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57)화 (57/157)

[데스퍼라도] 57. 가스톤

데스퍼라도(Desperado)

가스톤

낮선 자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얘기만을 하였다. 리크 역시

도대체 이 자가 하몬을 어떻게 알고 여긴 무슨 세계이기에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했나 혼란스러웠다. 분명 정찰을 위해

롬페르담社에서 공간이동을 하였으므로 여긴 지구의 어느

한 지역일 테고 이 앞에 있는 사람 역시 지구인이 되어야

앞뒤가 맞는 것인데 이곳 문명인처럼 첨단 과학적 무기도

없고 차림새 역시 한참 거리가 멀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자는 자신의 검을 보고 하몬의 검이라 말하니 분명

하몬을 알고 있음이 확실했다. 더구나 오랜 시간 동안 마치

자신을 기다린 것 같은 말투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도

고강한 전투 실력 등 도무지 현 상황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시기에 하몬의 검에 대해서 아십니까?"

"질문은 나중에! 일단 따라와!"

은빛머리에 얼굴 전체의 삼분의 이가 가려 이자의 나이조차

측정할 수 없었고 무작정 반말로 따라오라는 것을 보니 성질

또한 상당히 급한 사람처럼 보였다. 더구나 따라 오라 한다

고 따라갈 리크는 아니었는지라 그는 좀더 물어보기로 했다.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 간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허. 이놈 보게나. 말대답하는 거 하고 어쩌면 옛날 그 건방진

놈 하몬과 이리도 똑같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여긴 어디입니까? 분명 지구일텐데.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기분 같으니.."

"뭐..뭐라고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왔다는 말인가?"

"지구 아닌가요?"

"지구라니?"

"아닌가요?"

"여긴 아미라스루텐이야!"

"아미라스루텐이라뇨?"

"케록시아 대륙의 북 쪽 지역 아미라스루텐 말이야. 젠장.

하긴 이 세계에 처음 왔을 테니 그 따위 지명 같은 건 모르

겠지. 그렇다면 내 소개나 해야겠군. 난 가스톤라고 하지.

흐흐. 그리고 네 놈이 상상도 못하는 무시무시한 어둠 전사

출신이라고. 뭐 지금은 아니지만.."

"도대체 뭔 말하는 겁니까? 이거 혼란스러워서.."

그때 패샷보이가 리크에게 다가오더니 뭐라 귀속 말로 말했다.

"리크. 저기 말이야. 저자의 복장이 내가 갖고 있던 그 옛날

데스퍼라도 양피지에 그려진 그림과 비슷한데 한번 볼래!"

패샷보이는 안주머니에서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내더니 펴

보였다. 완전히 다 펴자 그곳엔 여러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지난번 지구인들의 복장과 그 외에 알 수 없는 기묘한 차림

의 존재들이 여러 명 더 그려져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앞에 있는 낮선자의 복장과 거의 흡사하였다. 리크는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재차 앞에 있는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그림 밑 부분에 써있는 글씨를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4계 영역 헬폰소의 어둠전사라고..뭐야. 분명히 이렇게

써있는데."

"조금 전 저 사람이 자신은 어둠전사 출신이라고 말했잖아.

그렇다면..이곳은 지구가 아니라 제4계라 불리는 영역일지도.."

"그럴 리가.."

제법 시간이 흘렀다.  자신을 가스톤이라고 말한 자는 땅바닥

에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다 그도 지루하였는지 저편에서 얼굴

을 맞대고 무엇인가 열심히 대화를 하는 리크와 패샷보이를

흘끔 쳐다보았다.

"젠장. 아직도 안 끝났어. 뭔 속닥속닥 얘기할게 많은지. 쳇.

뭐 자그만치 2000년 이상을 기다렸으니 조금 더 기다려준

들 상관없겠지만 웬만하면 빨리 얘기 끝내라고."

한편 리크와 패샷보이는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무슨 얘기를

열심히 나누고 있었다.

"다시 천천히 생각해보자고. 리크 저 사람 말이 맞다면 네가

하몬의 검을 얻은 것은 우연이라 할 수가 없잖아."

"후. 점점 복잡해지는군. 하몬의 검은 헤수스 아저씨가 내게

빌려 준건데."

