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64)화 (64/157)

[데스퍼라도] 64. 수호전사

데스퍼라도(Desperado)

수호전사

리크는 제법 무거운 톤으로 뭐라 말문을 열었다.

"17막사 병사들 역시 자신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쟁에 임한 사람들이다. 더구나 그 전투로 인하여 17막사의 30%에 해당하는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 그들이 자네들 입에 멍텅구리로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은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명예를 훼손시키는 거라는 것을 모르는가?"

리크의 말에 게아트 수호전사가 코방귀를 꼈다.

"흥! 숭고한 희생과 명예를 훼손시킨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 했던가 자신들의 분수를 모르고 설쳐대니 그렇게 희생당할 수밖에. 후후. 그건 그렇고 사실 수호전사의 자격이 되려면 뛰어난 전투실력이외에 가문과 뒤 배경이 어느 정도는 받쳐주어야 하지. 하지만 네놈의 뒷조사를 해보니 정말 황당하더군. 지금으로부터 약 일년 전 갑자기 이곳 아미라스루텐 제국에 나타나 느닷없이 군 입대를 하더니 오늘날 수호전사가 되었다. 정말 웃기는 얘기군. 아마 내 추측이 맞는다면 다른 제국에서 죄를 짓고 도망 다니다.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펼치려는 것 같은데 너같이 그 신원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놈이 명색이 케시어스 제3군단의 수호전사의 반열에 올랐다는 자체가 심히 거북하군. 자 어쨌든 서론이 길었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는 것을 내가 보여주지."

게아트는 갑자기 등뒤에서 자신의 실검을 뽑았다. 그러자 주변 동료 수호전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게..게아트 수련실에선 실검으로 승부 하는 것은 금지되었어. 그러다가 사람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어떡하려고."

"하하. 그야 대상이 어떤 놈인가에 따라 다르지. 내가 보기에는 이 앞에 리크 란 놈은 어디서 개 잡식성 전투기술을 배워 수호전사로 행세하려는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내 오늘 그 정체를 철저히 밝히고 말겠어."

"게아트. 자네 전투기술은 주로 살(殺)검술과 파괴력이 강한 마법의 혼용(混用)아닌가? 그러니 상대방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단 말일세. 웬만하면 수련검인 목검으로 저 자식을 혼내 주라고!"

"죽이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라고. 단지 두 군데 정도 뼈마디를 박살내서 다시는 이 새끼가

여기 신성한 수호전사 수련실에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겠어. 후후."

게아트는 사악한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리크 역시 여기서 물러날 수 없는 입장이었고 자신의 등뒤에서 하몬의 검을 뽑기 시작했다. 수련실 정 중앙에서 리크와 게아트가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게아트는 자신의 가문절기인 퍽샷트 검과 마법의 혼용(混用)된 기술자세를 취했으니 이는 어디 한 두 군데 뼈마디를 부러트리는 정도가 아닌 것 같았다. 게아트의 빈틈없는 자세에 비하여 리크는 갑자기 검 끝이 질질 끌리듯 지면에 대었다. 리크의 검 자세를 본 게아트가 빙그레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후후.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잡식성 전투기술을 여기저기서 불쌍하게 구걸한 게 틀림없군. 도무지 검의 기본자세가 안되었으니. 쳇. 내가 꼭 이런 하찮은 놈하고 대결을 벌여야하는지. 빌어먹을."

