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25)화 (25/157)

[데스퍼라도] 25. 마울로 계곡

데스퍼라도(Desperado)

마울로 계곡

그때였다. 여기 저기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니 분명

리크 일행만이 그런 기이한 경험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잠시 후 일대혼란을 맞게 된 사람들은 저마다 놀란 표정

들을 하고는 커다란 막사에 모여있는 자신들의 대장에게

달려갔다. 라르곤 기사단장인 가르시온과 케노리아 용병단

스캇 그 외 각 대장들은 사람들의 비명 소리에 무슨 일인가

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헉..헉 대..대장님..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심상치 않다니? 우선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설명을

해보거라. "

가르시온은 이쪽 저쪽에서 보고하러 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창백한 것을 보고는 내심 뭔 일이 일어난 듯 예감했지만

다소 차분하게 보고를 듣기로 하였다. 한편 다른 대장들

역시 가르시온 뒤편에 서서 다소 놀란 표정들을 하고 있는

것은 마찬 가지였다. 스캇 전사 역시 긴장된 체 보고 하는

병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여..여기 동물들과 생물들은 생전 보지 못한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모습이라.."

"예 그렇습니다. 시냇가의 물고기들과 숲 속의 짐승들 마저

기이하게 생긴 것이 어찌 보면 흉측한 괴물과도 같습니다.

더구나 그 요물들 중 어떤 것들은 병사들에게 달려들어 마구

물어뜯기까지 합니다."

"뭐..뭐라고?"

가르시온은 보고자가 다소 황당한 소리를 하자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고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분명 그는 이런 말 같지

도 않은 상황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던 것 같았다.

순간 뒤에 있던 케노리아 용병 대장 스캇은 아직 나이가 어린

가르시온이 당황해서 머뭇거리자 이내 앞으로 나서더니 뭐라

큰소리로 외쳤다.

"각 대장님들은 잘 들으시오! 지금부터 자신들의 소속 병사들

을 이곳 언덕 위에 있는 막사 주변으로 집결시키기 바랍니다."

느닷없이 스캇이 말했지만 각 대장들 역시 다소 놀란 듯 잠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스캇은 각 대장들 역시 머뭇거리자 이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뭣 들하고 있소!!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

당할 것이오!"

그제 서야 대장들은 앞을 다투어 자신들의 보고자들과 함께

병사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숲과는 다소 떨어진 바위 언덕부근 막사 주변에 각 기사단과

용병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오른 편 바위 협곡

쪽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악...."

"헉.."

이미 바위 언덕으로 피신한 사람들은 처절한 비명소리에 무슨

일인가 하고 그쪽으로 몰려들어 협곡 아래를 쳐다보기 시작

했다.

"저..저게 뭐..뭐야.."

"사..사람들이 살육 당하고 있어.."

"이..이럴 수가 도대체 저것들은 뭐야..사..사람은 아닌 것 같고."

협곡 아래에는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존재들에 의하여 미처

피신 못한 병사들이 무참히 살해당하고 었었다. 순식간에 벌어

진 일들에 사람들은 공포감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누구하나

그들에게 도움을 줄 생각조차 못했다.

스캇 전사 역시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다 이내 뭐라 외쳤다.

"이러다가는 협곡 아래 있는 자들 모두가 전멸 당하겠어!!"

순간 스캇이 협곡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곧이어 50여명

쯤 되는 케노리아 용병단들 역시 자신의 대장을 따라 아래로

신형을 틀었다.

2 M가 넘는 거대한 몸집과 온몸에 털이 송송한 존재들은

마치 육중한 고릴라를 연상케 하였지만 붉은 눈과 뾰족한

송곳이가 입 밖으로 제멋대로 뻗쳐 나온 흉측한 괴물의

모습이었다. 더구나 완전한 직립자세로 행동했고 유난히 긴

팔에 날카로운 칼처럼 뻗어 나온 손톱으로 마구 휘두르니

사람들은 살이 찢겨지고 심지어 목이 통 체로 날아가는 경우

도 있었다. 어떤 괴물은 사람의 목을 몸통으로부터 뽑아버리

기도 하는가 하면 다른 놈은 머리채를 잡고 빙빙 돌려서 던져

버리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그들의 괴력은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협곡은 이내 사람들의 피와 살점으로 난무하였고 고인 핏물

마저 넘치더니 좁은 협곡을 따라 흐를 정도였다. 뒤늦게나마

케노리아 용병단들이 그들을 구하려고 도착했지만 근 100여명

이나 되는 사람들의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시신들만이 목이

없거나 툭툭 삐져 나온 내장을 흘린 체 협곡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한편 괴력의 존재들은 스캇 용병단이 자신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그 져 널려있는 시신

들 주위를 서성거리며 그들의 몸통을 거대한 손으로 집어서

마구 뜯어먹기 시작했다.

한편 바위 언덕에는 누군가가 절규하듯 외치는 목소리가 있었

으니 바로 하시아였다.

"아..아빠가 안보여!! 아..아빠....아빠!"

"뭐..뭐야...찬드라 용병단은 아까 이 바위 언덕으로 다 피한 줄

알았는데.."

패샷보이가 외치자 리크가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냐..진짜 푸티 대장님이 안보여!!"

"아빠.. 엉엉....아..아빠.."

하시아는 이내 협곡 아래를 쳐다보며 거의 인사불성 돼서 연신

아빠를 외치며 흐느끼고 있었다..

"설..설마...저 아래에..."

