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73. 하몬의 후계자
데스퍼라도(Desperado)
하몬의 후계자
한편 2000년만에 부활한 타카첸 마족의 지휘계열 탁트 전사들 역시 이번 전투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카밀로스탄 대륙에서 만난 그 어느 제국의 군단보다도 체계적이고 틈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3군단의 용맹함에 저절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현재 일반 마족의 총 사령관의 명령으로 본진 부대의 3할 정도인 20여 만 명이 새까맣게 평야지대를 뒤덮으며 저 아래 방패로 포진하고 있는 고작 1개 군단의 인간종족을 향해 공격이 시작되었다.
"크크크. 어디 한번 볼까. 과연 이 병력을 막아낼 수 있는지."
마족 총사령관이 다소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하자 그 옆에 서있던 타카첸 탁트 계열 대장이 자신의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
"숫자만 많다고 다 되는 건 아닐텐데."
"뭐요? 전쟁에서 병력의 규모는 그 승패를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데 절대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병력의 숫자라? 뭐 틀린 말은 아니지요. 그렇다고 항상 맞는 말도 아니지요. 아무튼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두고 봅시다."
마족 총사령관은 타카첸 마족 대장을 곁눈질로 보고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내심 은근하게 자신을 비아냥거리는 타카첸 대장이 얄미웠지만 어차피 자신의 군대가 잠시후면 저 건방진 1개 군단을 쓸어버린다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났던 모양이다.
"하하하. 걱정도 팔자로군요. 일단 구경이나 하시오. 뭐 대화야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나눌 수 있으니까요."
"뭐 그러지요. 후후."
분명 이번만큼은 그 기세가 달랐다. 전면전에서 마족 군대가 이처럼 많은 병력으로 공격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과거의 마족들 처럼 여타 마법이나 전투능력에서 훨씬 뒤떨어지지만 적어도 오늘날 마족들은 자신들의 번식능력이 향상되면서 마족의 수는 전 대륙에 걸쳐 여타 종족들을 능가하고도 남았다. 그 숫자도 숫자이니 만큼 과연 그들은 마족답게 무서운 괴력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용맹함도 갖추고 있었다. 더구나 마족의 수가 늘어나면서 산발적으로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습성을 버리고 체계적인 집단을 구성하더니 결국 인간 제국 못지 않은 강력한 군대를 결성하였다. 지금은 각 직급체제를 만들고는 대규모 군대를 운용할 정도의 능력까지 갖추었으니 이들의 세력은 여타 종족들에게 충분한 위협이 되고도 남았다. 하지만 마족들의 성질 급하고 잔인한 습성은 아직까지 남아있기에 인간 제국처럼 철두철미하게 나누어진 군단체제와 정교하리만큼 뛰어난 부대 전술, 체계적인 병사 훈련 등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므로 현재 마족들의 공격은 무지막지하게 때려부수는 기세로 저 평원을 돌진하고 있었으며 인간 종족들은 그 나름대로 전술적인 방어 형태와 침착한 모습으로 마족들을 맞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마족들의 선두 공격진이 거대한 방패로 가려져 머리끝 하나 보이지 않는 제 1방어진과 충돌했다.
"팍!"
"우드득!"
"퍽!"
"콱!"
사정없이 내려치는 마족들의 무기가 방패를 박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 1방패부대는 지난번과는 달리 선제 화살공격과 창을 공격을 하지 않았으니 너무도 쉽게 제 1방어 부대가 무너지는 듯 싶었다. 그때였다. 방패 대열 안에서 누군가 우렁찬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모든 수호전사들과 실전전사들은 공격하라!"
순간 방패가 제거대면서 각 1방어 부대의 곳곳에서 섬광이 번쩍거리기 시작했으니 마치 여기저기에서 대형 프래쉬가 터지는 것 같았다.
"팟! 팟!"
"슈 슉!"
"크억!"
"컥!"
아크 수호전사들의 마법광선이 작열(灼熱)하면서 중급계열인 레쏘비나 전사들 역시 비전절기들을 최 상승으로 끌어올려 일거에 빛을 뿜었다. 이에 후방에서 하늘을 새까맣게 뒤엎는 화살들의 무시무시한 파공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피융!
"피융!"
"컥! 컥!"
선두 마족들은 갑작스런 파공 공세에 혼비백산했고 그 대열이 주춤거리기까지 했다. 사실 인간종족의 제 1방패 부대원들이 최상의 전투실력을 자랑하는 수호전사들과 실전전사들임을 전혀 예상 못한 마족들은 일거 품어대는 마법의 빛에 몸이 녹고 여기저기 뻥뻥 뚫렸다. 게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화살에 맥없이 고꾸라지고 있었다.
"쉭!"
"쉭!"
게다가 날카로운 창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번뜩거리더니 이내 하늘을 뒤덮었다. 3군단의 창부대 마저 신속하게 앞 대열을 이루어 창을 던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슈-웅."
"슈-웅."
