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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퍼라도 (8)화 (8/157)

[데스퍼라도] 8. 하몬의 검

데스퍼라도(Desperado)

하몬의 검

리크와 카란은 폭설로 뒤덮인 트로얀의 산을 겨우 넘었고

바로 이번 칼데아 호수 원정대가 기다리고 있는 라니스플로

들판을 가로질러 가기 시작했다. 폭설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바람마저 세차게 불었다. 눈발을 피하기 위해서 그들은

이미 준비해온 각자 커다란 망토를 뒤집어쓰고 한발씩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카란! 이쪽으로 가는 거 맞아?"

"잘 모르겠어!!!"

"모..모르다니.."

"리크.....주변이 온통 눈으로 덮여있어 어디가 어딘지 잘 분간

이 안가..우리 혹시 길 잃고 여기 폭설에 파묻혀 죽는 거 아냐?"

"뭐라고..."

"젠장..겁먹기는....농담이야! 좀 햇 갈리기는 한데...아마..이쪽이

맞을 거야."

"카란! 농담 들어줄 기분이 아니야.....으으으 춥고 떨리고..도대체

어디서 그들을 만나기로 한 거야?"

"폐허가 된 고대 아르키온 신전에서..너도 알잖아.."

"거기라면 나도 잘 알지..그렇다면 이쪽 방향이 아닌데.."

"이쪽 방향이 아니라니?"

"비록 사방이 온통 눈으로 덮여있고 바람마저 부니 정확한

방향은 확신 못하지만 분명 이쪽은 아니야....."

"아..아니라고...젠장 어쩐지..그럼 리크 네가 앞장서.."

"뭐..뭐라고 너 그럼 지금까지 어딘지도 모르고 무작정 갔던

거야?"

"빌어먹을 대충 이쪽인 것 같았는데..지금은 완전히 방향감각을

잃어 버렸어."

"................"

리크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변해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방향으로 근 2 시간을 들어왔으니..

그때였다. 리크의 귓가에 약간 에코 먹은 듯한 여자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보야! 오른쪽으로 가!]

리크는 깜짝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온통 눈으로

뒤덮인 라니스플로의 들판에는 오로지 자신과 카란만 있을

뿐이었다.

"카란 너 혹시 여자아이 목소리 못 들었냐?"

"무슨 말하는 거야..리크..."

"오른쪽으로 가라는..말 말이야..못 들었냐고?"

"듣긴 뭘 들어.."

[바보야! 가라면 갈 것이지..]

"뭐..뭐야..내가 미쳤나..환청까지 들리네.."

리크가 뭐라 중얼거리자. 카란이 리크에게 다가왔다.

"리크..왜 그래?"

"몰라 ..나 혹시 미친 거 아냐?"

카란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크를 보더니 다소 힘없이

말했다.

"리..리크...비록 내가 길을 잃어 네게 고생 좀 시켰다고 그런

식으로 비꼬기야.....아무튼 내가 잘못했으니..장난 그만하고

길이나 앞장서라고..."

[진짜 바보네 오른쪽으로 가라니까.]

리크는 여자아이 목소리가 자신에게만 들리니 분명 정신분열

초기증세인 환청임을 믿는 것 같았다.

"미치는 것도 한순간이네....."

"리크 미안하다니까..으으 추워 죽겠다. 빨리 앞장서라.."

"어차피 지금 상황에선 미치는 게 정상일 수도..그래 미친

척하고 오른쪽으로 가보자.."

"아 그래 이제 생각해보니 오른쪽 방향이 맞는 것 같아.."

".............."

***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되는 시장 통 길거리 자판대에

쭈구려 앉아 누군가가 열심히 홀쩍홀쩍 뭘 먹고 있었다.

