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69. 하몬의 후계자
데스퍼라도(Desperado)
하몬의 후계자
한편 리크가 속한 아크 수호전사 제4막사 안에도 현 3군단에서 발생한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겨우 잠에서 깨어난 전사들 역시 비틀거리며 머리마저 두 손으로 감싸고 고통에 찬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고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전사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연신 헛소리를 해가며 악몽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 구석 침대 아래 바닥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리크 만이 다른 전사들의 일그러진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마치 심연(深淵)곳에 깃 든 것처럼 무아(無我)의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리크는 밤새 면도날처럼 자신의 사고(思考)를 찢듯이 파고드는 강력한 마성(魔性)에 엄청난 위압감을 느껴야만 했고 결국에는 그 알 수 없는 기류에 맞서려고 밤새 심법(心法)을 가다듬는 중이었다. 하지만 리크의 얼굴에는 땀방울들이 송송 맺혀 있었고 점차적으로 그 표정마저 변화를 일으키니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가?
'아. 밤새 마음을 진정시키려 무아(無我)의 경지에 나를 맡기려 하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눈을 감고있던 리크는 암흑의 심연(深淵)속에서 빠져 나오려고 애를 썼다.
'아! 도대체 내게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가만 빛이..그래 분명 내 머리위로 빛이 보이기 시작했어.'
리크는 무작정 그 빛을 따라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뭐야. 내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네. 허나 난 느낄 수가 있어. 이..이건 분명 꿈이란 말이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군 심법의 무아(無我)경지가 일순간에 몽환(夢幻)의 잡념(雜念)으로 변한 것 같으니. 더구나 누군가 내 의지를 조종하여 나를 어딘 가로 인도하고 인도하는 느낌이 드는군.'
분명 꿈속이었다. 리크는 빛이 있는 데로 자신의 몸을 맡기기로 하였고 잠시 후 후래쉬가 팟 하고 터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더니 주변이 일시에 밝아졌다.
"후. 여긴 어디지.'
모든 것이 달랐다. 산과 나무 들판, 바위 등이 지상과의 그것과는 전혀 생소한 모습으로 비추어지니 과연 이곳이 어디란 말인가? 굳이 표현하지면 천상의 영묘한 빛이 만물을 환하게 비추어 주고 모든 사물 하나 하나에 영감이 깃 든 것처럼 영롱하게 보였다. 리크는 마치 환상의 세계에 온 것처럼 어리둥절했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때 저편 들판에 자신을 바라보는 어떤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리크는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에게로 다가갔고 그 앞에 털석 주저앉았다. 그 남자는 무척 수척한 얼굴의 중년쯤 되어 보였지만 그윽한 눈빛과 마치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무심(無心)의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다 찢겨진 차림새와 한 열흘은 굶었을 것 같은 몰골은 형편없었지만 리크에게는 마치 거대한 산과끝 없이 이어진 바다를 보는 느낌이었으리라.
'아. 크다. 너무 넓어. 도저히 가늠할 수조차 없는 사람이야.'
먼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 중년의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리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현자(賢者)가 세상의 모든 고통을 안고 승화(昇華)시키려는 듯한 그의 두 눈은 리크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누. 누구시죠? 분명 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데. 이건 당신의 의지(意志)데로 이루어진 일인가요?"
중년의 남자는 갑자기 손에서 빛을 발하여 나무 가지를 형성하더니 땅바닥에 뭔가 쓰기 시작했다. 웬 둥그런 원과 주변에 원반 티를 두른 모습의 그림을 그리더니 뭐라 말문까지 열었다.
"이것만이 너와 그대들을 구할 것이다."
"구하다니요?"
"리크. 생각보다 시기가 도래했구나."
"내..내 이름을 어떻게 아시죠? 그리고 시기는 또 뭐죠? "
"태고 전설의 시작이 그대를 시험 할 것이니. 그대는 이제 그 두 번째 힘을 사용하리라."
"정말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리고 당신은 누구죠?"
"팟! 팟!"
역시 후레쉬가 번쩍이는 것 같더니 리크는 갑자기 눈을 떴고 어느새 자신이 아크 수호전사 막사 안에 가부좌 자세로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리크는 아직도 자신이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멍해있었으니 조금 전 겪은 일들에 무척 혼란스러워 하였다.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때 3군단 회의 막사에는 전군 지휘자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저마다 긴장된 표정으로 캐시어스 군단장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도 믿기 싫은 얘기지만. 여기 계신 분들 중 태고 대살육전사들의 부활전설에 대해 모르시는 분이 없으리라 봅니다. 제가 갑자기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지난밤 우리 군단내의 모든 병사에게 일어났던 몽마(夢魔)의 현상이 태고적인 그 옛날 마족이 전 대륙의 패권자로 군림하던 시절 게아므트라는 대살육의 마족 전사가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그는 대살육을 감행하기 하루 전날 적들에게 몽마(夢魔)의 현상을 일으키고 그 다음날 몽마(夢魔)로 전의를 잃은 적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아주 무시무시한 고대 살육자입니다."
