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24)화 (24/157)

[데스퍼라도] 24. 마울로 계곡

데스퍼라도(Desperado)

마울로 계곡

"이보게 가르시온..자네 말대로 우린 마울로 계곡으로 가는

길을 제대로 들어서긴 했네.."

"스캇님 그렇다면 뭐라도 잘못 되었습니까?"

"그렇지 지금으로서는 무엇인가 크게 잘못 되어도 한참 잘 못된

것 같다네..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여긴 마울로 계곡과는 전혀

다른 지형이란 말이지.."

"마울로 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분명 제대로 들어섰는데 전혀

다른 지형이라고요.."

"주변을 둘러보게 지형뿐만 아니라 나무들 또한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고 검 붉은 바위하며 심지어 땅 마저 검은 색을 띠니

말일세.."

가르시온은 스캇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파가논제국에서 그토록 위명이 높으신 스캇님께서 설마 착각

하실리는 없고..음..그럼 여기서 잠시 여장도 풀 겸 임시회의를

갖도록 하지요."

"일단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어차피 해도 중천에

떴으니 사람들에게 간단한 요기라도 시키는 것이.."

잠시 후 2000여명의 긴 행렬은 멈추었고 각자의 소속 기사단

이나 용병단들은 저마다 모여서 부리나케 장작을 모으고 요리

할 준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엉 뭐야 장작에 불이 안 붙어..."

"나도.."

"뭐야 불 안 붙는 장작도 있어?"

"젖지도 않았고..겉보기에는 마른 나뭇가지로 보이는데...."

가르시온과 각 대장들은 임시회의를 시작하려다 사람들의

소란스런 소리에 대형막사에서 나와 살펴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누군가가 가르시온 대장에게 보고하기 위하여

다가왔다.

"총대장님...저..저기 이상한 일이..."

보고자는 그저 평범하게 생긴 장작을 가르시온에게 주면서

다시 설명했다.

"요리준비를 위해서 주변에 널려있는 나무와 땔감들을

모아 불을 지피려는데 글쎄 불이 붙지를 않습니다.."

가르시온 장작을 집어 주위 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흠..태양이 이글이글 내리쬐는 한 낮에 비쩍 말라비틀어진

나무인데...더구나 습기라든지 물기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나무에 불이 안 붙다니.."

순간 가르시온은 장작을 공중 높이 던지더니 등뒤에 검을

빼어들고 불의 기운을 이용한 세파크 기술과 함께 그 장작

을 향해 시전했다.

"슈슈슈.."

"팟.....활활...."

그러자 장작은 이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후후..잘 만 타는군.."

한편 옆에서 지켜보던 스캇은 한 손으로 턱을 어루어 만지

면서 활활 불타는 장작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일반 병사들의 부싯돌을 이용한 불에는 붙지 않는데..가르

시온의 마법 검술인 세파크에 의해 생겨난 불길에는 불이

붙다니..거참 이상하군...'

결국 라르곤 기사단 사람들은 각 용병단과 기사단을 돌아

다니며 자신들의 절기인 세파크를 이용하여 장작에 불을

일일이 붙여 주었다. 한편 총대장 가르시온의 여동생인

플랜시아 역시 불을 붙여 주느라 이쪽 저쪽 분주히 돌아

다니고 있었다. 정신 없이 세파크의 검마술을 이용해 불을

붙이는 플랜시아는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주위를

살펴보았다.

"플랜시아...."

플랜시아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고는 다소 놀란 표정

을 지어 보였다.

"리..리크..."

플랜시아는 분명 리크의 모습을 정확히 기억 할 수 있었다.

비록 3년이 흘러 애 띤 모습은 사라지고 건장한 청년으로

그 모습이 훌쩍 변해버렸지만 금빛 머리칼이 어깨까지

치렁 되고 짙고 푸른 눈동자만큼은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그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하..그 옛날 세파크의 불덩이로 날 기절시키더니

오늘은 그 세파크 기술로 장작에 불을 부쳐주는구나.."

"저..저..그..그때는 고의가 아니었어요....정말 죄송해요..

저 그럼 이만.."

플랜시아는 당황한 듯 그자를 황급히 떠났고 리크는 그녀

의 뒤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순간 리크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응큼한 놈...후 라르곤 기사단의 대장 가르시온의 여동생

같은데..리크 네 놈이 저 여자를 알다니..이거..젠장..예쁘기는

엄청 예쁘군.."

"패샷보이 이..이놈이 또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다니...."

"후후. 항상 뒤를 조심하라고..내 너를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하하"

"시덥지 않은 농담 때려치우고 식사준비나 하자고..."

"리크 지금 식사준비나 할 때야...조금 전 그녀 표정을

보니 너와 심상치 않은 관계인 것 같은데..."

"미친놈...여기 들통 있으니 가서 물이나 길어와!!"

"빌어먹을 우리가 뭐 찬드라 용병단의 하인들인가 왜 맨 날

우리만 식사준비하고..설거지 마저 해야만 돼?"

"얻어먹는 주제에....잔말말고 물이나 길어와! 그나마 소속이

있기에 굶지 않는 거라고.."

"씨..."

제법 시간이 흘렀다. 찬드라 용병들은 바위 혹은 나무아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늘도 역시 리크와 패샷보이

는 설거지를 위해 각 들통과 식기를 가지고 시냇가로 향했다.

한편 시냇가에는 이미 하시아가 한아름 들고 온 식기를 열심히

닦고 있었다.

리크와 패샷보이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하시아를 쳐다보았다.

"하..하시아 뭐 하는 거야?"

"보면 몰라?"

"네가 왜 설거지를 하냔 말이지?"

"미안해서..."

하시아는 땀을 한번 쓱 닦더니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흐흐..리크 난 말이야 하시아의 저 미소와 착한 마음씨에

그냥 반해버린다니까..흐흐."

"패샷보이..너 쓸데없는 소리하지마....난 단지 리크를

도와주기 위해서 하는 거란 말이야!"

"후..이거 큰일났군....하시아는 리크를 위해 저렇듯 눈물이

날 정도로 봉사하는데..정작 어떤 놈은 바람이나 피우고..

후..나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겠다.....뭐 이런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그 눈빛들 마저 예사롭지가 않더라고..."

"패샷보이 누구랑 누가 눈빛이 이상하다는 거야....하여튼

헛소리 그만하고 일이나 해.."

"젠장 어떤 놈은 여복이 터져 좋겠구만...."

그때였다. 리크가 갑자기 외쳤다.

"가만 좀 있어봐!"

리크가 뭐에 놀란 듯 소리치자 패샷보이와 하시아는 무슨

일인 가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뭐..뭐야 리크..."

"물 속 좀 들여다보라고..."

"물 속에 뭐가 있다고 그래..."

"이상하게 생긴 뭔가가 돌아다니고 있어..."

"그냥 조그만 피라미 들 이겠지..어디보자..."

잠시 후 물 속을 들여다본 패샷보이와 하시아가 깜짝 놀래서

소리를 질렀다.

"헉..저...저게 뭐야..."

"이..이럴 수가...물고기 대가리가 사람얼굴처럼 생겼어...."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닌데..."

하시아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짜 여기 마울로 계곡이라는 데는 너무 기분 나쁜 곳이야..

바위들과 나무들 그리고 땅 색깔 마저..마치 우리가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란 말이야.."

"맞아...하시아 말대로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바짝 마른

장작에 불조차 지펴지지도 않고....더구나 저 요상하게 생긴

물고기들하며.."

패샷보이 마저 흥분해서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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