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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퍼라도 (18)화 (18/157)

[데스퍼라도] 18. 데스퍼라도

데스퍼라도{Desperado)

데스퍼라도

하시아는 아빠 푸티 촌장의 호령으로 서둘러 떠나는 찬드라 용병

들이 무척이나 야속한 듯 보였다.

"아빠! 잠시만요...리크가 안보여요.."

"험..다른 용병들과 기사단들도 일찍 서둘러 떠나는데 우리도 그들

과 보조를 맞추어 따라가야 한단 말이야.

"아빠 좀만 기다려요. 그리고 왜 다른 일행들과 같이 가야죠?"

"어제 누군가가 그러더구나. 여기 하라섹 숲과 파가논제국으로 가는

길이 여간 험한 게 아니래..특히 마울스 계곡과 아카그렌 산맥을

지나야 하는데 그간 이유도 없이 그곳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 있어.."

"그래서 여러 용병단들과 기사단들이 같이 동행해서 같이 간다

고요.."

"암....어차피 이들 역시 파가논제국에 도착하면 같은 편 아니냐..

허허 지금부터 이들과 친밀해 지는 것도 괜찮겠지."

"쳇 지난 일 잊으셨어요. 파카트니 용병들이 우릴 죽이려고 한

것 말이에요. 전 솔직히 다른 사람들도 못 믿겠어요.."

"험...파카트니인가 뭔가 하는 그 무식한 놈들은 그날이후로 자취

를 감추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아빠!!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요! 지금 우리가 꼭 파가논제국

으로 가야겠어요? 이젠 이쯤에서 엄마가 기다리시는 마을로 돌아

가요!"

"하시아..험..너야말로 엄마 품에 돌아가거라...험..지 엄마 닮아서

잔소리는..정말 귀가 멍멍하지 않을 때가 없군..."

시골 소녀 하시아는 사용할 줄도 모르는 철검을 등뒤에 끈으로

꼭 저며 매더니 갑자기 주변을 살펴보았다.

"휴..그나저나 리크가 안보이니..혹시 우리를 떠나기라도 한 건가..

쳇 어제 우리 찬드라 용병단 좀 보호해 달랬더니 말도 없이 가버

리다니..남자가 고작 그런 부탁도 못 들어주나..째째하게..."

"하시아..리크란 놈을 기다리나 본데....내 그놈을 보아하니 원래

떠돌이 관상을 가지고 있더군..그러니 깨끗이 잊고서 길이나

떠나자.."

"후..그나마 리크는 우리 찬드라 용병단에서 검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이젠 누굴 믿고 이 여행을 계속하지.."

바람에 긴 머리카락을 날리며 찬드라 일행 뒤를 따라가는 하시아

는 못내 아쉬운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한편 제법 높은

고지대의 어느 바위 위에서 떠나가는 찬드라 용병단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리크였다. 리크는 다소 멍한 표정으로 저

아래 하시아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예..예쁘다.."

리크는 어느새 자신의 볼이 붉으스름해 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리크

가 찬드라 용병단에서 이탈한 체 이렇게 혼자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 보는 데에는 전혀 엉뚱한 곳에 이유가 있었다. 바로 지난밤

하시아가 자신을 안아달라고 했던 기억이 그를 상당히 혼란스럽게

하였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밤 하시아의 행동에 리크는 여태

까지 느껴보지 않은 감정들이 물밀 듯이 가슴으로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자신도 모르게 하시아를 다시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았

던 것이다. 사실 리크는 저들 찬드라 용병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시아가 싱그러움을 갖고 있는 시골소녀라면 리크는 순박

한 시골 청년이었다. 3년전 라르곤 기사단의 가르시온 동생인 플랜

시아에게 세파크 검술로 가슴에 일격을 당했을 때 리크는 가슴의 통증

보다는 그녀의 얼굴이 아른거리기만 한 사춘기적 열병을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하시아라는 소녀가 리크의 가슴을

다시 울렁거리게 하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리크는 쑥맥 중에 쑥맥이

었던 것이다.

"하..하시아.."

"흠...대단한 미인이군..."

