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53)화 (53/157)

[데스퍼라도] 53. 지구에 관한 모든것을 배워라!

데스퍼라도(Desperado)

지구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워라!

자신들의 차원 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은

절실했다. 하지만 대부분 영문도 모른 체 지구라 불리는

이런 황당한 곳에 갇힌 사람들은 역시 고향으로 되돌아

갈 수 있으리라 는 희망의 불씨가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

했다. 지구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우자는 리크의 의견이

직접적으론 그들의 차원 세계로 당장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에 처한 자신들의 입장을 볼 때 어느 정도

는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휴론계 출신이 아닌 저 미지의 영역에서 온

자들은 다소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들은 다름아닌

바로 리크의 스승들인 헤수스, 목유성, 아론이었다.

"흠. 여기가 어떤 세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대로

흥미가 있는 곳이군. 모든 게 새롭단 말이야. 더구나

이들의 의복, 무기, 건물 등은 내가 살던 테카론 세계

조차 볼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니."

헤수스가 말하자  곧 아론이 말문을 열었다.

"젠장. 2000년 동안 하몬의 검속에 봉인되어 이제 겨우

풀리는가 했더니 더 황당한 곳으로 떨어졌으니 한마디

로 재수가 더럽군. 데카론의 마계 관장자였던 나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야."

"아론 데카론의 마계에선 널 반길지 몰라도 다른 종족

들은 절대 너를 반기지 않을걸. 네가 지난 과거에 한

짓을 생각해봐. 수백의 힘없는 종족에 침략해서 괴롭

히고 심지어 끔찍한 짓을 저지른 일들을.."

"이 빌어먹을  그래서 엘시온 전사들인 네놈과 하몬에

의해서 2000년 동안 검 속에 갇혔잖아. 그 정도면 죄

값을 받은 거 아니야!!"

"후. 적어도 네가 죄를 지은 것은 아는구만. 하지만 아직

넌 죄 값을 갚으려면 하몬의 검속에 2000년이 아니라

영원히 갇혀있어야 돼! 그나마 네가 자유롭게 된 것은

네 운이 다하지 않았고 바로 리크를 제자로 거두어 주

었기에 이나마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거지. 후후."

"신선한 공기라고? 그래 이 잡놈아 여기 지구라 불리는

곳에 신선한 공기가 있다고 생각하냐? 인간을 사냥감

짐승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바로 이곳이?

아론은 제 성질에 못 이겼는지 갑자기 기획실 저편에

입도 뻥긋하지 않고 앉아있는 마이클에게 다가갔다.

"너 이 새끼 잠깐 이리와 봐! 이 빌어먹을 새끼 같으

니라고.."

마이클은 이제 고작 15살의 소녀 모습을 한 아론이

쌍욕을 해대며 자신을 부르자 내심 불괘하였다. 아론은

마이클이 머뭇거리자 이내 초마법을 이용하여 그를

공중에 뛰우더니 자신의 앞으로다가 오게 하였다.

"퍽!!"

"악!"

"어쭈 이 새끼가 두 번 말하게 만들어!!"

순간 아론게게 뺨따귀를 맞은 마이클이 뒤로 벌렁 자빠

졌다. 그때 헤수스가 퉁명스럽게 외쳤다.

"이봐! 아론 나와 얘기하다가 왜 하필 그자에게 화풀

이야. 하여튼 계집애의 성깔머리가 그러니 시집이나

제대로 가겠어."

"뭐..뭐라고. 이런 잡놈이 누가 너더러 시집 보내 달라고

했어?"

"퍽!!"

"헉!!"

"푹!"

"헉!"

아론의 연속적인 발길질이 마이클의 복부에 계속 강타

하였다. 이번에도 아론의 화풀이에 마이클은 억울하게

폭행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저쪽에서 지켜

보던 헤겔론 회장은 자신의 아들이 무참하게 구타당

하자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그만둬!! 이..이 나쁜 놈들. 더 이상 내 아들을 괴롭히면

다 죽여버리겠어!!"

순간 기획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헤겔론 회장을 쳐다

보았다.

"엉. 아들이라고"

"아들이라.."

"아들이래.."

헤수스와 아론, 목유성 리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헤겔론

회장을 바라보았다. 그때 헤겔론 회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마이클에게 다가와 그를 감싸 안았다. 극도로 분노한

그의 눈빛은 아론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이내 뭐라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찢어 죽일 놈들이 너희 같이 하찮은 존재들이 감히

내 아들에게 손을 대다니..어..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그

것도 감히 하위차원 놈들 주제에.."

