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27)화 (27/157)

[데스퍼라도] 27. 칼차온 영역

데스퍼라도(Desperado)

칼차온 영역

그 날 저녁 느닷없는 화살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협곡 아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바위 언덕 위에서 방패막을

치고 겨우 목숨을 유지했던 라르곤 기사단 역시 야밤을 틈타

협곡 아래로 합류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병력들이 화살로

부터 대부분 살상 당하고 이제 남은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세계에 와있는지, 생전 처음 보는 괴물과 금속성의 화살로부터

왜 공격을 받았는지 아직도 감조차 잡지 못하고 저마다 극도로

긴장된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생존자는?"

"현재 117명이고 그중 부상자 25 명입니다."

스캇은 자신의 케노리아 용병단으로부터 보고를 받고는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군..근 2000여 병력이 한순간에 괴멸

당하다니.."

그때 착스 기사단의 헬몬트 단장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이..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일이!! 도대체 여기 마울로 계곡이

맞긴 맞는 거요!!"

"분명 우린 마울로 계곡으로 제대로 들어오긴 했습니다.

그..그리고 어느 순간 지형이 완전히 바뀌긴 했지만.."

가르시온이 다소 힘없이 대답하자 헬몬트 단장이 벌떡 일어

났다.

"빌어먹을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제대로 들어 왔는데 지형이

어느 순간에 바뀌다니..."

스캇은 분위기가 다소 험악해지자 큰소리로 외쳤다.

"그만 하시오! 헬몬트 단장! 가르시온 대장은 마울로 계곡

으로 길을 제대로 들었소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여긴

마울로 계곡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우린 이상한 세계로 들어선 것만큼은 분명하오."

"젠장 그렇다면 여긴 무슨 세상이란 말이오!"

"후..낸들 알겠소...."

"전 병력이 이렇게 한순간에 살육 당하다니...도대체 이런 개

같은 곳이 다 있어..흑흑."

헬몬트 단장은 그 자리에 털석 주저앉고는 체면이고 뭐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때 가르시온이 다소 눈살

을 찌푸렸다.

"헬몬트 단장....기사단 단장께서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여서

되겠습니까? 더구나 다른 용병들 앞에서..."

"뭐..뭐야...어린놈이 지 아버지 후광을 입고 라르곤 기사단

단장에 오르더니 눈에 보이는 없나...흑흑..내 수하들 대부분이

이런 빌어먹을 곳에서 싸워 보지도 못하고 개죽음을 당했는데..

젠장 그따위 소리를 지껄여"

헬몬트 단장은 다시 벌떡 일어나 자신의 검을 빼어 들었다.

스캇은 재빨리 일어나 헬몬트의 검을 빼앗고는 그를 거의 강제

로 자리에 앉혔다.

"헬몬트 단장 당신만 수하를 잃은 것은 아니오. 각 기사단과

용병단의 대부분이 학살당한 이 마당에 누군들 그 심정을 이해

못하겠소. 그나마 여기 협곡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아

생존 한 것뿐이지 앞으로 살아남는 다는 보장도 없고....아무튼

지금 우리는 당장에 이곳 세계에 대해서 알아야만 한다는 것

이지요.. "

스캇은 말을 하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시선을 맞은편 오른쪽에

있는 리크와 패샷보이에게 돌렸다. 그들은 어깨를 관통 당한

하시아를 눕혀 놓은 체 간호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리크..패샷보이 잠깐 이리로 와주겠나.."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협곡에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사람들의 시선은 패샷보이에게 모두 모아져 있었

지만 그는 한참을 망설이듯 심각한 표정을 짓 고 있었다. 그때

침묵을 깨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스캇이었다.

"후..패샷보이 자네의 심정 모르는 것은 아니네만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이니 잘 생각해 보게.. 수 백 년 전

데스퍼라도 용병출신인 자네 조상이 남겼다는 그 양피지의 비전

을 볼 생각은 없지만 분명 이곳 세계에 대한 정보가 거기에 기술

된 것 같으니 보자고 하는 걸세.."

"젠..젠장..한마디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네요..후후..알..알았어요.

어차피 이래 뒈지나 저래 뒈지나 마찬가지이니까..쫙 공개 해드리지요..

뭐..한가지 알아두셔야 할 것은 가문의 비전문이니만큼 조상님이 남기

신 절기는 보여드 릴 수가 없습니다. 단지 이곳에 관한 내용과 그림

만요...만약 이 양피지에 흑심을 품거나 하면..제가 가만 두지...."

"쫌생이 같은 자식 말 되게 많군..서론은 그만하고 빨리 진행하라고.."

"리크 이 자식이..지금 네가 내 심정 알기나 해.."

패샷보이는 퉁퉁거리더니 결국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둘둘 말린 양피지

를 조심스럽게 꺼내더니 중앙 한 지점에 놓고는 펼쳐 보였고 이내

말문을 열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가 아마 데스퍼라도 용병단에 대해서 한 두 번

쯤은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 촌놈 리크를 빼고는요..헤헤"

사람들은 이내 패샷보이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분명 수백년전 데스퍼라도 용변단은 이 빌어먹을 영역에 온 적이

있습니다. 오늘 낮에 리크가 물리친 괴물 할레트와 다른 기이한 동물

들이 이 양피지에 그려져 있으니 그리 추측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뿐

입니다. 그럼.."

