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51)화 (51/157)

[데스퍼라도] 51. 3R 큐브 살상 게임장

데스퍼라도(Desperado)

3R 큐브 살상 게임장

롬페르담社의 본 건물을 둘러싼 외곽 경계 지역는 초보 게이머

들을 위한 기초 테스트장들이 수십개 있었다. 하위차원에서

차원이동 시킨 동물들을 대상으로 가벼운 게임을 즐기기 위한

곳으로 차원 서바이벌에 처음 입문한 초보자들이 거쳐가야만

하는 일종의 과정 연습장이었다. 총기 다루는 법, 규칙과 그 외

여타 게임에 관한 전반적 지식들을 습득하는 곳으로 대부분

이 기초 게임장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점차적으로 흥미

를 더해간다.

게이머들이 기초 테스트장의 과정을 마치고 자신들과는 다른

하위차원종족들의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직접 불러온 하위차원 사람들과 대면시킴으로서 낯선 이방인

에 대한 공포심을 줄여나가는 연습을 한다. 사실 롬페르담社

건물 지하에는 각기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들이 다수 있었다.

그들은 회사 홍보용 혹은 이런 살상 게임을 처음 시작하려는

초보자들에게 샘플로 이용되기도 하고 간혹 게임을 위한 데이터

를 얻기 위한 실험용 희생자가 되기도 하였다.

일반 게이머들에게 절대 공개를 통제하는 게임장이 이곳 롬페

르담社의 어느 구역에 위치하고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3R 큐브

살상 게임장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주로 최고의 살상 매니아 클

럽인 하프론 혹은 상위 랭커를 비롯하여 각 대륙의 챔피온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그 난이도가 하드코어(HARDCORE)중에서

도 최상급을 자랑함으로 그곳에서 올린 살상 포인트는 국제적

으로 인정을 받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점수포인트가 더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3R 큐브 게임장의 살상 대상자들은 비록 하위

차원인들이지만 비교적 거칠고 호전적인 종족들을 생체변환하여

각 캐릭의 공격도를 엄청나게 높였으므로 살상 매니아들조차

간혹 가다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스릴과 보다

높은 포인트제에 많은 참가자들이 엄청난 거액을 내고 해마다

줄을 잇고있는 실정이다.

본관건물 지하 150M 아래에는 생체변환으로 인하여 포악해진

하위차원 존재들의 절규하는 혹 울부짖는 소리들이 항상 들려

왔다. 수많은 감옥은 전자빔으로 된 창살이 그들을 가로 막고

있었으며 진행요원들 조차 늘 긴장된 모습으로 그곳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물론 기초 데스트 샘플용으로 가두어둔 일반 하위차원인들도

있었다. 남녀노소(男女老少)를 막론한 각 연령층, 성별대로

분리하여 각 밀페실에 가두어놓았지만 가끔 예외적으로 가족

단위식 구금하는 방도 있었다. 하위차원들은 자신들이 왜 이런

곳으로 끌려 왔는지 여기가 어디인지 전혀 상상도 못한 체

매일 같이 극도의 공포감으로 시달렸다. 그 중 가장 정신적인

충격을 느끼는 사람들은 바로 아이들과 여성들이었고 특히

자신의 어린 자식들을 항상 껴안고 사는 어머니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어느 날 한 자식이 끌려나간다면 그것

은 곳 생이별을 뜻했기 때문에 사실 이곳이야말로 그 어떤

지옥보다도 더한 고통의 장이었던 것이다. 만약 자신의 자식이

살상용 샘플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어떤 부모가 온전

한 정신으로 남아있을 수 있겠는가.

한편 롬페르담社의 본관 회장에는 헤겔론 회장과 파르마 기획

실장이 몹시 기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이건 기적이야. 기적이라고. 내 아들 마이클이 살아있다니.

더구나 그 휴론계놈의 116명의 생존자들 전원을 이곳 롬페르담

社로 유인시켜 이곳까지 데려오다니."

"회장님 마이클은 아직 저들에게 잡혀있으니 좀더 신중하실

필요가.."

