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62)화 (62/157)

[데스퍼라도] 62. 백의종군

데스퍼라도(Desperado)

백의종군(白衣從軍)

약 한달 후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케시어스 제3군단은 서북쪽의 드넓은 트롯 평야에서 구름떼처럼 밀려오는 챔버트 종족과 전면대치를 하고있었다. 중앙방어사령부 제17막사 소속의 리크 역시 제법 높은 고지대에서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저 멀리 보이는 수만명의 챔버트 종족을 살펴볼 수 있었다.

리크는 이곳 사계(四界) 영역 중 아미라스루텐 제국에 정식으로 입대를 한지 6개월여만에 난생처음으로 대규모 전쟁을 몸소 경험하는 중이었다. 챔버트 종족은 비록 멀리 떨어진 체 대치를 하고 있었지만 리크는 안력을 높여 그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대부분 커다란 몸집과 우락부락한 생김새는 그 겉모습만 인간형이었지 마치 야수와 거인을 섞어놓은 듯 한

반인반수(伴人伴隨)형이었다. 그들 역시 저편 고지대에 군단규모와 맞먹는 엄청난 수로 잠시후 벌어질 전면전에 긴장하는 모습들이었다. 무식하게 큰 검 혹은 철퇴 등은 그들의 거대한 덩치와 어울렸고 목줄기와 어깨, 가슴 등에 불쑥불쑥 뛰어나온 근육들로 보아서 분명 전투

를 즐겨하는 호전적인 종족임에 틀림없었다.

챔버트 종족에 비해서 리크와 같은 전형적인 인간형의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병사들은 결코

몸집이 큰 것도 아니었고 그들이 갖고있는 무시무시한 무기보다 더 강력하지도 않았다. 단지 일사분란한 군단 대열과 체계적인 무기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마치 고대 로마군단을

연상케 하였다. 케시어스 제 3군단은 정확히 4 만여명의 정예병력으로서 보병과 보병을 지휘하는 직속상관 장교. 그 뒤에는 실전전사들과 수호전사들이 받쳐주고 있었다.

드디어 제 3군단의 모든 병사들은 발목에서 얼굴까지 덮는 거대한 방패로 가리고 일정한 대열을 이루어 한발한발 전진하기 시작했다.

"착. 착. 착."

"탁! 탁! 탁!"

수만명이 동시 발을 맞추어 전진을 하니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발소리가 났다. 더구나 병사들은 방패를 검으로 두들기니 마치 거대한 타악기 소리가 드넓은 트롯 평야지대를 울리는 것 같았다. 아미라스루텐 제국에 비해 챔버트 종족들은 다소 대열이 흩어져 있었고 각 개인적인 무기와 일당백의 전투기질이 있었다. 비록 그들이 전투적으로 뛰어난 종족임에 틀림없지만 저 넓은 평야에서 수만명이 방패로 무장한 체 서서히 진군하는 모습에는 저마다 위협을 느꼈으리라.

두려워하는 자가 먼저 선수를 친다고 했는가? 결국 챔버트 종족은 그들 사령관의 명령으로

대규모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꾸억..꾸억.."

"크르..크르.."

챔버트 종족은 그들만의 괴이한 함성으로 물밀 듯이 평야 아래로 내려갔다. 마치 개미 때  처럼 혹은 사나운 맹수와 같은 기세로 서서히 조여오는 아미라스루텐의 제3군단에 돌진해 들어갔다.

눈이 시리도록 시퍼런 하늘에 3개의 위성이 떠 있었다. 이런 기박한 상황 속에서도 리크는 문득 하늘을 쳐다보았다. 수만명의 3군단 어느 대열에 속한 자기 자신의 처지가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이..이건 진짜 전쟁이다. 난 이들 중 일개 병사에 지나지 않는다. 잘못하면 여기서 죽을 수도 있다.'

순간 3군단 후방에서 피융피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거대한 쇠공들이 저 물밀 듯이 밀려오는 채범트 종족에게 날아갔다. 쇠공은 그들의 몸과 머리통에 사정없이 떨어지니 한순간에 박살나는 머리통에 피가 튀기고 골수가 허공에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세는

더욱 거세게 돌진하고 있었다.

드디어 챔버트 종족과 3군단 선두대열과 정면 충돌을 하였으니 이내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병사들은 훈련받은 대로 커다란 방패를 지면에 고정시키고 길다란 창을 적들의 방향으로 향하였다.