"치..치..치..치"

리크의 검 끝은 바닥을 끌며 서서히 미동을 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묘한 자세였다. 모든 틈을 보인 체 그저 검을 바닥에 치..치..치..소리를 내며 끌고있으니 말이다. 미숙한 리크의 검자세에 희심의 미소를 보이는 게아트의 표정과는 반대로 리크의 표정은 무심(無心)할 정도로 담담하였다. 하지만 그 누가 리크의 내심을 알 수 있던가? 바로 지금 리크의 동작이 지난 한달 동안 비밀리에 수련한 갈비아스의 비전절기의 파동술의 그 첫 번째 자세라는 것을. 잠시후 바닥을 서서히 끌던 리크의 검 끝과 바닥사이에는 무엇인가 작은 빛들이 '톡'톡'톡' 튀기기 시작했다. 실로 23 만년 전 수백 개 대륙의 모든 종족에게 대 살육의 공포를 떨게 했던 불세출의 영웅 갈비아스의 절기가 리크를 통해 재현(再現)되려는 순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달 하고 보름 전이었다. 새해경축행사가 벌어지고 훈장과 특진의 칙서를 황제에게 받던 날 선술집에서 새벽까지 17 병사들과 술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리크는 하몬의 검에 담겨있던 여러 비밀 중 하나를 우연찮게 발견할 수가 있었다. 며칠 후 제17막사 병사들은 군대 밖 어느 선술집에서 자신들의 수장 리크와 자축연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번 전쟁을 스스로 피의 혈투 혹은 지옥의 혈투라 칭했고 자신들은 역전의 용사들이라 떠들며 한껏 흥을 돋구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들 시각에서는 그 전쟁의 주역은 바로 리크 수장이었고 자신들 또한 그 덕분에 훈장과 실전전사까지 진급을 했으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그는 자신의17막사 병사들의 술잔을 연신 받고 들이키기에 정신이 없었다.

"리크 수장님 오늘은 막가는 날입니다. 하하."

"잠..잠깐 나..이..이젠 너무 취했다고. 말도 잘 못하겠어. 그러니 이젠 막사로 돌아가야겠어."

"오! 이런 수장님 뭐처럼 새해 휴가인데 벌써 돌아가다니요? 뭐 군 막사에 숨겨 논 애인이라도 있습니까?"

"하하..그런 애인라도 있었으면 좋겠네. 아무튼 난 이젠 거의 기절 상태라고 그러니 자네들끼리 즐기고 오라고. 그럼 이만.."

리크는 선술집을 나와서 군대로 통하는 대로를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술을 어찌나 먹었는지 조금 가다 쉬고 다시 가다 쉬는 식으로 겨우 전진을 할 수 있었다.

"후. 이거 너무 먹었군. 그나저나 지난번 전쟁에서 뭐 내가 승리의 주역이라고? 더구나 훈장과 특진이라. 후 너무 과분한 상이군. 쳇 17막사 병사들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진짜 주역들은 내가 아니고 바로 수호전사들이라고."

밤이 깊어 아무도 없는 대로 옆에 리크는 갑자기 털 석 앉아버리고는 계속 혼잣말로 말했다.

"수호전사들 누구 하나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아마 내 이상의 전투능력을 발휘했을 거라고. 쳇 단지 난 일개 병사들의 수장 출신이니까 높은 평가를 받는 거겠지."

리크는 지난번 대 전쟁에서 자신의 비전인 혈파천의 혈폭멸참의 시전으로 위기를 넘기고 3군단이 역공세를 취할 수 있는 시발점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17막 병사들과 생사(生死)를 오가는 혈전을 벌였지만 한가지 그의 뇌리(腦裏)에서 떠나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 당시 실전전사에 이어 뒤늦게 합류한 3군단 소속 수호전사들의 전투능력은 그야말로 리크 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대단한 것이다. 검술과 마법의 절묘한 융합으로 그야말로 환상적인 몸놀림과 화려한 마법광선들 독특한 기류(氣流)는 그 파괴력 마저 리크의 비전절기인 혈파천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그들은 과연 사계(四界)에서 일당백의 특전전사들로서 과연 그 급수가 달라도 한참 다른 자들이었다. 리크는 바로 하늘 위에 하늘을 본 느낌이었으리라.