순간 리크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고 그는 다짜고짜 바위 아래

협곡으로 신형을 틀었다. 경공술을 이용한 리크는 순식간에 아래

협곡에 대치중인 괴물들과 케노리아 용병단의 중간 지점에 안착

했다. 스캇은 갑자기 나타난 리크를 보자 깜짝 놀랐다.

"아니..저 아이는 리크...."

스캇은 마울로 계곡에 들어오기 전 잠깐 만났던 리크의 얼굴을

알아 보고는 소리쳤다.

"리크..뭐..뭐야..너 미쳤어...빨리 이쪽으로 피해!!"

리크는 스캇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녹슨 철검을 등뒤에서

서서히 뽑아 들었다. 한편 바위 위에서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뭐야..저 사람은..."

"아미..혼자서 뭘 어떡하겠다는 거야.."

그 와중에 더욱 놀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플랜시아였다.

"리..리크..."

"리크라니..."

가르시온 역시 플랜시아가 외치자 협곡 아래로 뛰어 내려간

청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리크...저..저놈이..갑자기.."

"리크가 분명해..오빠 저러다 죽겠어..리크 오빠를 도와줘요.!

"젠..젠장...저..저놈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혼자서 뭘 어떡하겠

다는 거야..지 놈이 자초한거니 알아서 하라고 해!"

가르시온은 다소 냉담한 표정으로 일관했고 그 옆에 있는 플랜

시아는 발을 동동 굴렀다. 패샷보이는 리크가 협곡 아래로 내려

가자 자신도 리크를 따라서 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무슨 일인지

일단 멈춰서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양피지를 꺼냈다.

'분명 저 괴물들의 모습이 낮이 익더니만...그래 여기 양피지에

그려져 있는 기인한 존재들과....'

패샷보이는 수백년전 데스퍼라도 용병단 출신인 자신의 조상이

남겼다는 양피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헉 이..이럴 수가..똑같아..."

둘둘 말린 양피지 처음 부분에는 알 수 없는 상용문자와 파가논

제국의 언어가 빽빽하게 작은 글씨로 표기되어 있었고 양피지를

좀더 펴보니 그 안에는 여러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저 괴물들은 할레트..."

패샷보이는 양피지에 그려진 그림과 협곡아래에 있는 괴물

들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그 자리에 털 석 주저앉더니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할..할레트를 부리는 주인은 따로 있는데 바로 단테피오테스

라고....그..그렇다면 여긴..제2계 영역..어..어떻게 이런 일이....

아냐..그럴 리가 없어..여긴 분명 휴론계의 마울로 계곡인데

어떻게 제 2계 영역인 칼차온의 존재들이 나타난 거지 "

한편 협곡 밑에 대치 중에 있는 케노리아 용병단의 스캇

대장은 중앙 한복판에 있는 리크에게 연신 외쳤다.

"리크..빨리 우리 뒤로 피하라고.."

리크는 스캇의 말에 슬며시 뒤를 쳐다보았다. 싸늘한 냉기가

흐르는 리크의 표정에 스캇이 다소 놀랐다.

"왜 이 놈들과 싸우지 않고 피하려고만 합니까?"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리크는 고개를 돌려 아직도 시신을 뜯어

먹고 있는 괴물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새끼들이..."

리크는 빠른 경공으로 괴물들이 있는 중앙으로 들어갔고 동시에

맨 앞에 있는 괴물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초혼검법(超魂劍法) 제 1 초식 해능참!"

"샥!"

"쿠억!"

검이 닿기도 전에 괴물의 몸은 두 동강이 났고 그때서야 다른

괴물들이 뭔 일인가 하고 리크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달려드는 괴물들에게 리크는 보법(步法)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피했다.

"제 2 초식 회천성각!"

"슈..슈..슈 팟! 팟!"

순간 검이 리크의 손에서 떨어져 회전을 하기 시작했고 이내 주변

반경 5 M 둘레를 한바퀴 돌더니 리크의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쿠억.."

"쿡.."

"컥.."

검이 회전하며 둘레를 돈 자리에는 역시 괴물들의 팔과 다리, 목

허리들이 툭툭 땅으로 떨어졌다. 이번엔 상대가 보통이 아님을

눈치챈 수 십 마리의 괴물들이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한데 달려

오기 시작했다. 괴물들이 리크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자 그는

다시 외쳤다.

"궁신탄영(弓身彈影)!"

순간 몸을 구부리더니 그 탄력으로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리크는 허공에서 철검을 지면 아래로 향하더니 크게 외쳤다.

"초혼검법(超魂劍法) 제 3초식 역참멸!!"

"파파파파..팟"

"컥..."

"컥 컥.."

초혼검법은 사실 미완성 검법으로 제3초식으로만 이루어졌다.

하지만 제3초식의 역참멸은 검의 강기 만으로 상대방을 분리시키

는 위력을 가진 파괴적인 무공이었다. 비록 이곳이 차원을 넘어선

다른 영역이었지만 검기를 이용한 살수검법에 목과 몸통이 분리

되지 않은 괴물들이 없었다.

분리되어 땅에 쓰러진 괴물들은 이젠 그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고

이를 구경하던 협곡의 케노리아 용병단과 스캇 전사 그리고 바위

위에 있던 사람들 역시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는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한동안 흐를 것만 같던 침묵은 바위 위에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

에 깨졌다.

"리크!! 지금부터 조심해야 돼! 네가 죽인 괴물들은 할레트라는

2계 영역의 사냥동물에 지나지 않아. 진짜 실체의 적은 바로

할레트의 주인인 단테피오테스란 말이야!! 그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도 않고 있단 말이야."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