"방패간격의 틈을 없애라!! 당황하지 말고 창을 절대 놓치면 안돼!"

후방에서 각 장교들이 연신 고함을 질러댔다. 그야말로 칼끝이 들어갈 여유조차 없는 아미라스루텐의 방패에 의한 방어는 한마디로 철벽이었다. 방패를 비집고 나온 약3 M의 길다란

창들은 무식하게 공격하는 챔버트 종족의 몸을 관통시켰다. 하지만 자신들의 종족 시신을

밟고 연신 공격의 고리를 놓치지 않으니 3군단의 철벽의 방어막도 점차적으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3군단 후방에서 날카로운 창들이 마치 수많은 화살처럼 날아갔다.

"컥.."

"큭"

거의 무너질 뻔한 선두 방어진이 뒤에서 날아오는 창 덕분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챔버트 종족 역시 후방의 지원부대가 저 평야를 타고 자신의 선두 부대와 합류하기 위해

개미때 처럼 내려오니 이번만큼 제3군단 선두방어진은 그들의 공격에 강한 두려움을 느    꼈으리라. 이내 재정비된 방어군은 또다시 커다란 방패를 집결시키고 창끝을 고정시켰지만

결국에는 일선 방어군이 뚫려버린 것이다.

리크는 제2선 부대에 속해있었다. 1선 방어부대가 힘에 붙혀 뒤로 후퇴하자 그들의 퇴로를

열어주고 이젠 2선 부대가 챔버트 종족을 저지해야만 하였다.

"방패를 집결시키고 각자 검을 뽑기 바란다."

수많은 제2선 병사들이 동시에 검을 뽑고는 방패 뒤에서 챔버트 종족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2선 방어부대는 나름대로 검술에 뛰어난 병사들만 착출한 부대로서 제1선의 창술 부대와는 달리 검을 적에게 향하고 있었다. 리크 역시 하몬의 검을 적에 고정시킨 체 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신분과 실력을 감추고 바로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평범한 검술을 습득한 리크는 결국 일개병사로서 자신의 임무를 다하려했다.

드디어 제2선 부대와 챔버트 종족간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퍽"

"악"

"챙..크억!!"

"칵!"

수많은 피가 대지에 뿌려지고 사지가 끊어진 시체가 여기 저기 나뒹굴기 시작했다. 제17막사 소고인 리크 역시 온몸에 피를 덮어쓰고 그야말로 피에 굶주린 악마처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자신의 동료들 역시 사활을 걸고 싸웠지만 챔버트 종족의 무시무시한 기세에 밀리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장렬하게 전사하는 병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평야를 끝없이 가로지르는 제 2선 병사들이 전체적으로 밀리는 상황 가운데 유독 한곳만은 밀리는 기세는 아니었다. 바로 리크가 속한 제17막사 소속의 병사들이 있는 곳이었다.

과연 17막사 소속의 병사들은 저마다 신병훈련 기록표에 400점 이상의 고득점을 기록한 엘리크 병사들이었는지 그들은 자신들만의 검을 가지고 특출 난 검술로서 제2선을 굳게 지키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띠는 병사가 있었으니 바로 리크였다.

리크는 보법을 이용하여 절묘하게 챔버트 종족의 무시무시한 검 혹은 철퇴를 피해가면서 적들을 살육하고 있었다. 마치 곡예사가 서커스를 하는 것처럼 환상적인 몸놀림으로 벌써 수십명의 챔버트 종족들을 절단 내고 있었다.

리크의 현란한 검술과 마치 피에 굶주린 악마와도 같은 모습은 후방의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여러 장교들은 과연 일개 병사가 펼치는 전투기술을 보고는 저마다 탄성을 자아냈다.

"뭐..뭐야..벌써 실전전사들이 나선 건가?"

"아직..저기 저 병사는 제2선 17막사 소속인데.."

"정말 믿을 수 없군 저렇게 뛰어난 검술을 펼치다니.."

"분명 저 병사가 펼치는 검술은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평범한 보병검술인데 뭔가 특이한 거 같아."

"글세. 흠..정말 그저 보병 검술인데..정..정말 모르겠네.."

리크는 분명 아미라스루텐의 일반적인 보병 검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단지 무공(武功)의 보법을 이용하여 적들의 공격을 절묘하게 피했고 검에 프아라의 기(氣)를 주입시켜 가공할 파괴력을 내게 하였던 것이다. 리크는 자신의 능력을 감추기 위해 평범한 보병검술을 사용했지만 이 조차도 후방에 있던 장교들에게 상당한 인상을 주었다.

