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12. 하몬의 검
데스퍼라도(Desperado)
하몬의 검
아론과 목유성의 말다툼은 아침부터 시작해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반나절이 지나서야 잠잠해졌다. 아마도 그들의 각 의견이
어느 정도 합의점에 이른 모양이었다.
[좋아. 비록 목유성 네가 리크를 가르치는 방법이 못 마땅하지만
일단 믿어보겠어.]
[[흠..]]
카란이 아버지를 찾으려고 가드린 마을을 떠난 지 일년 6개월
정도가 흘렀다.
함락위기를 맞았던 파가논 제국은 각 지방에서 올라온 기사단과
용병전사들의 합류로 가까스로 기사회생 할 수 있었다. 밀고 댕기는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재되면서 양측 편에서는 수많은 사상자들이
발생되었고 전 국토마저 황폐해져 갔다. 수많은 젊은이들과 혹은
강제 징집된 각 가정의 가장들 역시 이 전쟁에서 덧없는 목숨을
버려야만 했고 또한 수많은 부모들과 아녀자들, 아이들 역시 전쟁
터로 내보낸 자신들의 아들, 형제, 남편, 아버지가 희생되었으니
과연 파가논 제국과 론 제국이 전쟁을 해야만 하는 명분에 다시금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 들 제국의 전쟁 발단은 어떻게 보면 작은 사건에서 그
불씨가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었다.
[함페스의 서]
바로 함페스의 서가 휴론(하위 인간계)영역에 출현하면서부터
였다. 칼차온(제2계 영역)의 책으로 알려진 함페스에는 인간계에
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마법전투기술이 수록된 책으로서 그 출현
장소는 파가논제국과 론제국이 대치하고 있던 국경지대 어느
마을이었다. 함페스의 서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양측 제국 사이
나돌자 전국에서 수많은 기사단 혹은 용병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결국 파가논 제국의 카르페시온 용병전사들이 함페스의 서를 손에
쥘 수 있었고 그들은 위기양양하게 자신들의 고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바로 사건 발단은 론제국 군대가 이들 파가논제국 소속의 카르
페시온 용병전사단을 학살하고 함페스의 서를 탈취해감으로서
시작되었다. 용병이란 말 그대로 개인집단이라 할 수 있었지만
론제국은 공식적인 군대를 풀어서 파가논제국 용병단으로부터
함페스의 서를 앗아갔던 것이었다.
파가논제국은 론의 군대가 개입한 것에 대해서 강력히 항의
했지만 이미 함페스의 서를 가진 론제국은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는 상태였다. 분명 카르페시온 용병전사들은 파가논 자국의
용병들이었고 론제국이 함페스의 서를 빼앗은 장소가 파가논
영토내임을 파가논의 라단황제까지 직접 나서서 분명히 밝혔다.
그 후로도 라단 황제는 함페스의 서가 파가논제국의 것이라고
재차 항의하여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론제국이 거절하자
급기야는 그들에게 선전포고를 함으로서 이 두 제국의 7년
전쟁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한편 파가논제국의 변방지역에 위치한 가드린마을 아폴립스
의 숲에는 오늘도 변함 없이 리크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어느덧 여름의 계절이 돌아왔고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푹푹
찌지만 정적 리크가 온몸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는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온몸에 약 40-50kg의 모래주머니를 매달고
보통 철검보다 7배정도 무거운 하몬의 검을 잡은 체 벌써
아폴립스의 숲 외곽을 20바퀴나 돌았던 것이다.
[[리크 호흡이 아직도 거칠구나. 네 안의 정.기.신(精氣神)과
밖의 신,수,보(身手步)가 일치가 안되고 있단 말이야. 정신과
호흡을 외적인 모든 동작과 합일시키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수련이 더욱 힘들어진단다.]]
[목유성!! 저렇게 뛰고도 호흡이 거칠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 더구나 내가 보기에는 미세한 숨소리만 들리는데]
[[허허. 그나마 리크가 지난 일년 6 개월 동안 꾸준히 내공심법
을 수련한 덕분에 저 정도의 미세한 숨을 내 쉴 수 있는 거라네.
물론 자네의 프아라(puarra) 역시 리크에게 상당히 도움이 된
듯 하였고.]]