패샷보이는 말이 끝나자 잽싸게 양피지를 자신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뭐..뭐야..고작 그 정도 얘기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였던 거야..그리고

아까 네 놈의 입으로 할레트의 주인은 단테피오테스라고 했잖아..

뭐 그들에 대한 설명도 없고..."

리크가 뭐라 얘기하자 패샷보이는 시큰둥한 표정을 짓더니 간단하게

대답했다.

"흠 그걸 빼먹었군...아무튼 말 그대로 단테피오테스는 할레트의 주인

이야.."

"야 임마 그게 뭐야....지금 여기 사람들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판에..장난하냐? 그 양피지 손도 안될 테니 빨리 좀더 공개해봐.."

"누가 안 한다고 했냐..젠장..누가 촌놈 리크 아니랄까봐.. 어차피

나머지 내용은 내 머릿속에 있으니..앞으로 내 얘기만 들으면 돼.."

"아 진짜 더럽게 뜸들이네.."

"젠장..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가지고..데스퍼라도의 비전을 쫙

까발리게 됐지..아무튼 이곳은 칼차온 세계라 불리는 곳입니다..

정확히 230년 전 알다시피 휴론 계에서 제국간에 대 전쟁이 있었는데

우린 그 전쟁을 카르베른 대전쟁이라고 말하죠. 바로 그때 존재했던

전설적인 용병단이 데스퍼라도라는 것을 여기있는 사람들 모두 아실

겁니다. 어쨌든 약 1000여명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대부분 흉악한

범죄자들 출신으로 파가논 제국에서 의도적으로 구성한 용병단들이

었지. 결국 그들이 활약한 파가논 제국은 승리를 거두었고 전쟁이

끝난 후 황제는 데스퍼라도 용병단의 처리를 놓고 무척 고심했지요.

대부분 악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니 만큼 이들과 전에 약속했던

대로 기사로 승격시키는 것은 끝내 내키지 않았던 겁니다.

한편 그 당시에도 이곳 마울로 계곡처럼 신기하게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던 홀스계곡이란 데가 있었는데..결국 황제는

여러날을 생각한 끝에 적 국의 패잔병들이 그 곳 홀스계곡에

숨어있다는 소문을 퍼트리게 하였고 데스퍼라도 용병단에게 그들

을 모두 토벌하면 기사작위를 준다고 설득했지요...결국 황제의

꾐에 넘어간 데스퍼라도 용병단들은 홀스계곡으로 들어갔고

그 이후로 한동안 그들을 본 사람이 없었죠. 한마디로 감쪽같이

사라졌던 것이죠. 그로부터 7년이 흐른 후 그들이 사라진 홀스

계곡이 아닌 아카그렌 산맥에서 단 30여명의 데스퍼라도 용병만

홀연히 나타났고.. 후..결국 그들의 상상도 못하는 전투능력에

의해 파가논 제국이 대 살육의 장으로 바뀐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흠..결국 데스퍼라도 용병단이 살육의 전사로 바뀌게 계기는

그들이 7년동안 사라졌던 미지의 영역에 그 원인이 있겠지..

아무튼 그들이 갔던 곳이 어디기에 불과 30 여명만이 살아

왔지..  "

스캇이 말하자 패샷보이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후후..스캇님..지금 여기가 그곳 아닙니까? 어쨌든 광기에 휩싸

인 그들의 일화는 오늘날까지 몸서리가 칠 정도인데..바로 그들

중 제 가문의 조상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그 분은 1000여명이나

되는 데스퍼라도 용병단이 홀스 계곡에서 사라지고 그로부터 7년

후 단 30여명만이 아카그렌 산맥에 살아 돌아온 그 과정을 이

양피지에 남기셨죠. 불행하게도 지금 제가 가진 양피지는 극히

일부분만이 남았기에 도대체 그들이 사라진 7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오늘 낮에 나타난

괴물들과 다른 존재들에 대한 기록은 조금 남아있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여기는 과거 데스퍼라도 용병단들이 사라졌던

세계와 일치 한다는 거와 이곳은 우리 개념을 훨씬 뛰어넘는 상상

도 못하는 존재들이 산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다른 내용은 없나?"

"양피지 겉면 부분에 희미하게 써있는 것을 말씀드리자면 [이곳 세계

의 존재들은 거의 신의 능력을 가졌고 그들은 살인하는 것을 유희로

생각한다..그리고 그들의 무기는..전혀 상상도 못 하는....]."

패샷보이는가 말하는 내용들은 협곡에 남아있는 생존자들의 상상을

훨씬 넘는 것이기에 그들 대부분은 극도로 긴장된 표정으로 변했다.

물론 지금 생존자들은 분명 수백년전 데스퍼라도 용병단의 운명과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점차 시간이 갈수록 깨닫게

되었으리라..

"아마 내일 동틀 때 단테피오테스라는 존재들이 사냥을 시작할

겁니다. 그들은 여러 조로 나누어서 사방으로 이 협곡으로 좁혀

들어 올 것인데....

"흠..그렇다면 수백년전 데스퍼라도 용병들 역시 이곳 협곡에서

똑같은 상황을 맞이했을 것 아닌가?"

스캇은 얘기하다 말고 갑자기 일어나서 협곡 주변 벽면을 살피기

시작했다. 패샷보이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벽면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저 둘이 뭐하나 다소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그때 리크가 갑자기 외쳤다.

"아..그 당시 살아남은 데스퍼라도 용병들이 무슨 기록이라도

남겼을지도..그렇다면 벽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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