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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군 원수가 되었다-141화 (141/157)
  • 141화. 브르타뉴 반도 방어전 (5)

    1944년 9월 17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서부 전구 총사령부에서는 연일 암울한 전황 보고가 올라오고 있었다.

    “각하, 158사단으로부터의 보고입니다. 현재 반 항구 동쪽에 위치한 소도시들이 영국군 공수부대에 의해 점거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케스떵베흐에 배치된 부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흠··· 엘븐, 몰락에 이어 케스떵베흐까지 넘어가다니. 그럼 사실상 브르타뉴 반도로 향하는 길은 차단되었다고 생각해야겠군. 그럼 적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불과 3일 만에 이 정도 전역을 확보한 것으로 보아, 최소 1개 사단 이상이 투입된 것 같습니다.”

    “설마 여기서 공수부대를 투입할 줄이야··· 영국놈들도 어지간히 급했나 보군요.”

    현재 플로에르멜 남쪽, 브르타뉴 반도로 이어지는 회랑 지대는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후방에서 나타난 공수부대로 인해서 브르타뉴 반도의 74군단을 먹여 살리던 보급로는 차단되었고, 영국군의 진격을 막던 일선 부대들도 혼란에 빠진 상황.

    그리고 이런 혼란을 틈타서 영국군이 다시 한번 공세에 나서자, 지금까지 이들을 굳건히 막아 세웠던 플로에르멜 일대의 방어선들이 차례차례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암울한 전황에도 불구하고, 작전 지도를 바라보는 서부전선군 지휘관들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 달 전 다급히 쾨니히스 티거를 투입하던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동부전선에서 이전된 부대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울루스 원수, 그럼 말씀하신 9군은 지금 어디까지 도착한 상태요?”

    “현재 라발과 렌의 기차역에서 2개 사단이 하차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르망 지역에도 3개 사단과 1개 기갑사단이 대기 중입니다.

    이들 9군은 편제상으로는 이미 모델 장군의 B집단군에 배속된 상태이니, 언제든지 투입하셔도 좋습니다.”

    비록 지금 당장 도착한 것은 동부전선군에서 보내주기로 한 150만 대군 중 고작 6개 사단에 불과했지만, 이들만으로도 서부전선의 판세를 바꾸기에는 충분했다.

    게다가 설령 이들의 공세가 막힌다고 하더라도 동부전선에서 도착하는 병력을 계속 밀어 넣으면 연합군도 결국에는 물러날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게 판단한 서부전선군 사령관, 클루게 원수는 명령을 내렸다.

    “좋소. 그럼 모델 장군, 지금 당장 9군을 투입해서 공수부대를 섬멸하고 브르타뉴 반도로 이어지는 보급선을 확보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각하.”

    그리고 이에 대해 B집단군 사령관, 발터 모델 상급대장도 별다른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브르타뉴 반도의 방어를 우선시해야 할 때였으니까.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각하.”

    “···무슨 일인가?”

    나는 의아해하는 지휘관들의 시선을 받으며, 잠시 작전 지도를 살펴보았다.

    현재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반도 일대에 배치된 연합군의 규모는 6개 기갑사단과 1개 공수사단을 포함해 총합 25여 개의 사단으로 추정된다.

    그에 반해 아군은 9개의 고정 사단과 6개의 보병 사단, 그리고 3개의 기갑사단으로 이들을 겨우 막아내고 있는 상황.

    그러나 여기서 새롭게 도착한 9군의 6개 사단이 추가되면 전세는 달라진다.

    기존에 25 대 18로 수적 열세였던 상황이 25대 24로 거의 동등한 수준까지 회복되는 것이다.

    ‘비록 고정 사단은 제대로 된 전력으로 계산하기 어렵긴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동안 우리는 그런 전력을 가지고도 연합군과 대등하게 싸웠던 거다.

    그렇다면, 동부전선에서 소련군을 상대하던 베테랑 부대들을 투입하면 연합군을 압도할 수 있을 터.’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저 베테랑 부대들을 고작 브르타뉴 반도 방어전에 투입하다니, 그건 너무 아까운 짓이 아닌가.

    그렇기에 나는 클루게 원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각하, 이번에 도착한 9군 병력을 브르타뉴 반도 방어에 투입하는 대신 이들을 이용해서 반격에 나서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이 상황에 반격을?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브르타뉴 반도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지 않은가?”

    확실히 그 점에 대해서는 클루게 원수의 말이 옳았다.

    만약 지금 브르타뉴 반도를 빼앗긴다면 설령 반격이 성공한다 한들 앞으로 더 어려운 싸움을 치러야 할 테니까.

    하지만 그 부분 또한 이미 고려하고서 말을 꺼낸 것이었기에, 나는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답했다.

    “물론 그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설령 브르타뉴 반도가 적군에 의해 포위된다고 하더라도 74군단이 당장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 공수부대에 의해서 보급로가 차단된 지 며칠이나 지났네. 저들이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일세.”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만약 아군이 반격에 나선다면, 연합군도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 병력을 물릴 수밖에 없을 테니 말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가?”

    그런 클루게 원수의 물음에, 나는 지도 위의 한 점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이곳이야말로 현재 연합군의 가장 취약한 급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리킨 곳은 바로, 연합군이 확보한 3개의 항구 중 하나인 생말로였다.