"암 그래야지. 그렇고 말고. 어쨌든 저놈들이 제 발로 여기까지

오다니 이건 말이야 천우신조(天佑神助)란 말이야. 이 애비가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 하늘에 닿아서 신이 내게 내려주신 축복

이라고. 하하하하."

"회..회장님. 지금부터가 문제인데.."

파르마는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회장에게 무엇인가 말하려

했다. 마이클은 아직 휴론계인들에게 잡혀있고 자칫 잘못하다가

는 저들의 희생양이 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헤겔론

회장은 이젠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는 기분으로 저렇듯 마냥

좋아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하하. 자네도 알다시피 마이클 저놈이 엄마도 없이 자라지

않았나. 난 말이야. 저 놈에게 단 일초라도 정성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저놈이 해달라는 것은 다해주고 원하는 것도 뭐든

지 주었지만 한동안 내 속을 무던히도 썩히고 망나니 생활만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이 회사를 물려받겠다는 것이 아닌가.

하하. 이제야 철이 들었나 싶어했는데. 글쎄 하위차원인들에게

개죽음을 당해 이거 졸지에 생이별을 할뻔했잖나. 그런데 저놈

이 버젓이 살아 돌아오다니. 그것도 휴론계인들을 데리고 말이야."

"회장님. 마이클이 저들을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저들 휴론계

인들이 마이클을 인질로 데려온 듯합니다. 더구나 저들 중에는

분명 광기 학살을 저지른 상위 파동존재도 있을 테니 아직 안심

하기엔 이르다 생각합니다."

파르마의 말에 헤겔론 회장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흠. 상위 파동존재라. 그래 자네 말이 맞군. 아직 마이클은 저들

에게 있지. 그렇다면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나."

"저들 중엔 분명 파동존재가 있으리라 봅니다. 진행요원들을

이용한 단순한 작전은 오히려 마이클에게 위험합니다."

"젠장. 이거 어떡하나. 뭐 좋은 생각 없나? 파르마 실장."

"3R 큐브 살상 게임장에 저들을 유인만 시킨다면. 보기 좋게

단번에 해결날수도 있습니다."

"3R 큐브 살상 게임장이라면 B-아케레온 통제구역실 아닌가?

그나저나 그들을 어떻게 그쪽으로 유인하지."

"좀 의아한 일이지만. 이미 그들은 바로 3R 큐브 코앞까지

다가 왔습니다."

"그들이 스스로 그곳으로 다가오다니?"

"제 추측이 맞다면 그들은 스스로 그곳으로 간 게 아닙니다.

바로 마이클이 그쪽으로 유도한 것 같습니다. 회장님도 아시다

시피 롬페르담社의 정문이 아닌 한참 멀리 떨어진 뒷문으로

그들이 접근했다는 것은 마이클이 의도적으로 3R 큐브 게임장

으로 휴론계인들을 유도했다는 말입니다."

"오 호!! 과연 내 아들이로구만. 녀석 정말 영특하단 말이야.

하하."

"사실 마이클이 여기까지 그들을 유인했다면 그들을 3R 큐브장

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여기 기획실에서 해야 할 일이죠?"

"어떻게 말인가?"

"휴론계인들도 감정이 있는 동물들이니. 자신의 동족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 가만있지는 않을 테니까? 바로 미끼를 이용하자는

거죠."

"미끼라?"

"여기 본관 건물 지하 밀페실에는 마침 가족 단위로 잡아둔

실험용 휴론계인들이 있죠. 그들을 위험에 빠트리면 저 116명의

휴론계인들은 자신들의 동족을 구하려고 3R 큐브장으로 달려올

것입니다."

"흠. 하위차원인들도 동족애를 느낀다 이 말인가? 쳇. 하위차원인

들이 과연 그리 행동할까? 사실 그들도 어찌 보면 인간인데. 하물

며 짐승들도 제 동족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겠지. 하하. 물론

하위차원이 짐승보다는 낫겠고 말이야. 아무튼 생각해보니 그럴

싸한 방법이군."

"분명 그들은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휴론계인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감성수치가 높을 수있습니다.

"쳇. 하위차원 놈들이 다 똑같은 그놈이 그놈이지. 그런데 마이클

마저 3R 큐브장에 같이 들어간다면?"

