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퍼라도 (11)화 (11/157)

[데스퍼라도] 11. 하몬의 검

데스퍼라도(Desperado)

하몬의 검

분명 아폴립스의 숲 안에는 새로운 사건이 일어났다. 리크가 환청

혹은 꿈결로 들었던 아론과 목유성의 대화가 실제였음을 확인했고

리크는 그들이 제안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무조건 받아들였던

것이다.

"나중에 당신들 봉인만 풀어주면 된다고요?"

[[험 이놈 말하는 것 좀 보게....당신이라니..지금 이후론 스승이라

부르거라.]]

"아..예..알겠습니다. 스승님. 그런데 봉인은 어떻게 푸는 거지요.."

[쳇. 지금 네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 적어도 이 아론을

잡아 가둔 하몬 녀석의 능력에 버금가야 하겠지. 진짜 걱정된다

리크 네가 그 정도 수준까지 도달할지]

[[아론..벌써부터 이 아이를 기죽이려 하느냐. 험.....]]

[목유성! 우리를 봉인시킨 엘시온 전사인 하몬의 능력을 네가

알기나 해! 결국 너도 그의 봉인주문에 봉인 당했잖아.]

[[그 하몬이라는 자는 이곳 세계에선 그래도 상당한 고수같은데..

본 좌가 봉인에서 풀려난다면..]]

[풀려난다면..뭐 그 지긋지긋한 비무인지 뭔지 한다고. 또 네가 이

세계를 뒤엎을 것처럼 말하는데..제발 웃기지 좀 마. 목유성 너는

벌써 내 손에 끝장나 있을 테니..]

[[흠.....그 이름 모를 신공 수련만 무리하게 아니하였어도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세상에 오지도 않고 너 같이 막되 먹은 계집도 만나지

않았을 텐데. 후..내 욕심이 지나쳤던 거야. 암 신(神)의 능력에

도전한 본 좌는 아마 천벌을 받은 게 지.]]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리크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앞으로 두 분 스승님들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흠..그 녀석 제법 인사성은 있군. 자 우선 우리에게 4 배를

하거라.]]

"4배라니요."

잠시 후 아폴립스 숲에서도 그 인적인 드문 서쪽 깊숙한 곳에

리크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이상한 자세가 영 불편했지만 현재로서 리크는 이미 스승

의 연을 맺은 목유성의 지시에 따라야만 했다.

[[바로 그 것이 수련할 때 취하는 자세이니라. 일단 가부좌를

취하고 양손은 각각의 무릎 위에 놓되 엄지, 검지와 새끼손가락

은 벌리고, 중지와 무명지는 손바닥 쪽으로 구부린다. 처음에는

양쪽 코의 공기통로(비강)를 깨끗하게 하는 호흡 훈련을 하도록

한다.]]

리크는 내심 혼란스러웠다.

'후..이게 도대체 뭐야. 검술 혹은 마법 배우는데 이런 게 무슨

소용이 있담.'

[[숨을 내쉬면서 자만심, 분노, 증오, 탐욕, 나태함, 우둔함을 마음

속에서 흘러나가게 한다. 신성한 존재들부터 오는 모든 축복, 지혜,

이 세상에서 선하고 고상한 모든 것이 숨을 들이쉬는 동안에 동화

(흡수)되도록 하거라.]]

[이봐. 목유성 지금 뭐 하는 거야!]

[[쉿 조용히...리크를 살펴보니 그의 마음이 적지 않이 흩트러져 있는

것 같은데 일단은 저 아이의 불순한 기(氣)를 순화시킬 필요가 있단

말일세.]]

[기..기(氣)라니..]

[[쉿 조용히!]]

[쳇..어차피 두고보면 알겠지.]

[[이제, 잠깐 마음을 가라앉히는 동안에 모든 근심걱정과 생각을

내버린다. 완벽하게 고요한 상태가 된 후에...]]

***

리크는 아까 아폴립스의 숲에 있었던 일들이 아직까지 믿어지지

않는 듯 무슨 생각에 골똘하고 있었다.

"리크..왜 그래 넋 나간 사람처럼..빨리 식사나 하라고."

"아..알았어. 카란."

"후..지난번 일 때문에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는 모양인데. 다

잊어버리라고. 녀석 오죽 괴로웠으면 지난 일주일간을 아폴립스

숲에서 나 올 생각을 안 했냐. 나중에 내가 그 건방진 가르시온

새끼랑 그 여동생에게 빛을 갚아줄게."

"후..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식사나 하자."

"오빠들 이젠 정신 좀 차리라고 툭하면 전쟁놀이 아니면 싸움이나

하고.."

"헤네스..시끄러!"

