렸으니 도대체 회의가 진행되는 건지 싸우는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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