리크가 있던 제17막사 수장인 컥크 역시 498점이란 믿을 수 없는 점수로 배정 받은 리크를 빽에 의한 점수조작이라 의심하고 근 6개월 동안 그를 무척 괴롭혀 왔지만 현재 온몸을 피로 뒤집어 쓴 체 가공할 전투력의 리크를 보고는 무척 놀란 표정이었다.

어쨌든 제2선은 제17막사를 제외하곤 모든 곳이 챔버트 종족에게 뚫리기 일보직전이었다. 제3군단에게는 제2선 뒤에 제3선 방어군은 없었다. 단지 실전 전사들이 살벌한 살기를 품고

전의를 불태우며 대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일명 돌격전사 혹은 백병전사들이라 칭하는 실전 전사들은 말 그대로 실전만을 위한 전사들이었다.

드디어 실전 전사들의 공격명령이 떨어졌다.

"슉.."

"크억!

"쉭"

"클!

언덕에 대기 중이던 수천명의 실전 전사들이 제2선 방어막을 뚫고 전진해 오는 챔버트 종족에게 돌격해 들어갔다. 놀랍게도 기세가 등등했던 챔버트 종족들이 당황해하며 뒤로 밀리는 것이 아닌가? 분명 제3군단의 실전 전사들은 그 급수가 달랐다. 뛰어난 검술에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용맹함과 무엇보다도 각자 불타오르는 눈빛은 챔버트 종족의 간담을 서늘케 하였다. 실전 전사의 돌격으로 기세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잠시후 제3군단은 실전 전사를 선두로

이번에 역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리크 역시 실전 전사들 틈에 껴서 최선두 지역을 이들과 같이 밀고 들어가면서 보이는 대로 베고 죽이고 살육을 했다. 이젠 자신의 주변에 제17막사 출신 병사들은 한 명도 없었고 오로지 실전 전사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실전 전사들 역시 일개 병사가 자신들보다 뛰어난 검술과 일당백의 용맹함을 보이자 저마다 경악해하는 표정들이었다. 제3군단의 전 병력이 선두권의 실전 전사들을 따라서 진격했다. 후퇴하는 대부분의 챔버트 종족들이 대 살육을 당하기 시작했고 피가 강물을 이루어 흘러내렸으며 사지가 절단된 시신들과 살점들이 트롯 평야 지대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제3군단의 4만여 병사들은

무자비한 추격전을 펼치며 닥치는데 검을 휘둘렀다.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케시어스 제 3군단은 챔버트 종족과 전면전을 벌인지 3 시간 여 만에 서북쪽의 드넓은 트롯 평야지대를 방어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수만명의 챔버트 종족중불과 살아 돌아간 자들이 수백여명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를 취한 것이다. 이는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역사서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대승이었던 것이다. 리크 역시 이 역사적인 전쟁에 직접 참가를 하고 나름대로 정신없이 싸웠는지 스스로 무척 고무된 느낌이었으리라.

***

사계(四界) 케록시아 대륙 원력 448000년 250루퍼 오전.

케시어스 3군단이 트롯 평양에서 대승을 거둔지 3개월이 지나갔다. 3군단은 챔버트 종족의 잔여병력을 소탕하기 위해 펠소폰 영역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다. 대부분 숲과 늪지대로 이루어진 이곳 영역은 일명 서북쪽의 마계(魔界) 지역에 근접한 중간 영역이었다. 현재 제17막사 병사들 50여명은 다른 부대들와 마찬가지로 어느 지역을 수색 중에 있었다. 리크는 맨 선두로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전진 중에 있었고 나머지 병사들 역시 리크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지막이 리크에게 속삭였다.

"리크 수장님, 너무 깊숙이 들어온 것 같은데요. 잘못하면 마계(魔界) 영역으로 진입할 수도 있습니다."

"흠. 르안 부수장 자네 마계 경계지역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나?"

"정확히는 모르지만 분명 이 근방의 산새와 지형들 나무들마저 기이한 형상으로 변하니 아마 이쯤이 그 경계지역이 아닐까 하는데요."

"후. 챔버트 종족들의 발자국을 추적하다 보니 여기까지 들어왔군. 일단 절대 마계(魔界) 영역에 들어서는 안 된다는 상부명령을 따라야 하겠지. 자 그렇다면 이만 철수준비를 시작하지."

