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48)화 (48/157)

[데스퍼라도] 48. 피는 피를 부른다.

데스퍼라도(Desperado)

피는 피를 부른다.

[유럽 랭킹 1위 크림 반도의 저격수 / 영연방

오세아니 랭킹 1위 페트리샤 / 뉴질랜드

아프리카, 중동 랭킹 1위 샤메드/ 이집트

아시아 랭킹 1위 하마모토 / 일본

남아메리카 랭킹 1위 산체스 / 칠레]

"현재 도착한 세게 최고의 하프론 살상 클럽 회원들인 이들

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롬페르담社의 파르파 실장은 의료실에 누워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헤겔론 회장에게 다소 흥분된 억양으로 보고하고 있었다.

"이..이보게 실장. 이젠 그 누가와도 부질없는 일. 내 하나밖에

없는 아들 마이클 생사(生死)도 모르는 판에 그게 다 무슨 소용

이 있단 말인가."

"회장님 희망은 아직 있습니다. 아드님 마이클의 열 센서모드

신호가 아직 탐지기에 잡히는 것으로 보아선 생존해 있을 확률

이 높은 것 같습니다."

"뭐..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오호!! 이럴 수가. 그렇다면 아직

마이클이.."

"분명 생존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열 센서모드가

작동된다는 것은 그것을 장착하고 있는 마이클 역시 아직은

살아있다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니까요."

헤겔론 회장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두 손을

모으고는 연신 뭐라 외쳤다.

"오..하나님..감사합니다..오 신이시오.."

헤겔론 회장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파르마 실장 역시 안도

의 한숨을 내 쉬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퍽 달갑지만은 아닌

것 같았다.

"회장님 저 한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기도를 외치던 헤겔론 회장은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웠고

파르마 실장을 바라보았다. 파르마는 그제 서야 조심스럽게

입술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에 도착한 살상 랭커들 중 정작 우리가 기대했던

자가 아직 안 와서.."

"후 사실 자네가 아까 하프론 살상 클럽 명단을 불러 주었을

때 나 역시 기대를 했었는데."

"그 자는 더 이상 하프론 살상 클럽 매니아가 아닙니다. 일년

전 아무 이유 없이 클럽을 탈퇴했고 전세계 그랜드 챔피온

자리마저 반납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으니.."

"그토록 살아있는 신화적인 인물이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

기에 모든 명예와 부를 버리고 갑자기 보 잘 것 없는 평범한

계열의 사람으로 돌아갔는지..사실 그 자 혼자만 와준다면

다른 하프론 살상 랭커들조차도 올 필요가 없을 정도인데.."

"아무튼 그를 모시러 저희 요원들이 아시아 연방에 속한

한국/Korea으로 보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혹 그가 이곳에 못 올지라도 사실 현재 각 대륙의 챔피언

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이미 이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후..과연 그럴까. 모니터영상에 잡힌 그 휴론계 놈이 혼자서

1000여명의 진행요원과 제트 빔을 박살내고서 그것도 모자라

내 아들 마이클 마저 끌고 간 것 같은데."

"물론 상상을 초월한 파동적 에너지 존재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또한 우리가 그 놈에 대해서 사전 정보가 없었다는 것이 무엇

보다도 이런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게 한 요인인데. 이후로는

그와 같은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놈의 영상기록과 에너지에

관한 세세한 것까지 모듐 분석팀이 데이터 정리를 하여 조금

전 이곳에 도착한 각 대륙의 살상 매니아들에게 제공하였으니

아마 앞으로는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겁니다."

"젠장..그렇게 말대로 된 다면야..그나저나 칼차온 정부 특별

수사대 K.I.Z의 개입은 아직도 없나?"

"예. 이런 일들이 분명 그들에게도 커다란 이슈일텐데 전혀

미동도 안하고 있습니다."

"흠..정말 알 수가 없는 일이군. 칼차온 정부의 속셈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건 추측이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국가차원에서 상위 파동

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닌지..물론

저희 롬페르담社와 하프론 살상 매니아들이 그 파동적 존재와

전투를 치르는 동안 말이죠.."

