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65)화 (65/157)

[데스퍼라도] 65. 수호전사

데스퍼라도(Desperado)

페몬 수호전사

캐시어스 제3군단 40000여명의 총 병력 중 약 700여명 정도 되는 수호전사라 함은 상당한 고급장교에 속하는 직급이었다. 일반병사로 시작되는 계급은 수장, 일반장교, 실전전사를 거쳐야만 수호전사에 입문할 수가 있었다. 수호전사 역시 하급, 중급, 상급계열로 나누어져 있고 현재 리크는 하급 계열인 아크 수호전사과에 소속이 되어있었다. 아크 수호전사들은 약 700명중 500여명이나 차지하고 있고 중급 계열인 레쏘비나 수호전사들은 약 170명이었다. 상급 계열인 페몬 수호전사들은 고작해야 30명 정도였으니 상, 하, 급 계열의 수호전사들의 인원은 이처럼 상급으로 올라갈 때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사실 진정한 수호전사는 바로 상급계열의 페몬 수호전사들이었다. 일개군단에서 고작해야 20명에서 30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 이들 페몬 수호전사들은 크고 작은 전쟁에서 그야말로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최고의 전사들이었다. 일개병사가 하급계열의 수호전사로 진급하는 것보다 하급 계열의 아크 수호전사가 상급 페몬 수호전사로 진급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심지어 불가능할 정도로 그 반열에 오르는 것은 거의 난공불락(難攻不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페몬 수호전사들의 임무는 다소 복합적이었다. 캐시어스 군단장의 친위대와 친위대장 폰티앙 그리고 각 지휘체계를 관장하는 여러 장군들이  페몬 수호전사계열이었고 그 외 마족이든 어둠의 종족이든 적진의 무시무시한 초월존재들과 그 전투능력을 벌여야만 하는 특수임무를 부여받았고 심지어 특공대를 조직하여 조그만 제국에 침투하여 전 나라를 뒤흔들 정도의 파괴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하였다.

그러므로 제국의 개념으로 볼 때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진정한 수호전사는 바로 각 군단마다

상급계열의 페몬 수호전사들이라 말할 수 있었다. 모든 병사들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 조차저마다 페몬 수호전사를 자국의 명예요 영광이라 생각하고 진정한 영웅들은 결국 페몬 수호전사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캐시어스 현 3군단장을 비롯해 각 군단장들 역시 페몬 수호전사 출신이었고 23만년 전 갈비아스 대영웅도 바로 페몬 수호전사 출신이었다.

그렇다면 페몬 수호전사로 가는 길은 과연 하늘의 별 따기인가? 사실 그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천부적이고 혹은 천재적인 능력에 의한 월등한 전투실력에 가문의 비전절기 마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겨우 페몬 수호전사 후보에 오를 수 있고 그 후보들 중에 최고 명문가문 출신들 중 크고 작은 전투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다면 아마 페몬 수호전사로 가는 길이 그나마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날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페몬 수호전사들의 뒤 배경을 놓고 보자면 대부분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최고의 명문 귀족들의 자제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명문의 귀족들만이 뛰어난 기량과 전투실력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이 다른 일반 층에 비해서 그 격차가 크고 월등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들 명문귀족들은 지난 제국의 역사에서 수십만년 동안의 처절한 전쟁에서 살아남고 그에 따른 가문의 비전절기들을 다듬고 훨씬 강력하게 발전시켜왔기에 오늘날 자신들만의 전투 노하우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뛰어난 명문 귀족들은 적어도 오랜 세월 전승되어진 상상도 할 수 없는 능력의 비전절기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3군단의 하급계열인 500여명의 아크 수호전사들의 꿈은 일단  중급계열인 170명의 레쏘비나 수호전사들에 합류하는 것이고 이와 마찬가지로 중급계열 레쏘비나 전사들 역시 진정한 계열인 30명의 페몬 수호전사 반열에 오르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였으리라.

