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34)화 (34/157)

[데스퍼라도] 34. 차원 서바이벌게임

데스퍼라도(Desperado)

차원 서바이벌게임

헤겔론 회장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기획실장이 갑자기 자리

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앞이마로부터 정수리부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대머리에 그 나마 조금 남아있던 주변머리

마저 하얀 반백(半白)인 약 50대 중반 정도 되었다. 마이클

의 아버지인 헤겔론 회장이 35년 전 이곳 롬페르담 회사를

인수하여 운영해 올 때부터 함께 동거동락한 이 회사의

고위 중역이었던 것이다.

그의 본명은 파르마이고 사실상 이곳 롬페르담 회사의 모든

진행상황의 기획 운영, 캐릭, 차원 배경 설정 등의 실질적인

총 책임자였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헤겔론 회장의 오른팔이자

롬페르담 회사의 2인자라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롬페르담

회사내에서 파르마 기획실장에게 감히 명령조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헤겔론 회장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바로 그 회겔론 회장 아들인 마이클이 다짜고짜 자신

에게 따지듯 물어오자 기분이 팍 상했던 것이다.

"마이클! 내가 자네의 질문에 대답하기 전 내가 먼저 한가지

물어 볼게 있네. 조금 전 자네 질문은 공식적인 것인가 아니면

사적으로 물어본건가.."

"지금 공식적이든지 사적이든지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라고

보는데요. 당장에 본 서바이벌 지역으로 진입한 [단테피오테스]

회원들이 위험하단 말입니다."

"지금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나도 잘 아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자네가 어찌 이 회사의 일급기밀

사항인 데스퍼라도 용병단에 대해서 아느냔 얘기지. 자네가

아무리 회장님 아들이지만 이곳 롬페르담 회사의 직급 상으로

보자면 일개 메인(main)진행요원에 지나지 않는가? 그런 자가

무슨 방법으로 그런 기밀사항을 빼돌렸는지는 몰라도 그건

명백한 위법사항이라는 것을 모르나.."

"그..그건..."

마이클은 파르마 기획실장의 말에 다소 당황하였다. 중앙기록실

에 근무하는 자신의 약혼녀인 케서린을 통하여 그 자료를 몰래

넘겨받았고 그 자체가 명백한 사내규정위반이라는 것을 스스로

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헤겔론 회장이 심각한 표정

과 함께 톤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마이클....너도 알다시피 우리 롬페르담 회사의 사내규정이 그

어느 회사보다도 엄격하다는 것을 잘 알겠지. 네가 내 아들이

지만 위반 사항에 대한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 같구나. 하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일단 너에 대한 처벌은 다음으로

미루겠다."

이번에 헤겔론 회장은 갑자기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파르마

기획실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상당한 노여움이 얼굴에 가득한

체 말을 내뱉었다.

"파르마 기획 실장..철없는 내 아들이 자네에게 무례했다면 용서

하게 그리고 기밀사항의 불법유출에 대한 처벌도 이번 상황이

수습되면 내가 직접 처벌하겠네. 그리고 또 하나..만약 조금 전

내 아들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못한다면 나 또한 자네를 직접

추궁하겠네..그 점에 대해선 지금부터 단단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세."

순간 회의장에 있던 20여명의 롬페르담 회사의 중역진들의

표정들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수십년 동안 롬페르담 회사에서

일해온 중역진들이야 말로 헤겔론 회장의 무서운 성격을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회장은 공과 사를 정확히 구별하여

친 인척관계등 심지어 부자간에도 엄격한 룰을 적용시켰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아들 마이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는

사실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헤겔론 회장이 그간 롬페르담 회사의 내부사정에 대해 소홀히

하였기 때문에 파르마 기획실장이 대부분의 전권을 위임받고

현재까지 롬페르담 차원 서바이벌게임 회사를 사실적으로 운영

해왔다. 하지만 자신의 후계자인 아들 마이클에 대해 파르마

기획실장이 위법이란 극단의 단어를 써가며 윽박지르는 것을

보니 그 또한 헤겔론 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꼴이 된 것이다.