"설마 게아므트라는 대살육 마족 전사가 부활하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물론 태고전사들의 부활전설이야 워낙 오래 전부터 구전되어온 이야기이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하필 그 오랜 동안 일어나지도 않은 전설이 갑자기 이때 그리고 하필 이곳에서 실현된다는 것은 어찌 좀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몽마(夢魔) 현상이라니요? 아마 제 생각에는 오랜 여정에 지친 병사들에게 일어나는 귀향병에 음식마저 신선하지 못하기에 일어난 집단 식중독과 다소 전염성이 있는 열병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
"차리리 그리 생각하는 것이 났겠지요. 하지만 지난밤 모든 병사들의 악몽의 내용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같다라는 것이지요. 한번도 보지 못한 흉칙한 마족들에게 밤새 쫒겨 다니며 살육 당하는 내용들이 말이오."
"하하. 저도 지난밤 뭐 그런 꿈을 꾸었지만 결국 꿈 아니잖습니까? 군단장님 또 제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현재 우리들의 여정에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마족들의 습격에 대한 일종의 불안 심리가 꿈으로 표현되는 게 아닌가 봅니다. 가뜩이나 현재 전 병사들의 기력이 오랜 여행으로 쇠진하는데 여기에 뭐 고대 살육자이니 몽마(夢魔)의 현상을 일으키는 마족전사의 부활이니 하는 얘기마저 퍼진다면 아마 3군단 전체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은 그야말로 자명한 일 아닙니까?"
"아멜리온 페몬 수호전사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군요?"
"예 말씀하십시오? 군단장님."
"만에 하나 부활의 전설이 사실이라면 그때 가서는 어떡할 겁니까?"
".............."
회의장은 이내 침묵이 흘렀다.
한편 아크 수호전사 제4막사 뒤에는 리크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땅바닥에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환한 표정을 지으며 무엇인가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후. 이제서야 가닥이 잡히는군. 내 추측이 맞는다면 지난밤 그 분이 꿈속에서 전한 메시지 중 땅바닥에 그린 도형은 분명 갈비아스 위성을 뜻하는 것이고 그 두 번째 힘이란 바로 갈비아스 파동검술 제 2공격 파장분열술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어. 그렇다면 생각보다 시기가 일찍 도래했다는 뜻은 뭐란 말인가? 혹시 전설의 부활이 앞당겨졌단 얘기인가? 그럴지도 모르지 밤새 3군단 전 병력이 몽마(夢魔)의 현상을 겪었으니. 더구나 내가 그들을 구할 것이라. 그렇다면 어디서 적들이 갑자기 몰려오기라도 한단 말인가?"
리크는 하몬의 검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하더니 다시 무슨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지난밤 꿈속의 그분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더구나 일부러 내게 나타나 마치 현실로 다가올 것 같은 위험을 알려주시려 했단 말이야. 가만있어 보자 그러고 보니 아 이런!! 이렇게 멍청할 수가!"
리크는 갑자기 탄성을 질렀다.
"아!! 맞아 갈비아스 파동검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하몬님과 헤수스 아저씨. 후. 그렇다면 지난밤 그 분이 하몬님.."
리크는 갑자기 망연자실(茫然自失)한 표정으로 바닥에 털석 주저 앉아버렸다.
"이럴 수가. 눈앞에 하몬님을 뵙고도 몰라봤다니. 이렇게 멍청할 수가. 그 얼마나 보고싶은 분이었던가 바로 이 검의 주인이었던 대영웅 하몬님을 말이야. 아. 아.."
리크는 자신의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해가 중천에서 서쪽으로 약간 기울어지기 시작할 때. 그렇게 우려했고 생각조차하기 싫은 일이 벌어지려는가? 사막과도 같은 토양에 여장을 푼 3군단 수백의 막사 주변에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가뜩이나 메마른 흙들이 허공으로 치솟아 일대 모래 폭풍 같은 먼지를 연출해 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웬 바람이야!"
"모든 병사들은 막사가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끈들을 바짝 조여 매라고 전달하라!! 그리고 각 식량보급 막사에 흙이 들어가지 않도록 이중 삼중 천으로 감싸고!!"