한편 리크는 낮에 있었던 게아트 수호전사와의 대결에서 갈비아스의 제1파동술을 시전 한 덕분에 다른 아크 수호전사들 눈에 다시 보이게 되었으니 그들은 리크가 사용한 그 기술이 분명 어느 명문 귀족의 비전절기라 추측하고는 이내 리크에게 접근을 하였던 모양이다. 하급계열의 아크 수호전사들 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갈래 세력이 있었고 저마다 명문 가문과의 친분을 형성하기 위해 줄을 잘 타려고 바둥바둥되고 있었다. 다소 웃기는 얘기지만 아마 오늘 여기 리크에게 호감을 보이려고 선술집에 따라온 수십명의 아크 수호전사들 역시 필시 리크 가벤더가 자신의 가문을 감추고 들어온 명문 가문의 자제가 아닌가 추측을 하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이들은 저마다 술에 흥건히 취했는지 연신 리크에게 질문을 해대었다.

"하하. 이보게 리크 우릴 속일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자넨 분명 신분을 감추고 있단 말이지. 이미 다 눈치 챘으니 다 털어놓으라고.."

"흠..아까 낮에 보았던 검술은 분명 명문귀족 출신이 아니면 꿈도 못 꾸는 전투기술이 분명하단 말이야. 분명 리크 자네는 페몬 수호전사를 목표로 자신의 비전절기를 들고 군 입대에 들어온 것이 분명하단 말이지. 그것도 최고의 훈련 기록점수를 갱신했고 단기 내에 수호전사에 입문했으니 현재 캐시어스 3군단장님의 지난 행적을 능가하고 있단 말이야. 후..정말 당분간은 캐시어스 군단장님의 전설 같은 진급과정의 기록을 깨트릴 자가 없다고 생각 했는 데 리크 자네가 헤성 같이 나타나서 단번에 그 전설을 깨트리다니..하하하."

리크 역시 술을 좋아해서 연신 들이키다 보니 많이 취했다. 하지만 이들의 집요하리만큼 귀찮게 하는 질문에 다소 혼란스러웠는지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뭐라 말했다.

"이보게들. 내가 무슨 가문이고 어디 출신이건 간에 그게 다 무슨 소용 있겠는가? 나를 그저 자네들과 같은 아크 수호전사인 리크로 봐주면 안도겠는가?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자네이 기대하는 것처럼 나는 명문 출신은 아니고 그저 일반 시민에 속한 평범한 사람이라네. 그러니 이후로부터는 괜한 추측은 하지 말아주게나. 이 거참."

"하하. 다들 결국 그렇게 말하지. 그런데 어느 날 눈떠보니 저 하늘과 같은 곳인 페몬 수호전사과로 출근하는 사람을 한 두 번 본 줄 알아. 그래 그래 리크 자네를 이해할 수 있어. 물론 이 자리에서 곧이곧대로 자신의 신분을 다 까발리는 얼뜨기 같은 사람은 없겠지. 아무튼 우리를 잘 기억하라고 자네가 나중에 페몬 계열이 오르면 우리를 중급인 레쏘비나 수호전사과에 추천이나 해주게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라네. 하하하."

리크는 갑자기 골치가 아픈 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후. 이거 참. 대책이 없군. 이곳에서도 권력과 신분에 대한 집착이 심하긴 심한데. 하여튼 이들에게 내 출신을 이해시킨다는 것도 좀 무리고. 갑자기 저 아래 일계(一界)인 휴론계에서 이계(二界)인 지구에 떨어졌고 그곳에서 사계(四界)인 이곳 세상에 왔다고 말한다면 한마디로 미친놈이라 그러겠지. 젠장. 더구나 이들은 아까 낮에 시전 했던 갈비아스 제1파동술이 명문귀족의 비전절기로 알고 있는데 이곳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인류문명의 시조요 불세출의 대영웅 갈비아스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다면 더 미친놈이라 하겠군..후..에라 골치 아픈데 술이나 더 먹자."