허름한 옷, 회색의 산발머리, 긴 수염, 꼬질꼬질 한 게 영락

없이 거지 차림새였다. 그나마 돈을 지불하고 끼니를 때우니

자판대 주인은 다소 찡그린 표정을 지었지만 그이상의 내색

은 하지 않았다. 단지 식사를 끝내고 빨리 사라져주기만을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간단한 끼니용으로

고기스프를 파는 주인은 하루 벌어 겨우 사는 처지에 냄새

나고 꼬질꼬질한 거지가 죽치고 앉아 벌써 스프를 7접시나

비우면서 근 1시간을 저렇게 홀짝 홀짝대며 주접스러이 먹는

건지..벌써 저 냄새나는 거지 때문에 다른 손님들을 한 두 명

놓친 게 아니었다.

"아줌마 한 접시 더.."

"또 여!!!"

"여기 돈....."

돈준다는데 안 팔 수도 없고 주인은 마지못해 한 접시를 더 내

주었지만. 내심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고 뭐라 나지막이 중얼거리

기 시작했다.

"배때기 터져 뒈지겠다."

"뭐라고요?"

아줌마는 들은 척도 안하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딸그락 딸그락..."

그때 갑자기 그 남자가 일어났다.

"후....잘먹었소이다. 주인 아주머니...이따가 또 오리다..."

"오늘 장사 안 하니 다른데 가보슈..."

"하하 그럼 내일 올게요. 그럼 이만 가보리다. 커억 잘

먹었다...."

"장사를 때려 치든지 말든지 해야지.."

그는 시장통을 지나서 도시외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초록이 우거진 숲에 다다르니 그는 어느 나무아래에 앉았다.

'흠....남쪽으로 한참을 내려 왔건만..아직도 밤에는 한기가 느껴

지니..하위 인간계에서는 추운 것만 빼놓으며 내 고향 엘시온과

거의 흡사하단 말이야. 음식도 먹을만하고 이 세계 사람들 인심

도 뭐 괜찮은 것 같고 특히 겨울만 없다면 아폴립스의 숲은

금상천화일텐데....젠장 횐 얼음 같은 가루가 하늘에서 떨어지니....

그것만큼은 견딜 수가 없단 말이야.'

헤수스는 갑자기 뒤로 누워버리더니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물끄

러미 쳐다보기 시작했다.

'하몬..후....하몬 네 녀석의 기억이 이리 쉽사리 잊혀지지가 않는

구나. 위대한 전사..하몬....이런 곳까지 내려와 방랑생활을 하지만

네놈의 잔영이 끝까지 따라다니니.. 하지만 이젠 진짜 잊어버리

련다. 네 검 또한 앞으로 지니고 다니지 않기로 했네.....후후. 이런

하위 인간계에서 제법 근성 있는 놈을 발견했단 말일세..바로 네놈

의 눈빛과 닮은 녀석을..아마 지금쯤 그 녀석은 하몬 네놈의 검을

얻고는 무척 기분 좋아할 거야. 그놈에게 네 검을 주는 것 말이야

괜찮겠지.....허락하는 거지 하몬....너도 그놈을 본다면 마음에 들어

할거야. 그리고 하몬 네가 검에 봉인해놓은 그들 역시 리크 그 놈

을 좋아해야 될텐데..그게 걱정되는군..후후'

한편 리크와 카란은 천신만고 끝에 아르키온 시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칼데아 호수 원정에 참가하려는 다른 사람들 모두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들이 한결같이 굳어져 있었으니 아마

예상보다 훨씬 늦게 도착한 이들에 대한 냉랭함인 것 같았다.

그나마 빌모아가 이들을 반겨 주었다.

"왜 이리 늦었어!"

"잠시 길을 잃어서 말이야.. 미안해."

그때 누군가가 날카롭게 외쳤다.

"하여간 촌놈들이란..거기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순간 리크와 카란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 보았다. 은빛

기사복에 고급스런 검을 차고있는 모습으로 미루어보아

분명 라르곤 기사단에서 온 사람들 중 한명임에 틀림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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