그야말로 지휘부 막사에는 캐시어스 군단장을 비롯한 각 고위장성들의 목소리들이 다급하게 들려왔다.
"바람이 더욱 거 세지고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도 살이 타들어 갈 정도로 태양이 이글거렸는데 이렇게 기후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 것인가?"
"휘 잉."
"우.."
휘 잉."
"우..우.."
"잠깐 이게 무슨 소리인가?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뭔가 우는소리 같기도 한데."
지휘부 막사 안에 있던 케시어스 군단장과 친위대 그리고 페몬 수호전사들이 바람이 몰아치는 막사 밖으로 나왔고 그 이상한 소리의 진원(潺湲)을 파악하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휘잉."
"카 악"
"휘잉."
"캬. 캬. 캬. 캬."
그때였다. 지금까지는 다소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던 캐시어스 군단장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지면서 갑자기 자신의 허리에 찬 반테라스본 가문의 명검을 높이 쳐들기 시작했다. 그녀 주위에 있던 각 지휘관들은 저마다 놀란 표정으로 군단장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캐시어스 군단장이 검을 뽑을 때에는 대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전세를 뒤집을 발판의 목적이었는데 갑자기 느닷없이 검을 뽑으니 놀랄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과연 이곳에서 전면전이라도 벌어졌단 말인가?
"모두 긴급 전투 테세를 갖추시오. 그리고 각 병사들에게 제1급 공격테세의 명령을 하달하시오!!"
"군단장님.."
"무엇들 하시오. 이건 명령이오! 잘못하다가는 3군단 전체가 전멸 당한단 말이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캐시어스 군단장의 다급한 목소리에 각 지휘관들은 신속하게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 만반의 공격 테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허나 뿌연 흙먼지 속에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악!"
"헉!"
"아악!"
바람에 휘날리는 흙먼지가 시야를 가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었지만 수백의 막사 여기저기에서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캐시어스 군단장이 검을 하늘로 들어올리더니 고개마저 위를 쳐다보았다.
"하늘이시어! 검이 사악한자들과 흉측한 기운이 흐르는 자들을 심판 할 수 있게 힘을 주소서!"
세칭 천애검법(天愛劍法)이라 하는 캐시어스 가문의 비전절기가 시전 되려는 순간이었다. 캐시어스는 다시 검을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허공에다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폭풍검술!!"
"슛. 슛. 획"
"파 바 팟."
순간 빛이 그녀의 검에서 일더니 사방으로 폭사(暴死) 시작했다.
"휘..휘..휘.."
잠시후 3군단 진영에 불어오는 흙먼지에 이상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고 이어서 먼지 바람이남쪽 방향으로 밀려가기 시작했으니 무언가 거대한 폭풍이 북쪽에서 몰려와 그것들을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리 오래지 않아 흙먼지 바람이 없어지자 3군단의 진영의 시야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야가 확보되는 순간 전 막사에 일어났던 끔찍한 현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현재 이 순간에도 생전 처음 보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에 의해서
병사들이 살육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검은 망토에 거대한 창을 들고 마치 해골과도 같은 흉측한 모습의 존재들은 밤새 몽마(夢魔)에 시달려 넋이 빠진 병사들의 목을 마구 베고 있었다. 그나마 페몬 수호전사들을 비롯한 레쏘비나, 아크 수호전사들만이 그들과 대항을 하며 사력을 다했지만 한참 역부족이었다. 리크 역시 자신의 무공(武功)과 마법(魔法)을 이용하여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기이한 존재들을 마구 죽였고 때에 따라선 갈비아스 파동검술
제 1공격 순간지체술을 시전 하여 제법 상당한 수의 존재들을 마구 도륙하였다.
한편 캐시어스 군단장 역시 더 이상 지체 없이 다시 검을 들어 검을 360도 허공에 원을 마구 돌리기 시작했다. 아마 그녀는 조금 전 폭풍검술에 이어 무엇인가 시전 하려는 것 같았다.
"우르릉 쾅!! 파팍!!"
순간 하늘에서 천둥이 치더니 벼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벼락은 신기하게도 지상으로 내리치기 전 수천 개의 가지로 뻗어나가더니 현재 3군단의 진영을 마구 휩쓸고 도륙을 자행하던
검은 망토의 존재들에게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파 팍!"
"크억!"
"컥!"