리크는 갑자기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원 샷을 해버렸다.

"와우,,,리크 파이팅...잘 마신다."

"역시. 명문가의 자제는 달라.."

"암 그렇고 말고. 하하"

술에 잔뜩 취한 리크는 갑자기 주변에서 자신의 기분을 맞추어 주듯 기분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들이 싫증나기 시작했다.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은 마치 가식의 군상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누구하나 자신에게 인간적인 대화를 걸어오는 사람도 없고 오로지 명문 혹은 가문 출세, 진급 등에 대한 말과 심지어 아부성 있는 발언이 난무하니 말이다. 결국 리크는 벌떡 일어나 무작정 선술집을 뛰쳐나왔다. 그는 하늘에 떠있는 세 개의 위성을 쳐다보며 비틀비틀 자신의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정말 싫다 싫어. 그저 한결같이 똑같은 지겨운 소리들. 휴."

리크는 어느덧 도시를 빠져 나왔고 다시 푸르스름한 하늘을 쳐다보면서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을 크게  내 쉬었다.

"휴. 세아린. 세아린이 보고 싶군. 좀 괄괄하고 넘 솔직하지만 적어도 그녀에겐 순수한 면이

있단 말이야. 내참 패샷보이로 알고 지냈을 때에는 정말 괜찮은 친구하나 생겼구나 하고 좋아했는데. 여자라니..젠장..이젠 친구가 아닌 연인으로 그녀를 그리워하다니 후. 아무튼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군.."

사계(四界) 캐록시아 대륙 원력 430001년 131루퍼

수집만년동안 개념을 달리하는 여러 종족들 간의 크고 작은 전쟁은 오늘날에 이르러서 그 양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었다. 수백개 대륙에서 북쪽에 위치한 캐록시아 대륙의 여러 인간 제국중 하나인 아미라스루텐 제국 역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미라스루텐이 보유한 군단만 해도 28 개 군단의 총 병력이 100만을 넘었다. 다른 대륙의 인간제국으로부터 파병요청을 받고 원정에 참가한 군단만 해고 총 28개 군단 중 5개 군단이 있었다. 그 동안 자국내 영토를 지켜왔던 캐시어스 제3군단 역시 카밀로스탄

대륙의 하몬디아 인간 제국으로 파병 길에 올랐으니 이젠 진정 먼 여행을 해야할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타 종족간에 가장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저 남쪽의 대륙 카밀로스탄 대륙에는 약 27개의 인간제국들이 있었고 그들 역시 연맹을 이루어 마족 혹은 어둠의 존재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밀고 밀리는 치열한 공방 중에 카밀로스탄 대륙 연맹 중 하몬디아 제국이 저 멀리 떨어진 북쪽의 아미라스루텐 제국에게 파병을 요청한 것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대륙 연맹 제국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될 것을 대륙을 달리하는 저 머나먼 아미라스루텐 제국에게 파병 요청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바로 캐시어스 제3군단장의 어머니가 이곳 카밀로스탄 대륙 출신이고 그녀의 외가는 이곳 연맹 소속의 하몬디아 제국 황제일가였기 때문이었다. 즉 캐시어스 3군단장의 외할아버지가 바로 하몬디아 제국의 황제였으니 그녀의 어머니는 황제의 딸이었다. 사실 하몬디아 제국의 황제는 자신의 외손녀인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제3군단장인 캐시어스에게 직접적으로 원조 요청을 한 것이고 캐시어스 역시 자국내의 의회으로부터 이와 같은 파병 허락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캐시어스 군단장은 이번 여행길이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 되리라 내다보았지만 결코 하몬디아 제국의 황제이자 자신의 외할아버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한편 캐시어스 군단장 막사에는 캐시어스를 비롯한 친위대들과 각 장성들이 넓은 탁자에 앉아서 회의를 나누고 있었다. 캐시어스 군단장을 제외한 이들 고위 장성들의 직급은 엄밀히 따진다면 바로 한 군단에 겨우 20-30명에 지나지 않는 페몬 수호전사들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캐시어스 군단장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편지를 막 읽으려 하였다.