기획실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인간 사냥의 대부격인

헤겔론 회장의 발언은 아무리 자신의 아들 마이클이 폭행

당해 흥분해서 내뱉은 말이지만 기획실에 있는 휴론계인

들은 저마다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심정을 느꼈으리라.

"잔인하다니. 그럼 지난번 휴론계 가족들 중 그 부모가

보는 앞에서 어린 자식의 종아리에 구멍을 내어 피를 철철

넘치게 흘리게 한 것에 대해서도 한번 말해보시지."

그때까지 뒤에 묵묵히 있던 패샷보이가 갑자기 흥분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헤겔론 회장은 대답할 필요도

없다는 듯 마이클을 부축한 체 저쪽 구석으로 향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아들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더니 이내

패샷보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후후. 너희들의 이 말 같지도 않은 반란도 조금 있으면

끝날 것이다. 그때 가서 두고보자. 어차피 칼차온 정부가

가만있지 않을 테니."

"칼차온 정부라니?"

"너희 같은 존재들이 여기 세계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생각하느냐? 그리고 뭐 지구에 대해서 배운다고. 하하하.

나 원 참 60 평생 살다가 그런 황당한 소리는 처음 들어

보네. 더구나 과학에 대해서 배운다니..그래 어디 한번

공부 좀 해보시지. 그전에 칼차온 정부 소속 K.I.Z. 특별

수사대에게 뒈질 놈들이 공부는 뭐 공부..정말 웃기는군

후후."

"특별수사대라고?"

"너희들에게 인질로 잡힌 우리는 그저 게임을 즐기는

정도의 일반인들 출신이지만 만약 칼차온 정부관할

진압반이 여기 도착한다면 이중에 살아남아 너희 세계

로 온전히 돌아갈 놈들은 하나도 없을걸."

***

[지구연대 서기 2777년 8월 23일]

롬페르담社가 휴론계인들에게 장악된 지 10일이 흘렀다.

각기 이곳에 끌려온 수천명의 사람들은 저마다 차원을 달리

하였고 그 언어마저 달랐지만 이곳 지구 과학 문명의 산물

인 언어변환기 더 분에 서로 의사를 소통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 외 여러 과학적 도구와 간단한 무기시스템

등의 사용법을 배워가면서 이곳 지구 문명에 대해 점차적

으로 놀라워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몰랐고 여전히 불안에 떨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헤겔론 회장은 조금 있으면 칼차온 정부군

이 들이닥친다고 연신 떠들어대니 이들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포로로 잡힌 롬페르담社 직원과 진행

요원들만 하더라도 약 500여명 정도였지만 그 누구하나

이들에게 정보를 주지 않으려는 듯 입들을 함구하고 있었

으며 그저 칼차온 정부에서 자신들을 구해주러 오기만을

기다렸다.

리크 역시 이곳 영역의 정예병사들이 곧 들이닥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

자신의 고향 휴론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오늘도

답답한 마음으로 건물 옥상에 올라가 저녁하늘에 높이

뜬 달을 바라보았다. 풀벌레가 저 아래 풀숲에서 잔잔히

들려오고 여름의 저녁바람이 코끝을 스쳐지나가니 영락

없이 자신의 고향 아카폴립스의 숲을 연상케 하였다.

'후. 정말 돌아갈 방법이 없는 건가? 아버님, 어머님, 카란,

헤네스..정말 보고 싶구나.'

그때였다. 누군가의 인기척이 뒤에서 났다.

"리크.."

"엉..패샷보이 여긴 웬일이야."

"너야말로 여기서 웬 청승을 떨고 있니?"

"흠. 가족들이 갑자기 보고싶어서.."

"젠장 넌 생각할 가족이라도 있으니 좋겠군."

"미..미안. 내가 괜한 말을 한 것 같군."

"미안하기는 뭐 내 운명이 요 모양 요 꼴이 된 게 네

책임은 아니니."

"패샷보이 네가 날 따라 오지만 않았어도 이런데 오지

않았을걸. 후후"

"빌어먹을 그러게 말이다. 리크 괜히 너 따라왔다가. 이게

뭐야. 하지만 후회는 안 해."

패샷보이는 갑자기 옥상 난간으로 향하더니 훌쩍 그 위로

올라갔다. 롬페르담社는 약 15층 높이의 건물로서 옥상

아래는 지상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까마득했다.

"패샷보이 위험해. 당장 내려와!"

"헤헤. 스릴있잖니?"