그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리크는 깜짝 놀라서 주위를 살펴

보았다. 짧게 다듬은 검은머리지만 앞부분의 긴 머리카락이 유난히

횐 피부를 가릴 듯 말 듯한 낮선 자가 다짜고짜 리크 옆에 앉았다.

"라리스타! 홈파스! 케이크! 페린스! 패샷..패샷.."

낮선 자가 느닷없이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마법 주문 같은 것을

외우자 리크는 벌떡 일어나 방어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낮선

자는 리크의 행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다시 말문을

열었다.

"내 이름이야...짧게 말해서 패샷이라고 해....."

"이..이름이라고.."

"좀 길지..헤헤..다시 말해서 패샷보이라고 불러주면 된단 말이야.."

"패샷보이.."

패샷보이라는 자는 갑자기 자기 배낭에서 빵과 가죽 통에 담긴

음료를 꺼내더니 리크에게 권했다.

"자 먹어..먼길을 떠나려면 아침만큼은 든든히 먹어야지.."

"근데 너..넌 누구야.."

"패샷보이라니까.."

"그게 아니라 뭐..뭐 하는 사람이냐고.."

"뭐 별 할 일 없는 사람이지...와 그나저나 저 아래 가는 일행들

말이야 찬드라 용병단들 맞지..킥킥..특히 저 뒤에 가는 여자애

정말 죽인다 죽여.."

"뭐..뭐라고..."

"아차 너도 찬드라 용병이지...이름은 리크고...헤헤.."

"내 이름을 어떻게..."

"허락해 줘!!"

"뭘..."

나도 오늘부터 찬드라 용병단에 합류할래.."

리크는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르는

자가 다짜고짜 말을 붙이고 찬드라 용병단에 들어오고 싶다는

등..

"허락한 것으로 알고 있겠어.. 그럼 우리 같이 내려가자. 저들을

따라가야지.."

"우..우리라니..언제 우리가 아는 사이였던가..."

"조금 전에 알았잖아...자..자..빨리..."

패샷보이는 리크의 손을 잡더니 억지로 끌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뭐..뭐야..난...네가 누군지도..."

리크는 엉겁결에 패샷보이와 같이 낮은 지대로 내려왔고 저 앞에

가는 찬드라 용병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리크는 뭐에 홀리기라

도 한 표정으로 어떨 결에 패샷보이의 손을 잡고 뛰어가기까지

했다.

해는 어느새 중천으로 떠올랐다. 파가논 제국으로 가는 수많은

용병단들과 기사단들은 서로간에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여장을 풀고 각자의 터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 일행 중 유난히 시끄러운 용병단이 있었는데 바로 리크와

패샷보이가 합류한 찬드라 용병단이 있는 장소였다.

"하하하.....감사 감사 또 감사합니다....내가 드디어 찬드라 용병단에

들어오다니.."

하시아는 말많은 패샷보이를 아래위로 살펴보더니 리크에게

말했다.

"리..리크..누..구야 "

"몰..몰라...그냥 따라왔어..."

그때였다. 패샷보이는 갑자기 중앙으로 가더니 뭐라 큰소리로

외쳤다.

"위대한 찬드라 용병단에 가입을 하게되어 영광이구요. 제가 신고

식으로 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여기저기 흩어져 담소를 나누던 찬드라 용병단

들은 저마다 흥미롭다는 듯 패샷보이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패샷

보이는 갑자기 검을 뽑더니만 이상한 동작에 검술을 시전 해

보였다.

"하하..게아트(geart) 검술 춤이라고 하지요..."

"슉..샥..."

"획...."

사람들은 도대체 난데없이 나타나서 갑자기 검술 춤을 추는 패샷

보이를 희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더구나 그가 추는 춤은

일정한 룰이 없는 듯 했지만 경쾌하고 빠른 쾌검에 간혹가다 검

끝에 붉고 횐 빛이 가루가 뿌려지니 마법 또한 사용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은 그의 외모였다.