소위 엘리트 부대라 칭하는 제17막사는 현재 트롯 평야에서 놀라운 전과를 올린 리크가 단번에 수장이 되었고 전 수장이었던 컥크는 중앙부서의 어느 장교로 진급되었다. 리크가 17막사의 수장이 된지 지난 3개월 동안 이들은 챔버트 종족 잡는 귀신부대라 할 정도로 많은 공을 세웠다. 더구나 리트의 통솔력과 병사들 개개인을 존중해주는 그의 리더쉽은 다른 부대원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다.

"그나저나 리크 수장님 오늘이 바로 그 날이잖습니까?"

"그날이라니?"

"이번 제 3군단 총 600개의 막사 중 우리 17 막사의 수장인 리크님이 지나 번 트롯 전투와 지난 3개월간 눈부신 활약으로 상부에서 훈장과 포상을 받기로 한날 아닙니까? 헤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그날인가? 후. 이거 참 자네들 덕분에 그런 상도 받아 보는군."

"물론 우리들 17막사 병사들 덕분이라는 거 잊지 마세요. 수장님이 몸 안 사리고 선두에서 전투를 벌이니 우리 쫄따구들 역시 마지못해 싸우는 척이라도 해야됐죠. 정말 어떨 결에 수장님 닮아가니.."

제3군단 본진은 펠소폰 영역의 드넓은 숲지대 에 그 위치를 두고 있었다. 지난 3개월 동안 많은 챔버트 종족들이 소탕되었고 이젠 그들이 감히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변방지역을 침략 못하도록 그 뿌리를 뽑았다. 리크가 군 입대를 한지 10개월이 되던 어느 날 제3군단은 아미라스루텐 제국으로 귀향을 했고 각 병사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휴가가 떨어졌으니 리크 역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후. 10 개월 만이군. 이곳 사계(四界)에 온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집이 고향에 돌아오는 기분이군."

잠시후 리크는 집으로 돌아왔고 이내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집안이 텅 비어 있던 것이다. 리크는 아래층을 비롯해 2층 구석구석까지 살펴보았지만 어머니와 세아린 등 그 누구도

발견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자신의 침대에 편지 한 장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는 그때서야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리크 네가 이 글을 읽고 있을 때 난 아마 가스톤을 따라서 저 미지의 세계를 향해 여행 중에 있을 거야. 후. 집안에 아무도 없으니 네가 실망하는 표정이 눈앞에 선하다. 어머니는 이 세계의 존재들과는 다른 영혼이기에 그들만의 영역으로 돌아가셨어. 아마 내년 이때쯤 행성의 기운이 아미라스루텐을 다시 비쳐주면 다시 우릴 보시러 오실 거야. 정말 이 사계(四界)라는 곳은 이상하지. 우리 개념으로 죽었다고 생각한 영혼들이 살지를 않나. 여러 개념의 종족들이 살지를 않나. 후. 지금도 혼란스러워. 그나저나 너 아직도 군대에서 쫄병이지. 호호.

이제 겨우 수장되었다는 소식을 가스톤으로부터 들었어. 빌어먹을 요즘 가스톤에게 시달리냐고 정신없어. 뭐 아버지 하몬의 정기를 물려받은 나를 가르치려고 아주 닥 달을 하는데 이거 영 죽을 맛이야. 어쨌든 난 가스톤의 고향인 어둠의 세계로 마지못해 끌려가고 있어. 뭐 자신의 절기를 배우려면 그곳에서 수련을 해야 한다나. 젠장. 애 늙은이가 스승이라고 박박 우겨대며 구박까지 하니. 쳇. 아무튼 난 내년 이맘때나 되야 돌아올 거야. 그리고 나..나 말이야. 너. 사랑해. 헤헤. 리크 너 벌써 닭살 돋는 건 아니겠지. 그럼 이만..

-리크의 연인 세아린-]

허탈한 심정으로 리크는 테라스로 나가더니 그저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세아린, 가스톤님 마저..아마 외롭다는 표현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그나저나 날 사랑한다고 후후. 세아린. 아무튼 닭살이 돋지 않는걸 보니 나도 벌써 네가 보고싶어지는 것 같군.'

일주일의 휴가가 끝났다. 다른 병사들에게 달콤한 일주일의 휴가는 리크에게 있어서 무료함의 연속이었다. 더구나 세아린의 잔소리가 이때만큼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랐다. 심지어 빨리 휴가가 끝나고 군대에 복귀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으니 실로 따분한 휴가였던 것이다.