"후. 외할아버지가 뭐가 급하시다고 이렇게 3 번째 서찰까지 보내셨지. 그곳 카밀로스탄 대륙에도 주변 연맹 국이 26개국이나 되는데 이 머나먼 북쪽에 위치한 내게 급한 원조를 요청하시다니..혹시 하몬디아 제국에 무슨 커다란 변고가 생긴 것이 아닐까?"

"군단장님 이번 세 번째 편지에는 뭔가 그에 타당한 이유가 적혔을 것 같은데요."

"호호. 폰티앙 친위대장님 어떻게 보지도 않고 알 수 있죠?

"그저 직감입니다만.."

"군영 내에서 직감이란 표현을 쓰시다니요. 그것도 친위대장님께서..군대는 확실한 정보이외에는 어떠한 추측이나 가설이 성립이 안돼는 곳입니다."

"제..제가 말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죄..죄송합니다."

"죄송할 것까지는..사실 저도 그런 직감을 했는데요. 호호. 그냥 웃기자고 한말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조금전 하신 말씀은 저..저기 별로 안 웃기는 농담 같았는데요.

"호호호 그래요. 다음부터는 좀 진지하게 해야겠어요."

회의장의 페몬 수호전사들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다소 억지성이 곁들인 웃음소리는 캐시어스 군단장의 비위를 맞추려 하는 것 같았고 이들 페몬 수호전사들은 오늘도 어색하다 못해 썰렁한 농담을 시도한 캐시어스 군단장의 분위기에 저마다 적응하려고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 같았다.

"하하하. 정말 군단장님의 재치는 거의 예술입니다. 하하하."

"암. 역시 군단장님의 위트 있는 말투는 항상 저희를 즐겁게 해주십니다요."

그때 캐시어스 군단장이 다소 멋쩍은 듯 뭐라 말했다.

"쳇. 이번에 내가 생각해도 별로 안 웃겼는데."

캐시어스 군단장은 이제 갓 20살이었고 다소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진지한 회의보다는 웃음과 유모가 곁들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고 가끔 고위장성들과 유쾌한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천부적으로 농담과는 거리가 먼 부류인 것 같았다. 늘 어색한 농담에 분위기만 썰렁하게 만드는 재주만큼은 비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다소 건망증까지 있는 캐시어스 군단장은 말했다.

"아차 지금 내가 뭘 하려고 했지요?"

"아..저 하몬디아 제국의 황제 아니 외할아버지로부터 온 3번째 편지를 보시려고 했습니다."

"아 그렇지 맞아 맞아. 이런 또 잊어버렸네. 후. 이놈의 건망증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니까?"

"군단장님 벌써 치매증이 찾아온 게 아닌가요? 하하하"

순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회의장 안에 누군가가 농담 적인 분위기를 타고 분명 웃겨보자고 슬쩍 던진 말인데 과연 그 수위가 지나쳤던가? 순간 캐시어스 군단장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벌떡 일어나더니 앙칼진 목소리로 뭐라 버럭 소리질렀다.

"뭐라고요!!! 감히 내게 치매라니? 이런 무례한 사람 같으니라고. 누가 그런 소리했는지 빨리 일어나요!!"

"....................."

"어쭈! 안타날거에요? 만약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모두 점심과 저녁을 굶길거에요!!"

정말 어이없는 발언이었다. 일개 군단장이 하는 소리가 페몬 수호전사출신들인 각 고위장성에게 밥을 굶기겠다니 잠시후 여기 저기에서 풋하는 웃음소리가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풋..흐흐"

"흐..."

"하하하하"

이내 회의장은 웃음바다로 변해버렸고 케시어스 군단장 역시 싱그런 치아를 들어내며 웃기시작했다.