"후. 내가 이 사계(四界)의 불세출의 영웅 하몬의 후계자라고..이거 정말 웃기는군. 이곳에선 흔하디 흔한 수호전사들과 이제 겨우 어깨를 겨룰 정도에 지나지 않은 내가 하몬 검의 주인이라니."

리크 술에 많이 취했지만 정신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또렷할 정도로 맑았다. 리크는 무심코 자신의 등뒤에서 하몬의 검을 뽑아들고는 하늘을 향해 뻗었다. 밤하늘에는 그 모양이 다른 3개의 위성이 떠있었고 각 행성에서 나오는 은은한 푸른빛은 마치 거대한 조명을 연상  케 하듯이 이 도시 전체를 비추어주었다. 검의 양면에는 많은 글씨들과 이상한 도형들이 새겨져있었고 리크는 그 내용들을 짝 살펴보았다.

"쳇. 뭐라 써있는 거야. 이곳 사계(四界) 언어도 아니고 도대체 어느 세계 말이지 더구나 여기 그려진 수십개의 도형들은 또 뭐야."

리크는 무심코 하몬의 검 하단부분에 새겨진 수십개의 도형들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하늘에 떠있는 3개의 위성들을 살펴보았다.

"가만 있어보자 여기 도형들 중 맨 처음 도형 세 개가 그러고 보니 저 하늘의 세 개의 위성과 비슷한데.

리크는 무심코 검과 하늘의 위성을 보고는 이내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런 똑 같잖아. 그렇다면 여기 도형은 분명 저 위에 위성을 표시한 것이 틀림없겠군. 아마 내 기억에 저 위성들은 갈비아스, 아무르, 프레아세톤의 각각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후. 어쨌든 흥미롭군. 하몬의 검에 이곳 사계(四界)의 위성으로 보이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니."

리크는 문득 지난번 헤수스 아저씨가 말한 내용이 기억났다. 검이 주인을 택하고 영웅을 만드니 하몬의 검은 저 칠계(七界)의 대성운 빛을 받은 자에게 돌아가리라.

"그렇다면 여기 글씨들은 칠계(七界)의 언어들이 분명하겠군. 젠장 무슨 수로 이걸 해석하지.."

리크는 무심코 하몬의 검을 저쪽 세 개의 위성 쪽으로 치켜들었다.

"내가 진정 네 주인이란 말인가? 난 고작 저 밑바닥 차원인 일계(一界)의 휴론계 사람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야. 하하하."

그 순간 하몬의 검안에 그려진 수십 개의 도형 중 저 하늘에 떠있는 세 개의 위성과 그 모양에서 빛이 번쩍하고 그 줄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리크는 깜짝 놀라서 빛을 내는 하몬의 검을 살펴보았다. 잠시후 저 하늘에 떠있는 위성과 그 모양이 닮은 세 개의 도형에서만 빛이 번쩍거리니 분명 이들 위성과 도형에는 무슨 관계가 있음을 직감했다.

"후. 놀랍군. 검을 들어 저 위성으로 향하니 반응을 보이는군."

리크는 검을 땅바닥으로 향하면 검에서 나오는 빛은 사라지고 검을 들어 저편 위성과 각을 이루어 수직으로 향하면 빛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흠 정말 신기하군. 분명 위성과 관계가 있긴 있단 말이야. 잘하면 이 검의 비밀을 전혀 엉뚱한 곳에서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하몬의 검이 별과 관계가 있다니. 놀랍군 놀라워.."

리크는 무척 상기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수호전사로 발령 나기 전 리크는 자신의 옥상에서 본격적으로 하몬의 검 비밀을 풀기로 마음을 먹었다. 휴가를 3일 남겨둔 리크는 오늘도 자신의 텅빈 집 옥상에 올라가 무엇인가 에 골몰하고 있었다. 제법 넓은 옥상주변엔 나무와 꽃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중앙 공터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었다. 탁자 위에는 옛 고서로 보이는 두툼한 책이 펼쳐 저 있었고 그 옆에는 하몬의 검도 놓여있다. 과연 리크는 이 한밤중에 무엇 을하고 있는지 무척 고무된 표정으로 마치 정신나간 사람처럼 탄성을 지르는 것이 아닌가.