한편 파르마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젊은 놈이 자신을 추궁하자

순간 흥분하여 내뱉은 말이 곧 커다란 실수를 범했음을 즉시

깨달았다. 아무리 총기획실장의 실질적인 실세인 파르마라 하더

라도 회장의 후계자인 마이클을 몰아세웠으니 말이다.

한편 헤겔론 회장은 파르마 기획실장이 사색이 된 체 뭐라

말을 못하자 다시 뭐라 외쳤다.

"기획실장!!! 내 말이 안 들리나..조금 내 아들 마이클이 질문

했던 내용에 대답을 해주게나.. 솔직히 나조차도 230 년 전

대참살을 일으켰던 데스퍼라도라는 휴론계 용병단들의 대한

자세한 정보와 오늘날 그들의 후손들을 오늘게임 캐릭 설정

에 왜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단 말일세!"

헤겔론 회장의 다소 질책하는 듯한 말에 파르마 기획 실장은

그 입술마저 벌벌 떨며 겨우 말을 열었다.

"저..저기..그..그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기에..그러니까..

"피치 못할 사정이라니?"

"사실 230 년 전 데스퍼라도 용병단이 일으킨 비극적인 사건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죠.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놀랄

만한 사실이 숨어있었습니다."

"놀랄만한 사실이라니?"

파르마는 상당히 긴장된 표정으로 헤겔론 회장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나지막이 말했다.

"저..저기 일단 여기 회의장의 있는 임원진들을 물리시죠.."

"아니 여기 임원진들은 몇십년 동안 이 롬페르담 회사와

함께 일해온 해온 중역진들이 아닌가? 그들을 물리다니.."

"말씀 드릴 내용이 워낙 중요한 거라서..."

잠시 후 중역진들은 회의석상을 떠났고 헤겔론 회장과 마이클

그리고 파르마 기획실장만이 남아있었다. 파르마는 그래도

불안한지 회의장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그제 서야 조심스럽

게 말문을 열었다.

"회장님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을 잘 들으세요. 사실 칼차온

연방 정부의 K.I.Z가 우리 롬페르담 회사를 오랜 기간 동안

예의 주시해온 것을 회장님도 잘 아실 겁니다."

"쳇 그놈들이야 할 짓이 없으니 괜한 데 시간 낭비하는 것 잘

알지.."

"사실 지금의 차원 서바이벌게임도 그들의 감시를 받고 있지요.

물론 사상처음으로 마법 난이도가 첨가된 이번 게임에 전세계

살상 매니아들이 이곳으로 집결하리라 예상한  K.I.Z 특급수사

대는 게임이 열리기 전 일주일전부터 이미 회사 주변에 그

유례가 없는 숫자의 요원들을 대기 시켜놓고 살상 매니아들이

도착하기만 기다렸죠. 이번 기회에 일망타진하려고 말이죠."

"허..이 사람이 그런 얘기라면 자네에게 이미 보고 받은 내용

아닌가..그래서 그들 대신에 일반 참가자들로 전부 대체 하지

않았던가..그들 역시 이번 게임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들의 목표인 살상 매니아들을 체포할 때 까진 섣불리 나서지

않을 거라고..아무튼 자네 이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 가려하는

데 꿈도 꾸지 말게나. 그리고 내가 데스퍼라도에 대해서 물어

보았지 언제 그딴 쓰잘데기 없는 얘기를 듣고자 했는가? 도대체

나 없는 사이에 자네가 무슨 일을 꾸몄는지 몰랐어도 내 오늘

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네."

"제발 오해는 말아주십시오. 사실 K.I.Z가 그처럼 많은 요원들을

배치시킨 것은 살상매니아들이 아닙니다."

"살상 매니아들이 아니라니?"