"호호호. 이번엔 진짜 웃겼죠..호호호. 분명 모두다 속았을 거야. 내가 화난 줄 알고..호호"

"하하하하."

누군가 이런 상황을 지켜보았다면 아마 제3군단의 앞날이 걱정되고도 남았으리라. 하지만 그 누가 알겠는가? 실전 시에는 그 누구보다도 탁월한 안목과 통찰력, 과감한 결단력의 천재적인 두되를 갖고 있는 캐시어스 군단장의 능력을 말이다. 더구나 그녀의 전투 실력은 28군단장 중 상위를 다투는 경지에 올랐고 심지어 최연소에 군단장 자리에 오른 그녀는 각 대륙에서조차 전쟁 영웅의 리스트에 오르기도 하였다. 즉 그녀는 현시대가 낳은 공식적인 영웅반열에 이르기까지 하였다.

잠시후 캐시어스 군단장은 하몬디아 제국의 황제 외할아버지의 세 번째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집불통 손녀 캐시어스 듣거라. 이 할애비가 꼭 세 번째 편지까지 보내야 하는냐? 내가 오죽 급했으면 네게 거의 동냥에 가까운 원조를 요청했겠니. 너도 알다시피 이 곳 남쪽 카밀로스탄 대륙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족들 간의 전쟁이 치열한 곳이야. 더구나 최근에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는데. 그 동안 잠잠했던 어둠의 세계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려 한다고. 뭐 하몬의 정기를 받은 자가 이 대륙으로 건너와 어둠전사와 같이 있다는 둥 말 같지도 않은 소문이 있단다.]

캐시어스는 순간 하몬의 정기를 받은 자란 글귀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뭐..뭐라고 하몬의 정기를 받은 자라니..하몬이라면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이곳 사계(四界)에 전 대륙을 함락시키고 드디어 통일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사라졌던 대영웅이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그분의 정기를 이어받은 자라니.."

캐시어스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편지를 계속 읽어내려 갔다.

[허허. 하몬이란 말에 놀랬지!! 네가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이상형의 영웅이 바로 하몬이었잖니? 아무튼 그 소문은 허무맹랑한 것 같다. 하몬은 우리 인간 제국의 영웅이었는데 그 정기를 이어받은 자가 왜 어둠의 세계에서 어둠전사와 같이 있다는 건지. 참 요즘 첩보원들은

마음에 안든다니까 이참에 전부 갈아치워야지. 그나저나 한가지 분명한 건 어둠의 세계가 움직였다는 거야. 그것도 재수 없게 우리 하몬디아 제국과 가장 근접한 경계선에서 그러한 조짐들이 발생하고 있어. 다른 연맹국은 가뜩이나 마족들과 접전을 벌이는데 아직 확실치도 않은 소문가지고 우리에게 쉽게 파병군을 보내주지 않으니 참 고민이로구나. 정말 인정 머리 없는 것들이지. 하지만 넌 내 귀여운 손녀이니 아마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오리라 본다. 어디 우리가 남이니. 허허. 빨리 와라. 그리고 이곳에도 너에 뒤지지 않을 훌륭한 영웅이 있단다.바로 하몬디아 제국의 아라스킬 제1군단장. 너도 알지? 사실 내가 네 배필로 바로 요놈을 점찍고 있는데. 와서 한번 보렴. 여자가 줄줄이 따를 정도로 잘생겼어. 그리고 아라스킬은 저 대륙에 몇 안돼는 대영웅의 기질을 갖고 있지. 흐흐. 놓치면 아까운 낭군이지. 자 머나먼

여정에 조심하고 이 할애비 죽기 전에 얼굴한번 보자.]

캐시어스 군단장은 편지를 다 읽고는 다소 비장한 표정으로 뭐라 외쳤다.

"제3군단 하몬디아 파병을 내일로 하겠소!! 어차피 이럴 줄 알고 의회로부터는 파병 승락을 미리 받아놓았으니.."