앞머리를 길게 늘어트린 검은 머리사이로 보이는 초롱초롱한

눈은 마치 천지난만한 아이의 표정과 어울려 한껏 눈웃음을 치고

있었으며 장난끼가 듬뿍 들어간 미소 역시 결코 밉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리크와 하시아에게 윙크까지 하였다.

하시아가 깜짝 놀라 뭐라 말했다.

"진짜 재는 뭐야..정말 살다보니 별 사람도 다 있네.."

"...응...."

리크와 하시아가 어리둥절할 때 사람들은 팻샷보이의 예사롭지

않은 춤에 매료되어 어느새 손뼉을 치며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짝! 짝 ! 짝 !"

"슉...획...샥..."

"데스퍼라도!!"

패샷보이는 끝으로 데스퍼라도를 외치며 춤을 끝냈다. 그는 이윽고

리크와 하시아에게 다가오더니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헤헤..너희들이 그렇게 다정하게 앉아있는 모습에 질투가 난단

말이야.."

"어..너..언제 밨다고...정말.."

하시아는 기가 막힌다는 듯 패샷보이를 째려보았다. 한편

리크는 그리 싫지 않은 표정으로 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후..무슨 춤인지 몰라도 대단한데....그런데 마지막에 네가 외친

'데스퍼라도' 란 뜻은 뭐야.."

"데스퍼라도..후후 사실 조금 전에 춘 춤은 그들이 춘 것에 비하면

흉내만 조금 낸 것뿐이지.."

"그들이라니..?"

"데스퍼라도 용병단..."

"데스퍼라도 용병단이라니?"

"이젠 그들은 존재하지 않지..하지만 몇 백년이 흘렀지만 그들을 기억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아..그들의 일화는 아직도 전설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 많아.."

"흠..데스퍼라도라..어디서 들어 본 것 같기도 하고..."

"일명 '정신을 못 차린 자들' 이라고도 하지 또는 무법자..혹은 악인들

이라고도 해..하지만 결코 악 할 수 없었던 존재들..바람과 같이 나타

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그들의 행적은 오늘날에 많은 사람들

기억 한편에 자리잡고 있지.."

"음..패샷보이 네가 어떻게 그들의 춤을 알았지.."

"난 앞으로 데스퍼라도 용병단을 다시 만들 거야..그들의 신화를 다시

이어간단 말이지..후...그들은 휴론계(인간 하위계)를 넘어서 저 알 수

없는 영역에 그 전설적인 신화를 남긴 위대한 휴론족이었지....사실

난 데스퍼라도 용병단들 중 한사람이 내 조상이었지. 그분이 남긴

전투기술이 우리 집 지하 창고에 아주 일부분 남아 있기에 호기심

으로 수련 좀 했지. 후..놀랍게도 아직 난 그 누구에게도 단 한번

패배 한 적이 없었지...단지 그 일부분의 기술만으로도....."

팻샷보이는 갑자기 리크를 심각하게 쳐다보았다.

"아무튼 리크...넌 내가 점찍은 첫 번째 데스퍼라도 용병이야.."

"뭐..뭐라고..."

"어제 네가 파카트니 용병단과 싸우는 모습을 보았지..후후..

그 정도 실력이라면 데스퍼라도 용병 자격기준을 충분히 통과

할 수 있단 말이지."

"그럼 처음부터 다 알고 내게 접근했던 거야.."

"응!! 헤헤."

제법 시간이 흘렀다. 리크는 팻샷보이의 끈질긴 설득에 이젠 귀찮

다는 듯 입을 꼭 다물고 길을 걷고 있었다.

"이 나쁜 놈아..사람 말이 말 같지도 않어...내가 아무한테나 이런

제안을 하는지 알아!! 너는 영광으로 생각해야 된다 말이야!!

그래 너 잘났다. 이젠 내 말에 대꾸도 안 한다 이거지..파렴치한

놈 같으니."

앞서가던 푸티 촌장은 다소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패샷보이를

쳐다보았다.

"험..진짜 말많군..."

"헤헤 죄송합니다. 미련한 곰탱이 리크 때문에..."

"쳇 누가 미련한건지 모르겠네...이젠 리크 그만 귀찮게 하고

조용히 좀 해!!"

하시아 역시 다소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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