"이..이런 개 같은 놈들이..결국 우린 목숨을 걸고 그 휴론계

놈을 막는 동안 정부는 관찰 데이타만을 수집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흥분하실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가지 잊고 계신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우리 롬페르담社가 행하고 있는

일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애초부터 [단테피오테스] 회원들을

통한 살상 서바이벌이라든지 지금 하프론 살상 클럽 매니아

출신의 세계 랭커들을 불러들인 것 자체도 법을 어긴 거죠..

이 마당에 정부가 나선다면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끌 수 있지

만 그 대신에 우리 롬페르담社는 영원히 문을 닫아야만 하고

회장님이나 저희 직원들 역시 중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속히 이 일들을 저희 스스로가 해결하고

나중엔 모든 증거 등을 소멸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파르마 실장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이미 비채널 생방송

에 우리 회원들이 잔인하게 살상 당하는 장면이 암암리 전세계

에 퍼져나갔는데 증거인멸이 가능하다 보는가?"

"후후..이틀 전에 그와 같은 생방송이 퍼져 나갔는데 정부는

아직까지 개입조차 없습니다. 이건 저희에게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가 없지요. 다시 말해서 칼차온 정부는 국가적인

직무유기(職務遺棄)를 한거죠. 즉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고

할까요. 만약 이제 와서 그들이 나선다면 우린 그 점을 부각

시켜 충분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겠죠."

"젠장..파르마 실장은 도대체 불가능한 일이 없구만..쳇..그래서

요 모양 요 꼴이 되었는가!"

"그.그건.."

"됐네..아무튼 자네 말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편하구만. 그건

그렇고 전 세계 그랜드 챔피온이란 자가 저 아시아 연방국인

극동 출신이 맞는가."

"네 그렇습니다."

"일단 그자에 대한 상세 데이터를 내게 갖다주게. 그리고

만약 그 자가 오지 않는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곳 롬페르담社에 꼭 오게 만들게나. 분명 그자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

"네 알겠습니다."

***

붉은 계곡 북서쪽 지점에 위치한 동굴 안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뭐..뭐라고. 단지 사냥을 위한 게임이었다고. 우리 수많은

휴론계인들을 잔인하게 학살한 것이 사냥놀이였다니..이..이런

빌어먹을.."

패샷보이는 극도로 흥분하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기

구석에 쳐박혀 있던 마이클에게 다가가서 연신 뺨을 휴려치기

시작했다.

"짝..짝"

"악.."

"이런 개새끼가..분명 사냥이라 했지. 사람을 죽여놓고 그저

게임 놀이라고.."

"퍽"

"욱"

"그만해!! 패샷보이!!"

리크가 외치자 그제 서야 패샷보이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117명의 휴론계인들은 아직도 경악해 마지

않는 표정들을 짓고 있었으며 그 중에는 끌어 오르는 분노

에 몸까지 부르르 떠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편 현재 생존자들을 리더하는 대장 스캇은 리크가 가져

온 몇 자루 빔 건들렛 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후..이 영역의 존재들이 하나같이 이런 마법석궁을 사용한

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군.."

스카은 이번에 마이클에 다가갔다. 마이클은 또 다시 자신

을 폭행하려는지 알고 몸을 한껏 움추렸다. 하지만 대장

스캇은 그가 입고 있던 진행요원복을 살펴보았고 이내 옆에

벗어 논 헬맷을 들어서 '톡톡' 쳐보기도 하였다.

"정말 정교하군..어디하나 군데가 없으니..더구나 이게 철도

아니고 가죽도 아닌 것이 이렇게 가볍다니..마치 무슨 동물

의 뿔과 같은 감촉을 가지고 있는데.."

스캇은 이번에 리크에게 다가갔다. 힘없이 늘어진 어깨에

전과는 달라진 냉혹한 눈빛과 차가운 표정으로 꽉 차 있는

리크가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온몸이 말라버린 피딱

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으니 마치 전쟁 한복판에서 구사일생

(九死一生)으로 살아 돌아온 자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리크. 괜찮나."

"............"

"리크.."

"전 괜..괜찮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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