"쳇 특히 카란 오빠 철 좀 들어..소리만 지르면 다야..더구나 엄마

에게 신경이나 써라..요즘 엄마가 이상해 지셨어"

"참! 어머니가 안보이시는데.."

"그것 봐 아들이 되 가지고서."

카란은 식사하다 말고 창가 쪽으로 갔다. 그는 창밖을 한참 살펴

보더니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휴..이놈의 지긋지긋한 전쟁이 웬수지..아버님이 파가논 병사로

징집되어 가신지 벌써 3년이 흘렀건만..돌아오실 생각도 안 하시고.

어머님은 저기 뒤뜰에 나가서 눈물만 닦으시니."

"더구나 엄마 말이야. 그저 하염없이 넋 놓을 실 때가 부쩍 많아

지셨어."

카란은 갑자기 창가 옆에 있는 벽에다 주먹을 쳤다.

"쾅!"

"젠장..내일 나 아버지도 찾을 겸해서 파가논에 자원입대할거야."

리크는 카란의 말에 깜짝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카..카란"

"오빠..."

"너희들 잘 들어 내가 없는 동안 어머님 잘 보살펴 드려.."

"카란 넌 아직 17살이야..파가논 군인 입대 자격이 18 세라는

거 몰라.."

"시끄러워!! 난 내일 새벽에 무조건 떠난다. 아버님의 생사도 모른

체 이 방구석에서 처박혀 있는 것도 이젠 진저리가 난단 말이야!"

파가논 제국과 론 제국의 7 년 간에 걸친 전쟁이 안겨준 비극은

비단 이들만의 일이 아니었다. 전 영토의 산들이 전쟁물자의 부족

으로 나무가 잘려나가고 황폐 해 져 갔으며 각 마을의 모든 철마저

압수 당했다. 무엇보다도 각 가정의 가장들이 전쟁터에 내몰게

되었으니 이젠 모든 사람들이 그 지긋지긋한 전쟁에 치를 떨고

있었다.

다음날 새벽 리크는 자신의 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음..정말 힘들군. 다리가 저리고 허리마저 아파 오기 시작하니....

정말 이런 자세가 싸움 기술에 도움이 된단 말인가..후. 해가 뜨기

전 새벽녘에 이런 자세로 매일 호흡을 다듬으라고..또 그 이상한

호흡 법은 또 뭐야.'

리크는 아까 낮에 목유성이 일러준 대로 수련을 시작했지만 영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리크는 이내 자신의 침대로 엎어지더니

천장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하몬의 검은 아폴립스 나무에 있는 헤수스 아저씨 움막에 잘

모셔났으니 됐고..후..수련이고 뭐고 일단 카란이 진짜 자원 입대

한다면 나도 가만있을 순 없지.

한편 카란은 집 앞뜰에서 자신의 집을 쳐다보았다. 그는 새벽 녘

가족들 몰래 집을 떠나려 했던 것이다.

"어머니, 헤네스, 리크.."

"떠날 놈이 뭐 그리 미련이 남아있어?'

"리..리크.."

카란은 자신의 뒤에서 서있는 리크를 보자 깜짝 놀랐다.

"후후.. 뭐 그렇게 놀라."

카란은 리크 역시 커다란 배낭과 철검을 메고 있는 것을 보고는

리크가 자신을 따라 나섰음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순간 카란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리크..잘 들어. 네가 나를 따라 자원 입대한다면 난 너와 인연을

끊어 버릴 거야. 그나마 내가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는 이유는

리크 네가 있기 때문이야."

카란은 갑자기 리크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리..리크..어머님과 여동생 헤네스를 부탁한다."

카란은 말과 동시에 등을 획 돌리더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

했다. 카란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았고 리크는 카란이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목석처럼 서있었다.

"카..카란.."

한편 아폴립스의 숲에선 아침부터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새들조차 퍼득거리며 그 나무 주변을 피하니 분명 누군

가 가 심하게 다투는 것 같았다.

[뭐..뭐라고!!! 당분간 참견을 하지 말라니!!! 목유성 네놈이 리크를

혼자 독차지하겠다는 거야.]

[[험..험..여자가 그렇게 목소리가 커서야..]]

[웃기고 자빠지고 있네!!! 그 가부좌인지 뭔지 하는 사이비 개

폼으로 가르치는 거 봐서..너야말로 포기하는 게 어때.]

[[아론 너 따위가 그 심오한 내공심법을 알겠느냐? 지금 그 아이

에겐 필요한 것은 바로 정순한 기(氣)를 채우고 심법을 다듬는

것이니라.]]

[뭐가 신뻡이야!!! 발음하기도 어려운 사이비 전투기술 가지고

어린애한테 사기 치려 하다니..]

[[허허..신뻡이 아니고 심법이니라..이거 전혀 말이 안 통하는군..]]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