"그렇다면 헤수스 아저씨는 일찌감치 너를 하몬의 후계자로

점찍었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런데 도대체 하몬이라는 사람

이 누구야?"

"헤수스 아저씨와 친구라고만 알았는데 너도 알다시피 나중에

지구라는 곳에 떨어졌을 때 230 년 전 휴론계의 데스퍼라도

용병단을 지휘했던 자 또한 하몬이라 하더라고."

"내가 알기로 하몬은 헤수스 아저씨와 마찬가지로 제3계 엘시온

전사 출신이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제 1계 휴론계인들인 데스퍼

라도 용병단에 끼게 되었지. 더구나 그분은 이곳 4계까지 여행

듯 싶고 말이야. 게다가 자신의 검을 2000년 전에 남겨 마치

그 검의 주인이 될 자인 너 리크를 후계자로 안배하고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으니 이건 분명 우연(偶然)이 아니라 필연(必然)이란

말이지."

"패샷보이 그런데 230년전 데스퍼라도 용병단 출신인 네 조상이

남긴 양피지에는 이곳 4계 출신인 저 낮선자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걸 보아선 그들이 이곳까지 왔다라는 얘기인가."

"그야 모든 정황으로 보아선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렇다면 그들 역시 지구라는 곳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곳

4계로 차원 이동되었단 말인데. 후. 우리가 그들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는 기분이군."

그때 가스톤이 다가오더니 뭐라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 이놈들아. 얘기 다 끝났냐? 배고파 뒈지겠다. 어서 가자."

"도대체 당신은 하몬님과 어떤 관계이죠?"

"빌어먹을. 밥 처먹고 얘기하면 안되냐? 참 고것들 말 더럽게

많네."

그때 패샷보이가 불끈 했는지 뭐라 톡 쏘아됐다.

"가만히 듣자하니 기분 나쁜데 언제 봤다고 툭하면 반말을 찍찍

해대는 거야!! 정말 재수 없게."

"재..재수 없다고..그..그렇게 심 한말을.."

"심한 말이라고 그럼 네가 하는 말은 아무렇지도 않고 우리가

하는 말은 기분 나쁘냐?"

"엉."

그때 바람이 확 불어오면서 가스톤의 얼굴 전체를 덮고 있던 은빛

머리카락이 뒤로 휘날렸고 그의 감추어진 얼굴이 쫙 드러났다.

순간 리크와 패샷보이가 그의 출중하고 범상치 않은 외모를 보고

입을 헤 벌렸다.

회녹색의 강렬한 눈빛 하지만 웬 지 그윽해 보이는 눈방울의 모습.

마치 정교하게 깍아 만든 조각상의 얼굴형상에 콧날마저 오똑하여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얍살한 입술이 마구 요동을

치듯 움직였으니 분명 좋은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으리라.

"이..놈들이 감히 스승 벌되는 내게 말을 까다니. 정말 살다살다

보니 별 해괴한 꼴을 다 당하는군."

"생긴 건 꼭 계집애 같은 게. 더구나 외모로 보아하니 우리와

나이도 비슷한 거 같은데 스승이라니. 진짜 이 자식이 사기치는

거 아니야?"

"흑. 이..이 자식이라고. 너 욕까지 했어?"

"그래 했다. 이 쪼다 자식아! 어쩔래!"

그때 리크가 버럭 소리질렀다.

"패샷보이 그만해! 분명 이분은 2000년전 하몬님과 친분이 있으신

듯 한데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2000년이라고. 진짜 기가 막혀서. 사람이 어떻게 2000살 이상을

살수 있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잘은 모르겠지만 여긴 개념이 다른 세계인 것 같아. 내 스승님

들 역시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하몬의 검 속에 봉인 당하셨잖니."

"아무튼 난 몰라. 고작해야 16-17살 정도밖에 안 보이는 저 애

늙은이한테 반말 듣는 건 정말 기분 나쁘단 말이야."

그때 가스톤이 갑자기 자신의 가죽 샌달을 벗더니 자신의 발을

감쌌던 다 헤진 헝겊쪼가리를 풀어 둘둘 말았다. 그는 한번 씨익

웃더니 그 둘둘 말린 헝겊을 패샷보이 코에다 정통으로 던졌다.

