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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퍼라도 (7)화 (7/157)

[데스퍼라도] 7. 하몬의 검

데스퍼라도(desperado)

하몬의 검

가드린 마을로부터 오른쪽에 제법 드넓게 펼쳐진 들판을 지나

면 언덕이 보인다. 그 언덕은 일명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고

바로 앞의 트로얀 산으로 들어가는 초입길목이라 할 수 있었다.

아폴립스의 숲은 바람의 언덕과 크로얀의 산 중간정도에

위치해 있었다. 리크는 폭설로 인하여 무릎까지 퍽퍽 빠지는

바람의 언덕을 지나 아폴립스 숲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녀석들 날 한번 잘 잡았군. 이런 폭설에 오늘밤 꼭 칼데아 호수

를 가야되나..더구나 칼데아 호수를 가려면 저 트로얀 산을 넘고

라니스플로의 들판마저 가로질러 가야하는데....후....거기서부터

시작이지.....아직까지 칼데아 호수 깊숙이 가본 사람이 없으니

그곳부터는 스스로 찾아가야 한단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날을 잘못 잡은 것 같은데....칼데아 호수 근처에 가기도

전에 폭설에 파묻혀 오도가도 못할 거야....."

리크는 혼자 중얼거리다 어느새 아폴립스의 숲 안으로 들어왔다.

헤수스가 움막을 틀고 지내는 곳은 능선 중앙부근에 우뚝 솟아

오른 커다란 아폴립스 나무인데 그 둘레는 아이들 열 명 정도가

손을 잡고 겨우 둘러 쌀 정도였고 그 길이 또한 끝이 아득하리

만큼 높았다. 헤수스는 나무 상단 부근 약 30 M에 지점에 움막을

만들어 벌써 그곳에서 3년 간을 지내오고 있었다. 바로 이 나무는

아폴립스 숲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그 웅장함 마저 다른 나무들을

압도하였다. 또한 이 나무 아래서 3 년 전 리크와 헤수스가 처음

만난 장소이기도 하였으니 리크에게는 남다른 추억이 있던 곳이다.

"아저씨!"

"............"

"헤수스 아저씨!"

"............"

"음..어디 가셨나? 왜 대답이 없으시지...."

리크는 헤수스가 대답이 없자 갑자기 나무 뒤쪽으로 갔다. 거기에

는 한 가닥의 가는 밧줄이 나무위로부터 늘어트려 있었다.

"이런 폭설에 어디 가실 리 없고 ..아니면 또 과음을 하시고

잠에 들었는지도..모르지..일단 한번 올라가 볼까."

"탁! 타 타 타 타 .."

리크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밧줄을 이용하여 근 30 M정도의 높이

를 불과 몇 초 사이에 올랐다. 오래 전 마을 아이들의 사냥감

신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나무에 둥지를 틀고 이 나무 저 나무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한 리크에게 이제 나무 오르기는 한마디로

식은 죽 먹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아저씨!"

"............."

움막안에 인기척이 없는 것을 느낀 리크는 가죽 천을 들쳐 내고

움막 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안 계시네. 어디 가셨지..."

근 일주일만에 이곳을 다시 찾은 리크는 움막 안 주위를 살펴

보기 시작했고 잠시 후 움막 바닥 한가운데 둘둘 말린 양피지

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리크는 양피지를 쫙 펴고 그 안에 적힌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대장 리크..후후 네가 이 글을 볼 때 아마 나는 따사로운

햇빛을 따라서 어느 이름 모를 지방을 지나가고 있겠지.

아무튼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여행 좀 다녀오마. 난 추운

건 질색이 거든. 봄이나 되야 네 놈을 볼 수 있겠구나 [헤수스]"

내용은 간단했다. 리크는 갑자기 실망감의 표정으로 변하기 시작

했다.

"쳇..뭐가 춥다고.....오늘 하몬의 검을 보러 왔는데. 봄까지 언제

기다려."

리크는 다 읽은 양피지를 둘둘 말아서 한편 구석으로 던졌고

이내 몸을 틀어 움막 밖으로 나가려 했었다. 그때 리크는 어두

컴컴한 구석에서 무엇인가 번쩍거리는 것을 보았다.