"그거야말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마이클은 3R 큐브 내부

작동모드를 다룰 수 있으니 스스로 알아서 빠져 나올 것입니다."

"후. 아무리 내 아들이라지만. 저놈들을 애초부터 3R 큐브장으로

유인한 그 영특한 머리야 말로 이 애비를 닮았구만."

파르마는 헤겔론의 말에 내심 어이없어했다.

'후후.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이때를 두고 하는 말이군. 자아

도취에 그 비열함 마저 닮았으니..'

"파르마 실장!! 뭔 생각해!! 빨리 실행에 옮기지 않고."

"아. 예 알..알겠습니다."

***

제법 시간이 흘렀다. 리크를 비롯한 휴론계인들은 저마다 비오

듯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고 얼굴 근육에 경련을 일으키는

사람, 또는 새파랗게 질리거나 창백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든 시선은 한쪽으로 몰려있었고 저마다 참담한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표정들이 온갖 일그러진 휴론계인들

과는 대조적으로 인질로 잡혀있는 마이클만이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롬페르담社의 북쪽 후문 근처 경계선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여러 개의 테이블주변에 모여 앉아있었다. 가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잔디밭에 뒹굴거나 뛰어 놀고 있었지만 성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저마다 침울한 기색으로 미동도 않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분명 이곳 지구인의 복장을 하고 있지 않았다.

바로 휴론계의 평복차림으로 그 인상 마저 순박한 농민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과연 그들이 느닷없이 이 황당한 세계에

그것도 롬페르담社 후문 근처 잔디밭에 나타났으니 그와 같은

광경을 바위산 높은 지대에서 바라보는 휴론계 생존자 116명

은 처음엔 무척 놀랐으리라. 하지만 지금 그들은 분노가 극에

달해 평정을 잃어가고 있었다.

"탕!"

"피융!!"

커다란 굉음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졌으니 산아래 휴론계

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이 박살이 나고 잔디밭에 총알이 마구

박히고 있었다. 일종의 위협사격으로 약 10가족에 해당되는

휴론계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아이를 앉고 공포

에 떠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다른 농민들은 땅바닥에 코를

박고있었다.

같은 휴론계 종족들이 그것도 가족단위로 이곳에 끌려와 이곳

존재로부터 저런 충격적인 일을 당해야 하는지 산 위에서 지켜

보던 리크 일행들은 몸서리까지 쳤다. 그때 이런 상황이 재미

있기라도 한 듯 빙그레 웃는 마이클이 뭐라 소리쳤다.

"후후. 리크. 자 저들을 구할텐가? 여기서 보고만 있을텐가? 내가

생각하기로 너희들이 조금만 더 지체한다면 저들의 생사(生死)가

어떻게 될지 모를텐데..후후."

리크 옆에 있던 패샷보이는 마이클이 깐죽되며 말하자 분노의

목소리로 뭐라 뱉었다.

"이..이런 짐승만도 못한 새끼들이. 도대체 같은 인간끼리 저런

짓을 행하다니!!"

마이클은 패샷보이의 목소리에 일부러 무서워하는 척하며 몸을

움추리더니 잠시 후 그의 눈치를 살살 봐가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흠. 성질 포악한 친구. 드디어 등장하셨군. 어떤가 막상 자네

동족이 위험에 처한 광경을 보니 제대로 이성을 간추릴 수

있겠나. 하하."

"뭐야. 이 개새끼가."

"욱하는 성질만으로 저들을 구할 수 있을텐가?"

마이클은 이번에 리크를 살며시 바라보더니 말문을 계속

이었다.

"내가 보기엔 실질적으로 리크 자네가 이곳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이고 그나마 현실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머리도 있는

것 같고 해서 자네에게 말하는 건데. 시간이 없다네. 그리고

현실은 그렇게 관대하지 않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될 걸세.

후후"

"탕!"

