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23)화 (23/157)

[데스퍼라도] 23. 마울로 계곡

데스퍼라도(Desperado)

마울로 계곡

스캇은 다짜고짜 자신을 따라오겠다는 리크를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흠..자세히 보니 꼬마는 아닌 것 같은데...."

"꼬마라니요..전 올해 18살인데요."

"18살이라..나이보다 좀 어리게 보이는구나..이름이 어떻게 되지?"

"리크 가벤더 입니다....그냥 리크라 불러주시면 되요. 그리고

지금은 찬드라 용병단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찬드라 용병단이라..가만 있어보자 그러고 보니 지난번 파카

트니 용병단을 물리친 그 꼬마가 너란 말인 가...후 먼 발치

에서 봐 가지고 확신 할 수 없다만은 분명 그 꼬마인 것 같은데.."

"꼬마가 아니라니까요...리크라고 부르세요.."

"아..미안..그래 리크..."

이번에 스캇은 아예 리크 주위를 한바퀴 돌더니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흠...등뒤에 검도 그저 평범한 철검이고...어디 촌에서 올라온

허술한 차림에 얼굴은 그런 데로 귀염성이 있군...."

"지..지금 뭐 하는 겁니까?"

리크는 스캇이 자신의 주위를 빙빙 돌며 자신을 관찰하기 시작

하자 다소 기분이 상했다.

"찬드라 용병단이라 그랬나...거기엔 너말고 또 다른 아이가 있지..

지난번 라르곤 기사단장 가르시안에게 대든 놈 말이야..."

"패..패샷보이를 말씀하시는군요..."

"후..찬드라 용병단에는 괴물같은 놈들만 모였나..내 앞에 있는

너는 파카트니 용병들 몇 명을 아예 아작을 냈고 그 패샷보이

라는 아이는 명색이 라르곤의 단장인 가르시온을 갖고 놀더니만..

후후"

"갖고 놀다니요.. 그렇다면 아저씨도 그런 사실을..."

"후후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그때 가르시온은 그 패샷보이

라는 놈에게 깨끗이 패배했지...물론 그놈이 쳐 놓은 대지의

횐 막 때문에 사람들은 가르시온이 이긴 줄 알지만....아무튼

놀라운 아이들이로군..."

스캇은 이내 등을 돌려 숲 속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저...아저씨 저..저도 같이..."

"쓸데없는 소리!! 어서 돌아가거라..내일 새벽에 마울로 계곡

으로 떠나야 하니 가서 일찍 잠이나 자거라.."

리크는 스캇의 뒤 모습을 바라볼 뿐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스캇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후후..네 놈들이 어린 나이에 어디서 그런 기술들을 배웠는지

몰라도. 앞으론 섣불리 나서지 말거라..어줍잖은 마법이 통할

만큼 이 세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단다. 진정한 전사라 함

은 결국 검술 자체에 승부를 걸어야 한단 말이지....아무리 세상

이 뒤바뀌었어도.."

리크는 스캇이 숲 속으로 사라져버리자 자기도 모르게 뭐라

중얼거렸다.

"쳇..같이 가기 싫다면 싫지..무슨 잔소리는...그나저나 스캇

아저씨가 잡으러 가는 락케스 종족은 도대체 어떤 존재들이야.."

해뜨기 전 새벽 아침은 다소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고 안개

마저 자욱하게 깔려있었다. 이내 여기저기 말들의 울음소리와

저벅저벅되는 소리 그리고 금속성의 갑옷과 무기가 '착 착'

거리며 비벼대는 소리가 점점 요란하게 들렸다. 리크 역시

소란스런 소리에 눈을 뜨고는 겨우 일어났다.

"후..벌써 출발인가..."

"야 임마 빨리 서둘러...."

"패..패샷보이..."

"젠장 우리 찬드라 용병단이 제일 늦잖아..아직도 대부분이

잠에서 깨질 못하니..리크 빨리 일어나서 이들을 깨우자고.."

"어..어..알았어.."

잠시 후 각기 다른 소속의 기사단과 용병단들이 긴 행열을

이루고 들판 아래 있는 거대한 바위 둘레를 돌아 드디어

마울로 계곡 입구로 들어섰다. 어느덧 해는 그 모습을 보였고

짙게 드리워졌던 안개도 차츰 없어지더니 이젠 어느 정도

먼 거리의 물체도 식별할 만큼의 시계(視界)가 생겼다.

한편 리크는 어제 밤 락케스 종족을 찾으러 숲 속으로 사라진

스캇이 궁금했는지 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드디어 리크는

저쪽 앞 행렬 케노리아 용병단들 틈에 끼여서 가는 스캇을

발견했다. 리크는 그를 살펴보더니 다소 의아해했다. 그는

핏기가 없는 창백한 얼굴에 표정마저 돌덩이처럼 굳어 있는

것이었다. 리크는 지난밤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스캇의 모습을

보니 은근한 호기심이 일어났다.

'음..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완전 딴 사람으로 변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아니지 내가

스캇 아저씨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원래 저런 딱딱한 표정

일지도..'

"야 임마 무슨 생각해..너도 혹시 마울로 계곡에 들어서니

겁먹은 거 아니야."

"패샷보이....네놈은 항상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냐. 깜짝 놀랬

잖아.."

"야 임마..내가 뒤에서 나타난 게 아니라..네가 앞에 있었던

거지.."

"쳇....그래 그 데스퍼라도 양피지는 네가 꼬 맨 그 안주머니

에 아직도 잘 모셔놓았니..쫌생아!"