"획!"

"톡!!"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더럽게. 아휴 냄새..진짜.."

"하하하. 발싸개 맛이 어떠냐?"

가스톤은 너무 재미있는지 마구 웃기 시작했다. 리크와

패샷보이는 너무 어이가 없었는지 입을 헤 벌리고 가스톤을

바라보았다. 하몬과 정확히 어떻게 되는 사이인줄은 모르지만

그가 하는 짓은 마치 코흘리개의 장난 짓이었기에 기가 막힌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잠시후 가스톤은 자신이 집어던진 발싸게를 줍더니 이내 다시

돌돌 말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놀자. 어째든 자네들은 나를 따라오너라.."

갑자기 말투가 애 늙은이로 변해버린 그는 이번엔 뒤도 안

돌아보고 저 산 위로 뛰어 오르는 것이 아닌가. 리크와 패샷보이

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하지. 따라갈까."

"이번엔 따라가야 할 분위기인데."

"그럼.."

"뛰자고!!

잠시 후 리크와 패샷보이는 열심히 가스톤을 쫒아서 언덕위로

올라갔다. 겨우 정상에 이르러 가스톤을 찾으러 주위를 살펴보는

순간 이내 경악을 하였다. 바로 밑은 천길 낭떨어지가 아닌가.

만약 한 걸음만 더 내딛었으면 그야말로 스카이다이빙 신세가

될 뻔하였다.

"헉."

"뭐..뭐야. 여긴."

천길낭떨어지 빼고는 제법 넓은 간격을 두고 삐죽삐죽 솟아

있는 바위산이 전부였으니 도대체 여긴 어디란 말인가. 더구나

가스톤은 온데간데없으니 그는 하늘로 솟기라도 했단 말인가?

"빌어먹을 이 가스탕인가 가스똥인가 하는 자식 어디간 거야?"

"잠깐만!"

리크는 안력(眼力)을 돋구어 주변을 살펴보다 오른편 계곡

중간쯤 허공에 누군가 팔짱을 끼고 한발 자세로 미끄러지듯이

가는 가스톤을 발견했다.

"저기!"

"어디?"

"오른쪽 말이야. 저기 허공에.."

"헉..이..이럴 수가. 허공에 뜬 체로 날아가고 있어!!"

"아냐. 뭔가 밟고 가는 거 같은데..허공에 뭔가 금빛이 번쩍

거리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저건 얇은 금실이잖아."

"그렇다면 가스톤이 저걸 밟고 간단 말이야? 그것도 걸어가는

게 아니라 한발로 쫙 미끄러지듯 저절로 가고 있어."

천길낭떨어지를 사이에 둔 거대한 협곡에는 분명 무엇인가

얇은 실이 이어져 있었다. 놀랍게도 가스톤은 그걸 미끄럼

타듯이 한발로 타고 빠른 속도도 맞은편 바위산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리크와 패샷보이는 그 실이 이어진 오른편 계곡

쪽으로 향했다. 잠시후 그들은 금빛 실이 이어진 곳으로 왔다

실은 거대한 나무 밑둥구리에 묶여있었고 저편 바위산까지

이어져있었다.

"패샷보이 내 등에 업히라고."

"업히라니. 너 설마 이 줄 타고 곡예라도 부리는 건 아니겠지?"

"곡예가 아니라 건너려고 하는 거니까. 빨리 업히라고."

"미..미쳤어. 이건 불가능해. 한순간에 저 끝도 안 보이는 계곡

바닥으로 추락한단 말이야."

"날 믿으라고!"

"안 믿어. 아니 널 못 믿겠어."

"후. 그럼 나 혼자 갈 수밖에..그럼 나중에 보자."

"리크! 이 나쁜 놈!"

패샷보이는 진짜 리크가 혼자 가려고 줄에 올라서자 잽싸게

올라탔다. 리크는 순간 등뒤에 물컹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엉. 뭐. 뭐야..너 가슴이.."

"뭐가?"

"아. 그렇지 너 여자였지. 어쩐지 가슴이 물컹.."

"탁!!"

"아얏!"

"응큼한 놈!"