"바로 230년전 데스퍼라도 용병단에 속한 어느 고차원 파동

(波動) 존재 에너지를 기다리고 찾기 위함이었지요."

"고차원적 파동 존재.."

"지금부터 제가 다 말씀 드릴게요. 230 년 전 데스퍼라도

용병단 사건에 대한 파일을 칼차온 정부내 K.I.Z. (Kalchon

Information Zone)의 중앙 메인 컴퓨터 모듈 바에서 중대한

정보를 해킹 할 수가 있었습니다.."

"해킹이라니?"

"사실 제가 이번 게임에 휴론계인들을 선택한 것은 바로 그

시장성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회원들은 기존의 차원 게임에

단순한 캐릭, 늘 상 똑같은 아이템 등에 그 열기가 식어

가고 있었지요. 저는 궁여지책(窮餘之策) 과거 데스퍼라도

용병단들의 차원인 휴론계를 선택했죠. 바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엔 그들의 230년 전 끔찍한 살육이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오늘날 그들의 후손들을 다시 캐릭으로 설정

한다면 아무래도 그 반응과 시장성이 있으리라 보았기 때문

이죠. 그래서 전 좀더 과거 데스퍼라도에 대한 정보를 알아

내려고 본 회사 직원인 중앙모듈시스템 전문가에게 K.I.Z로

부터 해킹을 시켰죠. 결국 해킹은 성공되었고 우린 놀라운

정보를 얻게 되었죠. 즉 데스퍼라도에 대한 세간에 떠도는

내용은 K.I.Z에서 해킹 한 내용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헤겔론 회장과 마이클은 어느새 파르마가 기획실장이 말하는

내용에 자신들도 모르게 빠져들었고 파르마 역시 좀더 목소리

를 낮추면서 계속 말했다.

"해킹 한 기밀사항에는 놀랍게도 데스퍼라도 용병단 사건

파일을 '하몬의 살육'이라고 명칭 지어 놓았더군요."

"하몬의 살육이라니..도대체 하몬이 뭐야?"

"그는 상상 할 수 없는 에너지 파동권 고차원의 존재이죠...

바로 그 존재의 이름이 하몬이었죠..그는 바로 데스퍼라도

용병단에 속한 체 230년전 이곳 칼차온에 왔었죠.."

"뭐야..고차원 존재라니..더구나 그 하몬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하위 휴론계 출신의 데스퍼라도 용병단에 있을 수 있었지?"

"유감스럽게도 그 파일엔 그 부분에 대한 기록은 없습니다.

단지 하몬이라는 그자는 30여명의 데스퍼라도 생존자들을

이끌고 그 당시 정확한 통계로 4785명의 [단테피오테스] 회원

들과 1030여명의 진행요원 그리고 칼차온 정보요원들인 K.I.Z

000명(수치 극비사항)을 희생시켰다는 기록이 있었죠."

"후..도대체 하몬이라는 자가 어떤 자이기에...이..이거 정말

끔찍하군 무슨 전쟁이라도 벌어졌단 말인가..그 많은 사람들

이 살육 당하다니.."

"오늘날 우리가 바로 그 휴론계의 차원인들을 서바이벌게임

캐릭용으로 몰래 차원 이동시켰고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안

칼차온 정부는 극도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지요. 혹시나 과거와

같은 참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말이죠."

"그래서 그들 칼차온의 .K.I.Z. 요원들이 이 롬페르담 회사주변

을 포위했단 말이군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들이 그런

사실을 안다면 당연히 이 불법게임을 사전에 막아야하지 않는가.

그런데 어째서 지금 게임이 진행되는 상황인데도 모습을 드러

내지 않는 거지."

"저도 그 점이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는데..가만히

생각해보니 칼차온 정부는 그론 고차원적 파동존재를 일부러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기다리다니?"