"이..이 자식이...누가 들으면 어떡하라고..아예 소문을 내고

다녀라.. 그..그리고 쫌생이라니..천하의 이 패샷보이게 그렇게

감히 말할 사람은 없다고.."

순간 리크는 빙그레 웃더니 저 앞쪽 행렬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패샷보이는 리크가 손가락으로 손짓하는 방향을 무심코

쳐다보았다.

"리크..갑자기 웬 손짓이야.."

"너 혹시 저기 회갈색의 머리에 건장한 체구에..."

"아..등뒤에 푸르고 커다란 검을 찬 사람 말이지.."

"응.."

"그건 왜 물어?"

"아니..좀 궁금해서..뭔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리크 혹시 저분에 대해서 알기라도 한단 말이야.."

"조..조금.."

"설마..케노리아 용병단 대장 스캇 전사를 너 같은 촌놈이

어떻게 안단 말이야.."

"그냥..좀..그나저나 패샷보이 너는 저 스캇이라는 사람에

대해 좀 알아?"

"후후..알다마다..저분하고 같이 이 대열에 합류해서 간다는

자체만으로 영광이지.."

"영광이라고?"

"암! 영광이고 말고.."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야?"

"파가논 제국에서 몇 안 되는 진짜 전사 중에 전사이지 한때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놀랍게도 케노리아 용병

단을 다시 규합해서 우리와 같이 가다니..후..아무튼 케노리아

용병단 개개인들조차 우리와는 급수가 다른 존재들이지.."

"급수가 다른 존재들이라니..."

"오로지 실전감각 혹은 원천의 힘에 의존하는 일당백의 전사들

이지..후후. 진짜 전투를 아는 사람들이라고..특히 스캇 대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전사라란 말이야..심지어 파가논 제국의 성(聖)

기사단조차 그에게 함부로 못하지.."

그때 뒤에서 따라오던 하시아가 이들 곁으로 슬그머니 끼어

들었다.

"리..리크 이상해..점점 마울로 계곡으로 들어갈수록 스산한

기분이 들어.."

"스산한 기분이 들다니?"

"주변을 봐..좀 뭔가 이상하지 않아? 전엔 한번도 보지 못했던

나무들과 우리가 밟고있는 땅조차 검은 색을 띠고 있잖아.."

"흠..진짜 그렇네...뭐 이곳 지형이 원래 그런 것 아니야?"

한편 맨 앞에 선두 행렬을 이끌고 가는 라르곤 기사단의

가르시온은 자신의 여동생 플랜시아와 나란히 가고 있었다.

"오빠..지형이 점점 이상해져요.."

"뭐가 이상하다고 그래..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넌 이 오빠

곁에서 절대 떨어지면 안 돼.."

"알았어요. 그런데 오빠..저기 혹시 리크라고 기억나요..옛날

사촌 빌모아의 추천으로 칼데아 호수 원정팀에 온 사람

말이에요.."

"갑자기 뭔 소리야!"

"그 리크라는 사람 말여요. 찬드라 용병단에 있는 것

같은데요."

"후후..리크라고..가만있어보자..그러니까 3 년 전 네 세파크

검술 1 레이온에 나가자빠진 놈 말이지..물론 기억나고 말고..

근데 그 약해빠진 놈 얘기는 왜 갑자기 꺼내냐?"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니 지난번 파카트니 용병단을

물리친 사람이 그 리크라는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하하..웃기는 소리..어디서 쓸데없는 소문을 듣기라도 한 모양

이군..아무튼 그런 자식에게 신경 쓰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하라고..쯧쯧 그나저나 플랜시아! 이제 세파크 검술의 3 레이온

정도 익혀 가지고....정말 걱정된다 걱정돼. 플랜시아 네가 아무리

여자이지만 적어도 5레이온 이상은 되어야지 겨우 네 몸 하나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단 말이야."

"오빠가 5 레이온인데 제가 어떻게.."

"또 그 소리...우린 같은 라르곤 가문이란 말이야..여자이건

남자이건 다를 게 없어...그렇게 약해빠진 정신상태로 이런

전란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젠장..앞으로  다시

한번 그런 소리 했다가는 혼날 줄 알아. 그리고 이런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오빠는 조금 있으면 세파크 플로트 7

레이온 기술에 이르게 되지..후후. 기존과는 급수가 달라도

한참 다른 플로트 기술 말이지...현재로선 그저 평범한 기본

세파크 5 레이온에 만족하지만.."

"우와! 대단하다..세파크 핵심 기술인 플로트라면 거의 아빠

의 능력과 비슷하겠네.."

"자..이젠 조용히 가자고.."

근 2000여명에 이르는 행렬은 해가 중천에 떠서야 마울로

계곡 깊숙한 곳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한편 중간 대열에 있던

스캇이 선두행렬의 라르곤 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황급히 달려

갔다.

"이보게 젊은 대장!! 가르시온."

가르시온은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다보았다.

"스캇 대장님..."

가르시온은 비록 자신이 현재의 일행을 이끄는 총 대장이

었지만 케노리아 용병단의 스캇 대장에게만은 깍듯한 예의

를 차렸다.

"무슨 일로 절 부르셨습니까..."

"좀 상의 할 일이 있네...."

"상의 할 일이라니요?"

"아무리 살펴보아도 여긴 마울로 계곡이 아닌 것 같네.."

"마..마울로 계곡이 아니라니요?"

"난 마울로 계곡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지..한때 이곳

에서 지낸 적도 있단 말일세..하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은 완전히 다른 영역인 것 같단 말일세.."

"분명히 제 길로 온 것 같은데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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