뒤이어 커다란 쇠공들 하늘 높이 날아올라 마족들의 진영에 쉴새없이 쏟아지니 그야말로 3군단의 총공격이 한번에 이루어진 셈이었다. 비록 38000여명의 3군단이지만 무려 20 여만명이나되는 선두 마족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3군단의 실질적인 공격은 지금부터였다.
"백병전 제 1 준비자세!!"
"착! 착! 착!"
수호전사 실전 전사 그리고 후방의 검술부대 일반 보병부대가 나란히 대열을 맞추었다. 모든 동작이 너무나 신속했고 절도가 있었다. 3군단의 모든 병사들의 눈빛은 번뜩 거렸으며 그와 중에도 적의 기세에 눌리거나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드디어 후방진의 아멜리온 수석 페몬 수호 전사의 명령이 떨어졌다.
"전원 총공격!!"
"와! 와!"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고 전위를 상실한 마족의 선두대열이었지만 현재 1군단을 공격하는 마족의 수가 20 만명으로서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극히 미미한 희생이었다. 앞 선두 대열이 후퇴한들 뒤에서 인해 전술로 밀고 들어오는 수많은 마족들이 다시 맹렬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3군단으로서도 더 이상 전략이나 방어진, 후방 화살 공격할 틈 없이 그야말로 죽기아니면 까무라치기 식의 백병전(白兵戰)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창!"
"챙!"
"크억!"
"푹!"
"칵!"
3군단의 전체 계급이 뒤섞여 마구 베고 찌르고 베고 또 찌르기를 계속했다. 절묘한 검술이 수호전사들과 실전부대원들에게 시전 되었고 이에 못지 않게 3군단 검술부대와 일반보병도 용감하게 마족들과 맞서 싸웠다. 한편 리크 역시 자신의 무공(武功)인 [혈파천] 제7식 혈폭멸참을 9 성공력까지 끌어 올려 공격을 하였다. 하몬의 검이 번쩍 하고 휘두를 때마다 섬광이 일어나면 마족들 수십 여명이 몸통이 분리되어 허공에 피를 뿌려되니 그 기술이 잔인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리크는 마치 지옥의 사자처럼 온 몸에 피를 뒤집어 쓴 체 자신의 초혼검법 절기마저 사용하니 검강이 마구잡이 식으로 마족들에게 쏟아져 들어갔다.
"퍽!
"쩍!"
"슉!
"쩍!"
검강에 마족들 몸이 쪼개지고 머리가 달아나니 도대체 리크 주변에 있던 마족들은 그가 인간인지 아니면 도살자인지 분간을 못했고 그저 공포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리크 역시 어느 한 영역에서만 우위를 지키고 있었을 뿐 전체적인 전세는 인해전술(人海戰術)로 밀고 들어오는 마족들에게 점차적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결국 캐시어스 군단장과 친위대장 폰티앙. 그리고 수석 페몬 수호전시인 아멜리온 장군까지 적진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물론 각 페몬 수호전사들 역시 그들의 군단장과 장군을 따랐다. 과연 페몬 수호전사들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들이 일으키는 빛과 광선은 그 규모가 컸으며 위력마저 무시무시했다.
"우르르르 쾅!"
"슉!"
"쾅!"
페몬 수호전사들이 마법을 시전 하면 거대한 천둥소리가 났고 광선에 지축이 흔들릴 정도였으니 마족들 수십 명이 한번의 공격으로 전멸 당하였다. 급기야는 캐시어스 군단장의 천애검법(天愛劍法)마저 나타났으니 어느 하늘 부분만 먹구름이 형성되어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잠시 후 벼락이 치면서 그 번개의 빛줄기가 곳곳에 있는 마족들에게 내려치기 시작했다. 과연 이런 전쟁이 있었던가? 군단 전체가 한마음 한뜻이 되었고 직급에 상관없이 군단장부터 그 최하급인 일반 보병부대까지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캐시어스 천애검법(天愛劍法)의 위력 또한 적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지만 역시 하몬의 후계자로 불리는 리크가 있던 부근에는 아예 마족들이 가까이 접근조차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가 한번 검을 일으키면 섬광이 일어남과 동시에 수많은 마족들의 피와 살점이 튀기고 그의 주변 어느 거리에 닿으면 당장에 몸이 쩍 하고 갈라지니 그 어떤 마족도 감히 리크의 근처에 가려하지를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리크는 자신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으니 언제까지 파상 공격으로 일관해야될지 내심 걱정하였다.
"헉! 헉! 연속 공격에 벌써 무리가 오는군."
뭐라 중얼거리던 리크가 자신의 하몬 검을 바라보며 다시 저 언덕 위에 있는 적들의 진영을 쳐다보았다.