"아시다시피 서기 2777년 오늘날 이 지구과학 문명이 아무리

발달되었다 하더라도 상위 파동에너지가 흐르는 차원세계를

여는 기술은 아직 초보적 수준 아닙니까. 더구나 괜한 상위

차원 루트를 개발했다가는 상상도 못할 에너지를 가진 존재

들이 대거 이곳 지구로 침략 할 수 있으니 그런 고차원적

파동이 흐르는 차원세계 오픈(OPEN)은 칼차온 정부나 저희

같은 불법 차원서바이벌 회사조차도 절대 금기사항이죠.

그러나 현 시점에서 혹시라도 휴론계인에 섞여있을지도

모르는 한 명 정도의 고차원 파동 존재는 칼차온 정부의

좋은 먹이 감이 될 수도 있겠죠. 230년 전 하몬 같은 고차원

파동 존재가 나타나준다면 칼차온 정부로서는 안보적인 면

에서 그런 존재를 관찰하고 실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고요. 물론 230년 전 비극을 당할 때보다는 훨씬 진보된

무기시스템도 갖고 있고요."

"후..결국 칼차온 정부가 우리 롬페르담 회사를 이용하는 꼴이

되었군.."

"후후..회장님 피차 마찬가지죠..칼차온 정부는 그 옛날 하몬

같은 고차원적 파동 존재를 찾기 전엔 우리 롬페르담 당사에

무리한 단속을 하지 않을 테고 우린 그저 게임에 대한 매출만

올리면 그만이니까요."

"그나저나 마이클 말대로 협곡에서 할레트 50마리가 몰살

당했다는 것은 혹시라도 그런 고차원적 파동 존재가 나타난

것 아닌가."

"회장님 설사 하몬 같은 자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무슨 걱정

을 하십니까? 현재 그런 존재를 눈 빠지게 기다리는 정부요원

들이 회사주변에 쫙 깔렸는데요. 아마도 칼차온 정부의 개들인

K.I.Z. 요원들에 의해 단번에 제압 당할걸요.."

"음 그들도 눈을 까뒤집고 현 상황을 모니터링하겠구만.."

"동원 될 수 있는 모든 관찰시스템을 이곳 서바이벌 현장에

몰래 배치한 칼차온의 KI.Z. 요원들이 결국 위험한 순간엔

직접 나설 겁니다. 웃기는 것은 살상 매니아들 역시 자기들

방식대로 이곳에 비채널 중계시스템을 잠입시켜 전세계에

이곳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뭐 저희야 밑질

것은 없지요. 롬페르담 회사가 전세계로 홍보되니 말이죠.."

회장은 갑자기 턱을 어루만지더니 자못 심각한 투로 말했다.

"하몬이라....그런데 그와 같은 자가 한 명이 아니고 3-4명

이상 나타난다면...."

"만약 그렇다면..후..칼차온 정부가 실수를 해도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우리 역시 온전치 못하

겠죠.."

*  *  *  *  *  *  *  *  * *  *  *  *  *  *  *  *  *

한편 마울로 계곡 깊숙이 들어온 헤수스와 목유성, 아론이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서로가 톤을 높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젠장..여긴 도대체 지형이 왜 이래..검은 땅에 기괴한 나무

들과 바위라니.."

"험..험..그러게 말이야 어째 좀 이상한데.."

"빌어먹을!! 초마법으로 전부 지형을 바꿔버릴까..아무래도

이곳은 재수 없단 말이야. 아니면 지나기다 걸리는 놈들

있으면 전부 박살을 내던지 말이야..진짜 더럽게 기분

나쁘네.."

"험.....참 묘한 기(氣)가 흐르는 곳이군...마치 내 세계와도

비슷한 기류(氣類)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말이야."

"하긴 목유성 너같이 괴물 같은 놈이야말로 이런 재수 없는

곳이 어울릴지도 모르겠지.

헤수스는 아론과 목유성이 떠드는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까부터 하몬의 검만을 살펴보고 있었고 그의 평소 습관

대로 뭐라 중얼중얼 거렸다.

"음..어째서 이곳 마울로 계곡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하몬의 검이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는 걸까...."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