"군단장님 그래도 내일은 너무..이른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당장 외할아버지가 위험합니다. 그러니 여기 장성들은 각자 파병준비를 서둘러 주시오."

캐시어스 군단장은 갑자기 막사 밖으로 획 나가버렸다. 친위대장을 비롯한 나머지 군단장들은 캐시어스의 명령에 저마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후..정말이지 캐시어스 군단장님의 변덕은 알다가도 모른다니까?

"첫 번째와 두 번째 편지에도 뭐 어둠의 세계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별 시큰둥한 반응도 안보이더니 이 세 번째 편지를 읽고는 갑자기 호들갑에 가까운 난리를 치시니.."

그때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간 편지를 주어들고는 뭐라 말했다.

"후후. 그럼 그렇지...답은 요기 편지 마지막 부분에 있네요. 바로 하몬디아 제국의 아라스킬 제 1군단장..하하하."

"하하하. 정말 속 보이는군. 결국 장래 배후자 점찍으러 그렇게 서둘렀구만. 하하"

"하긴 캐시어스 군단장님은 영웅 병에 걸렸으니 그분의 위치 정도면 우리 같은 남자들이야 남자로 보이겠어? 하지만 나비가 꽃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꽃이 나비를 찾아다니는 꼴이 되었군."

"이 삶들이 캐시어스 군단장님을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내 생각에는 진짜 어둠의 세계 존재들의 출현 가능성을 확인 해보려는 것과 과연 하몬의 정기를 이어 받은 자가 나타났다는 그 소문의 진위를 직접 확인하려는 것이겠지. 그 다음에서야 자네들이 말한 내용이 첨가되겠지만."

"흠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겠지. 그나저나 지금부터 서둘러야겠군. 자자 나가자고 내일이면

먼길을 떠나니 오늘 준비하고 집에 들어가서 마누라와 애들과 작별인사도 해야 될 테니.."

사계(四界) 캐록시아 대륙 원력 430001년 132루퍼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캐시어스 제3군단 4만 병력이 다소 지루한 출병식을 끝으로 드디어 저 머나먼 대 장정의 길에 올랐다. 북쪽 끝에서 남쪽 끝으로 이어진 이들의 행로는 대륙과 대륙간의 이동이기 때문에 수백의 거대한 배를 이용한 바닷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드디어 항구에 도착했고 많은 시민들과 가족들이 3군단의 병사들과 작별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리크는 이미 배에 승선한 체 그저 그들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고 이내 외로움이 급습함을 느꼈다.

"휴!..요즘엔 새로운 습관이 생겼으니 바로 한숨이군. 휴. 생사(生死)를 알 수 없는 저 머나먼

원정길에 가족과 친구는커녕 개 한 마리도 배웅을 안 해주니.."

리크는 이내 저 푸른 하늘에 떠가는 횐 구름으로 시선을 돌렸고 이내  대자연의 품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으려 하는 것 같았다. 휘날리는 금발에 푸른 눈의 리크 가벤더는 어느 정도 이 세계에 적응할 수 있었고 이젠 다소 여유로운 표정으로 코끝에 스쳐 가는 바다 내음을 들이키고 있었다.

"세아린....언제 내 앞에 나타날 거야. 후후. 정말 보고싶군. 말 많은 아가씨.."

계속

***

공지사항

데스퍼라도 1, 2 권이 현재 출판사에서 교정 중에 있습니다. 조만간 책이 나올 것 같구요. 적지 않은 수정으로 설정이 약간 바뀐 것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연재하는 부분이 매끄럽지 못하는 부분도 있으니 궁금한 사항 있으시면 백발검신&데스퍼라도 카페에 질문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카페 검색에서 데스퍼라도 치시면 나오니 참고하여 주십시요. 그리고 요즘 카페 퀴즈 대항전 있는데 와서 참여 해주시면 더욱 감사 드리겠고요. 그럼 이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