"아직은 안돼. 갈비아스 파동검술은 좀더 기다려야돼. 저기 언덕 위에 있는 타카첸 마족은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지. 젠장 그때까지는 아껴두어야 된단 말이지. 그나저나 인간 연맹 군단인 7개 군단은 구경만 할 것인가. 이 정도 반발이라면 적어도 마족들의 기세가 어느 정도 누그러졌을텐데. 만약 7개 군단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3군단은 여기 끝이다. 제발. 지금 공격을 해다오..제발!!"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전투를 벌이는 3군단은 한마디로 지옥의 전사들과도 같았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도 계속 베고 또 베고 마치 살육에 굶주린 악마와도 같았다. 이미 상당수를 희생당한 마족들은 무척 당황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자신들이 싸우는 종족이 인간들인지 아니면 악마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마족 본진에 있던 총사령관과 타카첸 마족 대장 역시 도저히 믿기 지 않은 표정으로 아래 전투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후. 비록 인간들이지만 상당히 용맹한 자들이군. 정말 놀라워."
타카첸 대장이 말하자 마족 총사령관이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뭐라 말했다.
"용맹한 게 아니라 저건 완전히 미친 인간들이잖아. 아니 우리 마족들보다도 더욱 기세가 등등하고 심지어 악마를 보는 것처럼 저렇게 잔인하다니."
"후후. 전쟁에서 잔인한 게 어디 있소. 그저 살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베고 또 베어야지. 즉 저들 인간들은 처절한 생존(生存)을 위해서 몸부림치는 것이지요. 그나저나 이쯤에서 우리 타카첸이 나서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빌어먹을. 어쩌다가..고작 1개 군단에게 저렇듯 고전하다니.."
"아직은 두고 볼까요? 하긴 저 고지대에 있는 인간 연맹 7개 군단 염려되긴 되는군요. 그들이 갑자기 밀고 들어오면 이거 전세가 뒤집힐 수 있으니 말이오."
"무슨 불길한 소리를 하시게요!"
"이보시오 총사령관. 아직도 파악이 가지 않습니까? 저 1개 군단을 제압하는데 무려 3할의 병력이 저 아래로 내려갔소이다. 현재 7할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본진 부대를 저 위에 7개 군단장들이 벌써 파악하고 있을 것이고 더구나 자신들의 동족인 저 1개 군단이 혈투(血鬪)를 벌이고 있으니 아마 지금쯤 상당히 고무되어 총공격을 하리라 예상되오. 자 이쯤에서 우리 타카첸 마족은 어느 쪽으로 전투를 할까 생각중인데 그래도 저 위에 있는 7개 군단을 막아야 하겠지요. 후후.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저 아래 1개 군단은 수적으로 훨씬 많은 우리 마족 군대에 전멸 당하겠죠. 뭐. 상당한 타격을 받아 좀 가슴이 아프시겠지만."
"좀 기다리자는 말씀입니까?"
"그렇죠. 분명 인간 연맹 7개 군단은 잠시 후 우리 마족 본진을 쳐들어 올 거라 예상됩니다. 원래 인간들이란 종족이 모질지가 못해서 자신들의 동족이 죽어나가는 꼴을 못 본다니까요. 자 우린 술이나 한자 하면서 저 아래로는 구경이나 하고 위로는 저들의 공격대비나 합시다."
한편 인간제국 연맹 7개군 단장들은 저마다 사색이 되어있었다. 바로 저 아래에서 혈투를 벌이는 캐시어스 3군단의 모습을 7개군단 전 병사들이 보고는 그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군단장들이 있는 막사에 야유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우.."
"당장 공격을 하시오!"
"저기 아래 우리 동족을 구합시다!"
"제기랄. 도대체 뭐야. 우리가 싸우러 왔지 같은 인간 죽는 꼴 보러 왔는지 알아!"
"도대체 상부에선 뭐 하는 거야!"
"우! 우!"
각 군단장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체 저마다 뒤집을 지고 왔다갔다했다.
"저 소리가 안 들리시오. 이쯤에서 총공격을 하십시다."
"저들의 7할 병력이 아직 본진에 남아있고 타카첸 종족마저 아직 움직이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놈의 타카첸 종족 타령은? 이보시오. 어차피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없을 것이오."
그때 누군가가 흥분해서 뭐라 말했다.
"내말 잘 들으시오. 여러분! 우리도 대열을 완전히 바꾸어서 공격하는 것이오. 아까 못 보셨소? 캐시어스 3군단의 대열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소이까? 상급 전사인 수호전사와 실전부대가 맨 전방으로 공격을 취하는 것 말입니다. 정말 허를 찌르는 공격 아닙니까. 더구나 우리 7개 군단의 수호전사와 실전 부대원들만 해도 그 숫자가 만만치 않으니 일단 이 작전이 먹혀 들어가면 적진의 본진까지 파상 공격으로 치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더구나 아무리 저들의 타카첸 마족들이 강하다고는 하나 우리 7개 군단의 각 장군들 그러니까 페몬 소호전사들만 모여도 약 300여명 되지 않습니까. 그들로 하여금 타카첸 부족과 맞서게 하는 겁니다."
"흠. 그거 괜찮은 생각같군요."
"그러게요. 지금 상황에서 꼭 필요한 묘책 같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