[호호..웬일이냐. 칭찬을 다해주고.]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이곳 세계에선 기(氣)를 프아라라
불린다는 사실을 아론 네게서 들었지만 이렇게 하몬의 검에
봉인 된 체 대지와 공간의 프아라를 응집시켜 리크의 단전에
불어넣어 주는 것에 본좌도 깜짝 놀랐지. 허허.]]
[쳇..그 정도 가지고 놀라긴. 네 세계에선 기(氣)라고 불리는
프아라는 여기 세계에선 일종의 공간 에너지라고도 하지.
마법을 배우고 그 기술을 사용할 때는 프아라의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단 말이지.]
[[본좌가 특히 놀란 것은 바로 그 프아라가 저놈 리크의 내공
심법에 그렇게 쉽게 녹아들어 갈 줄은 몰랐다는 거지. 허허
무림에선 상상도 못할 빠른 시간에 리크가 웬만한 내공의 경지
에 오른 것이 바로 이곳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프아라(puarra)의
에너지 덕분이었고 더구나 자네가 그 프아라를 응집시켜 인위적
으로 리크의 기(氣)와 융합시키리라고는 본좌 조차 상상도 못했
던 일이었지. 허허.]]
리크의 수련시간은 주로 새벽부터 시작되었고 해가 기울어 질
때쯤 돼서야 끝이 났다. 카란이 없는 상황에 리크는 어머니와
헤네스만 있는 집으로 돌아와서 밀린 일들을 해야했기 때문이
었다. 우선 장작 패기, 식수 길어오기, 밭 갈기 등 주로 남자의
힘을 필요로 하는 일들을 해지기전 한 두시간 전에 다 해야만
했다.
"리크. 요즘 아폴립스의 숲에서 검술 연습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이는구나."
"아..네..어머니.."
"후..그나저나 카란도 아버지를 찾아 떠난 지 벌써 1 년 하고도
6개월이 되었 건만 소식이 없으니..후..카란 녀석 그렇게 말도
없이 떠나다니.."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마 곧 아버님하고 카란이
함께 돌아 올 거에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구나.."
리크는 식사를 끝마치고 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리크는 다소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후..카란 녀석이 떠난 지 벌써 일년이 하고도 6개월이 흘렀군.
생각 같아선 당장에라도 아버님과 카란을 찾으러 가야 하건만
어머님과 헤네스를 두고 갈 순 없고."
리크는 갑자기 침대에서 내려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참 신기하군. 지금은 이 자세가 더 편하니....더구나 이 자세
에서 잠도 잘 수 있고 말이야...."
잠시 후 리크는 두 손을 합장하더니 천천히 머리위로 들어
올렸다 곧 합장한 두 손을 떼어 커다랗게 원을 그렸다.
순간 푸른빛이 허공에 일더니 리크의 몸이 공중으로 솟아
올랐다. 그는 다시 한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푸른빛이 모아지더니 하나의 막이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대지의 막은 프아라의 에너지를 응용시켜 사용 할 수 있다고
했지. 과연 이 막이 어느 정도 위력의 공격까지 막을 수 있나
궁금한데. 후후. 아론 스승님이 꽤 말이 많으셔도 제법 쓸모
있는 것을 가르쳐 주신 단 말이야."
리크는 창가 쪽으로 다가가더니 밤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헤수스 아저씨.....남쪽으로 여행을 가신다더니 아예 그곳에서
살림을 차리셨나. 도대체 언제쯤 돌아오시려는 지.."
그 다음날 아폴립스의 숲에는 적지 않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리크는 여느 때처럼 하몬의 검을 움켜쥐고 전방을 응시
하고 있었다.
[[아직도 호흡이 거칠어..완전한 정신합일이 되지 않고는
초혼검법[超魂劍法]의 기본초식조차 시전하기 어려우니라!]]
제법 시간이 흐르자 리크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송 맺히기 시작
했다. 분명 목유성은 리크에게 무리한 수준의 무공을 강요하는
것 같았다. 이제 일년하고도 6개월 정도 수련한 리크에게 초혼
검법을 수련하게 한 것은 일종의 도박과도 같은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