"혹시...."

리크는 천으로 둘러싸인 체 그 금속성의 손잡이 만 삐죽

나온 물건을 집어들려고 하였다. 그 물건은 생각보다 무거

웠고 리크는 겨우 두 손으로 안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둘둘 말린 천을 걷어내자 갑자기 리크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하몬의 검.."

검은 빛을 띠고 있는 하몬의 검은 그 두께가 약 5 cm로서

상당히 두꺼웠지만 급격한 경사를 이루어 칼날 끝 부분이

예리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손잡이는 하얀 실로 칭칭 감겨

있었고 손잡이 끝 부분에는 푸른색 원석이 박혀져 있었다.

무엇보다 리크의 시선을 잡은 것은 바로 이상한 문양 혹은

상형문자 같은 것이 검 하단부분에 촘촘히 박혀 있었는데

불쑥 패여 있는 각 글자 음각에 띠고있는 푸르스름한 빛이

었다.

리크는 생전 처음 보는 문양과 글자를 살펴보다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어..그러고 보니 내..내가 하몬의 검을 들고 있잖아..."

리크는 두 손으로 겨우 받쳐들 정도였지만 분명 검을

들고 있었다.

3년 전 하몬의 검을 보고 그 이후로 그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아침나절부터 저녁때까지 장작을 패던 일, 일부러

보통 철검보다 5 배정도 무거운 철검을 만들어 밤낮으로

휘 두르기, 무거운 짐을 지고 아폴립스의 숲을 하루종일

뛰어 다녔던 일등 이 모두가 하몬의 검을 사용 할 수 있는

근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지금 분명

리크는 하몬의 검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폭설은 여지없이 아폴립스의 숲에도 그 눈발을 날리고

있었고 간간이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니 리크의 머리

카락을 미친 듯이 펄펄 날리기 시작했다. 그는 조금 전

헤수스의 움막에서 가지고 내려온 하몬의 검을 양손으로

잡고 있었다.

'후...상당히 무겁군. 두 손으로 겨우 잡을 수 있으니.....휘두

르는 것조차 제대로 될지 모른단 말이야.'

리크는 검을 잡은 체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양손으로 검을

겨우 잡긴 잡았지만 도저히 휘두를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도대체 이 검의 주인은 누구이기에 이런 무거운 검을 사용

했지.'

그때였다. 아폴립스 언덕 아래에서 누군가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크! 리크..어디있어.."

"카란 목소리인 것 같은데.."

리크는 재빨리 들고 있던 하몬의 검을 가는 밧줄로 묶어

자신의 등뒤에 찼다. 잠시 후 카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란은 거의 무릎까지 오르는 눈을 헤치며 리크에게 다가왔다.

카란 역시 철검을 등뒤에 차고 있었으며 심지어 파가논 제국

의 전투복까지 입었으니 리크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카란...멋있는데. 네가 찬 철검은 지난번 우리에게 혼 줄이 나서

도망친 파가논 병사가 떨어트려 놓고 간 것은 알지만 그 전투복

은 어디서 난거지.."

"후후..이거..지난번 저기 트로얀 산에 벌목을 하던 병사가 잠깐

벗어 놓은 거 슬쩍 했지. 그나저나 리크 너 등뒤에 찬 검은 뭐야."

"어..이..이거 말이야...나도 그..그냥 주웠어.."

"검이 좀 이상하게 생겼는데....왜 그리 새까마냐? 더구나 그런

검을 줍다니...도대체 어디서 주었어..."

리크는 미소를 살짝 짓더니 저편 거대한 아폴립스 나무를 응시했다.

"저 위에서..."

"아하..너도 슬쩍했구나.."

"뭐 그렇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허나 나는 잠깐 빌린 거야...

슬쩍한 건 아니라고.."

"자식 그게 그거지..뭐"

"그나저나 빌모아는?"

"빌모아는 아마 라니스플로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어느새 거기까지...."