"하. 내 예상이 맞긴 맞았군. 분명 이 하몬의 그려진 수십 개의 도형 가운데 세 개의 그림은 바로 이 세계의 위성인 갈비아스, 아무르, 프레아세톤과 관계가 있었군."

리크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더니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갈비아스 위성은 지금으로부터 23만년 전 사람으로서 한 시대의 역사를 바꾸어놓은 대 영웅 갈비아스의 이름을 딴 행성이라. 이제야 하나씩 그 의문이 풀리는군. 무려 23만년전인데 모든 게 이 역사서에 기록이 상세하게 되 있다니 정말 놀랍군."

리크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갈비아스 : 원력 250047 321 루퍼 아미라스루텐 제국에서 출생. 그의 유년기인 18세 전까지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이 없음. 그가 18세 되던 어느 해 제국의 군대 입대하고 그 다음해 제1군단 소속 수호전사로 참전하여 어둠의 세계에 원정길에 오른다. 그리고 그 사상 유례가 없던 혁혁한 공을 세운다. 일명 어둠의 세계 수호자라 불리는 어둠전사 수천명을 살육하고 상당수의 어둠의 정령들 마저 그의 검에 제압을 당한다. 2 년 후 그는 제1군단장으로 진급하여 마족 영토의 7할을 함락시키고 그때까지 절대무적으로 여기던 천상인(天上人)의 영역까지 진출한다. 수많은 천상전사(天上戰士)들이 살육 당하고 수십 마리의 드래곤과 수백의 엘프들 마저 그의 1군단에 의해 희생당한다. 전 대륙의 종족들은 사계(四界)의 북쪽에 위치한 케로시아 대륙의 아미라스루텐 제국에서 헤성처럼 등장한 영웅 갈비아스에 의해 공포를 떤다. 그후 그는 수많은 종족들을 괴멸시키고 그 동안 타 종족의 월등한 능력에 눌려 숨어 지내던 인간들을 전 대륙에 그 문명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았으니 갈비아스야 말로 인간역사에 있어서 오늘날 그 문명의 시조요 진정한 영웅이라 할 수 있다..]

"대단하군. 여기 아미라스루텐 제국에도 그 옛날 이런 영웅이 있었다니. 음 그래서 저 세 개의 위성 중 하나를 바로 이 영웅의 이름인 갈비아스로 명칭 했군. 그나저나 이 책에는 갈비아스의 전투기술이 전혀 기록되지는 않았군. 도대체 어떤 기술이기에 전 대륙을 걸쳐 그토록 철저하게 제압을 할 수 있었을까. 아무튼 갈비아스가 그런 인물이라면 다른 두 개의 위성인 아무르, 프레아세톤 역시 과거 일대를 풍미했던 영웅이 분명 할텐데 이곳 역사서에는 갈비아스처럼 인물기록이 안된걸 보니 다른 제국 출신인가? 아니면 또 다른 종족 출신인가?"

리크는 갑자기 한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휴. 어쨌든 3개의 위성중 하나인 갈비아스 위성의 출처를 알아냈으니 뭐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자 그렇다면 이 하몬의 검에 그려진 도형들 중 하나는 갈비아스 위성을 나타낸 것이분명하고 과연 이 도형이 뜻하는 것이 과거 갈비아스란 영웅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틀이 지나고 휴가를 하루 앞둔 리크는 오늘도 옥상에서 갈비아스 위성의 비밀을 풀려고 하루종일 씨름을 하고 있었다. 벌써 새벽녘이 다가오고 밤하늘에 떠있는 위성들 역시 그 빛을 바래가고 있었다. 리크는 밤새 하몬의 검을 갈비아스 위성과 수직으로 맞추기를 수백번 했지만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하몬의 검에선 약간의 빛만 번쩍거릴 뿐 그 이외의 반응은 별로 없었다.