그때였다. 산아래 테이블 밑에 엄마 품에 안긴 약 7살 짜리

여자아이가 비명을 질렸다. 아이의 종아리에선 어느새 붉은

피가 흘렀고 딸을 안고 있는 엄마 절규하듯 울부짖었다. 이를

바라보던 리크 일행 역시 경악을 했다. 한편 마이클은 혼자서

고개를 끄떡거리더니 내심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저격병이 떴군. 결국 그들 살상 챔피온들과 상위 랭커

들이 이곳에 도착했단 말인데. 역시 아버지와 난 죽이 잘 맞는

다니까. 내가 이들을 3R 큐브 지역으로 유인한 것을 눈치채시

고 저들을 유도하려는 작전 말이야. 물론 파르마 실장 머리

에서 나왔겠지만. 어쨌든 게임은 여기서 끝나겠군.'

순간 마이클은 자신의 멱살이 누군가에 잡혀 허공에 들려졌다.

그는 이번에도 성질 급한 패샷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

을 들고있는 상대를 살펴보니 리크 아닌가.

"뭐. 뭐야!"

"마이클. 네가 우리 일행을 저기 아래 함정으로 끌어들이려는

술책 난 다 안다."

"호. 역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군. 그렇다면 직접적으로

말하지 저들을 죽게 내버려 둘 텐가? 아니면 하나둘씩 저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여기서 지켜 볼 텐가. 자네라면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겠지. 후후. 이거 기대가 되는구만."

"기대가 된다고? 물론 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후후 아주 재미있을 테니까."

마이클은 리크가 의외로 여유만만하게 나오자 움찔했다. 리크

는 갑자기 마이클의 혈을 집어 꼼짝못하게 만들고 자신의 등위

에 업혔다.

"패샷보이 서둘러서 끈을 만들어 줘!"

"끈이라니?"

"시간이 없어. 젠장 네 옷이라도 찢어서 만들란 말이야!!"

순간 리크가 패샷보이의 상위를 잡아 채려했다. 하지만 패샷보이

는 얼굴을 붉히더니 이내 자신의 가슴에 두 손을 대고는 무의식

적으로 방어를 했다.

"뭐야 이 자식아. 마치 계집애처럼 그게 뭐 하는 행동이야!"

패샷보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이때 스캇이

재빨리 나서서 뭐라 말했다.

"리크.  내가 끈을 만들어 줌세."

리크는 패샷보이가 마치 여자처럼 얼굴을 붉히고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자 잠시 멍해있었다. 그때 스캇은 자신의 상의를 벗어

제 친 후. 북북 찢더니니만 둘둘 말기 시작했고 잠시 후 제법

잘 꼬와진 헝겊 끈이 만들어졌다.

"자. 여기."

"스캇 대장님. 그 끈으로 제 등에 업힌 마이클과 저를 단단히

묶어 주세요."

"알. 알겠네."

마이클은 리크에게 혈을 짚혀 비록 온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입술만은 움직일 수 있었는지 뭐라 말했다.

"뭐..뭐야.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짓 하는 거야?"

"후후. 마이클 네 기대에 저버리지 않으려고 이런 방법을 택했

으니 너무 서운해하지 말게. 마이클. 난 내 동족을 구하려고

저 아래 함정으로 갈 테니 일단 네 소원대로 된 셈이지. 물론

너도 날 따라다니면서 즐기라고. 내가 알기로는 네가 그래도

이곳에서 웬만큼 높은 지휘자인 것 같은 데 설마 너를 인질로

잡고 있는 나를 저들이 마법석궁을 이용해서 마구 싸대지는

않겠지."

"이..이 미친 새끼가.."

"그래 말 잘했다. 난 지금 거의 미쳤지. 더구나 인간을 대상

으로 사냥을 즐겨하는 네놈도 잘 보아두라고 내가 바로 네

종족들을 사냥하는 모습을 말이야. 분명 재미는 테니 말이야.

후후."

리크는 자신과 꽁꽁 묶여있는 마이클과 하께 천천히 산 아래

로 내려갔다. 한편 산아래 휴론계인들은 저 바위산 위에서

누군가 내려오자 다소 겁먹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철검을 손에 쥐고있는 젊은이는 바로 자신들과 같은 휴론계의

복장임을 깨닫고는 놀란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더구나 그는

등뒤에 누군가를 업고 끈으로 칭칭 동여매었으니 그 이상한

모습에 이내 의아한 표정들로 바뀌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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