"아차 그리고 이번 칼데아 원정대에 몇몇 처음 보는 놈들도 올

거야."

"처음 보는 놈들이라니?"

"리크 너는 우리 가드린 마을과 발튼 마을의 대장 자격으로

참가하는 거고 나와 빌모아는 부대장 그리고 파르마 마을에서

녹스 대장이 대표격으로 오지...."

"그 아이들이라면 내가 다 아는데..."

"뿐만 아니라 라르곤에 기사단 마을이 있는 거 너도 알지 거기

에서 5 명이 오게 되어 있어. 나도 처음 보지만 그놈들 싸움

기술이 보통이 아니래..하긴 지 들 아버지가 기사단 출신이니

정통적인 검법을 배웠겠지만 말이야.."

"그곳 출신은 우리 같은 촌구석 출신들과는 상대를 안 할 텐데.."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이지 바로 칼데아 호수를 자원해서 가려

는 놈들이 없었는지 우리들을 끌어들이더라고.....후후 이번 기회에

그 놈들의 정통 검 기술도 살펴보고 뭐 우리야 손해 볼 거 없지..

아무튼 라니스플로 들판이 우리들의 최종 규합 장소야. 아무튼

서둘러 가야겠는데..그들은 이미 와 있을 거야.."

"후 이런 폭설에 꼭 가야겠니.....나중에 날씨가 좀 풀려도 늦진

않을텐데..."

"리크 분명 오늘 약속했단 말이야...더구나 건방진 기사단 마을

놈들도 와있을 텐데 이번 기회에 리크 너의 그 대단한 검 기술

로 그놈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자고.."

"카란 웬만하면 네 선에서 끝내라고.."

"웬만하면 그러지 뭐. 하하하"

"후 어쨌든 칼데아 호수는 예사롭지 않은 곳 같아.....파가논제국

의 병사들조차 혼 줄이 나서 도망쳐 나온 곳이잖아.."

"사실 이런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정통한 소식에 의하면 그

도망쳐 나온 병사들은 그 이후로 시름시름 앓다가 하나둘씩

원인 모르게 죽었데. 더 깜짝 놀랄만한 사실은 칼데아 호수

원정대의 약 200 여명이나 되는 파가논 병사들 중 아직도

그곳에서 못나온 병사들이 절반이 넘는다고 하던데....."

"뭐..뭐라고.."

"아직 놀라기는 일러...글쎄 그곳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병사가

목격한 건데....분명 여자였데나..."

"여자라니?"

"천둥번개가 치던 어느 날 눈자위가 희고 핏빛 입술에 하얀

피부의 산발을 한 여자가 호수 수면 위에 서있었데..몇몇 병사

들이 조각배를 저어 그녀에게 접근하는 순간 병사들의 목이

한순간에 뽑아 져 피 분수를 이루었고 그녀의 손에는 4명의

병사들 목이 쥐어져 있었다고....."

"..............."

"하하하. 리크 겁먹었냐. 걱정하지 말라고 어디까지 미친

병사의 얘기니 그리 신경쓸 것은 없어..자 서둘러 가자고.."

먼저 앞서가는 카란을 리크는 한번 흘끔 쳐다보더니 말문을

열었다.

"만약 그 병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카란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어 뒤따라오던 리크를 돌아봤다.

"후후..리크 대장. 설마 정신나간 병사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겠지. 설령 사실이더라도 뭔 걱정이 있어. 우린 각 마을

에서 제일 용감한 대장, 부대장으로 이루어진 칼데아 호수

원정대 아닌가. 더구나 기사단 마을 놈들도 합류하고.."

"그래봤자 우린 아직 17살 정도 먹은 미성년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기사단 마을에서 온 애들도 마찬가지고..."

카란은 능구렁이 같은 미소를 짓더니 말문을 열었다.

"천하의 리크 대장께서 왜 이리 겁을 먹으실까. 흐흐"

리크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마지못해 말문을 열었다.

"후.....이왕 벌어진 일이니 할 수 없지. 자 가지 카란..."

"진작 그렇게 나오시지..리크. 하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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