***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전 28개 군단에 초비상이 걸렸다. 마계(魔界)영역의 수백의 종족 중 가장 잔혹하고 용맹한 루미라스 종족이 절대경계이자 마계(魔界) 경계선을 넘어 인간계로 진군한다는 소식이이 나라전체에 퍼졌다.

케록시아 대륙 북쪽에 위치한 아미라스루텐 제국 외에 같은 인간형의 제국은 그 외 수십개제국이 더 있었다. 루미라스 종족은 바로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이웃인 펄스 제국의 동북쪽숲을 가로질러 이미 변방 3개 도시를 점령했다. 펄스 제국의 급박한 지원요청은 주변 동맹국들에게 전해졌고 아미라스루텐 제국 역시 전 28개 군단에 비상계엄을 선포하였고 이내 파견 군단을 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펄스 제국이 뚫리면 바로 아리라스르텐 제국이 그들의다음 목표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난번 챔버스 종족과는 그 급수가 한참 위이고 마계(魔界)영역 중에서도 유일하게 대제국의 틀을 갖춘 루미라스의 대규모 군대가 인간세계를 침략한 것이다. 어쨌든 아미라스루텐 제국은 제 1군단과 제 3군단을 펄스 제국으로 파병키로 하였고 나머지 군단은 자국내 경계선을 철통같이 지키기로 하였다. 결국 제3군단에 속한 리크는 이로서 그 두 번째 전쟁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오늘도 제17막사 병사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베낭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수장인 리크 역시 하몬의 검을 허리에 차고 이미 꾸려놓은 베낭을 짊어졌다.

"시간이 없다. 자자 서두르라고!!"

리크의 명령에 17막사 병사들의 동작은 더욱 빨라지고 있었다.

"젠장. 하필 우리 3군단이 파병이 될게 뭐 람. 진짜 재수 없구만."

"그러게 말이야. 지난번 트롯 전쟁에 참가한지 몇 개월 지났다고."

"그 전쟁에서 3군단이 승리를 했으니 아마 정부에서는 우리군단을 전폭적으로 신뢰한다는 증거지 뭐."

"빌어먹을! 그런 신뢰는 별로 반갑지 않은데."

리크 수장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뭐야!! 누가 잡담하나. 아무튼 모두 준비가 끝난 병사는 출병식장으로 집합하기 바란다!!"

그때 누군가가 막사에 들어왔다.

"리크 수장님 컥크 장교님이 급히 보자 하십니다."

"컥크 장교님이..알았네.."

리크는 중앙 건물로 향하였고 이내 장교들의 행정실을 찾아서 들어갔다. 행정실 한 구석에는

장교복의 컥크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곳 역시 출병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잠시후 리크는 컥크에게 다가갔다.

"부르셨습니까?"

"후. 자넨 벌써 준비를 다했군. 그나저나. 자네 이번 전쟁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두게."

"눈도장이라니요?"

"자네도 알다시피 여기 행정 장교 소속막사가 제1막사에서 50막사까지 아닌가? 그중 몇 명이 아마 장교로 진급할 수 있을 거세. 물론 난 자네를 적극적으로 추천했고 이미 후보물망에  리크 가벤더라는 이름이 올랐지. 후후. 내 그 동안 자네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부끄러울 따름이네. 아무튼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

"아..예 감사합니다."

리크는 예전의 퉁명스러웠던 컥크가 부드러운 말투로 자신을 장교진급 대상에 추천했다고 하자 다소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컥크는 리크를 다시 쳐다보더니 이내 말문을 이어갔다.

"후후. 내가 갑자기 이러니까 이상한가. 사실 498점이란 믿기지 않는 점수를 기록한 자네를

의심 안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간 리크 수장이 보여준 활약은 충분히 그런 점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지. 하하. 아무튼 그간 의심을 한 건 내 실수라네. 아차 그리고 이번 전투는 그야말로 우리 3군단 전 병력의 사활이 걸릴 정도로 힘든 전쟁이 예상돼. 루미라스 제국은 이제껏 우리 아미라스루텐 제국이 만난 상대 중 가장 강력한 적일세. 나조차도 그들과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소문에 의하면 우리 실전전사를 능가하고 거의 수호전사에 맞먹는 전투기술을 가지고 있다네. 휴. 그야말로 마법력을 제대로 갖춘 마계(魔界)영역의 체계적인 군대란 말이지. 아무튼 다른 수십개의 동맹국들도 참전하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 하겠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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