패샷보이는 마치 곡예라도 하는 것처럼 한발을 들고 양팔

마저 벌렸다. 그리고 뭐라 외쳤다.

"리크, 보라고. 이게 바로 인생이야. 내가 여기 균형을

잃으면 한순간에 저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뒈지겠지."

"이 자식아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너 미쳤어."

"후후. 미쳤다고? 말 한번 잘했다. 미치긴 미쳤지. 하지만

난 안 미쳤어. 미친 건 바로 세상이라고. 여기 지구라는

곳만 미친 세상이 아니지. 우리가 운좋게 휴론계 세상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거기 역시 미친 세상임을 알게 될 거야."

리크는 패샷보이가 위험한 난간에서 쓰러질 듯 비틀비틀

거렸지만 이내 그가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스릴을 즐긴

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리크는 의외의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패샷보이의 눈가에서 이슬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나 차라리 저 아래로 떨어져 죽을까?"

"패샷보이.."

"후후. 걱정하지마 안 죽을 테니. 리크 네가 안 타났으면

난 벌써 목숨을 끊었을 거야. 네놈이 설마 내 인생에

나타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

"............"

패샷보이는 옥상 난간에서 내려오더니 그 자리에서 털석

앉아버렸다. 리크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더니 뭐라 말했다.

"야 임마. 갑자기 울긴 왜 울어. 젠장 너야말로 청승 떠냐?"

"리크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생각해?"

"너 오늘따라 왜 그래. 어울리지 않게 말이야."

"리크. 결국 우린 여기서 다 죽게 되겠지. 칼차온 정부군인가

뭔가 여기 정예병사들이 온다면 말이야. 후. 내가 생각해도

더 이상 가망이 없을 것 같아. 그나마 네 놈이랑 어떻게 해

보려고 했는데. 넌 진짜 남자거든."

리크는 패샷보이가 여느 때와 다른 행동을 보이자 다소

혼란스러웠다. 한편 패샷보이는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는

달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가 12살 때였지. 그날도 여기 세계에 떠있는 저 큰 별

처럼 이아스의 별이 내가 살던 고향을 비쳐주었지. 비극

은 바로 7년간 벌어진 제국간의 대 전쟁이 발단이었어,

론 제국의 패잔병들이 설마 외딴 우리 집을 거쳐갈 줄

몰랐거든...그리고 그날 밤 죽음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일이 날 기다릴 줄은 몰랐어 내 어머님은 내가 보는 앞

에서 돌아 가셨어..바로 론 제국 출신 병사 놈들에게 온갖

치욕을 당하면서..엄마의 눈을 평생 잊을 수가 없어..흑흑..

엄마는 그 와중에도 밖에 헛간 나무 틈으로 몰래 지켜

보던 네게 필사의 눈빛을 보내셨어. 난 분명 느꼈지.

너마저 당하지 말고 빨리 도망가라는 그 눈빛 말이야.

"패..패샷보이.."

"하하. 그리고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난 엄마 말대

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어..그래 도망쳤지. 엄마를

나두고..열심히 뛰었어. 정신없이 젖 먹던 힘을 다내서

말이야. 난 살고 싶었어. 엄마가 어찌되던 간에 난 살고

싶었단 말이지. 빌어먹을.."

"그..그래도 엄마를 나두고 도망치다니.."

"이 바보새끼야!! 나마저 그들에게 능욕 당하란 말이야!!"

"뭐..뭐라고..그럼 넌..여자.."

"그 이후로 난 남자들이 무서워 일부러 남장을 하고 남자

말투를 흉내내기 시작했어. 이름도 패샷보이로 바꾸고..

하지만 정작 내가 지금 가장 후회하는 게 뭔지 알아.

차라리 그때 엄마와 같이 그곳에 있다가 자결이라도

했어야 하는 건데. 난 그때부터 이 순간까지 단 하루도

그와 같은 악몽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지. 이곳 지구 존재

들 잔인하다 하지만 휴론계인들 역시 이들과 다를 바

없지. 모든 인간 새끼들은 똑같아."

패샷보이는 갑자기 뒤도 안 돌아보고 옥상 입구 쪽으로

사라졌다.

"리크는 넋 놓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패샷보이가 갑자기 자신에게 진정 떠올리기 힘든 과거를

떨어 놓은 일. 무엇보다도 패샷보이의 정체가 여자였다는

점이 리크에겐 가히 충격적이었다. 잠시후 리크 역시 그

자리에 털석 주저앉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패샷보이..너도 나만큼이나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군..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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