"위성에 검을 향할 때에는 분명 반응은 보이지만. 단지 그뿐이군. 젠장."

리크는 결국 책을 접고 하몬의 검도 등뒤로 찬 체 옥상을 내려가려고 하였다. 그때 리크는

갑자기 탄성을 질렀다.

"아. 그렇지 내가 왜 그 방법을 몰랐을까. 어디 속는 셈치고 한번 더 시험해볼까?"

리크는 갑자기 발걸음을 돌려 다시 옥상 중앙으로 향했고 하몬의 검을 뽑아 저 푸르스름한 새벽녘에 사라져 가는 세 개의 위성 갈비아스, 아무르, 프레아세톤에 수직으로 세워서 향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다른 손바닥으로 검에 새겨진 모형들 중 갈비아스를 제외한 나머지 아무르 와 프레아세톤 모형을 가렸다. 그러자 잠시후 믿을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으니 바로 갈비아스 모형에서 빛이 풀풀 쏘아지더니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글씨들이 허공에 마치 홀로그램처럼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이..이럴 수가 글씨들이 허공에 형성되다니. 아. 내 추측이 맞긴 맞았어. 지금까지 세 개의 모형도가 각자 분산이 되어 글씨가 형성이 안되었던 거야. 갈비아스 위성만 남겨둔 체 나머지 두 개의 위성 모형을 손바닥으로 가려 위성의 빛을 받지 못하게 하니 빛을 받은 갈비아스 모형에서만 뭔가 신비한 현상이 시작되는군. 하하. 그래 한번에 하나씩 볼 수 있도록 한 게 분명해!"

잠시후 리크는 하몬의 검 면을 갈비아스 모형만 남긴 체 검은 종이로 다 가렸고 검을 탁자 위에 고정시킨 체 자신은 허공에 형성된 빛의 글씨들을 준비한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만약 리크의 추측이 맞는다면 허공에 뿌려진 빛의 글씨들은 23 만년 전 그 위대한 인간의 역사를 초월존재들로 이루어진 타종족과 대등한 위치에 올려놓은 불세출의 영웅 갈비아스의 비전절기들이었으리라. 그것은 또한 하몬의 검의 수많은 비밀 중 이제 겨우 하나를 밝히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수호전사로 합류한 다음 근 한달 동안 자신만의 갈비아스 수련을 조금씩 하여왔고 지금에 이르러서 바로 자신 앞에 검을 뽑고 대결을 원하는 게아트 수호전사에게 그 갈비아스 검법을 선보이려고 하였다.

"리크의 지면에 끝이 닿은 검에서 톡톡 튀기는 빛들은 이내 더욱더 증가되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는 게아트와 다른 수호전사들은 저마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뭐야. 검 끝에서 빛들이 일어나고 있어."

게아크 역시 무척 놀랜 표정이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뭐라 내뱉었다.

"후후. 잡식성의 기술이니 한가지 좋은 점은 있군. 생전 처음 보는 것들을 보게되니. 그러나 과연 그 현란한 빛들만큼 위력이나 있을까?"

순간 게아트는 검을 들어 이미 혼용된 마법과 검술이 어우러져 푸른빛이 감도는 마검혼용검법의 기술을 시전하였다.

"슉!"

푸르스름한 긴 꼬리를 허공에 그리며 칼끝은 정확하게 리크의 정수리부분으로 향했다. 그때까지 검을 바닥에 댄 체 꼼짝 안 했던 리크가 몸을 뒤틀어 게아트의 검을 절묘하게 피하면서 하몬 검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이미 수많은 빛을 번쩍번쩍거리게 만들어낸 하몬의 검은 그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향했을 뿐 더 이상의 동작은 없었다. 대신에 사방으로 퍼져나갔던 빛들이 허공 어느 한 점으로 모이더니 이내 폭팔을 일으켰다.