    “생말로? 지금 여기를 치겠단 말인가?”

    “예. 현재 연합군은 보급물자의 최소 40% 이상을 저 생말로 항구를 통해서 하역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저곳이 공격당해서 보급이 차단된다면, 적군은 방어를 위해 공세를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생말로 항구는 현재 아군이 사수하고 있는 렌으로부터 북쪽으로 45km 거리에 있었다.

    이 정도 거리라면 현재 대기 중인 14기갑사단과 21기갑사단, 그리고 새롭게 배치된 46기갑사단을 투입하면 순식간에 돌파할 수 있으리라.

    “흠··· 45km라···. 자네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허허벌판뿐인 동부전선과는 다르게 건물이 많고 도로가 복잡한 서유럽에서 45km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네.”

    “예. 하지만 연합군은 오랜 전투에 지쳐있는 데다가, 무엇보다 74군단을 포위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런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생말로를 공격받는다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울 겁니다.”

    “······.”

    내 말에, 한참 동안 지도를 바라보며 고민하던 클루게 원수는 이내 고개를 들어 발터 모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모델, 자네는 파울루스 원수의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제 74군단도, 9군도 모두 자네의 병사들이니 자네의 판단을 듣겠네.”

    그러자 그동안 우리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모델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죄송하지만, 각하. 저도 지금은 생말로를 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자신있나?”

    “예. 허락해주신다면, 반드시 성공시켜 보이겠습니다.”

    모델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클루게 원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한번 자네 뜻대로 해보게.”

    *****

    1944년 9월 20일.

    프랑스, 브르타뉴 반도의 생말로 항구에 위치한 영국 1군 사령부.

    이곳에서 몽고메리 원수는 오랜만에 편안한 기분으로 홍차를 마시면서 부관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원수 각하, 현재 43사단이 반 항구 동쪽 해안, 비스케이 만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보고입니다!

    비록 아직 전선이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독일군의 반격이 약해서 금세 밀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제1 공수사단의 상황은 어떠한가?”

    “예. 비록 다수의 사상자가 나오긴 했으나, 생존한 인원들은 모두 아군과 합류해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런 부관의 보고에, 몽고메리는 찻잔을 내려놓고는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좋군. 아주 좋아! 이번 작전은 대성공일세!”

    사실, 몽고메리에게 있어서 이번 공수작전은 반쯤 도박이나 가까운 것이었다.

    비록 종심이 깊지 않다고는 하나, 사실상 마지막 남은 예비대였던 공수부대를 모조리 투입한 데다가 총공세에 나서다니.

    만약 적의 후방지대에 공수사단을 격퇴할만한 전략 예비대가 있었거나, 적의 방어선이 조금만 더 견고했다면 아군은 대부분의 전력을 잃고 후퇴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뭐, 결국 모든 싸움은 한걸음 차이가 아니겠는가? 우리에게는 마지막 일격을 날릴 저력이 있었고 저들에게는 없었다. 그것뿐이지.’

    그러나 몽고메리의 도박은 결국 대성공을 거뒀고, 그 결과 근 한 달 동안이나 버티던 브르타뉴 반도의 회랑을 끊을 수 있었다.

    게다가 영국군이 거둔 성과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몽고메리로서는 설령 전멸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각오하고 있었던 영국 제1공수사단이 거의 반절 이상 살아서 복귀한 데다가 그동안 연합군 기갑부대를 애먹이던 속칭 ‘킹 타이거’도 두 대나 노획한 것이었다.

    이 정도 전과라면, 아이젠하워나 패튼도 더 이상 영국군을 무시하지 못하리라.

    “이보게, 부관. 이 노획한 킹 타이거 중 한 대는 영국으로 보내고, 나머지 한 대는 미국놈들에게 선물하게나. 패튼 녀석이 이걸 봤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 하하!”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찻잔도 좀 치워주게나.”

    부관이 찻잔을 가지고 물러나자, 홀로 남은 몽고메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전 지도를 바라보았다.

    ‘후··· 어떻게든 브르타뉴 반도를 포위하는 데 성공하기는 했군. 그럼 이제 문제는··· 놈들의 반격을 막아내는 것인가.’

    아군이 브르타뉴 반도로 향하는 보급선을 모두 차단했으니, 이대로 포위망을 계속 유지하기만 해도 저들은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독일놈들이 이대로 손 놓고 당할 리가 없다. 무너지기 전에 한 번은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서 반격을 시도하리라.

    ‘그것만 막아내면··· 아군의 승리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쿠궁!!

    창밖의 저 먼 곳에서 낮고 무거운 폭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몽고메리는 놀라지 않았다.

    그 대신, 창밖을 노려보며 혀를 끌끌 찰 뿐이었다.

    “쯧, 또 멍청한 폭격기가 아군 지역에 폭탄을 떨어트린 건가. 이래서 미국 촌놈들은···.”

    쿠궁! 쿵!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저 멀리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참모 장교 하나가 몽고메리의 집무실로 뛰쳐 들어오며 외쳤다.

    “가, 각하! 비상사태입니다! 지금 당장 자리를 피하셔야 합니다!”

    “···뭐? 도대체 무슨 일인가. 진정하고 말해보게.”

    “그, 그게··· 지금 독일군 기갑부대가 이곳을 향해서 진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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