"젠장. 기분 나쁘게 머리를 때리고 있어. 아무튼 패샷보이 꽉

잡으라고 여기서부턴 조그만 실수도 용납이 안되니 쓸데없이

몸을 움직이지 말라고. 패샷보이는 리크가 말하기도 전에 꽉

잡고 눈마저 감았다. 이내 몸마저 부들부들 떨리는걸 보니

분명 그녀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리..리크..제..제발.."

"후. 제발 떨지 좀 마! 나까지 떨리잖니. 아무튼 간다."

리크는 한 올의 머리카락만 있어도 밟고 올라간다는 최상승의

경공인 허공답체술을 시전 했다. 그는 패샷보이 마저 업고

있었으니 실로 그 어느 때 보다도 구결에 집중을 하고 조심

스럽게 줄을 밟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제법 시간이 흐르자

리크는 약 삼분의 일 지점까지 올 수가 있었다.

한편 미리 건너간 가스톤은 마치 서커스를 구경이라도 하는

것처럼 저 바위산 정상에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흐흐. 제법인데. 한사람을 업고 줄을 타다니. 과연 하몬의

후계자답군. 정말 도저히 믿기지가 않군. 하몬 녀석은 그나마

3계 출신이라서 그런 대로 이해가 가지만 제 1계인 휴론계

인 주제에 저런 능력을 타고났다니. 도대체 저건 어느 세계

기술이지. 정말 독특하단 말이야."

물론 가스톤은 리크가 저 시간과 공간을 넘어온 무림의 제왕

목유성에게 배운 무공(武功)이란 사실을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든 가스톤은 일개 휴론계인이 펼치는 기술에

감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변덕이 심한 그는 이내 심심해 지기

시작했다.

"에휴. 정말 느리군. 뭐 저놈이 저런 기술을 펼치는 거야 가상

하지만 이곳 4계에선 씨알도 안 먹힐 하급 종류의 기술 같은데..

에잇 심심한데 장난이나 좀 쳐볼까."

가스톤은 갑자기 금빛 줄이 묶여 있는 곳으로 가더니 알 수

없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줄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핑! 핑 !"

한편 거의 삼분의 이 지점까지 건너온 리크는 줄이 갑자기 요동

을 치자 순간 당황했고 균형을 잃기 시작했다.

"어. 어. 갑자기 줄이 흔들려! 아니 뭐야! 젠장 저자가 줄을 마구

흔들어 대고 있어."

"리..리크 뭐야. 저 자식이 미쳤나. 우릴 죽이려고 작정했어!"

"어..어.."

"안돼. 리크 제발 떨어지지마. 앙."

"틀렸어!"

"앙. 살..살려줘."

순간 리크는 중심을 잃고 줄에서 떨어졌다. 그때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가스톤 역시 안색이 변했다.

"이..이거 내가 장난이 심했군. 진짜 떨어지다니. 빨리 저들을

구해야 겠군."

그 순간 가스톤의 검에서 휘황찬란한 금빛줄기가 사방으로

뻗쳐나가더니 검이 저절로 허공에 두둥실 떴고 그와 동시에

가스톤이 검 위로 올라탔다. 그때 금빛 검이 갑자기 계곡 아래

로 빠른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한편 패샷보이를 업은 체 떨어지는 리크가 혼심을 다해 뭐라

외쳤다.

"[혈파천] 혈룡중천!!!"

리크는 생각할 것도 없이 4만4천(四萬四千)의 마공(魔功)중에서

상승의 경공술인 [혈파천] 혈룡중천의 구결을 외쳤다. 그러자

계곡 사이의 한가운데 허공에서 붉은 광체가 형성되기 시작

했고 잠시후 한 마리의 거대한 붉은 용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때였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파공 소리가 들렸으니 바로 리크

와 패샷보이를 구하기 위해 검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가스톤이었다.

"파..파..팟!!"

"아. 뭐..뭐야. 저 형상은."

가스톤은 정신없이 하강하다 계곡 중간 지점에서 붉은 용의

형상을 한 거대한 빛이 떠오르자 깜짝 놀랐다. 더구나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바로 그 붉은 용 형상 중앙에는 리크

가 패샷보이를 안고서 위로 상승하는 것이 아닌가.

"이..이럴 수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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