상당수의 검은 망토 존재들이 벼락을 맞고 그 자리에서 재가되었으니 3군단의 모든 병사들과 수호전사들이 멍하니 캐시어스 군단장을 바라보았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 쓴 체 사투를 벌이던 리크 역시 저 언덕 지휘부 막사 앞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검을 들어 유연한 동작으로 허공에 마구 긋고 있는 캐시어스 군단장을 보면서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모습이 진정 캐시어스 군단장의 실제 모습이군. 과연 40000여명으로 이루어진 한 군단을 책임지는 최고 사령관의 능력이란 실로 무섭군. 천애검법(天愛劍法)이라..'
캐시어스의 강력한 검술에 의해 흙먼지 바람을 일으키고 기습을 자행한 검은 망토의 존재들 대부분이 소멸 당했지만 그녀의 가슴은 점 점 더 불안하기만 하였다. 분명 이러한 기습 형태로 볼 때 태고전사 게아므트 대살육 마족 전사의 부활이 현실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지나 밤 몽마(夢魔)를 일으킨 것과 오늘 대살육의 조짐을 알리는 기습공격이 바로 그 예라 할수 있었다.
각 페몬 수호전사들은 이내 캐시어스 군단장 주위로 몰려들었고 군단장이 어디 이상없나 살펴보았다.
"군단장님. 괜찮으십니까?"
"이거 큰일이군요."
"군단장님 덕분에 일단 적들의 공격을 막아냈는데. 큰일이라니요?"
"게아므트 대살육 전사가 이리로 오고 있었요. 시작은 이제부터입니다. 순간 캐시어스가 자신의 한쪽 가슴에 손을 대고는 고통의 신음 소리를 냈다.
"욱!!"
캐시어스 군단장이 갑자기 쓰러지자 친위대와 페몬 수호 전사들은 저마다 경악을 하며 그녀를 부축하려 했다.
"군단장님!!"
"군단장님!!"
"게아므트 대살육전사는 제 상대가 아니에요. 컥!!"
캐시어스 군단장은 연신 고통에 비명 소리를 내 질렀다.
"그..그가 나를 강력한 기류로 공격하고 있어요. 컥..당신들 어서 이곳을 피하세요. 병사들을 데리고 오던 길로 돌아가세요. 그는 상상이상의 힘을 갖고 있단 말이에요. 3군단 모두가 그에게 전멸 당하기 전에 피해야 되요. 일단 여기는 제가 막을 테니까요."
그때 허공에서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 어디를 가려고 하나? 우매한 인간들이여!]]
"게..게아므트.."
[[내 이름이 후세에도 알려졌단 말인가? 수만년만에 부활해서도 내 존재를 아는 자가 있었다니, 과연 군단장답게 폭풍과 벼락을 부르는 재주를 지녔고 게아므트인 나를 알아보니 그 자격이 있군. 하하하 그러나 그대 역시 오랜만에 즐길 대살육의 대상에 예외는 아니지. 아니 너 정도면 내 부활의 기념으로 취할 수도 있겠군. 자 그럼 일단 너를 취한 다음에 살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흠..보면 볼수록 미인이군.]]
"쾅!!"
순간 오른편 2개의 막사가 폭파되면서 그 주위에 있던 수십명의 병사들이 산산조각이났다.자욱한 연기가 피워 오르면서 누군가 그 안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썼지만 조금 전 습격했던 흉측한 존재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검은 흑발에 짙은 눈썹과 검은 동공 등이 무척 인상적인 젊은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언덕 위에 있는 캐시어스 군단장을 향해 곧바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때 수많은 병사들이 그를 에워싸고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자의 몸에 칼끝이 닿기도 전에 저마다 피를 토하고 죽었다. 수호전사 역시 자신들의 비전절기들을 최상으로 끌어 올려 게아므트에 공격했지만 가까이 오기도 전에 아예 몸이 산산조각 나서 터지는 것이 아닌가. 마치 게아므트라는 대살육자는 마치 신(神)의 능력을 가진 것처럼 그저 손짓만으로 전사들을 폭사(暴死) 시켰다.
"후후. 군단장. 웬만하면 막사 안에서 몸가짐을 준비하고 내 숙청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 드는데. 후후."
캐시어스 군단장은 아직도 게아므트의 강력한 기류에 눌렸는지 가슴을 쥐고는 고통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아므트는 어느새 자신을 가로막는 전사들을 희생시키고 언덕 가까이 까지 올라왔다. 그때였다. 갑자기 언덕 위에서 누군가 게아므트 자신의 길을 막고 있었으니 그이 사악한 표정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넌 뭐야!"
"하몬의 검을 어깨에 걸친 무표정한 젊은이가 캐시어스 군단장과 각 지휘관들을 보호하려는 듯 그들 앞에 서서 다가오는 대살육 전사 게아므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캐시어스 군단장은 리크를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리크님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