"파 팍!!"

"앗!"

"헉!"

눈부신 섬광에 수련실에 있던 수호전사들은 저마다 눈을 감아 버렸고 공격을 하던 게아트 역시 예외일수는 없었다. 잠시후 믿을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으니 게아트를 비롯한 나머지 수호전사들이 마치 온몸이 굳어버린 듯 제자리에서 미동도 않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리크는 갈비아스의 파동검술의 제 1 파동에 의한 순간지체의 빛을 만들어냈음이 틀림없었다. 파동을 일으켜 주변 에너지에 영향을 일으켜 미세한 진동의 범위를 아주 느린 속도의 진동수로 끌어내리는 갈비아스의 제 1파동술이 성공했던 것이다. 과연 그 누가 불과 한달여만에 23 만년 전 불세출의 영웅 갈비아스의 파동검술을 익힐 수 있을까? 비록 또한 그 위력의 범위가 한시적이고 갈비아스 제 7파동 검술 중 이제 겨우 1파동정도의 시작에 불과했지만 리크가 그 잛은 시간에 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결과였다.

지난 아론과 목유성 스승의 프아라의 에너지와 각종 내공심법등 여러 무공(武功)을 익힌 리크에게는 그 원류와 맥락이 비슷한 파동술을 익히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확실히 사계(四界)의 정통 전투기술인 파동술은 달랐다. 리크가 가볍게 만들어낸 빛들이 단 한순간에 수련실의 모든 수호전사들을 마비시키지 않았던가. 얼마나 무서운 기술인가? 리크가 마음만 먹는다면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이 한순간에 소멸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잠시후 약 20초 정도 지났을까. 수호전사들은 저마다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크가 만들어낸 빛에 의해서 자신들이 한동안 마비되었다는 사실에 경악해하는 표정이었다. 게아트 역시 겨우 몸을 움직이고는 뭐라 외쳤다.

"뭐..뭐야..이건 말도 안 돼. 이 새끼 너 무슨 속임수를 쓴 거야.."

게아트는 자신이 일시적으로 마비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던 모양이었고 사실 이미 승부에서 리크에게 진 것이나 다름없단 사실을 깨닫게 되니 무척 화가 났던 모양이다. 리크 역시 처음으로 시전해보는 갈비아스의  제1파동 술에 무척 고무된 모습이었다. 더구나 아직 수련에 미숙한 리크는 그저 그 맛 배기만을 보였을 뿐인데 만일 제대로 시전만 된다면 전장에서 수백 수천 수만명까지 마비를 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는 추측에 그저 감탄만 하고 있었다. 전쟁에서 단번에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전투기술이 아니가?

'후. 총 7 파동술 중에 이제 겨우 제1파동술 가지고 이렇게 놀라다니...그렇다면 나머지 6개 파동술은 도대체 어떤 기술들이지,,,,정말 갈비아스 파동술이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없어.'

게아크는 순간 검을 다시 허리에 차더니 뭐라 뚝 소리를 지르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이 사기꾼 같은 놈이..내 언젠가는 네 속임수를 밝혀내고야 말겠다. 빌어먹을.."

잠시후 게아트가 나가버리자 수호전사들이 리크의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후. 대단한데..."

"도대체 무슨 기술을 사용한 거야?"

"전혀 움직이지를 못하니. 이거 참. 만약 리크가 마음만 먹었다면 우리 모두는 벌써 당했을 거야."

"지금 까지 리크를 무시해왔던 다른 수호전사들의 말투가 부드러워졌고 어느새 리크에게 호감을 갖고는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너 어디 사니?"

"와우. 그 검 진짜 독특하게 생겼네. 검 면에 무슨 글씨와 도형들이 그렇게 많이 새겨졌니?"

"이따가 시간 나면 퇴근 후에 한잔하는 게 어때. 내가 한잔 살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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